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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정부의 초등영어교육 확대방침과 쫓기는 나의 심정

| 조회수 : 2,551 | 추천수 : 1
작성일 : 2006-02-04 20:34:56
한참 전에 자유게시판에 영어교육에 관한 이야기를 쓰다가 마무리짓지 못한 적이 있는데,
오늘 문득 쓴 글이 그때 제가 하려던 이야기라서 그때 후속글 기다리셨을지 모르는 분들포함 읽어보시라고요.  
그냥 혼잣말로 써서 반말처럼 들리는 것 용서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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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거실과 부엌을 왔다갔다하며 초등생들의 영어교육을 저학년으로 확대하겠다는 뉴스를 흘려들었었다.  
듣는 순간 스트레스 만빵~  흑흑 설마 전면 실시는 아니겠지 하고 있다가 오늘에야 그 생각이 다시 나서 뉴스를 검색해 보니
아래와 같은 기사가 눈에 띈다.


[한겨레] 정부의 초등학교 영어 조기교육 확대방침을 두고 찬반 논란이 뜨겁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지난 11일 발표한 계획을 보면 현재 3학년부터 하고 있는 영어교육을 1·2학년까지 확대하되, 우선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전국 시·도별로 1곳씩 16개 연구학교를 선정해 1·2학년 시범운영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시범운영 뒤 2008년에 전면 시행할지를 결정한다.

한겨레 기사 전문   --->>   http://www.hani.co.kr/arti/education/witheducation/97010.html


으음, 올해 하반기부터 시도별로 16개 연구학교라......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 시키는 우리 아이가 갈 학교는 부디 연구학교로 지정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ㅠㅠ
확률은 낮겠지만 만약 걸린다면(-.-;;) 내게 주어진 시간은 육개월 남짓 뿐.  너무 짧다.


나는 영어를 참 좋아한다.

조기외국어교육이라는 말조차 없었던 시절에 국민학교를 다녔으나
운이 좋아 남들보다 일찌기(그래봤자 요즘 아이들에 비하면 아주 늦은 시기 초등 고학년때였지만) 영어를 접하게 되었고
영어뿐 아니라 언어 자체에 타고난 흥미가 있는 내겐 그건 작은 행운이었다.

당시 ABC도 몰랐지만 우리말에 없는 영어의 발음과 문법적 차이를 아무런 저항 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고
영어는 내게 공부가 아니라 늘 즐거운 취미였기에 언제나 내게 기쁨을 주는 놀잇감이었다.  

한번도 시험을 위해 영어를 공부해본 기억이 없다. (시험을 늘 잘봤다는 소리는 아님^^;;)
우리말과 확연히 다른 영어를 발음하는 쾌감(정말 이건 내게 쾌감이다)을 느끼기 위해 영어를 읽었고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사람들 혹은 영어로나마 의사소통이 가능한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기 위해 영어를 말했었다.
외국인모임에 장기적으로 참여해 사람들을 사귀며 영어와 사교를 동시에 하던 기쁨도 20대의 소중한 기억 중 하나다.

이렇게 영어를 좋아하는 내가 내 아이에게 이 재미난 영어를 왜 안 가르치고 싶었으랴.
더구나 일생을 살면서 자신이 하는 일에 가장 다양하고도 이롭게 이용될 수도 있는 도구이기도 한 영어를 말이다.

아이를 임신했을 때부터 내 아이에게 어떻게 영어를 가르칠 것인가는 내게 끊임없는 고민을 던지는 문제였다.  
가장 좋은 것이야 두말할 것 없이 아이에게 '영어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지만 나 혼자로서는 역부족이었고
춈스키의 LAD(Language Aquistion Device-언어습득장치)이론을 믿기 때문에 그것을 위로삼아
초등시절이 지나기 전에 아이에게 거부감 없는 영어와의 만남을 주선하리라 잠정적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그러나 내가 아이를 낳고 기르는 동안 세상은 완전히 바뀌어
온 국민이 영어조기교육에 목숨을 거는 무서운 시대가 오고 만 것이었다. ㅠㅠ

내가 그토록 벼르고 있던 '내 아이와 영어와의 기쁜 만남'은 시작도 해보기 전에 초치고 말았다.
6세부터 아이가 다닌 유치원은 예의 유치원들이 그렇듯(?) 친절한 주당 3회의 영어교육을 필수교육과정으로 택하고 있는 곳이었다.  

