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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오빠 부부 벗겨먹기

| 조회수 : 8,539 | 추천수 : 95
작성일 : 2003-07-20 21:34:20
제게 오빠 하나 있는 건 아시죠?
오빤 저랑 1년6개월 차이라 초등학교 5년, 대학 3년 꼬박 같이 다녔어요. 아주 어렸을 때는 오빠한테 얻어맞기도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얻어 맞을만도 했더라구요, 동생이 그렇게 한번도 안 지고 바득바득 대드는데 손 안댈 오빠, 어디 있겠어요?
미운 정 고운 정 든다고 육탄전 벌이지 않은 남동생보다는 훨씬 정이 많이 들었죠.
우리 오빤 저보다 훨씬 맘이 비단결이거든요, 남자가 그래서 손해를 많이 보긴 하지만.
얼굴도 저보다 훨씬 나아요, 그래서 학교 다닐 때 우리 과 남학생들 저더러 "넌 어떻게 여자애가 오빠보다도 못생겼냐?"라고 구박하기도 했는데.

저 고3때 명동에 페스트리 전문점이 첨 문을 열었어요. 제 기억으로는 페스트리가 처음 상륙했던게 아닌 가싶은데. 당시는 통기타와 생맥주의 전성시대라, 오빤 명동의 로즈가든 이런데서 자주 생맥주 한잔 마시고 얼굴이 불콰해서 귀가하곤 했어요.
그때 오빠의 품속엔 늘 꽈배기처럼 생긴 긴 페스트리, 당시 '아메리칸 파이'라고 불리던 그 페스트리가 두개 품어져 있었어요. 아직 공부라는 질곡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동생을 위해 사가지고는 엄마도 아버지도 남동생도 몰래 제게만 전해줬죠. 그때 끝이 없을 것 같은 입시 스트레스 때문에 울며 먹던 그 페스튜리. 요즘은 벼라별 페스트리가 다 나오지만 그때 그 맛엔 따라올 수가 없어요.

둘 다 결혼 하기전 오빠가 저더러 "동생이자 친구이자 누나이자 애인같은 동생"이라고 했는데 서로 결혼하니까 참 많이 멀어지게 되더라구요.
전 오빠나 남동생이랑 거의 전화통화를 안해요. 모두 올케들을 통해서 얘기하죠. 올케 몰래 남자형제에게 해야할 말? 그건 남자형제들에게 절대 발설해서는 안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다 보니 올케들과는 거리감이 없는데, 남자형제들과는 자연 멀어지네요.
그랬는데 지난 겨울 아버지 어머니 편찮으시면서 우리 여섯이서 똘똘 뭉치면서, 뭐랄까 남자형제들과의 애정이 살아났다고 할까. 

그런 오빠네 가족이 지난주 일요일 인도네시아로 휴가를 간대요. 큰 조카는 계절학기 수업받으러 UCLA에 가있고 세식구가 올케의 큰언니네로 휴가를 떠난다는 거에요. 혜택이 줄어드네 어쩌네 하는 마일리지도 쓸 겸.
그래서 올케에게 새 책 사진용 소품 좀 구해다달라고 부탁했어요. 작년에 인도네시안가 태국인가 갔다올때 사다준 젓가락이 아주 예뻤거든요. 매트 같은 거 좀 사다달라고, 비용은 내가 낸다고.
그랬더니 오늘 아침 도착해서는 저녁 같이 먹자구 하더라구요.물론 저야 시어머니 때문에 갈 수 없고. 저녁 무렵 어머니 아버지 모시러 가면서 저희 아파트 현관앞에서 전화를 했더라구요. 어른 계셔서 올라오지는 않겠다며.

