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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발사믹 식초로 버무린 샐러드

| 조회수 : 13,886 | 추천수 : 222
작성일 : 2010-06-23 21:55:44


오늘...온통 축구 이야기 뿐이죠?
제가 평소 축구 중계를 많이 보는  편은 아닙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월드컵 때에만 팬이 되는 엉터리 축구팬이지요.
축구 중계를 많이 보진 않았지만, 새벽에 열렸던 나이지리아전을 보니, 우리 나라가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제 눈에 우리나라 경기운이 좋아보인 건 이번이 처음인 것 같아요.

아,그렇다고 우리 선수들이 잘 못했다는 건 아닙니다.
우리 선수도 정말 잘 싸워주었지요. 특히 박주영선수의 골!! 마치 제 아들이 골을 넣은 듯 정말 기뻤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이지리아는 정말 불운했던 것 같아요.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에서, 그냥 발로 밀기만 해도 골이 들어갈 것 같던, 그런 좋은 찬스를 몇번이나 놓치는 걸 보면서,
'아, 우리가 16강에 올라가겠구나!' 했습니다.

축구 중계가 끝난 후 잠시 쉬었다가, 아침에 친정으로 간장 달이러 갔었습니다.
지난 봄에 담근 메주, 건져서 된장 만들고, 간장은 오늘 달이기로 했거든요.

장독대에서 부엌까지, 오르락내리락, 들락날락 하면서 들통으로 간장을 퍼 날라, 간장을 달여주었답니다.
간장 달이는 냄새가 맛있게 나서, 찍어먹어보니 짜긴 하지만, 깔끔한 맛!
엄마가 또 간장을 맛있게 담그신 것 같아요.
간장을 달이면서 어머니께서 "얘, 간장이 너무 많지 않니? 간장 판다고 하면 누가 산다고 할까?"
"헉, 엄마, 엄마 간장 판다고 하면 사겠다는 사람, 줄을 설 걸! 그렇지만 이렇게 정성스럽게 만든 걸 아까워서 어찌 팔아"
"많으니까...또 내년에도 담글꺼고..."
"안돼. 간장이 많으면, 푹 묵히면 되지. 다 두고두고 내가 먹을꺼야"
제가...조선간장 욕심이 좀 많습니다.
제 음식의 근간이 조선간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조선간장을 많이 쓰거든요.
친정어머니가 해마다 정성껏 담그는 조선간장, 그걸 어떻게 돈과 바꿀 수 있겠어요.
게다가, 얼마후엔 딸아이도 자기 가정을 이룰 것이고, 제 가족 먹인다고 조선간장 퍼나를텐데, 많이 비축해야죠. ^^




기분이 좋아서인지..
일을 좀 하고 왔는데도, 피곤하지 않은 거에요.

저녁에는 이탈리아풍의 샐러드를 만들었습니다.
재료는 가지, 파프리카, 아스파라거스 였는데요,
가지는 동글동글하게 썰어서, 올리브오일을 넉넉하게 두른 프라이팬에 올려, 익혔어요.
노란색과 빨간색의 파프리카도 썰어서 올리브오일 두른 프라이팬에 익힌 후 껍질을 벗겼습니다.
아스파라거스는 대의 단단한 부분은 필러로 벗긴 후, 끓는 물에 삶은 후 다시 올리브오일 두른 팬에 볶아요.
팬에서 익힌 재료들에 소금 후추로 간한 다음,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두어 식혔습니다.
재료가 식는 동안, 발사믹비니거를 작은 소스팬에 담고, 살짝 조려서 농도도 내주고, 신맛도 좀 날려줬습니다.
어지간히 식은 재료에 졸인 발사믹비니거를 뿌려 잘 섞어준 다음,
접시에 얇게 저민 토마토를 깔고, 그 위에 얹었어요.

샐러드바 같은 곳에서만 먹다가, 집에서는 처음 했는데요,
노력 대비 맛이 아주 훌륭했습니다.
특히나 소스가 발사믹 비니거는 살짝 조리기만 하면 되는 거라, 너무 편했습니다.





