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순 무 김 치

| 조회수 : 6,112 | 추천수 : 95
작성일 : 2003-10-29 22:04:04
'순무'라고 아세요??

저희 친정아버지 경기도 김포분이세요. 친정아버지가 좋아하시는 음식이 여러가지가 있는데 그중 하나, 각별하게 좋아하시는게 순무김치에요.

순무아세요? 동글동글하고 거죽이 자주색인 문데요, 강화도에서만 나는 거에요.
얘 맛이 배추 꼬랑지 맛이라고 하는데, 전 배추꼬랑지는 먹어본 기억이 없어서 잘 모르구요...
글쎄 무보다 더 단단하고 아삭아삭하며, 특유의 향이 있다고 할까? 순무의 청은 마치 돌산갓 말고 보라빛이 나는 갓처럼 생겼구요. 순무 잎에는 무기질, 비타민류의 함량이 많으며, 뿌리에는 트립토판(tryptophane)과 리진(lysine)이 많다고 하네요.

요새 순무가 제 철이에요.
순무를 썰어서 그냥 쌈장에 찍어먹기도 하고 아니면 설렁탕집 깍두기처럼 큼직큼직하게 썰어서 청도 조금 넣고 새우젓으로 간해 깍두기처럼 김치를 담가요.
예전에는 그 특유의 향 때문에 아버지를 제외한 가족들이 잘 먹질 않았어요. 그래서 엄만 손수 순무김치를 담그지 않고 사촌언니네 집에서 가져다 먹었는데...
제 입맛이 왜 이리 변하는 거죠? 나이가 들수록 순무김치가 좋아지네요. 순무김치 먹다가는 깍두기 못먹겠구요, 저희 시어머니는 평생 순무 구경도 못해보신 분인데, 며느리가 친정에서 얻어본 순무김치에 맛들이셔서 굉장히 좋아하세요.
그덕에 작년에는 일산 대화동 하나로클럽에서 순무를 몇단 사다가 순무김치를 담가서 아주 잘 먹었죠. 아, 제가 아니구요, 저희 친정어머니가 담그셨죠, 저는 그냥 운반책만...

오늘 강화도에 출판사팀들과 '쫑'하러갔다 왔어요. 외포리에서 자연산 농어회도 먹고, 길가 감나무에서 감도 따고, 모과나무에서 모과도 따고, 그리고 전등사에도 올라갔다오고...
그렇게 다니면서 제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은 게 순무였어요.

그제께 친정엄마랑 통화하면서 강화도 간다고 하니까 순무 좀 사왔으면 하셨거든요.
서울에서 한단에 7천원이었다며, 강화에서 직접 사면 값도 싸고 질도 좋지 않을까 하시는데 오늘 제가 차없이 움직였거든요.
강화도에 가니, 다른 것보다 순무에만 관심이 가더라구요. 물어보니 어디서든 한단에 5천원이라고 하는데...값도 값이지만 단이 실해보이구요. 사올까 하고 몇번을 만지작 거리다가 그냥 돌아서왔어요. 중간에 내려서 집까지는 버스를 타고 가야하는데 너무 무거울 것 같아서요. 그리고 사가지고 와도 제가 담글게 아니라 엄마가 담궈야하는데 엄마 스케줄이 어떤 지도 모르고...(요새 할머니들 더 바쁜 거 아시죠?)
그러면서도 순무김치 생각에 입안에 자꾸 침이 고이고...

그래서 내일 강화도 다시 가려구요.친정엄마 모시구요.
울 엄마, 당신이 직접 보고 깐깐하게 골라야 직성이 풀리실테니...
사봐야 두세단, 순무값 아끼는 것보다 기름값이 훨씬 더 들거예요.
하나로클럽이나 마포농수산물시장에 가서 골라사는 것이 훨씬 더 경제적일테지만...그래도 내일 엄마 모시고, 휑 하니 다녀오려구요.

오늘 강화도의 하늘이 너무 예뻤거든요, 그 하늘을 엄마에게 보여드리고, 차타고 다니는 동안 재밌는 얘기도 해드리면서, 아버지 건강 때문에 묵직하게 내려앉은 엄마 기분 좀 풀어드려구요.
그리구 가는 길에 이젠 옛모습을 찾을 수 없는, 돌아가신 큰고모님 댁이랑 아버지 생가 가는 길이랑 여쭤보려구요.
.
.
.
이렇게 제 가을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p.s.
자스민님의 경고 잊지마세요.
내일 강화대교에 진치고 있다가 82cook식구들 나타나면 바로 돌려보낼 계획입니다.
순무김치가 아무리 몸에 좋은거라도 매실잼이나 생강차 대추꽃과는 다른 거랍니다.
아, 아까 전등사에서 대추차 시켜서 마셨는데 대추꽃이 둥둥, 저 그거 보면서 혀 낼름 하면서 '난 그거 힘들어서 절대로 안한다!!'하고 다짐 또 다짐했습니다.
1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야매여사
    '03.10.29 10:24 PM

    아~~~1등임다....가을이라서맘이싱숭생숭하네요.....

