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이런글 저런질문 최근 많이 읽은 글

이런글 저런질문

즐거운 수다, 이야기를 만드는 공간

하얀 크래용

| 조회수 : 1,855 | 추천수 : 2
작성일 : 2005-02-09 06:43:20
다들 지쳐서 쓰러지셨겠지요?

저는 음식 정리를 제대로 안 해놓은게 맘에 걸려서인지
아침 5시쯤 눈이 떠지네요.

옛날 시각 계산으로는 밤 11시가 되면..
다음 날이 시작된 셈으로 치쟎아요.
그래서...저는 설 차례상을 어젯 밤 11시 반 쯤
올렸었답니다.
이 집안의 전통이라더군요.

굉장히 간소하게 차리는게 또한 전통?인데...
이번 설에는 제가 좀 욕심을 부렸어요.
좀 더 제대로 싶더군요.

남편이 의아한 눈빛으로 석연치않아하는데도
이것저것 장을 좀 다양하게 봤어요.

장볼때까지는 용기백배했는데.......
막상 장보고와서..일이 겁이 났나봐요..ㅎㅎ;;;

시험공부 앞둔 학생 마냥....
계속 졸리구 아프구...
막상 음식해야하는 시간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짜증이 나는 것이었어요.

조상께 드릴 음식...
짜증내면서 하는 것은 나쁘다.라고 평소
생각하고 있어서..... 혹시라도 실수할까봐서
조심조심 감정을 삮힌다고 애썼는데........

결국은 차례상 차리구...
자정넘어 남편과 늦은 저녁 먹으면서
한바탕 싸움이 되어버렸어요.

부엌일은 절대로 관여하지 않는 남편이
이번 차례 차리면서는 많이 서운했어요.
조금만 도와주면 좋겠는데.........
그 서운함이 아마 짜증이 됐나보지요.

남편은 남편대로 하는 말이...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음식을 준비해서
기쁜 마음으로 차리면 되는거지..
왜 힘도 없으면서...과하게 음식욕심을 부려서는
오히려 일을 망치냐.....
네가 조상이라면 후손이 짜증내면서 만든
산해진미 먹고 싶겠냐? 안먹고 말지.
힘없으면 과일에 밥한공기에 소금만 올려라..

등등......

부부싸움으로 올 한해가 시작되네요.

제가 일을 참 겁을 내고, 잘 못해요.
일을 정말 하기 싫어하지요.
어려서부터 살림살이 밑천인 장녀라서
  일을 많이 한 편인데....
그 때문인지...집안 일이 참 싫습니다.

일은 많이 했음에도
친정 엄마가 워낙 요리솜씨가 전무한 덕에
제대로 음식을 배운 것은 하나도 없구요.

올 설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산적을 해봤습니다.

엔지니어님 상세 레시피 보구 용기가 나더군요.

맛은 참 좋게 잘 되었는데....
(앞으로 평소에 자주 만들게 될 것같아요.^^)
산적꼬치에 손가락이 많이 찔려서
멍들고 아리고 엉망이네요.
아마 짜증내는 마음으로 일을 해서
벌받았나봅니다.

산적을 꼬치에 끼우는 것도 쉬운 것이 아니더군요.
요령이 늘면 쉬워지겠지요.

남편 말대로.. 담부터는
몸이 감당할 만큼만 일을 시작해야겠어요..
남편이 좀 도와주길 바라느니...
내가 일을 애초에 적게 하는게 현명할 듯합니다.

-------------------------------------------

얼마 전에 꿈을 꾸었는데........

꿈은 세가지로 나뉘는 것 같아요.
제일 흔한게 개꿈, 그 담으로 프로이드같은 학자들이
말하는 내면세계의 반영?, 그리구...예지몽.

꿈은 참 별내용 아니긴 한데
아마 두번째 부류에 속하는 꿈 같아요.

꿈에서...
제가 뭔가를 하얗게 지우고 싶은 마음에
하얀 크래용을 찾았어요.
지우개로 지우기 보다는 하얀크래용으로 덧칠해서
하얗게 만들고 싶었지요.

