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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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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불어라 떡 바람!! [설기떡]

작성자 : | 조회수 : 7,938 | 추천수 : 99
작성일 : 2004-02-13 00:02:39

실은, 제가 오늘 어디서 떡을 배웠습니다.
삼색무리병과, 커피와 잣가루를 넣는 설기떡을 배웠는데...
2그룹으로 나눠서 진행된 수업에서 유독 제가 만진 떡만 두가지 다 문제가 있었습니다.
커피와 잣가루를 넣은 떡은 물을 적게 내려 잘 안쪄졌고, 삼색무리병은 치자물이랑 승검초 가루가 덜 들어가 색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돌아오면서 절대로 떡을 다시는 만들지 않으리라 굳은 다짐을 했습니다.
한번 찔 수 있을 만큼 싸준 쌀가루는 호박죽이나 쑤리라 했죠...
그랬는데, 만들어온 떡을 가족들에게 주니, "진짜 맛있다"는 거에요...나름대로는 실패작인데...

하루종일(심지어 떡 수업중에도) 아프다고 빌빌 하다가, 정말 새우탓인지, 아니면 야행성이라서 그런지 밤 11시가 넘어가니까 팔팔해지네요.
그래서 벌떡 일어나서, 가지고온 쌀가루로 유자설기를 하기로 맘 먹었습니다.

부엌에 나가 도구를 찾아보니 제대로 가지고 있는게 하나도 없더군요. 대나무찜통, 수업에 쓴 건 27㎝짜린데 제가 가지고 있는 건 20㎝짜리고, 커피필터도 동그란게 없고, 시루받침도 없고, 체도 수업시간에 쓴 것과 같은 것 없고.... 핫케이크가루로 쿠키를 굽겠다고 설치다보니 밀대도 없고, 유산지도 없던, 몇달전 황당사건과 같은 경우더라구요. 그래도 '무대뽀 정신'으로 밀어붙였습니다.

대나무찜통 작은 거 쓴다.
커피필터 잘라서 대충 깐다.
베보자기 물에 짜서 바닥에 깐다.
체는 대충 스텐체 아무거나 쓴다.

이러고는 일단 유자를 잘게 썰었어요. 그리곤 쌀가루에 물을 내리기 시작했죠. 적당히 된 것 같아서 거기다가 유자를 섞었더니, 아뿔싸...가루가 다시 응얼응얼해지는게 아니겠어요? 다시 체에 내리는데 도저히 안되겠더라구요. 그래서 '에잇 그냥 찌자' ,'누군 떡배우느라 쌀 반가마니를 썼다는 데 쌀가루 6컵 정도 망치는 것야 새발의 피지, 뭐' '쪄지기만 하면 숟가락으로 퍼먹든, 먹기만 하면 되잖아'  이런 배짱으로 떡을 안쳤어요. 마치 무지개떡이라도 하듯 고운 가루 한켜 깔고, 유자건더기 때문에 응얼응얼한 것 한켜 깔고, 다시 고운 가루 한켜 깔고...이런식으로 ...
하다보니 찜통이 작은건지, 쌀이 많은 건지, 쬐끔 남을 듯 하더라구요. 남기기도 그렇고 해서 그냥 가운데를 수북하게 쌓았죠. 선생님은 위를 평평하게 골라주라고 했는데, 전 오히려 언덕처럼 쌓았아요.
그리곤 대나무찜기랑 지름이 꼭 같은 냄비에 물을 끓여 김이 오른 다음 쪘어요. 지름은 좁은데다가 높아서 잘 쪄지지 않을까 걱정하면서 25분을 쪘는데, 잘 쪄진 것 같더라구요. 5분 뜸들여서 완성시켰는데...
정말 너무너무 잘쪄진 거 있죠?!  

고운 가루 부분과 유자건더기가 들어있는 부분의 질감이 좀 다르긴 하지만 아주 잘쪄졌어요.
한조각 잘라서 kimys랑 나눠먹었는데...유자가 들어간다고 설탕가루를 넣지 않았더니, 떡 전체에 단맛이 모라자긴 하지만 그래도 유자의 쌉싸름한 맛과 백설기가 잘 어울러져 먹을 만 하네요.