온갖 학습지와 기타사설교육으로 이미 영어를 접해 ABC를 노래부르고
아이 라이크 애플을 작은 입술로 옹알거리는 친구들에게 주눅이 든 나의 아이...  
언어보다는 다른 쪽에 오히려 소질을 보이고 있었기 때문에 내가 좋아한다는 이유로 아이에게 굳이 영어를 강요하지 않으리라
나와는 흥미가 다른 곳에 있음을 인정하자 하며 좀더 한참 지켜볼 요량이었던 나의 아이가 말이다.


2년 유치원을 다니는 동안 조심스럽게 아이를 관찰하였다.
어느날 폭탄같은 발언!  '엄마, 난 영어가 싫어~ 어려워서 싫어~'  헉...... ㅠㅠ
내가 해줄 수 있는 답변은 늘 '그래? 싫으면 안하면 되지.  영어를 누구나 꼭 잘해야 하는 건 아니야.  영어가 좋고, 영어를 공부하고 싶으면 하는거지. 지금은 다른 걸 더 좋아하면 그걸 하면 되는거야. 알겠지? '
태연을 가장하고 늘 대답했지만 속은 좀 상했었다.

유치원 졸업과 초등입학을 앞두고 난 다시 내 아이에 대한 새로운   2개년 영어교육계획을 맘 속으로나마 수립했었는데
그것은 아이가 영어를 정식으로 교육받게 될 3학년이 되기 전까지
지금 아이가 갖고 있는 영어에 대한 부담감과 거부감을 완전히 씻어주어야겠다는 것이었다.

그걸 씻어내고 비로소 '영어는 재미있는 것, 우리말처럼 또 하나의 다른나라말을 알아가는 것,
나의 생활에 여러가지로 도움이 되고 나중엔 세계를 다니며 다른 말을 쓰는 사람들과 친구가 되고 싶다면 꼭 필요한 것'
이라는 새로운 정의를 아이에게 전달하는 것까지가 나의 계획이었는데 그 기간이 만약 2년에서 반년으로 줄어든다면?

오오 정말 큰일이다.  서둘러야겠다.
거부감씻기와 새로운 관심갖게하기가 반년 안에 가능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이 영어를 괴로워하면서 공부하는 그 고통을 나의 아이가 그대로 겪는 것을 보고 있을 순 없잖은가 말이다.

우리 아이도 걱정이지만
얼마든지 즐겁고 행복하게 접할 수 있는 영어를 이따위 골칫거리로 전락시키는 우리영어교육......정말 걱정이다.
전국민이 모두 영어를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영어교육에 엄청난 돈을 쏟아붓는 이 분위기 정말 적응 어렵다.  

영어는 도구일 뿐인데, 누구나 영어로 먹고사는 것도 아닌데
모두들 영어에 한 맺힌 듯이 영어를 공부하고 공부시킨다.

안타깝다.
외국어를 배우는 기쁨을 모르고 영어를 공부하는 많은 학생들이.
영어의 잣대가 겨우 토익이나 토플같은 틀에박힌 시험이 되어버린 이 세상이.
하지만, 지금 남 걱정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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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글들은 아래 두 개인데...
제가 어렸을 적 어떻게 영어를 접하고 좋아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랍니다.
시작은 그렇게 잘 했었는데 영어가 공부라는 인식이 너무 없던 나머지
영어실력을 스스로 더 발전시키지 못했고 주변에 그래줄 사람도 없었던 아쉬운 그 뒤의 과정을 쓰려하다가 못 썼었어요.