어제 새벽, 눈비비고 앉아서 주문했던 그릇이 도착했습니다.
오자마자 씻어서, 먼저 있던 그릇들과 한상차림을 했는데요, 역시 하얀그릇들이 어느 음식에나 잘 어울리긴 해요.  
이탈리아 그릇이지만, 갈치조림을 담아도 잘 어울렸어요.




피클 접시는 이렇게 총각김치를 담아도 괜찮죠?

하루 종일 바빴지만, 고단한 걸 몰랐는데 이제 슬슬 피곤해지는 것 같아요.
이제부터 세상에서 제일 편한 자세로, 제가 즐겨하는 취미생활에 빠져 들어봐야겠어요.

제 취미생활이 뭐냐고요? 제 침대에 누워서 미국드라마 보는 것입니다. ^^
엄밀하게 말하면, 보다 졸다가, 또 깨어나서 좀 TV를 보다가 자다가 하는 것이랍니다.
베개에 귀만 닿으면 잠이 드는 사람인지라,
어떤 수사물은 사건이 일어난 건 봤는데 범인이 누군지 모르겠고,
어떤 미드는 무슨 사건인지는 모르겠는데 눈을 떠보니 범인을 잡아놓았고...
그래도 습관적으로 리모컨을 잡으면 크리미널 마인드, CSI, NCIS, 멘탈리스트, 캐슬 등등 안가리고 봅니다.
특히 요즘은 캐슬에 빠져스리..^^;; 베켓형사가 너무 멋있어요.


아, 그러고 보니 오늘은 '신의 밥상' 하는 날이네요,
미드 대신 이걸 보긴 봐야겠는데, 안 졸고 끝까지 볼 수 있으려는지...
1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샤리뚱
    '10.6.23 9:58 PM

    으아...마지막 사진 총각김치...
    군침 돌아요...

  • 2. 봄봄
    '10.6.23 10:08 PM

    총각김치 때깔이 아주 맛나보여요......
    파프리카 불에 그을려 주면 달큰하니 넘 맛나던데 샐러드가 폼나네요....

  • 3. 은재맘
    '10.6.23 10:18 PM

    와.. 샐러드 너무 맛있겠어요.
    안그래도 발사믹소스 졸여둔게 냉장고에서 울고 있는데
    주말에 한번 해야겠네요.

    저도 취미가 미드인데 요즘 미드가 전부 끝나버려서 심심해요.
    그래서 추리소설만 들입다 읽고 있네요.
    얼른 미드의 계절이 다시 돌아왔으면 좋겠어용~~~

  • 4. loorien
    '10.6.23 10:40 PM

    캐슬은 왠지 정이 안 가서 안 보고 있었는데 함 봐야겠네요 ^^ 크리미널 마인드는 안 보시나요? 매 회 연쇄살인범이 등장해서 약간 정신이 황폐해지는 느낌은 있지만 범죄자를 분석해 가는 과정이 멋져서 넋놓고 보는 미드 중 하나입니다 ㅎㅎ

    아휴.. 할머니 돌아가시기 전에 간장 달이는 비법을 좀 전수 받아야 할텐데 차일피일 미루고만 있네요. 짜지도 않고 감칠맛나는 조선 간장 저도 참 좋아합니다

  • 5. 김혜경
    '10.6.23 11:44 PM

    크리미널 마인드...제가 제일 좋아하는 미드입니다...^^
    지난주 미방영에피소드 방영이 끝나, 또 무슨 재미로 살아야하는지..

  • 6. 놀부
    '10.6.24 12:50 AM

    넘 군침이 나올려합니다 맛잇어보입니다....언제나 따라해 보려 노력합니다

  • 7. 무럭무럭
    '10.6.24 2:23 AM

    이건 함 따라 해 볼 수 있겠다 싶은 레시피입니다.
    왕초보인 저도 쉽게 할 수 있게 느껴지네요.
    도전 해 봐야겠네요...

  • 8. 여인2
    '10.6.24 9:23 AM

    맛만 보면 바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그 절대미각의 소유자신가요~!!
    완전 먹음직~~ ㅜㅂ ㅜ 전 요즘 '프린지' 봐요- 한편한편마다 시원하게 해결되서 후련하구요~

  • 9. 짱아
    '10.6.24 10:28 AM

    발사믹소스 넘 좋아하는소스인데 군침이도네요
    총각김치 먹고 싶어요^^

  • 10. 돈데크만
    '10.6.24 11:22 AM

    미드보는 취향이 저랑 비숫..ㅋㅋㅋ 요즘은 하우스도 잼나여...

