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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요리 안하고 밥상 차리기

| 조회수 : 10,817 | 추천수 : 317
작성일 : 2003-12-05 19:44:17
드디어 결전의 날이 돌아왔습니다. 결.사. 항.쟁!!
무슨 날이냐구요? 김장날이요...
오늘 아침에 갈현동 친정에 가서 친정어머니 모시고, 마포농수산물시장에 가서 김장거리 장만했습죠.

배추(어디더라 고창이던가, 암튼) 채는 짧고 속이 잘 들어찬 놈, 포기당 2천원씩.
엄만 60포기, 전 80포기 고집하다가 70포기로 절충했습죠. 솔직히 이걸 노리고 제가 80포기 주장한거죠.ㅋㅋ(울 엄마 제 잔머리 눈치 못채셨습니다), 작은 걸로 5포기 덤으로 받았으니 모두 75포기죠?

다섯개씩 묶은 다발무는 몸에 진흙이 묻은 단단한 것으로 11다발. 허걱.
전요, 한 8단 정도 사시라고 하는데 격지를 많이 넣어야 맛있다며 일단 10다발 사시더니 1다발 더 넣으시더이다. 다 어떻게 씻으라고.ㅠ.ㅠ

쪽파는 한단에 2천원씩 4단, 대파는 한단에 1300원씩 2단, 갓은 단에 2천원씩 다섯단...
거기에 생강에, 마늘에, 소금에...

그뿐입니까, 생새우랑 작은 갈치까지 사고 나니 30만원을 넣어간 김장자금봉투를 탁탁 털고 지갑을 더 여시더이다.

다행히 김장거리 일습을 장만한 상회에서 배달을 해준다고 해서 천만 다행이었죠. 만약 배달이 안된다면...
김장거리를 장만한 도화상회에 만약 배추가 별로면 소문 좌악 내주겠다고 협박(? 흐흐)까지 했는데, 어떤 아주머니 말씀이 그집 단골인데 물건이나 값, 믿을 만한 곳이라고 해서 한시름 덜었습니다.

거기서 전 유자만 1만원어치 16개 사가지고 돌아왔어요. 어머니는 배추가 실린 봉고차 타고 집으로 가시고...
유자차는 안담그려고 했는데 울 친정엄마, "너흰 올해 유자차 안담그니?"하고 물으시는데 담가와라 하고 명령하시는 것보다 더 무서워서 울며 겨자 먹기로 흑흑...


집에 돌아와서는 충무로에 볼 일이 있어서 차 두고 전철타고 충무로 행.
충무로 볼 일을 보고 났는데....천룡이 넘넘 궁금한거에요, 내가 지금 가면 30% 해당하는 만큼 깎아주실까? 살 물건이 없는 건 아닐까 하고 갔는데...

카운터에 계시는 연세드신 할아버지(이분이 사장님이세요?) 넘넘 반색을 하시며, 오늘 새로 고른 다리달린 작은 접시와 찜기는 30% 깎은 값에 주시고, 커다란 접시 두장과 사각접시 두장은 전날 깎아주지 못한 보상으로 그냥 주시네요. 첨엔 사양했는데, 손님 많이 보내주셔서 고맙다며 돈 안받겠다고 하셔서, 못이기는 척 하고 가져왔어요.

이러고 집에 돌아와보니 시간도 없고, 밥 해먹을 기운도 남아있질 않고...
걍 밥상 차렸습니다.  
어제 사온 명란젓에, 동서네서 김장하고 가져다준 김치속에 굴을 넣어둔 것, 어제 먹다남은 새우전과 굴전, 청국장, 그리고 참게장과 달걀장조림.
며칠전밤에 느닷없이 삶은 달걀이 먹고 싶어, 울 막내이모 생각하며 5개를 삶았는데 우리 가족들의 차가운 외면으로 3개가 남아 어제 저녁할 때 조려뒀었거든요.

이렇게 차리고 보니 정말 훌륭하네요. 이런걸 자화자찬이라고 하죠? ^0^
우리 시누이들이 요기 매일 들어오는 것 같던데, 이정도면 뭐라 하지 않겠죠?


게다가 한 그릇 하지 않습니까? 광주요의 참꽃마리랑 현대공예의 백자그릇이랑, 옛날 고리쩍 롯데백화점 사은선물로 받은 백자접시까지...


에구구 그릇 말 나온 김에... 천룡 할아버지 말씀이 다른 것도 이쁜 그릇이 많은데 다들 제가 사간 것만 찾는다고...

그래서 오늘 집어온 것 보여드릴게요.
발달린 작은 접시와 찜기는 어떻게 생겼는지 감이 잡히실 테니까 생략하고...


이건 촬영용, 혹은 과일이나 케이크 같은 걸 담으려고 가져온 거에요. 지름이 32㎝. 제법 크죠? 판판한 것인데 가장자리만 주름이 잡혀 있어요. 전 흰거 한장 파란색 한장 이렇게 가져왔는데. 노란색이랑 초록색도 있어요. 이탈리아 산으로 장당 2만원, 세일해서 1만4천원인데 말만 잘하면 좀더 디스카운트 해주시는 것 같더라구요.


