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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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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5천원으로 장보기

작성자 : | 조회수 : 8,096 | 추천수 : 177
작성일 : 2003-05-17 22:01:37
어제 오후 주머니에 달랑 5천원짜리 한장과 현관 열쇠만 들고 장보러 나섰어요.
컬럼을 쓰기에 앞서 정말 5천원으로도 장을 볼 수 있을 지 궁금해서요.
핸드백은 물론이고, 지갑도 신용카드도 자동차키도 없이.
5천원 어치 쇼핑에 자동차 역시 가당치 않아 걸어갔어요.

저희 집에서 고갯길을 넘어, 버스 정거장으로 두정거장 정도 가면 인왕시장이 나와요. 운동삼아 슬슬 걸어가는데, 아, 아카시아향기 죽음이대요!!

가면서 머릿속이 너무 복잡한 거예요. 돈을 좀더 갖고 나올껄...아니 동전이라도 좀더 가지고 올걸...
살만한 게 없으면 저녁상은 어떡하지...

가는날이 장날이라고 인왕시장에 가보니 제가 주로 장을 보던 곳은 지붕을 새로 하는 지 줄 쳐놓고 사람들어가지 못하게 하고...
그래서 이리저리 빙빙 돌다가 바지락아줌마 앞에 섰어요. 바지락 요새 맛있을 때잖아요. 바지락두부찌개를 해야겠다 싶더라구요. 바지락 가격을 물어보고 저 기절할 뻔 했잖아요. 한근에 6천원이래요, 글쎄...딱 1천원어치사야 예산이랑 맞는 건데, 1천원어치만 달라고 했다가 "멀쩡한 아줌마가 이렇게 물정을 몰라요"하고 지청구 먹을 것 같아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2천원어치는 파시나요?"하곤 사서 돌아섰어요. 그리곤 걱정이 되는 거예요. 두부 한모사고 나면 뭘 살 수 없을텐데...
마침 두부집에는 반모는 잘라 팔고 반모만 남은 게 있어 그걸 5백원주고 샀어요.
금요일은 금육일인지라 생선가게 앞에 섰는데, 진짜 돈 없으면 너무 서러울 것 같아요, 2천5백원 밖에 안남았는데 고등어도 3천원, 생태도 5천원, 갈치나 병어 같은 건 아예 값을 물어보지도 못하고. 오징어 한마리 1천3백원주고 사왔어요. 제 평생 오징어 달랑 한마리 사본게 이번이 첨인 것 같아요.
이제 남은 건 1천2백원뿐, 참외를 한알이라도 살까하다가 미나리를 한단 샀어요.

2백원 남겨가지고 두손에 검은 봉지를 덜렁덜렁 들고 다시 걸어서 돌아오는데 kimys한테서 전화가 오더라구요. 귀가하는 길이라고. 미미예식장 앞에서 만나서 둘이 걸어오는데 진짜 아카시아 향기 죽음이데요.kimys랑 함께니까 더 향긋한 것 같고...(닭살 돋으셨죠?? ^0^)


바지락살 반과 두부 반을 가지고 바지락두부찌개를 했어요. 남은 두부 반은 물에 담가 냉장고 안에 넣고, 바지락살은 김치냉장고 안에 넣고...

오징어는 적당한 크기로 잘라, 냉장고 안에 굴러다니던 양파, 파, 청양고추와 볶았어요, 칼칼하게.

미나리는 생으로 무치고요.

김치와 메추리알장조림, 오징어볶음, 바지락두부찌개, 미나리나물, 이만하면 훌륭하잖아요.

가끔씩 운동을 겸해서 5천원만 들고 인왕시장을 가야겠어요. 돈을 더 많이 가지고 가면 사고 싶은 게 많아서 이것저것 살테고, 그러면 짐 무겁다고 걸어오지 않고 차타고 올테고... 운동되고 돈 절약하고, 꿩 먹고 알 먹고 잖아요.