    오늘 신의밥상 하는날이군여.....ㅎㅎ

    피클접시에 총각무김치가 음청 훌륭하게 어울리네여~~~호~

  • 11. emile
    '10.6.24 3:46 PM

    저두 두차례에 걸쳐 주문한 그릇 그릇장위에 두고
    아주 흐믓하게 쳐다보고 다닙니당~~~

    장바구니에 넣고 헤매다 빼앗긴 몇가지때문인지..
    뭔가 1%부족해서
    20 평접시 두어개 또 질러봅니다. 마지막으로..ㅋ

    느므 깔끔하네요^^

  • 12. 김혜경
    '10.6.24 4:32 PM

    emile님,
    피클 접시는 하셨어요?
    이거 괜찮던데요.
    전 26㎝ 평접시했는데...괜찮은 것 같아요.

    저도 한번 더 질러볼까요? 카드로...
    카드 결제 성공하면 한번 더 지르고, 카드 안되면..은장도로 허벅지 꾸욱 찌르렵니다.

  • 13. 빨간꽃삔
    '10.6.24 6:02 PM

    혜경선생님 미드취향이 요즘 제가 보는것과 비슷하네요.
    요즘 가볍게 볼만한 걸로 로얄페인즈 와 드롭 데드 디바 재미있었어요.
    특히 드롭 데드 디바 좋아하실것 같은데..

    저도 엄마 국간장 떨어지는 날엔 식구들이 국이 이상하다고 난리라 떨어지지 않게 날라다 먹는 사람이랍니다.

    항상 추천은 꼭 날리려고 노력하는데 답글은 거의 처음이라 떨리네요 ㅎㅎ

  • 14. 김혜경
    '10.6.24 6:05 PM

    빨간꽃삔님,
    드롭 데드 디바, 모델이 죽어서 뚱뚱한 변호사 몸으로 들어온 거, 그것 말씀이시죠?
    어느 케이블티비(스토리온인가?)에서 몇번 재밌게 봤는데 요새는 안하는 것 같아요.
    로열페인즈는..그 의사 시리즈인가요? 이건 예고만 봤는데, 못봤어요.

    케이블티비에서 방영해야 볼 수 있는 사람이라..보고 싶어도 못보는 것이 많아요.


    여인2님,
    프린지, 그거 공포드라마 아니에요??
    공포드라마는 저 잘 못봐요...ㅠㅠ...무서워서..
    저는 그저 죽으나 사나 수사물...
    공포드라마가 아니라 수사물이라면, 찾아서 볼게요.
    고맙습니다.

  • 15. emile
    '10.6.24 7:27 PM

    넹넹..
    당근 26은 했구요~~

    피클은 망설이다가 지금 들어가보니
    역쉬...
    쌤의 총각김치 덕분에
    품절 됬네요 ^^

    딱 제 취향인데 구성이 좀 아쉽네요
    우묵한 16 몇장하고 사각31만 있어도
    좋을텐뎅...ㅜ

  • 16. 보라돌이맘
    '10.6.24 7:49 PM

    제가 세상에서 제일 부러워하는 풍경이,
    친정어머니와 딸이 함께 음식도 만들고 맛도 보고 하면서
    이런저런 살아가는 이야기도 하는 그런 풍경...
    함께 나이들어 가면서 예전에는 이해 못했던 어머니의 삶을
    가슴 저리게 함께 느끼기도 하고...

    귀한 시간 보내고 돌아오셔서 참 기분 좋으시겠어요.
    어머님과 같이 간장 달이시는 내내...
    많이 행복하셨지요?^^

  • 17. 예쁜솔
    '10.6.24 8:38 PM

    에구~~
    친정어머님께 간장 좀 파시라고 하시징~~~;;;
    저 같은 사람도 맛난 간장 먹어볼 기회를...ㅠㅠㅠ

  • 18. 곰돌이
    '10.6.24 8:39 PM

    얼마후엔 딸아이도 자기 가정을 이룰 것이고...???!!!

    흠... 따님이 열애중이신가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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