이건 일본산 접시입니다. 가로 24㎝, 세로 14㎝로 이것도 거의 평평한 사각형입니다. 제가 이런 접시를 찾았거든요. 묵나물 여러가지 볶아서 조금씩 담아낼 때 쓰면 예쁠 것 같아요. 이건 장당 1만5천원. 그러면 디스카운트 하면 얼만가요? 1만5백원? 색감이랑 질감이랑 현대공예에서 사온 우리 그릇들과도 조화를 잘 이룰 듯...


암튼, 지하매장 안 가장 깊숙한 벽면쪽으로 이태리산 검은색 볼들도 이쁘고, 이쁜게 꽤있던데...
전철 타고 오느라 이 정도 였는데, 지금 생각하니 그 검은볼도...아니, 참아야 하느니라...은장도 찾아봐야겠어요.


자, 저 이제 유자 썰러 나갑니다. 글구 내일은 배추 절이고, 모레는 속넣어야 하고...
제가 다소 82 cook에 다소 소홀하더라도, 잘 지켜주세요.
2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jasmine
    '03.12.5 8:15 PM

    김장...팔이 아파 몬하는데....우짤꺼나 ....먹고시포.....눈물만 뚝뚝.....

  • 2. 김혜경
    '03.12.5 8:17 PM

    울어봐도 소용없슈~~
    울엄마가 왕잉께~~

  • 3. 쭈까쭈까
    '03.12.5 8:18 PM

    제가 일등인가요 ? ...
    궁금한건 못참는 성미라 빨간 열쇠가 궁금하여
    열었더니 비밀함 여는 권리가 없데네요
    이건 또 뭔일인가 하여 부랴부랴 로긴하고 다시또 하고
    생쑈하다 어찌어찌 열어보니
    저녁은 먹었는데... 또 먹고싶어지네요
    저흰 11월에 배추 80포기 김장하고
    여유있게 탱자탱자 네요
    너무 무리하지 마시고여
    회원님들이 잘 지켜주시니 염려마세요

  • 4. 김애영
    '03.12.5 8:19 PM

    항상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김장담고 아프시지 않으실런지...
    저도 태국그릇 사고 싶은데, 고놈의 직장땜시...
    구경하는 것만으로 만족해야겠죠?

  • 5. 쭈까쭈까
    '03.12.5 8:20 PM

    역시나 ...깨몽이네요
    생쇼하는동안 자스민님이 다녀 가셨네요

  • 6. 김은희
    '03.12.5 8:24 PM

    안녕하세요
    처음으로 인사드리다 선생님 글이올라 오길래 반가운 마음에 이렇게...
    저히집은 지난주에 김장을 끝내고 그저께는 아들아이와 함께 유자차를 만들었습니다
    성탄 선물용으로 좀 많이 만들었지요
    김장 하시려면 힘드시겠네요 피로 회복제라도 사서 드시면서 하세요 ^ ^

  • 7. 재영맘
    '03.12.5 8:41 PM

    저두 김장 김치 절구고 이렇게 앉아있네요.
    올해는 7포기하네요.
    정말 많이(?)하지요.

  • 8. 가을맘
    '03.12.5 8:50 PM

    선생님...
    저두 오늘 갔었는데 못뵈었네요...
    사장님께서 연신 착한사람들이라고 하시더니 선생님 빠뜨린거
    챙겨서 계산하셔서 그런가봐요...
    저두 오늘 여러가지 샀는데요... 많이 구입했다고 오리 이쑤시게 꽂이를
    슬쩍 넣어주셨어요... 그리고 저는 박카스두 한개 얻어먹었답니다...
    제가 들어가면서 큰소리로 선생님이야기 하구 들어갔거든요...
    저는 식구가 작아서 세식구꺼 거의 풀세트나 다름없이 샀어요...
    지금 식탁에 주~욱 늘어놓고 회심에 미소를 보내고 있어요...
    집에와서 계산을 해보니 마트에 싸구려 그릇보다도 더 싸게 구입한거 같아요..
    뽀다구도 나구요.....
    요즘 아이때문에 기분이 울쩍했는데 역시.... 오늘 확 풀리고 힘이나네요....
    지방에 계신분들 넘넘 안타까울꺼 같아요... 넘 이쁜데....(슬쩍 약올림..)
    한달전에 태국 다녀왔는데 그릇을 사려니 가이드가 안데려다 주더군요...
    자기한테 돈이 안되니 당연하겠죠...
    조그만 종지 두개 샀는데 달러로 오만원돈을 줬어요...
    넘아쉬워하면서 돌아왔는데 오늘 아주 소원성취했다는거 아닙니까...
    근데 지금 어깨가 내려앉았는지 찜질하고 있어요... 그걸들고 일산까지 왔거든요...
    그래도 넘넘 뿌듯하답니다....
    정말정말 정보 감사해요^^* *오렌지님... 만나서 넘넘 반가웠어요^^

  • 9. 1004
    '03.12.5 9:00 PM

    혜경님 82쿡 얼굴이 바꿨네요. 활짝 웃는 모습이 언제봐도 참 기분좋아요.
    무리 하지 마시고 김장 맛있게 담궈서 많이 퍼 오세요. ㅎㅎㅎ

  • 10. 꾸득꾸득
    '03.12.5 10:25 PM

    대구에 있는 저 침만 흘립니다.-.-
    넙적한 그릇 탐납니다.