  • 2. 복사꽃
    '03.10.29 10:29 PM

    혜경샌님! 강화도에 다녀오셨군요.
    저도 강화에는 여러번 갔었어요. 친정이 김포 오리정에 있거든요.
    오리정에서 강화까지는 차로 20분정도면 갑니다. 가깝죠?
    이번주에 갈 계획이었는데, 주말에 진도에서 시엄니께서 오신다네요.
    할수없이 담주로 밀어두었답니다.
    정말 강화에서는 순무가 유명하더군요.
    혜경샌님! 혹시 강화풍물시장가보셨나요? 그곳에서는 순무김치를 만들어서
    가져가기 편리하게 통에 담아서 팔더군요.
    강화풍물시장에 가시면 순대만드는것도 직접 볼 수 있구요,
    뻥튀기하는 것도 볼 수 있고, 일반 재래시장에도 없는 것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시간되시면 그곳도 들려보세요.

  • 3. 김혜경
    '03.10.29 10:34 PM

    오리정이면 바로 우리 큰고모님 사시던 곳...
    복사꽃님 낼 풍물시장 가보려구요...순무는 오늘 봐둔..밭에서 뽑아파는 곳에서 사고...

  • 4. 러브체인
    '03.10.29 10:58 PM

    저는 지난번 가을 여행길에 걍 순무김치 담아진걸 조금 사가지고 왔어요.
    저두 첨 먹어 보는거였는데 맛이 개운하고 시원하달까요?
    익을수록 맛이 좋더라구여.. 한동안 그것만 먹었네여..^^
    아..강화도 또 가고 싶어지네여..^^

  • 5. 치즈
    '03.10.29 11:02 PM

    혜경선생님, 저 ...자꾸 구박하시면.....
    데이트 신청합니다.

  • 6. 준서
    '03.10.29 11:10 PM

    남편이 오늘 강화 다녀오면서 싱싱한 순무 세 단 사왔어요.순무김치 맛 들이면 총각김치가 싱거워서 먹기 싫어지죠.특별한 감칠맛! 순무는 수분이 적어서 담글때 국물을 자작하게 만들어 부어 주어야 맛이 좋답니다.준서 서울에 있습니다.다음주 월요일까지....

  • 7. 김혜경
    '03.10.29 11:13 PM

    준서님 월요일날 비행기 다시 타세요??
    진작 좀 말씀하시지...얼굴이나 좀 뵈었으면 좋았을 것을...

  • 8. 아짱
    '03.10.30 12:14 AM

    저는 순무김치 한번도 못 먹어봤는데..
    무슨 맛인지 궁금하네요

    낼 어머님과의 강화 데이트 잘 하시고
    즐건 시간 보내세요
    어머님이 좋아하시겠어요

  • 9. jasminmagic
    '03.10.30 12:26 AM

    전 먹어봤어요!
    종가집 김치에서 전에 팔던데...(직접 담가 파는 코너에서요)
    개인적으로 약간 배추뿌리 같은 맛도 났고 제 입엔 맛있었는데 울 신랑은 별루라네요.
    암튼 그 이후론 파는 걸 못봤어요.
    김치 담그는거 아직 한번두 안해봐서 엄두는 안나는데 순무 김치 또 먹구싶네요~

  • 10. 카모마일
    '03.10.30 8:06 AM

    샌님! 어머님이랑 강화가시면 강화대교 넘자마자 왼편에 해변끼고 장어구이촌이 있어요.
    거기 첫번째 집이 젤 유명한 집인데 장어구이 드셔보세요. 장어두 맛나고 마지막에 나오는 어죽도 맛나고.. 전 외갓집이 강화인데 갈때마다 먹어요. 어머님이 좋아하실 듯..석모도 쪽 가는 도로에 즐비한 까페촌에서 차밀릴 것만 감수하면 해지는 바다 보시면 증말증말 좋답니다. ^^
    좋은 여행되시길!!

  • 11. 1004
    '03.10.30 11:01 AM

    혜경님 정말 부러워요. 저는 언제 운전이 일취월장하야 허리 아픈 울엄마 모시고
    가고 싶은곳 휑하니 댕겨올까요?
    신랑이 차 갖고 다니고 집에 있는 아줌마가 운전연습하기가 쉽지 않네요.
    나도 울엄마 모시고 강화도에 갔다 오고 싶은데...