내려가보니 오빠부부가 쇼핑백을 내미는데 매트랑 러너랑 테이블보랑 양념통이랑 냅킨장식품이랑 진짜 한보따리 더라구요.  
"돈 줘야 되는데..."
"됐네, 이사람아"
"쩐 좀 썼을 것 같은데..."
"썼지만 됐네"
그리곤 가네요. 오빠내외랑은 아직도 이렇게 어린애들처럼 대화해요.

얘네 들이 걔네들이에요.
물론 전부는 아니구요. 일단 일부만 보여드리는 거에요.


얘는 소금 후추 통이에요. 너무 이쁘죠? 올케는 이거 여러개 사갖고 오고 싶었는데 오빠가 못사게 했다며...




지난번 사온 그릇들과 세팅을 해봤는데..., 아래 사진의 젓가락도 올케의 선물이에요.


얘네들이 모두 매트. 이번 책에 제대로 써먹어 보려구요. 다 너무너무 예쁘죠?

저 오늘 땡떴다는 거 아닙니까?? 저 지금 혼자서 히죽거리고 앉아있어요.
2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냠냠주부
    '03.7.20 10:15 PM

    매트들 넘 예쁘네요~

  • 2. moon
    '03.7.20 10:21 PM

    저도 바나나잎매트하고 바틱으로 된 매트있는데 우리나라 도자기하고도 잘 어울리네요.
    다음에 테이블 세팅할 때 한번 써 먹어봐야겠네요.

  • 3. 러브체인
    '03.7.20 10:30 PM

    헉... 넘 이쁘네요.. 아웅...저도 넘 갖고 싶은데..외국 갈일은 없고 누구 간다고 하면 저도 달라 붙어서 사다 달라고 (물론 돈은 주고) 졸라봐야 겠네여..^^
    저 위에 달팽이도 넘 이쁘구여..
    저번에 코스트코에서 구입하신 커피도 제가 사진까지 퍼다 나르면서 울 커뮤니티 회원한테 부탁 했더니 사다 놨다네여..헤헤
    이번주 수요일에 모임 있는데 가면 받아 오려구여...으앙 넘 기대 되고 있답니다..^^
    자 이제 매트 부탁할 사람 찾으러 가봐야 겠네여..^^

  • 4. espresso
    '03.7.20 10:37 PM

    우와....너무이뻐요~!
    그 예쁜 젓가락 저두 있거든요^^ 근데 전 나비가 아니고 코끼리에요, 태국서 사서...
    근데 남자들은 왜 그릇이며, 양념통이며...저런거사는거 싫어하는거죠?
    어디 갈때마다 한개씩 두개씩 들고들어오니 울신랑도 조금은 포기해가는거 같긴해도
    왠지 무대기로 살려고하면 신랑 눈치가 사알짝 보일때도 있더라구욤...
    저런 이뿐걸 쟁겨두고 비장의 무기로 촥촥 하나씩 꺼내쓰실걸 생각하니
    마냥 부러울 따름입니다요.

  • 5. 으니
    '03.7.20 10:38 PM

    달팽이모양....소금. 후추통...넘 귀여워여...
    아웅...........갖고 시퍼라..........

  • 6. 방우리
    '03.7.20 10:41 PM

    소중한 사람들에게서 받는 좋은 선물들...
    넘 행복하시겠네요...
    너무 이쁘네요...우리 그릇들과도 잘 어울리고...

  • 7. 방우리
    '03.7.20 10:48 PM

    참! 올케님 안목도 대단하신것같네요...

  • 8. 김혜경
    '03.7.20 10:56 PM

    오빠 내외가 모두 그림을 좀 그려요, 두사람 만난 곳도 학교의 그림동아리, 화우회라고...그러니까 아무래도 안목이 있죠.

  • 9. yozy
    '03.7.20 10:59 PM

    너무 앙증맞고 이쁘네요.
    달팽이 모양의 소금, 후추 통이라~~~~~
    매트도 특이하고.....