    지후가 밥상사진보더니.
    야!맛있겠네..엄마, 이거 다 해줘어~~. 그럽니다. 그러다가 모니터에 코박고 굴전을 가리키며 이거해줘 합니다. 다행히 생굴 사논게 있으니(사실 오늘 못했습니다) 내일은 꼭 굴전!

  • 11. 석촌동새댁
    '03.12.5 10:45 PM

    하하하 다행이네요.
    저만 싸게 산거 같아서 죄송했는데...
    오늘 골라오신 그릇도 너무 예쁘구요

  • 12. 카푸치노
    '03.12.5 11:24 PM

    헉..배추 75포기..
    또 아프시면 어쩌려구요..
    그리고 요리하나도 안하고, 저런 밥상을 차리시다니..
    아무튼 전 아직도 82cook 들어오면 놀래서 가슴 벌렁벌렁합니다..

  • 13. 크리스
    '03.12.6 12:06 AM

    안녕하세요~
    오늘 샘님^^ 뵌 크리스입니다...
    우연히 뵈어서 넘넘 반갑고 기뻤습니다...
    저자와의 대면이라니^^***
    사진이나...글에서 만나는 것보다 더 매력적인 분이셨어요.^^~

  • 14. 김혜경
    '03.12.6 12:07 AM

    잘 들어가셨어요?? 무거운 거 들고 전철에서 고생이나 하지 않으셨는지...일찍 만났으면 차라도 한잔 했으면 좋으련만...너무 아쉬웠죠?? 담에 한번 만나요...

  • 15. 아임오케이
    '03.12.6 12:47 AM

    헝~ 걱정된다.
    천룡 그릇 다 팔리는거 아녜요
    전 담주나 되서야 가볼 수 있을거 같은데....
    여러~분...
    제꺼는 남겨주세요...

  • 16. 김새봄
    '03.12.6 2:27 AM

    사각 일본 접시 이쁜데요.
    나물 뿐만이 아니라 다용도로 뭘 담아도 이쁠거 같아요.
    청룡...또 한군데 알아 놨습니다.
    이번엔 못가도 언젠간 꼭 가보리..

  • 17. Funny
    '03.12.6 2:42 AM

    저위에 크림색과 하늘색 그릇 예뻐요

  • 18. 그집갈사람
    '03.12.6 10:46 AM

    혹시 소금도 거기서 사셨는지요?마포농수산장옆에 살아서요 거기서 김장할려고 맘먹고있는데
    지난주 해남배추라고 한포기 1,500원 주고 사와봤는데 엄청 큰것이 짤라보니 허옇기만 하고 맛도없어서요..현장에선 짤라봐라 말못하고..사람들은 그걸 많이 고르던데..해서
    배추고를일을 걱정하고 있다가 글을 보게되니 어찌 반가운지요..
    어머님과 같이 가셔서 고르셨다니..그집 배추로 하고픈데..중국산 소금 많다하고..
    들여다봐도모르겠어서요..소금집도 알려주세요..또 젓갈사신 집도..알려주실거죠? 헤헤

  • 19. 김혜경
    '03.12.6 7:41 PM

    그집갈 사람님...
    저 오늘 배추 절이면서 죽는 줄 알았습니다. 너무 속이 차서 칼이 안들어가...흑흑...
    도화농산이구요, 소금도 그집에서 샀어요, 자기네가 보증한다고...
    젓갈은 요, 엄마가 이미 강경에 가서 사다놓으신 게 있어서 이번에는 안샀어요.

    도화에 가서 안경쓴 젊은 남자에게 82 cook 얘기 하시구요, 배추 나쁘면 인터넷에 띄운다고 협박(?)하세요...내일 속을 넣어봐야 알겠지만 배추는 잘 산 것 같아요. 근데 그집에서 산 갓은 좀 새들거려서...

  • 20. 새싹
    '03.12.6 8:01 PM

    저희는 지난 주말에 배추700원씩 40포기 담았습니다
    역시 김장을 해놓고 나니 날씩가 추워진다고 해도 걱정이 안되네요
    몸살 나지 마시고 조심해서 김장하세요
    그러나 선생님이 안 움직이시면 안 될터이니---

  • 21. candy
    '03.12.8 6:55 PM

    저도 3주전 김장 속 아직까지 먹고있답니다.친정엄마집 김장거들고 당당히 들고온것! 시댁김장은 가져오고싶지 않던데...제 입맛에 안맞아서...
    찌개 해먹고,볶아먹고...겨울김치 맛.있.다!

  • 22. 낭만녀
    '03.12.16 9:09 AM

    어디가나 김장이야기군요 저도 일전에 50포기했는데 그냥 허여(요 그냥 먹어야 할까봐요 그나저나 유자차 맛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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