그래서 제 아이에게는 완전 백지상태에서 영어를 일단 즐겁게 접하게 해 주고,
그 다음에 스스로가 필요성을 느껴 계속 실력을 키워갈 수 있도록 이끌어주어야겠다는 계획이 나름대로 있었거든요.
근데 예상치 못했던 유치원의 조기교육으로 ' 0 ' 에서 시작할 것을 ' - ' 에서 시작하게 생겼습니다.  ㅠㅠ
영어가 어떻게 생겼는지 전혀 몰랐으나 거부감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었던 어렸을 적의 저보다
영어 구경은 했지만 벌써 좋지 않은 느낌을 가져버린 저희 아이는 그때의 저보다 훨씬 불리한 환경에 놓여있는 것이지요.

무엇이든 그렇지만 언어는 더더욱 즐거워야 오래 공부할 수 있지요.
하루이틀에 승부가 나고 내 것이 되는 것이 아니니까요.
휴......  일단 ' 0 '을 향하여... 출발해 봅니다.
아이 입에서 '엄마, 영어...재미있을 것도 같아'소리가 나오면 그때 비로소 영어를 알려주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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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유로피안
    '06.2.4 8:50 PM

    전에 그 문제로 교육부 사람과 토론을 한 적이 있었어요. 바쁘다면서 시간은 30분쯤이였죠.
    결국 1학년부터 확대 시행한다는거였어요.
    방침이 일단 서면 어차피 시행되는거 같아요.
    저도 내년에 애가 학교에 가는데..영어를 빨리 시작해야 되나..맘만 급해집니다

  • 2. 김수진
    '06.2.4 10:27 PM

    제 아이는 올해 초등학교입학 합니다.
    제 아이의 경우는 아직 수학문제집1-1을 이해도 못하고 공부그러면 아주 질색을 하는데
    영어까지 학과로 들어가면 얘가 학교에서 남아나려나 심히 걱정입니다.
    요새 아이들 정말 바빠서 놀시간도 없고 공부자체가 너무 많고 어려운데다 영어까지 가세를 하면
    이많은 공부를 다 소화할수 있는 아이들이 몇명이나 될지 의문입니다.
    걱정이네요.

  • 3. 둥둥이
    '06.2.4 10:39 PM

    2008년 입학하는데...
    어쩌죠? ㅠ.ㅠ

  • 4. 김선미
    '06.2.4 10:42 PM

    전 국민의 영어화.....
    모든 초등학생들이 이렇게 꼭 영어를 배워야만 할까요?
    일주일에 한 두시간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만으로 얼마만한 효과가 있을까요?
    결국, 애들 잡고 학부모 잡는거 아닌가요?
    학원 안보내고, 집에서 봐줄 능력이 되는 부모님은 그나마 낫겠지만, 그렇지 않음 결국
    학원 한타임 또 늘어나는거겠죠?
    초등 1학년때부터 도입해야한다는 여러 학문적, 정황적 배경 있겠지만
    아이들과 부모들에게 닥칠 현실은 참으로 답답하네요.

  • 5. 작은애
    '06.2.4 11:04 PM

    오늘 큰애 초등학교입학을 1년 유예시켜 놓고 왔습니다
    그 큰이유중 하나가 영어를 친근하게 접해 놓지 않았기 때문이죠(키와 몸무게가 현저히 작은것도 이유중
    하나였구요) 어린이집에서 주1회 수업을 했었는데 이것가지곤 참 많이 부족하죠
    제가 참 영어와는 거리가 멀었는데 우리아이들 세대는 정말 영어는 필수가 되지않을까 세계에서 놀
    아이들이니 말이예요
    올 한해 할것들이 너무 많아요

