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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나의 유일한 쇼핑중독증~~ 백지 증후군

| 조회수 : 2,396 | 추천수 : 1
작성일 : 2005-12-12 03:45:01

오프라인 온라인을 막론하고 24시간 열려 있는 각종 쇼핑몰들,  케이블 쇼핑 채널들 덕에
단 한 발자국 집 밖으로 나가지 않더라도 컴 앞에 앉아 키보드 몇 번 두드리는 것으로 혹은 전화 한 통으로
무엇이든 뚝딱 살 수 있는 참으로 무섭게 편리한 세상입니다.

이런 시대에 뭔가를 구매한다는 것, 소비한다는 것은 아예 우리의 생활이 되어버린 것 같아요.
나는 소비한다, 고로 존재한다. 라고나 할까요.... ^^ ;;


그래도 사람마다 사는 방법은 제각기라 같은 의식주 용품이라 할지라도
딱 필요한 것만 겨우 갖추고 사는 경우가 있는가하면
수집가라도 된 듯 온 집안을 관심 분야의 물건으로 채우는 경우도 허다하죠.

트레이닝 복 몇 벌로 365일을 살아도 주방 만큼은 백화점 매장인 양 근사하게 갖추고 사는 이도 있고
변변하게 짝이 맞는 식기조차 없어도 불편을 느끼지 않지만 냉장고 속은 늘 신선한 식재료로 그득한 집도 있을 테고
주방 살림은 60-70년대를 방불케 해도 드레스룸에는 외출용 옷이나 신발류를 연예인 못지 않게 가지고 있는 이도 물론 있겠고요.
옷에도 관심 없고 라면을 끓여 먹더라도 집꾸밈 만큼은 인테리어 잡지 속에서 쏘옥 빠져나온 듯하게 해 놓고 사시는 분도
생기는 돈은 즉시 피부관리샵이나 미용실 등에 투자하고 고급화장품으로 화장대를 채우는 이도
또 집안엔 볼 것 하나 없어도 철철이 좋은 산따라 물따라 가족들과 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하며 하는 사람들도 있겠죠.


여러분은 어디에 해당되시나요?  
물론 돈이 아주 많고 욕심도 많고 또 굉장히 부지런하기까지 하다면 이것저것 동시에 다 할 수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아요. ^^

저는 좀 잡다하게 이런저런 일들에 돌아가며 관심을 쏟는 ^^;;  우왕좌왕형이라.....
화장품 살 땐 화장품만 왕창~ 한 2년쯤 쓸 것 한꺼번에 사기도 해 보았고(평소엔 스킨도 잘 안 바릅니다)
1-2년에 한번 씩이긴 해도 옷 사러 나가면 특히 큰 사고 잘 쳤었고... (단위가 좀 많이 커지죠 ㅠㅠ)
어느 한달 동안은 가방만 사다 모으기도 했었고
서점에 한 번 나가면 한보따리 책을 싸 짊어지고도 오고
옷 이외에 뭔가 몸에 걸치는 걸 거추장스러워해서 변변한 악세사리 하나 없는 주제에
하루는 동네 비즈샵에서 귀걸이만 한 서너 개 한꺼번에 사기도 해 보았고
주방일을 대체로(사실은 몹시ㅠㅠ) 싫어하는 편인데 어느날 문득 필 꽂히면
그 후로 한 2-3주 정도는 열심히 밥만 해먹고 살기도 합니다. ^^;;  

그래도 정말 생각지 않게 2주 이상의 빈 시간이 남과 동시에 통장에 얼마간의 여유가 있기라도 하다면
당장 유럽행 비행기 표 끊을 궁리를 하고 싶은 것이 심정상 일순위이긴 합니다만....
홀홀단신도 아니고 방랑생황을 하는 처지도 아닌지라 아무리 엉뚱하다는 소릴 듣는 저라도 매번 쉽게 떠나지지는 않지요.  