  • 12. 소금별
    '03.10.30 2:09 PM

    제가 김포살거든요.. 혜경샌님이 저희 동네를 지나쳐 가셨다니까
    괜히 넘 반갑네요^^복사꽃님 친정이 오리정이라굽쇼?
    저희 집하구 무지 가까워요. 저 그근처에 큰 목욕탕생긴데 (아실려나..옥천탕)
    항상 다니고요 82cook하고 좀더 가까워진 느낌입니다

  • 13. 화이트초코렛모카
    '03.10.30 2:34 PM

    저희 친정에선 사철 내내 순무를 안 떨어뜨리고 먹어요
    아빠가 간이 안좋으신데 순무가 특효래요
    드신지 몇달 됐는데 그래선지 간 수치가 많이 떨어지셨죠
    저희 친정오빠가 인터넷으로 주문해서 떨어질때마다 주문하면 강화도에서 직접 보내주더라구요
    그냥 깍아서 매일 아침 드시더라구요
    구수하고 맛나요

  • 14. khan
    '03.10.30 2:45 PM

    지난여름 휴가갔다 오면서 강화에서 순무를 사다 시키는데로 담궜는데....
    (한번도 먹어본적이 없었음)

    저는암만 먹어봐도 배추뿌리 맛이더라구요.
    여름무라 그런지 무르고 우째그래 매운지 다섯단이나 사서 담근순무김치 처치하느라
    혼났습니다.
    하나로에서 판매를 하면 다시 시도를 한번 해보려고 벼르고 있습니다.
    여름과 겨울무의 차이를 알아야 할것 같아서....

    왜? 그렇게 매운건지 아직도 의문이구요.

  • 15. peacemaker
    '03.10.30 2:55 PM

    김포..너무 반가워 몇 자 적습니다..저희 외가도 김포예요.
    친정 어머니 며칠 전에 순무김치 담갔다고 전화하시던데..
    어릴 때 먹던 입맛은 어쩔 수 없나봅니다.
    순무 얘기하시면서 목소리에 담겨있던 들뜸에서
    옛날을 그리워하시는 걸 느꼈거든요..
    어머니 모시고 직접 강화도에 가신다니 잘 하시는 거예요..
    이 담에 순무김치 볼 때마다 어머니와의 여행이란 추억거리를 또 하나 만드시는 거니까요..
    행복한 여행 되세요..

  • 16. 기네비아
    '03.10.30 5:18 PM

    안녕하세요? 가입인사를 여기서 하면 안되는데....
    알려 드릴려구요. 저의 친가,외가 다 강화 거든요.
    선생님 내일 순무 사시고 강화 물도 얻어 오세요.
    강화 순무는요 강화물을 넣어 김치를 담궈야 잘 무르지 않고 더 시원하답니다.
    몇자 적고 나니까 드디어 가족이 된거 같아 좋으네요.
    즐거운 여행 되시길...

  • 17. 준서
    '03.11.3 4:10 PM

    순무의 맛이 원래 배추 꼬랭이 맛이랍니다.그레서 시골 사시던 분들이 가을 김장 끝내고 먹던 배추 꼬랭이의 향수가 있잖아요.요즘 아이들은 무슨 맛인지 모를걸요.제가 순무 김치 담근 얘기를 했더니 저희 老선생님<?>께서도 순무 깎아 잡수시는 것을 즐긴다고 하셔서 시장에 나왔길래 한단 사다 드리고 왔습니다.좋아 하시더라구요.

  • 18. 이성수
    '03.11.5 1:22 PM

    헤헤 울 엄마가 순무 김치 담가놨다고 가지고 가라고 어제 전화 왔어요. 부럽지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날짜 조회
3347 늦었다고 생각한 때가 가장 빠른 때이다 233 2013/12/22 32,990
3346 나물밥 한그릇 19 2013/12/13 22,604
3345 급하게 차린 저녁 밥상 [홍합찜] 32 2013/12/07 24,903
3344 평범한 집밥, 그런데... 24 2013/12/06 22,280
3343 차 한잔 같이 드세요 18 2013/12/05 14,903
3342 돈까스 카레야? 카레 돈까스야? 10 2013/12/04 10,917
3341 예상하지 못했던 맛의 [콩비지찌개] 41 2013/12/03 14,989
3340 과일 샐러드 한접시 8 2013/12/02 14,101
3339 월동준비중 16 2013/11/28 17,019
3338 조금은 색다른 멸치볶음 17 2013/11/27 16,725
3337 한접시로 끝나는 카레 돈까스 18 2013/11/26 12,479
3336 특별한 양념을 넣은 돼지고추장불고기와 닭모래집 볶음 11 2013/11/24 14,811
3335 유자청과 조개젓 15 2013/11/23 11,837
3334 유자 써는 중! 19 2013/11/22 9,714
3333 그날이 그날인 우리집 밥상 4 2013/11/21 11,218
3332 속쌈 없는 김장날 저녁밥상 20 2013/11/20 13,696
3331 첫눈 온 날 저녁 반찬 11 2013/11/18 16,487
3330 TV에서 본 방법으로 끓인 뭇국 18 2013/11/17 15,744
3329 또 감자탕~ 14 2013/11/16 10,501
3328 군밤,너 때문에 내가 운다 27 2013/11/15 11,567
3327 있는 반찬으로만 차려도 훌륭한 밥상 12 2013/11/14 12,920
3326 디지털시대의 미아(迷兒) 4 2013/11/13 10,956
3325 오늘 저녁 우리집 밥상 8 2013/11/11 16,524
3324 산책 14 2013/11/10 13,362
3323 유자청 대신 모과청 넣은 연근조림 9 2013/11/09 10,823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