그래서...82 게시판에.....
"하얀 크래용이 필요한데...필요 없는거
  주실 분 있으세요?"라고 글을 올렸지요.

그랬더니..얼마 후에 집으로 소포가 두개가
날라왔어요.
크래용을 두 사람이나 보내준거지요.

하나는 곧 버려도 괜챦을 만큼 다 분질러지고
엉망인 크래용이구...
다른 하나는 깨끗하니 하나도 분질러지지않고
온전한 크래용이었어요.

이까지 꿈꾸고......기억도 안나는 전혀 다른 꿈들을
막 꾸다가.....
다시 그꿈으로 연결이 되었어요.

전해받은 크래용으로...
지울만큼 다 지우고..더 이상 크래용이 쓸 일이
없어졌어요.

온전하니 멀쩡한 크래용은
더 이상 나는 필요가 없는데..그냥 놔두기엔 아깝다...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박스를 살펴보니
보내준 분의 전화번호가 있기에
..........필요없어서 나한테 준거긴 하지만
다시 돌려줘야 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주소확인한다고 그분에게
전화를 했더니.........
그분이..'안 그래도 마농님이 그냥 모른체하실 분이
아닐텐데..왜 안 돌려주시나...하고 기다리고 있었어요.'

나는 필요가 없는걸 나한테 그냥 준 걸로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그분도 소용하게 여기는건데....
내가 필요하다니깐...쓰고 돌려달라구
믿고 빌려준 것이었어요.

나를 믿고....소중하게 여기는걸 보내준 마음이
고맙기도 하고..........
계속 돌려주지않아도 된다고 여기고..그냥 냅뒀더라면
큰일날 뻔했다구 안도하구.....

그리곤 소포로 되돌려보낼려구 크래용박스를
포장하다가 꿈에서 깨어났지요.

깨고나서...멍하니 진짜로 크래용을 어딨는지
찾았다는거 아닙니까..ㅠㅠ
꿈이 너무 생생했거든요.

남편에게 꿈이야기를 해주면서 해몽을 부탁하니..

남편 생각에는......
내가 마음에 가지고 있던 각종 어둡고 아프고
나쁜 것들이..
그동안 82에 의지해서 많이 지우지 않았냐구....
그게 하얀크래용으로 덧칠하기로 표현된 듯 하다구.

그런데 이젠 지울만큼 지우고..
더 이상 지울 것도 없어졌구...

  하얀 크래용을 보내준 그 마음이..
나는 이제까지 사람들의 가벼운 마음이라고...
생판 모르는 나에게 뭘 그리 진심을 줬겠냐고...
무의식적으로 어쩌면 조금은 가벼이 하고 있었나봐요.

그게 잘못이라고 꿈이 알려주고 있다고.
누군가의 소중한 진심들이 모여서 내게
하얀 크래용이 되어준거라구.............

대충 그리 해몽이 되네요.

하얀 크래용......

나는 그 크래용을 돌려줬으니....
그 크래용이 다른 필요한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어 찾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요.

사실은 생각나는 사람들에게 쪽지로 새해 인사보내고
싶어서 들어왔는데......

하얀크래용 꿈이 생각이 나서
쪽지로 보내지않고.... 전체가 보게 글을 쓰기로
맘을 바꿨어요.

나는 누군지 모르는 분도 아마 내게
진심으로 소중한 하얀크래용을 보내줬겠지요....

지난 1년동안,,제게 하얀 크래용을 보내준 분들...
모두에게 진심으로 새해 인사 드립니다.