핫, 이러다가 떡에 재미붙여서, 몇 시간 전의 결심을 잊고는,
밤이면 밤마다 내일 아침 먹을 떡을 찌는 건 아닌지...
내일 당장, 도구 장만하러 방산시장으로 뛰어가는 건 아닌지...
그래서, 떡까지 찌느라 신세가 더 고달파지는 건 아닌지...

암튼, 저에게까지 떡바람이 불고있네요.
김혜경 (kimyswife)

안녕하세요?82cook의 운영자 김혜경 입니다

짧은 댓글일수록 신중하게 작성해 주시기 바랍니다.
2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백설공주
    '04.2.13 12:34 AM

    우와 일등이네요!!
    혜경샌님. 아직 안 주무시나요?
    꼭 생크림 케익 같아요

  • 2. 김혜경
    '04.2.13 12:35 AM

    이제 자야죠...하루종일 아프다고 빌빌대다가 이제서야 기운이 나서요...

  • 3. 나나
    '04.2.13 12:54 AM

    일단 순위권...^^..
    저도 요새 떡 만드는것 좀 전문적으로 배워볼까 생각중인데..
    불을 지르시네요...~~;;

  • 4. 이론의 여왕
    '04.2.13 1:30 AM

    우와, 너무 맛있겠어요!
    근데요, 떡 많이 드시면 저처럼 쫄깃한(!) 떡살이 됩니다... ㅎㅎㅎ

  • 5. 아라레
    '04.2.13 1:55 AM

    유자설기요... 맛있겠어요.
    진짜 떡만드는 도구 공구 함 해야겠어요. ㅎㅎㅎ

  • 6. 기쁨이네
    '04.2.13 3:05 AM

    제 생각엔 가루가 응얼응얼 해졌을 때 그냥 커터기에 갈아 그대로 쏟으면
    되었을 것 같아요. 전 떡찔 때 항상 이렇게 하거든요.
    그래도 맛있었다니 샌님 솜씨는 뭐든 뛰어나신거겠지요?!
    유자는 없고 레몬이 있는데 함 해볼꼬?!... ...

  • 7. 초롱이
    '04.2.13 3:18 AM

    지금 자야하는데 떡을 보니 배가 고파지네요.
    그래도 안먹고 잘겁니다.
    오늘 충격적인 말을 들었거든요. 결혼하고 아기 갖기전까지는 날씬 아니
    말랐다는 이야기 듣고 살았었는데
    지금은 아기 낳고 집에서 살림하다보니
    살이 좀 많이 쪘거든요
    예전에 무게에서 8kg정도 쪘는데
    얼굴의 살이 붙으니까
    알고 있던 언니가 전화와서는
    예전에 예뻤는데 ....그러네요.
    운동좀 하라고...
    해야지 해야지 운동 해야지 하는데
    그게 맘처럼 쉽게 되지 않아서...
    게을러서 그런거겠지만서도....

  • 8. YoungMi
    '04.2.13 3:37 AM

    우와~~ 색깔이 뽀야니~~ 넘 뽀송뽀송해보여서
    맛보고 싶어요~~...
    떡이 아니라 이쁜 케잌 같은걸요^^

  • 9. june
    '04.2.13 4:23 AM

    유자설기는 과연 어쩐 맛일지...
    한국 식품점에 백설기라도 있을련지 함 나가봐야겠네요.
    떡 먹고 싶어요~

  • 10. 깜찌기 펭
    '04.2.13 8:54 AM

    유자설기.. 이름만 들어도 고급스럽고 맛날꺼 같아요.
    무리하지 마세요..