  • 10. 초록부엉이
    '03.7.20 11:08 PM

    제가 살림엔 젬병이라 그런지 받으신 선물보단
    오빠와의 우애가 더 부럽습니다.
    저도 15개월차이나는 남동생이 있습니다.
    유치원부터 초등학교까지 붙어다녔는데 엄청 싸우며 컸지요.
    "동생이자 친구이자 애인이자..." 뭐 이런 소리도 서로 해본적 없구요.
    대학생인 제가 고3인 남동생을 위해 가슴속에 먹을거리를 품고 들어가본적도 없구요.

    나이가 드니 서른 넘은 노처녀인 네살차이 여동생보다
    애 둘 낳고 사는 한살차이 남동생과 얘기가 더 잘 통합니다.
    그렇지만 저도 남동생에게 따로 전화해서 얘기하고 하는건 하지 않습니다.
    어지간히 급한일 아니면 남동생 핸드폰으로도 전화안하구요.
    꼭 해야할 얘기면 집으로 전화해 올케 통해 얘기하지요.
    각자 결혼하니 그렇게 되더라구요.

    두번째 요리책도 꼭~ 크게 성공하세요.
    그래서 세번째엔 꼭~ "노티-" 같은 책 쓰세요.
    원래 노티같은 책 쓰고 싶다고 하셨쟎아요.
    쿠킹노트도 그런내용일때가 더 반갑더라구요.
    그래요,
    전 요리도 젬병이랍니다....
    그래도 많이 좋아진건 얘기안해도 아시죠?

  • 11. 김혜경
    '03.7.20 11:09 PM

    초록부엉이님, 고맙습니다, 말씀대로 유명해져서 소원인 노티같은 책 쓸랍니다.

  • 12. 김지원
    '03.7.20 11:52 PM

    대박입니다.올케님도 안목이 대단하신듯하네요.아우...저도 여행가고싶네요.

  • 13. 아짱
    '03.7.20 11:58 PM

    안그래도 싱가폴에서 선생님 생각하며 특이한 그릇이나 소품 찾아 다녔는데
    별루 눈에 띄는게 없더라구요
    제가 열심히 안 돌아다녀서일테지만...
    빈손으로 와 죄송...

    매트가 넘 맘에 드네요

  • 14. 옥시크린
    '03.7.20 11:59 PM

    소금,후추통 진짜 이쁘네요.. 요리가 절로 맛있어지겠어요.. 매트도..

    이번에 내실 2탄은 정말 근사한 요리책이 되겠네요..

  • 15. 랑랑이
    '03.7.21 12:09 AM

    우와!! 진짜 우애 좋은 남매네요...저런 예쁜 물건도 사다 주고....
    일밥 2집 빨리 나와서 봤으면 좋겠어요...
    여러가지 그릇과 소품으로 어떻게 세팅해 놓을까 궁금하네요...
    근데 어깨 아프신거 괜찮나요?
    빨리 쾌차하시길*^^*
    저도 해인식품 동치미 육수 주문했는데...바로 입금만하면 물건 오나요?
    멜로 주문내역이 안날라와서요...

  • 16. 승맘
    '03.7.21 7:29 AM

    그 물건값도 값이지만 저렇게 골라온 성의가 너무 너무....
    보통 돌아다녀야 살수 있는거 아니것 같은데요
    물건하나 ,특이한거 사실려면 얼마나 돌아다녀야 되는데요
    아마 저 물건 사시느라고 고생좀 했지 라는 생각이 드네요
    저는 현지(미국)에 살아도 저런 예쁜 물건 구경 못 해 봤어요
    (등잔믿이 어두워선가?) 하여튼 정말 돌아다니다 보면 안 사고는 모 배기는 부엌소품이 얼마나 많은지....
    이것들 언제쯤 돈 생각 안 하고 다 사보나!?<<.....,,..,..

  • 17. 체리
    '03.7.21 9:13 AM

    저 또한 따뜻한 우애가 부럽습니다.
    서로가 조금씩 양보하고,노력해서 가능하겠지요.
    세상 일이 쉬운 게 있겠습니까마는 ,인간 관계는 참 어려운 일입니다.