그런데 그 기분 아세요? 주머니에 돈이 없으니까 왜 그리 사고 싶은 게 많은지..., 마늘쫑도 사서 새우랑 볶아보고 싶고, 가지 사다가 좋은 볕에 말려보고 싶기도 하고, 두마리 5천5백원이라는 영계 사다가 우리 시어머니 닭죽도 쒀드리고 싶고...하여간 참 좋은 경험했다니까요.
김혜경 (kimyswife)

안녕하세요?82cook의 운영자 김혜경 입니다

짧은 댓글일수록 신중하게 작성해 주시기 바랍니다.
1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키티
    '03.5.17 11:29 PM

    맞아요, 돈이 없으면 정말 사고싶은게 많아지는것 같아요.
    저희동네는 아카시아나무가 없어서 피었는지도 모르다가 아까 코스트코 가는 길 대모산에
    아카시아가 하얗게 핀걸 봤네요.
    남편은 친구들 만나러 나가고 저랑 딸아이 둘이 코스트코 갔다가요, 글쎄 큰 세제통을 낑낑거리며 카트에 담다가 허리가 왕창 삐끗~
    오른쪽 팔도 늘어났는지 키보드도 흐느적 흐느적 치고..

  • 2. 김혜경
    '03.5.17 11:34 PM

    어어~~병원 가보세요, 큰일나요. 월요일날 당장 병원가보세요. 제 눈에도 연약해보이던 키티님, 몸 아끼세요.

  • 3. 냠냠주부
    '03.5.17 11:44 PM

    앗, 미미예식장.. 아직도 있단 말인가..
    정말 오랜만에 듣는 이름이군요..(주제와 관련없는 사항에 관심을 둠)
    저 서대문에 있는 ㄷ 여중을 나왔는데 버스 타고 그 앞을 늘 지나 다녔죠 ㅋㅋ

  • 4. 현현
    '03.5.18 12:38 AM

    미미예식장...저도 낯익은 이름이네요..전 녹번동 살았는데, 고등학교가
    서대문 로타리쪽에 있었거든요...매일매일 지나다녔어요...72-2타고...아 그립다..

  • 5. 김혜경
    '03.5.18 12:44 AM

    냠냠주부님은 동명여중 출신이신 것 같구, 현현님은 이화여고 출신이신가요?
    저희집 녹번동 대림아파트여요!!

  • 6. 현현
    '03.5.18 12:51 AM

    전 이화여고랑 함께 있는 이화외고 나왔답니다.
    생긴지 그리 오래되지 않아 모르시는 분들이 더 많죠. ^^
    와...서북부 사시는 분들이 많으시네요..혜경선생님도 녹번동 사신다니 반갑구요.
    전 서부병원 뒷쪽에 살았어요..

  • 7. heather
    '03.5.18 6:27 AM

    혜경님 집주변 얘기 읽을때마다 옛 생각에 코끝이 찡 합니다.
    서대문, 인왕시장,........미미예식장(아직도 있다니....)
    국민학교때는 정동에 살았고 , 결혼 전까지 세검정에서 살았어요.
    소녀시절 평창동 집 맞은편 산에서 물안개 같은 구름을 바라보며 감상에 젖던 기억이
    또렸하네요. 결혼직전에는 구기동 서울 미술관 옆에서 살았죠.
    저희동네 근처에 예쁜 찻집도 많았었는데....
    결혼전 남편이랑 우리동네에있는 심포니라는 찻집에서 자주 데이트 했던 기억도 나네요.
    직장 다닐때는 통근 버스가 녹번동에서 서기 때문에 135번버스(유성운수)타고
    구기터널지나 녹번동으로 아침마다 갔었죠.
    가끔 꾸물럭 거리다 눈앞에서 통근버스놓치곤 택시타곤 여의도로 쌩~~~~~

    인왕시장도 엄마랑 자주다녔어요.
    그곳에 유진상가에도 자주 들렀죠.
    친구네가 아기용품을 파는 가게를 했었거든요.
    정말 옛날이 그립네요. 세월이 무섭게 흘러버렸어요.
    친정도 이제 용인이라 한국에 나가면 마음먹고 꼬오옥~ 들러야 될 0순위!