  









1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헤스티아
    '05.2.9 9:37 AM

    마농님.. 설 상.. 수고하셨어요!!
    하얀 크레용.. 정말 심리적인 의미가 한참 들어있는 꿈인거 같아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2. 헬렌
    '05.2.9 9:45 AM

    하얀 크레용...그 의미를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겠네요~
    마농님 손가락 다치신 거 빨리 나으시고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3. 폴라
    '05.2.9 10:04 AM

    마농님-. 오늘도 배우고 갑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__)*(^^)*

  • 4. 퐁퐁솟는샘
    '05.2.9 10:22 AM

    좀 길게 답변을 드리고 싶은데
    아들눔들이 아까부터
    컴터순서를 기다리는지라....
    전에 친정어머니께서 그러시는데
    꿈속에서 흰색을 보면 좋은거고
    검은색은 그 반대라 하셨어요
    마농님의 보이지 않는 내면속에 쌓여있던 먼지들이
    82식구들 덕분에 많이
    털리어 나갔나봐요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 5. 헤르미온느
    '05.2.9 10:38 AM

    마농님, 마농님이 맛깔나게 만드신 음식, 조상님들 드시고 기분 좋으셨을꺼에요..^^
    새해엔 더더욱 건강해지세요.. 몸과 마음 모두...^^*

  • 6. 미스마플
    '05.2.9 3:07 PM

    마농님의 꿈... 그리고 남편분의 해몽....
    진짜 평범하신 분들이 아니신거 같애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오랜만에 마농님 이름으로 글 올라와서 참 반갑습니다.

  • 7. 안나돌리
    '05.2.9 7:25 PM

    저도일은 짜증스럽게 했는데...
    남편에게 은근한 응석이었던 것 같아요...
    속으론 조상님.. 제 마음 아시죠?
    하며 또 응석 부렸어요??
    ㅋㅋ 제 나이가 몇인데?~~

    마농님.. 반갑습니다..
    새해도 좋은 글 마니 마니 올려주시구
    건강하세요...

  • 8. 미네르바
    '05.2.9 8:34 PM

    ^0^

    즐거운 설날 웃으세요.
    저도 일이라면 하기싫어하고 일이라는 것은 다 남이 하는 줄 알았던 사람입니다.
    그래서 살면서 엄청 고생했어요.
    하기 싫은 일에 익숙해지는 과정이 힘들더군요.
    이제는 적응이 되어 반성하며 살아가고 있어요.
    그래도 일 못하는 것은 변함없지만...
    옛날 어린 내가 잘못한 소리에 상처받은 이가 없는지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이네요.

    사람은 살아가면서 깨치는 것이 끝없는 것 같아요.

    .

  • 9. 봄&들꽃
    '05.2.10 2:27 AM

    하얀 크레용...
    정말 그런 게 있어서 세상 사람들 고단함과 아픔이 다 지워질 수 있으면 좋겠네요.

  • 10. 밴댕이
    '05.2.10 4:09 AM

    마농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셔용! (- -)(_ _)

  • 11. 앨리스
    '05.2.10 1:23 PM

    마농님 저두 님 글 읽을때마다 하얀크레용 보내드렸어요.그리고 저두 그하얀크레용 조금 필요한 사람 맞구요..어쩜 꿈두 형이상학적으로 꾸시는지. 전 아직두 전쟁에 마징가에 그런꿈인데...새해는 건강하시구
    더 좋은일만 있었으면 하네요...

  • 12. 미스테리
    '05.2.10 2:39 PM

    잘해 드리고 싶어한 마농님 맘을 이미 조상님들께선 알고 계실껄요??
    찔려가며 정성껏 꽂은 산적꼬치 맛있게 드셨을겁니다...!!

    이제 마농님께서 하얀 크레파스로 다 옷을 입히셨으니...이젠 형형색색, 이쁜 색으로 그릴일만이 남았네요...그쵸??