  • 18. 사라
    '03.7.21 10:12 AM

    물건도 예쁘고, 우애도 예쁘시고.. ^^
    오빠 없는 저로서는 갑자기 올케 하나 있었음 좋겠다는 생각이 마구 드네요.
    남동생이 아직 결혼 전인데, 손 아래 올케 생기면 제가 많이 챙겨줘야 하겠죠??

  • 19. 딸기짱
    '03.7.21 10:13 AM

    넘 예쁘당!!!

  • 20. naamoo
    '03.7.21 11:27 AM

    남자형제와 직접 통하지 않고 안사람들끼리(?) 내통하는 시스템...

    살아보니 ( 형님. 선배님들께는 죄송합니다. 꾸벅 ~~).
    시댁이나 친정쪽에나 마찬가지로
    이런 관계야말로 형제간에 가장 우애가 돈독하고 서로 신뢰가 확보되어 있어야
    가능한 경우인 것 같습니다.

    제 경험으로 보건데
    여형제간에야 말할것도 없고, 시누,올케 사이, 고부사이에
    남자들 따돌리고 속닥속닥하는 집안이라면,
    화목한 가정이더라..는 거죠.

    저도 위로 언니 셋에 오빠가 바로 위에 있는 5형제중 막내인데
    손위 올케이지만 학교 후배이기도 한. 그런 사이입니다.
    멀리 떨어져 있고 두 사람 모두 성격이 무덤덤..그 자체인지라
    자주 연락은 안하고 지내지만, 그래도 뭔 일이 있으면 올케한테 먼저
    연락을 하게 되더군요.

    오빠한테 직접 연락하는 경우는.
    순전히 잔소리할 때 밖에 없습니다. ㅎㅎ
    혼자되신 친정어머니. 누나 셋도 모자라서 하나 있는 여동생까지
    잔소리한다고 아주 죽을라고 합니다. 흐흐.

  • 21. 땅콩
    '03.7.21 12:06 PM

    샘! 부럽네요.
    올케한테도 잘 하셔야겠네요.
    주위에 올케때문에 열받는 사람 의외로 많더라구요.

  • 22. champlain
    '03.7.21 2:26 PM

    와, 달팽이 양념통 너무 이쁘네요.
    매트랑 젖가락도 이쁘고 이런 것에 음식 세팅하면 음식맛이 배는 좋게 느껴지겠다..
    부러워요..

  • 23. 두투미맘
    '03.7.21 2:26 PM

    정말 예쁜 소금 후추통이네요
    깜찍해요. 정말세팅이란게 이렇게 다르다니///^&^
    같은 그릇을 그렇게 세팅한 그림으로 보니 분위기가 색다른데요....
    전 그날 산그릇 넘 열심히 쓰고 있어요. 분위기 맞추고 뭐고 뭐든지 다담아서 먹거든요
    이것 저것 담아보니 때때마다 다 달라보여요...
    당첨되서 너무나 기쁘구요. 선물 소스로 어떤거할까 벌써부터 고민이...^*^

  • 24. 10월예비맘
    '03.7.22 2:46 PM

    다 진짜 이쁘네요. 달팽이들도 이쁘고 매트랑 젓가락도... 전에 시어머니께서 천으로된 인도네시아산 식탁매트를 주셨는데 빨았더니 물이 쫙쫙 빠져서 버렸던 기억이 있거든요. ㅡㅡ; 지금 쓰고 있는 광주요 나무매트보다 훨 이쁘네요. 잉~ 부러워라.

  • 25. 몽마미
    '03.7.23 10:44 AM

    달팽이가 쳐다보는 눈니 더 예뻐요.보고있으니 절로 어머어머~~소리가 나네요.
    아~~난 언제 쯤 안목이 생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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