그러다보니 중독 혹은 취미라고 할 만큼 오랜 동안에 걸쳐 지속적인 관심을 두고 소비를 집중하게 되는 분야는 아직 없는 것 같아요.  
천만 다행이죠... ^^ ;;  


근데, 가만히 뒤돌아보니까..... 제가 딱 한 가지 분야에는 쇼핑중독이 있더군요.
아마도 '백지 증후군' 정도로 이름 붙여야 할 것 같은데
다름 아닌 문방용품점의 공책이나 수첩, 다이어리, 메모지 등의 뭔가 써 넣어 채워주어야 하는 종이류를 보면
사다가 집에 쟁여두고 싶어서 손이 몇 번씩이고 오르락내리락 한다는 것이랍니다.  

아무 계획 없이 나갔다가도 교보문보장 같은 곳엘 들르면 여지없이 제 손엔 빈 노트류가 들려져 있답니다.
섹션을 새롭게 나누었거나 겉표지가 신선하게 꾸며져 있거나 한 이쁜 공책들이 그 얼마나 유혹적인지.....
사다 놓는다고 당장 무엇을 써 넣을 것도 아니면서 사다 나르고 또 사다 나른답니다.
심지어는 하얀 A4용지나 포스트잇만 봐도 기분이 좋아질 때도 있다면 정말 말 다했죠.... ^^;;


지금 살고 있는 저희 집 바로 앞에는 이런 저의 쇼핑중독을 부추기기라도 하듯
꽤 큰 모닝글로리 매장과 알파문구센터까지 있답니다.
참새방앗간처럼 들락거려 그동안 사 모든 빈 종이들이 여기저기 빼곡하네요.  
그래도..... 또 가게 되면 뭐 새로나온 것 없나 획기적이고 아이디어가 톡톡 튀고 이쁜 것 없나 여전히 두리번거려요.


사는 동안에 저 이쁜 아이들을 다 채워넣을 수 있을지....
(손으로 글씨 쓰는 것이 상대적으로 속도가 느리다 보니 그냥 컴 앞에 앉은 채로 워드파일로 저장하게 되네요)
이러다 노트 벼룩시장이라도 열어야 하는 건 아닐지....
나의 잠재의식 속 뭔가가 나로 하여금 종이를 끊임없이 사다 나르게 하는 것은 아닌지...
그런 저런 생각들이 드네요.


그래도 능력 밖의 비싼 물건에 쇼핑중독 안 걸린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며.....^^
올해가 가기 전에 이쁜 일기장이나 하나 마련해볼까 합니다.  

별난 쇼핑 중독 이야기 끝~

짧은 댓글일수록 예의를 갖춰 신중하게 작성해 주시기 바랍니다.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황채은
    '05.12.12 9:19 AM

    ㅋㅋㅋㅋ 저랑 비슷하네요^^
    그릇모을땐 그릇만 식품취미있을땐 식품만 칼수집할땐 칼만(도둑이오면 칼보고 도망갈것 같음
    심지어 중국식 도끼칼 큰맘먹고 최근에 장만 볼수록 뿌듯한데 남들이 기겁함)
    가방살땐 가방만 그러고 보니 진득한 취미가 없네요^^
    아~저는 산에 오르는것 은 좀 충실한 편이네요^^

  • 2. 갯바람
    '05.12.12 9:55 AM

    꼬리를 달고싶은 글입니다.
    저는 필기구를 사들이는 병이 있어요
    수집을 하는 것도 아니면서 말입니다.
    쇼핑센터나 외제 파는데, 심지어 해외 출장길에도 필기구 파는 가게를 보면 나도 모르게 멈춰지거든요
    누군가가 생일 선물로 뭘 해줄까 물어올 때면 '필기구!'

    백지와 필기구라!
    절묘한 금슬의 조화인데 사랑의 신은 우리(?)를 비켜가게 했군요 하하~
    활기찬 새 주 되시기를....