    한참 '맛있게' 필름돌리고 있는데 ,
    따르릉~~~~~ 전화가 울리네요.
    꿈 깨라는듯 딸내미가 픽업 하라네요.
    에휴 , 이 운전기사노릇은 언제쯤 졸업할라는지.
    나가봐야 되겠네요.

  • 8. 캔디
    '03.5.18 6:51 AM

    아까 점심 설겆이하다 난데없이 냠냠주부님 전에 우르르 맛간장 글이 생각나 피식 웃다가 요새 글 안올리신다 하고 잠깐 생각했는데...
    들어와 보니 요기 잠깐 리플 달고 나가셨네요.
    요 짧은 글로도 전 또 웃음을 터뜨렸지요. - 주제와 관련없는 사항에 관심을 둠 - 파트에서 그만 까르르 .
    저야 말로 주제와 관련없는 사항에 관심을 두고 반가움에 몇자 적고 갑니다. 뿅 ~~

  • 9. 김혜경
    '03.5.18 9:24 AM

    어, 현현님! 울딸도 이화외고 출신인데... 제가 왜 모르겠어요. 전 그 옛날 이화여고 나왔고...
    울 딸은 대학 00학번이에용.

    미미예식장은 요, 한동안 버킹엄웨딩홀이라는 뻔한 이름으로 바뀌었더니 다시 올해 미미웨딩홀로 바뀌었답니다. 미미가 좋은데 한동안 왜 버킹엄이라 불렀는지 모르겠어요...

  • 10. 김새봄
    '03.5.18 10:56 AM

    내가 쿠킹 노트를 좋아하는 큰 이유..
    인왕시장 얘기를 들을수 있어서.
    저 국민학교 2학년때까지 세검정에 살았었어요.
    그때는 엄마 손 잡고 인왕시장이랑 유진상가 가는게
    굉장한 이외출이었거든요.
    지금 기억나는건 시장안에 있던 닭집 입니다.
    그때 닭집들은 가게안에 닭장이 있어서 살아있는 닭을
    넣어놓고 팔았잖아요.그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한 옆에 있던 커다란 (나중에 그 기게가 뭔지 알았지만)닭털 뽑는 기기게랑요.

    가끔 그런 얘기를 하면 엄마한테 지청구를 듣습니다.
    37살밖에 안된애가 옛날 얘기 좋아한다구요.
    그래도 전 어찌된게 그때 엄마 손잡고 다녔던 시장 나들이가
    자꾸만 자꾸만 생각나고 작아진 엄마 모습이 안스러우니 어쩝니까..

  • 11. 정상진
    '03.5.18 11:57 AM

    저도 어릴 적 그동네 살아 미미예식장 학교가는 길에 늘 지나쳤는데...
    서대문 동명여중이랑 세검정에 있는 상명부고 나왔거든요.
    아는 동네 나오니까 괜히 반가와서 아는 척 ^^

  • 12. 현현
    '03.5.18 2:02 PM

    우왕...혜경선생님 따님이 저의 후배시군요..
    저는 혜경 선생님의 후배구요... ^^
    전 95년 졸업, 95학번입니다..1회 졸업생이구요....
    정말 반갑습니다.....^^ 종종 찾아오겠습니다..^^

  • 13. 홍지희
    '03.6.3 4:20 PM

    혜경 선생님. 제가 존경하옵는 혜경 선생님께서 저의 이화여고 후배 같습니다.
    반갑습니다. 선생님 책은 스무번 쯤 독파하면 선생님의 방법이 머리에 들어 올 것 같아 집에서는 책을 아주 옆에 두고 있습니다

  • 14. 잠비
    '07.4.25 9:15 PM

    서대문, 인왕시장, 유진상가, 녹번동.... 그리운 지명입니다.
    결혼해서 맨 처음 살았던 곳이 문화촌 이지요.
    이화학교는 우연히 이사장님을 만나 한나절 함께 보낸 추억이 있어 각별합니다.
    성함이.....??? 이런, 이럴 수가....이렇게 까맣게 잊어버리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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