  • 6. 유 향
    '06.2.5 3:43 AM

    충분히 이해 합니다. 제 경험상으론, 모든 학생이 다 외국어에 자질이 있는것은 아닙니다. 성악에도 음치가 있듯이, 언어에 흥미를 느끼고 다른분야보다 더 잘하는아이가 있는가 하면, 과학탐구나, 만들기, 그리기등에 탤러트가 있는 아이가 있습니다. 우선, 자기 아이의 관심과 언어적 재능을 잘 살피시고, 그에 따라 지도하는게 바람직하구요. 억지로 푸쉬하면, 역효과만 나니까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영어는 우리나라에선 필수이고, 다른언어를 한다는것은, 다른 세상을 볼수 있는 또 하나의 창을 갖는거나 마찬가지이므로, 자연스럽게 영어적 환경에 노출시키는것이 좋습니다. 시기는 모국어 구사능력이 어느정도 확립된후 초등 1-2학년이 좋구요. 우선 아가들이 처음 말을 배울때의 순서처럼, listening-speaking-reading -writing의 순서로 확대 시켜 나가는게 좋습니다. 욕심내어 한꺼번에 4가지 를 시도하면 실패할 확률이 높습니다. beginner라면, 비디오 오디오 테입을 통해 노래나 췐트부터 시작하여, 하루에 시간을 정해 규칙적으로 틀어주기 시작하고, meaning을 이해하기보단, 액센트와 영어리듬에 익숙하게 하는게 좋습니다.
    하여, 앨퍼벳을 깨치면, 동화책 읽기, 초등 고학년에는 일기쓰기 등으로 확대 시키면 됩니다. 언어가 절대 하루아침에 되는게 아니므로, 조급히 생각지 마시고, 꾸준히 시간을 가지고,영어에 노출시키면, 스폰지에 물이 스며들듯, 잘 될것 입니다. 다른집애들과 비교하지마시고, 엄마가 확고한 주관과 느긋한 마음을 가지고, 영어에 쫒기지 마시고, enjoy 하십시요.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셨길 바랍니다.

  • 7. J
    '06.2.5 6:26 PM

    어떻게 가르쳐야 하나가 고민이 아니고요... ^^;;
    일단, 아이가 영어에 대해 별로 좋지 않게 느끼고 있는 선입견을 어떻게 씻어주나가 고민입니다.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생각은 오래전부터 해 왔지만 싫어하는 것을 어떻게 고쳐줄까는 예상치 못했던 일이라)
    학교 정규교과과정에 있으니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싫어한다면 너무 괴롭게 공부해야하잖아요.
    저처럼 영어를 좋아해주길 욕심내는 것도 아니고요.
    꼭 그럴 필요도 없지요.
    영어가 온국민의 필수과목이어야만 하는 것과 같이 여겨지는 것도 안타깝고요.
    영어가 국가공식공용어가 되지 않는 이상 -그럴 수도 없지만- 모든 사람들이 잘하려 온갖 사교육을 동원하는 것은 국가적 낭비라고 생각해요.

  • 8. 유 향
    '06.2.6 9:36 AM

    아이가 영어배우기에 부정적 태도를 갖고 있다는건, 지금까지 해온 영어지도 방법이 잘못되었거나, 아이에게 맞지 않는방법으로 접근했다거나, 아이가 외국어 자체에 별로 흥미를 못느끼거나 중의 한가지 입니다. 그러므로 다시 이점을 체킹 해보시고, 내아이에 맞는 방밥으로 다시 접근해보시기 바랍니다. 좀 시간을 두시고, 한 두달 뒤에, 여러가지 방법중 아이가 좋아하는 것으로 다시 시작하면 될것 같습니다. 그리고 영어공용화, 개인의 호, 불호에 상관없이 이미 영어의 필요성은 거부할수 없는 시대라 생각 합니다.

  • 9. J
    '06.2.6 9:12 PM

    네, 막바로 유치원에서 영어교육을 접하게 될 줄을 제가 미처 모르고 대처하지 못했던 탓이죠. ㅠㅠ
    아이가 영어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게 된 것이...
    남은 시간동안 영어를 가르치는 것은 고사하고 영어에 대한 선입견을 바꾸어만 줄 수 있어도 성공이라 생각할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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