  • 11. 푸우
    '04.2.13 9:10 AM

    안그래도 어제 뉴스에서 떡집에서 쓰는 시루에 공업용 납땜을 해서 인체에 유해하다는 거 보고 떡도 집에서 해먹어야 겠다,,, 이런 생각 했거든요,
    맛있겠어요,,,,^^

  • 12. 최은진
    '04.2.13 9:23 AM

    선생님....고정하시옵소서....^^
    떡바람불게했다가는 선생님 마니 고되실거같은데여....
    어젯밤에 저 사장님떡케잌하면서 내가 다시는 이거 하나바라 이를 갈았다는....ㅎㅎ~
    물내리고 체에 내리는 작업이 정말 만만치않아요... 이런 노가다가 있을까하는....ㅠ.ㅠ

  • 13. jasmine
    '04.2.13 10:08 AM

    사진발인지 몰라도 생크림 케익같아요.
    발렌치킨 데이가 아니라 발렌떡데이 되는거 아닌가 모르겠어요.....^^

  • 14. 냠냠주부
    '04.2.13 10:58 AM

    도전장 제출.

  • 15. 부얌~
    '04.2.13 1:21 PM

    선생님~ 구지 학원에서 배우신 체로 하실필요없으세요.. 그냥 집에있는 스텐레스 체(너무 가는것만 빼고) 거기다가 내리시면 되요~~ 담 작품도 기대할꼐요~~(참고로 체에 여러번 내리실수록 떡이 부드럽게 되구요.. 보통 한두번정도면 적당해요)

  • 16. 꽃게
    '04.2.13 2:19 PM

    저도 해보고 싶은 마음이 모락모락...
    우짤까요????

  • 17. scja
    '04.2.13 4:05 PM

    저 유자 좋아하는데~~~
    유자설기라!!!
    ^^ 밤에 떡 만드신거예요? 와~~~~~~~~
    지금이 오후 4시니까 아직 깨어나시려면 멀었네요^^

  • 18. 현승맘
    '04.2.13 4:33 PM

    전 그냥 안먹을래요..ㅋㅋㅋ

  • 19. kennedyros
    '04.2.13 5:07 PM

    선생님, 저희 엄마 떡 찔때 가루가 약간 남으면, 일단 떡을 쪄서 한김 올리면 위가 약간 가라 앉습니다. 그 때 남은 가루를 다시 넣어 평평하게 해서 찌던데요.
    다음에 혹시 남으면 한 번 해보세요.

  • 20. orange
    '04.2.13 5:18 PM

    떡 색이 뽀얀 게 정말 이쁘네요... 한 쪽 먹고 싶은 생각이 절로 납니다..... ^^
    떡 만들기 힘드실 텐데... 넘 무리하지 마셔요...

  • 21. 흥치
    '04.2.13 10:45 PM

    참 맛있어보이네요
    냠냠..

  • 22. 쭈야
    '04.2.14 12:40 AM

    제 가슴에 봄바람 말고 떡바람 일으키시면 안됩니다~ 안그래도 2시간 케잌굽고 왔는데....
    뽀얀 새색시 같습니다. 나 저렇게 생긴 떡 잘먹습니다. 아~참. 바람일고 있는중...

  • 23. 배영이
    '04.2.14 2:06 AM

    저 자야하는데, 평일엔 11시면 자는데...

    좀 전에야 살림토크 다 봤습니다. 아직도 다 못 본 메뉴가 있어서
    마냥 들떠있어요.ㅋㅋㅋ. 재밌는 만화책 보다가 아직 읽을 시리즈가
    많이 남아 있다는 것을 확인하면 왠지 뿌듯한(@#$%) 기분처럼요.

    맛있는 밥 챙겨먹겠다고82cook을 구석 구석
    봤는데 이러단 늦게 일어나서 내일 아침 건너 뛰겠어요.

    떡은 못해먹겠구.. 제사때 남은 찰떡 구워 김에 싸서
    조청찍어 먹어야 겠습니다.

    즐거운 주말 되세요

  • 24. 폴라
    '04.2.14 11:34 AM

    불었다 떡바람!

    설기떡을 좋아해도...요량없는 저로서는 가당치도 않고...눈으로만 먹는 것도 즐겁지요.

    선생님의 떡...연생이의 수줍고 수줍은 미소가 떠올라요...본 떡 중 제일 예쁜 떡이어요.

    행복한 발렌타인의 날입니다!

  • 25. ido
    '04.2.16 8:51 AM

    저는 장금이 생각났는데...ㅎㅎ. 혜경님 장금이처럼 떡 배운거 읊으시네..하면서. (제가 서울 3주 있는 동안 대장금 팬이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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