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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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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첫번째 컬럼

작성자 : | 조회수 : 5,455 | 추천수 : 205
작성일 : 2003-05-06 22:09:20
조선일보에 게재된 컬럼, 너무 많이 잘려나가서...

여기다가 원문 올릴게요, 우리 식구들만이라도 원문을 읽어주셨으면 하는 바램에서...


3, 4년 전쯤 일이다. 친정엄마의 생신날 아침,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하는 엄마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준비한 ‘쇼’를 시작했다.
“겨울에 태어난 나만의 당신, 눈보다 더 하~얀 나만의 당신,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당신의 생일을~”
전화통에다 대고 노래 부르는 일. 상상만 해도 닭살이 돋고 민망하기 짝이 없었지만 꾸욱 참고 끝까지 불렀다. 한데 전화선 저편이 조용하다. “엄마, 듣구 있수?” “그래, 듣고 있다.” 친정엄마의 목소리엔 물기가 촉촉했다. 울릴려고 한 건 아닌데. 자식들 편하자고 생신 한참 전 주말, 대충 저녁 먹고 대충 현금 드리고, 그렇게 때운 것이 마음에 걸려서 그런 건데 뜻밖의 ‘약발’이 먹힌 것이다.

이번엔 시어머니! 잡지사 다니던 시절, 거듭되는 야근 끝에 마감을 마치고 부원들이랑 술을 마셨다. 자정이 넘어 살금살금 문을 따고 들어가보니 아직 안주무시는 시어머니. 늘 쓸쓸해보여 마음에 걸렸는데, 술김에 에라 모르겠다 하고 어머니를 끌어안았다. 그리고는 볼에다 뽀뽀를 쪽~. “어머니 죄송해요.” 다음날부터 며칠동안 시어머니 얼굴은 환했다. 그랬다. 어머니는 며느리의 늦은 귀가로 외로우셨던 게다.

내일모레가 어버이날이다. 부모의 은혜란 매일매일 되새겨도 모자라지만 1년에 겨우 하루 돌아오는 날이 카네이션과 선물이라는 ‘의무감’으로 다가오는 게 아닌가 싶어 마음이 울적하다. 그래도 선물이 필수라면 가슴을 찌르륵 울리는 것들로 준비해보자.

1단계는 안부전화! 5월8일 한 통신회사에서는 부모님과 통화하라고 당일 첫 통화 5분에 한해서는 시내외를 불문하고 무료로 해준단다. 노래나 뽀뽀까지는 아니어도 정말 사랑이 철철 넘치는,애교스런 목소리로 안부를 물어보자. 오버액션이면 어떠랴 부모님만 행복하시다면.  

요즘 어르신들 사이엔 청남대 갔다오는 것도 큰 자랑이다. 인터넷과 거리가 있는 어르신들, 오로지 인터넷으로만 예약이 가능하다 하여 지레 겁들 내신다. 잠시 수고 끝에 부모님 존함과 주민번호가 박힌 청남대 관광예약증을 내밀면, 정말 가려운 곳을 제대로 긁어주는 깜짝 선물로 환영받지 않을까.

건강을 위해서라면 글루코사민이 들어있는 관절영양제도 괜찮을 듯 싶다. 공짜 관광 가셨다가 바가지 옴팡 쓰고 건강보조식품 사오셨다고 혀 찰 일이 아니라 알아서 제대로 된 건강식품들을 미리미리 챙겨 드려보자. 홍삼제품도 좋은 게 많고 매실이니 토종마늘이니 믿을 만한 제품들이 많이 나와 있다.

부모님 앞에서 색동저고리 입고 춤을 출 수는 없지만 부모님들에게 어리광을 부리고 싶다면 여학교 앞의 선물가게를 기웃거려볼 것. 녹음인형을 하나 사서 장난스런 목소리로, “엄마 아빠 사랑해”하고 어리광도 좀 떨어보자.

세월이 흘러도 여자는 여자, 여전히 아름답고 싶은 어머니들을 위해선 좀 호사스런 선물을 골라보는 건 어떨까. 꽃향기 그윽한 고급 향수도 좋고 아침 저녁 바르면 피부가 탱탱해진다고 선전이 대단한 에센스도 좋고 나이 들어 칙칙한 피부에 화사함을 더하는데는 그만이라는 구슬파우더도 좋지 않을까.