    전 마농님께 이쁜색이 많이 들어있는 크레파스를 선물하고 싶네요...^^*
    받아주실꺼죠??...^^*

  • 13. 메밀꽃
    '05.2.10 4:05 PM

    마농님,올해 좋은일이 많이 생길거예요^^
    정말 마술같은 크레용이 있어서 지우고 싶은것은 싹 지우고
    덧칠하고 싶은덴 이쁘게 칠하면서 살 수 있음 얼마나 좋을까요....
    복 많이 받으세요^^*

  • 14. 김혜경
    '05.2.10 4:21 PM

    마농님..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 15. 강아지똥
    '05.2.10 4:40 PM

    마농님~새해복 많이 받으시어용~!!
    더욱 건강하고 행복한 올한해 되시구요~^^&

  • 16. 예은맘
    '05.2.10 6:36 PM

    쪽지로 안보내고 이렇게 글로 올려주셔서 저도 읽을수 있어서 좋네요.
    마농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17. J
    '05.2.10 8:18 PM

    오랜만의 긴 글이네요. ^^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마농님은 정말 비범하신 분인가봐요. 꿈의 내용이 무슨 드라마 같아요. 저렇게 구체적이고 앞뒤가 맞는 꿈... 신기하네요. ^^

  • 18. 빠리마치
    '05.2.11 2:38 AM

    글 반갑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19. 아임오케이
    '05.2.12 12:45 PM

    오랫만의 마농님, 정말 반갑네요
    장을 잔뜩 봐가지고는 끙끙거렸을 마농님...
    전 웬지 웃음이 나는데요.

    그 크레용 말이에요.
    이제 마농님이 다른 분의 하얀 크레용이 되어주실 차례가 아닌가 싶은데요.
    정말 좋은 꿈이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추천
35314 탄핵까지는 국힘 vovo 2024.12.11 256 0
35313 혹시 농촌에서 창업하실 분 있을까요? 해남사는 농부 2024.12.10 241 0
35312 스페인 렌페Ave 고속기차 티켓, 봐주시겠어요? 1 yangguiv 2024.11.23 548 0
35311 어느 병원인지 알 수 있을까요? 4 은행나무 2024.11.04 1,897 2
35310 이런 칫솔을 찾고 있어요 2 야옹냐옹 2024.11.04 1,601 0
35309 세탁실쪽 창문하고 실외기 문짝도 필름하시나요? 1 마리엔느 2024.10.21 759 0
35308 영어책 같이 읽어요 한강작가 책 대거 포함 3 큐라 2024.10.14 1,122 0
35307 잔디씨 언제 뿌려야 잘 자랄까요? 2 skdnjs 2024.10.14 843 0
35306 독도는 우리 땅 2 상돌맘 2024.08.24 1,335 0
35305 삶이란 무엇인가? 해남사는 농부 2024.08.19 1,917 0
35304 부분 세탁 세제 추천해주세요 5 밥못짓는남자 2024.07.31 1,653 0
35303 최태원과 성경책 4 꼼꼼이 2024.06.02 5,537 0
35302 단독주택 위치 어디가 나을까요 9 Augusta 2024.05.08 6,100 0
35301 사랑니 통증 어떻게 견디시나요 7 클래식 2024.03.25 3,141 0
35300 젊게 사는 것은 나이가 아닙니다. 1 해남사는 농부 2024.03.17 5,077 0
35299 전기주전자 이거 마셔도 될까요...? 3 야옹냐옹 2024.03.13 4,416 0
35298 올 봄 심으려고 주문한 채소 씨앗을 오늘 일부 받았습니다. 1 해남사는 농부 2024.03.12 2,205 0
35297 농촌에서 창업하기 3 해남사는 농부 2024.03.01 3,978 0
35296 남도살이 초대 3 해남사는 농부 2024.02.27 3,598 0
35295 넷플릭스 피클플러스로 쓰는 법 좀 알려주세요. 짜잉 2024.02.20 2,496 0
35294 큰 형수 2 해남사는 농부 2024.02.11 6,387 0
35293 드디어 기다리던 시집이 완성되었습니다. 3 해남사는 농부 2024.02.08 3,291 0
35292 10원 한 장 없어도 살 수 있는 곳이 농촌입니다. 5 해남사는 농부 2024.02.02 7,906 0
35291 옥돔 1 뚱뚱한 애마 2024.01.31 2,498 0
35290 식탁문의 드립니다. 버터토피 2024.01.31 2,131 0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