  • 3. 문아영
    '05.12.12 10:55 AM

    저는 한때 소스류에 필이 꼿혔었죠. 이사할때 남편이 한소리 하더군요. 간장만 5종류도 넘는 것 같다고..
    그래도 다 먹을 때 보면 신기해요. 물론 너무 오래둬서 버리는 것도 좀 있지만..
    누구나 그런 것들이 있는 것 같아요.

  • 4. 정우
    '05.12.12 11:48 AM

    히~.저는 쬐끄만 플라스틱용기에 사죽을 못써요. 밥통으로 쓰면 좋을 것, 반찬통으로 쓰면 좋을 것, 도시락반찬 소스 담아가면 좋을 것...어디가면 꼭 뚜껑있는 플라스틱용기를 둘러보고 만지작만지작...그리고 하나 더, 문구센터 가면 연필을 꼭 봐요. 끝에 지우개가 달린 연필이면 특히나 더...그것도 별로 쓸일이 없는 현실을 아는지라 만지작만지작 거리기만...^^

  • 5. 나비
    '05.12.12 11:58 AM

    캬~~
    내가 좋아하는 제이님........
    웬만해서 리플 귀차니스트인 저도 답글 달아봅니다.
    요즘, 어떻게 잘 지내시나요, 근황 여쭤보는 것이 넘 늦었네요.
    저는 샤프펜슬을 좋아라하는..........
    한동안 샤프펜슬, 모았다는..............근데 쓸 일은 거의 없고 , 딸에게 빼껴쓰여

  • 6. 아이스라떼
    '05.12.12 12:25 PM

    저도 종이 참 좋아해요.
    중고등학고 시절엔 편지지랑, 엽서 모으는게 취미였는데..
    갖은 질감의 각양 색지를 사다 모으기도 하고,
    남대문에 가면 백화점 포장센타에서 싸줄법한 포장지를 사다 나르기도 하고..
    특히 예쁜 포스트잍에 사족을 못썼죠...학생시절 홀마크 매장 앞을 지나기가 무섭기도...
    대형 문구점에 가면 예쁜 그림의 노트나, 구성이 새로운 수첩, 그림엽서..수도 없이 사다 나르지만,
    빈 종이로 수집만 하고 있는 상태가 되었어요.
    프랭클린 플래너도 이런 이유로 구입해서 2년간 제구실을 못하며 사용하고, 애 낳고 살다보니...
    제 주제를 알고 참고 있답니다.
    그런데!!! 어제 교보문고에 갔다가 케주얼 플래너를 보고 다시...
    이걸로 육아일기를 쓰며..가계부를 쓰며..살림을 점검하고..이유를 붙이며 사고싶은 충동이...
    특히 연말연시가 되니까
    새로운 다이어리는 새로운 삶의 희망과 결심을 하게 하네요..
    이것만 있음 일 년 잘 살아낼 것 같은 착각과 함께..

  • 7. 마눌애
    '05.12.12 1:30 PM

    뭔가 사모을 만한 여유가 있다는 것은 딴에는 감사한 일이지요.
    먹고 살만하단 뜻일테니까요.

    저도 요즘 새집으로 이사오고 나서 여러가지 살림살이에 정신이 팔려있답니다(82쿡 덕분이기도 합니다. ㅋㅋ).
    소파도 하나 더 들여놓고 옹기로 된 쌀독도 사나르고 J님이 적을 두고 있는 아미쿡 후라이팬도 장만하고 eks 주방저울에 새집증후군에 좋다는 숯에다... ㅋㅋ 요사이는 드롱기전기오븐을 두고 고민고민하고 있죠.
    이사오고 나니 이것저것 눈에 들어오는 게 한 둘이 아니더군요.
    살림에 다 필요한 거긴 하지만 없어도 살기는 매한가지일텐데요.. ㅋㅋ
    소유에 대한 인간의 욕망은 대단한가 봅니다...ㅋㅋ

    가끔 배고픈 이웃도 돌아볼 줄 아는 그런 여유가 있음 더 좋을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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