한동안 ‘간호원 신발’이라 불리던 컴포트 슈즈가 대유행했었다. 요새는 편안함에다 디자인까지 더한 컴포트 슈즈가 인기 짱! 신발은 발에 편안하게 맞아야 하니까 모시고 나가서 백화점 구경도 하고 신발도 하나 사드리고 하면 정말 보람있고 의미있는 어버이날이 되지 않을까 싶다. 모시고 나간 김에 10대 아이들이 좋아하는 패션사진 찍는 곳도 한번 들러보자. 약간의 컴퓨터 작업으로 패션모델처럼 멋지게 변한 우리 부모님의 모습, 얼마나 좋아하실지 보지 않아도 눈앞에 선하다.  

조금만 신경 쓰면 부모님들의 깊게 팬 주름이 활짝 펴질만한, 기발한 선물들은 도처에 있다.


김혜경 (kimyswife)

안녕하세요?82cook의 운영자 김혜경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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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박해정
    '03.5.6 10:31 PM

    혜경언니 글 신문에서도 읽었어요. 이렇게 원문을 읽을 기횔 주셔서 감사드려요.
    전 미리 현금으로 드렸는데... 이렇게 좋은 방법이 있는 줄 알았다면 그냥 현금으로 쑥 내밀진 않았을텐데 후회가 되네요.
    엄마가 현금을 좋아하시는 건 알지만 많은 액수도 아니고, 며칠밤 새워 고민한 선물을 드린 것도 아니어서 내내 마음이 쓰이네요.
    내일은 출근했다가 점심 때쯤 엄마네로 가서 엄마가 해주시는 맛난 점심을 맛나게 먹고 와야겠어요.
    참, 전에 혜경언니 글 읽고 엄마 생신 날 전화기를 통해 `겨울 아이`를 불러 드렸었거든요.
    엄마가 그렇게 좋아하실 줄은 미처 생각 못했는데...
    저희 엄마 전화도 당신 하실 말씀만 하시고 끊으시는 분인데, `고맙다`는 말씀과 함께 끝까지 들어주시더라고요.
    속으로 눈물이 나는 걸 참느라고 혼났어요.
    내일은 엄마 앞에서 어리광이라도 피워볼래요.
    엄마가 설마 나이든 딸이 주책부린다고 생각하진 않으시겠죠?

  • 2. 지니
    '03.5.7 9:21 AM

    글 넘넘 감동적이에요..
    증말 부모님한텐 잦은 안부전화, 자주 찾아뵙는것...요것만큼 죤게 없는거 같아용~~
    저두 얼마전에 울시엄마한테 전활했는데...첫인사루 "엄마!! 저 이쁜 지니예요"
    이러면서 아양을 떨어댔도니..넘 좋으셨었나봐용..
    울친정엄마한테 전화가 왔는데..고향동네에 울시엄마의 애교만점 며느리 소문이 쫘르르~~하다지 모예요..^^
    별것두 아닌데..글케 좋아라하실줄...그담부턴 무조건 애교작전으루 나가구 있습니당..

    참참..근데 조선일보엔 언제언제 게재가 되는거예요? 매일요? 무슨 코너에...?
    조선일보를 꼬옥꼬옥 챙겨보지 않아서..혜경이모 글 실리는 건 챙겨볼라구용..

  • 3. 사과국수
    '03.5.7 9:24 AM

    저두 조선일보로 바꿀까봐염.. 신문을 2개씩이나 읽는디 어쩜.. 조선일보만 빠졌을까여 ㅠㅠ

  • 4. 김혜경
    '03.5.7 10:10 AM

    어떻게 매일...
    매주 화요일 느낌 섹션에 나간대요, 어제 껀 첫회라 컬러면에 나갔고 담부턴 흑백면에...

  • 5. 혜준맘
    '03.5.7 11:52 AM

    전 어제 인터넷 조선일보 들어가서 봤어여..
    검색에서 "김혜경"하고 치면..쫙 나오던군여..^^

  • 6. 오로라
    '03.5.7 1:54 PM

    저두 인터넷에서 봐야겠네요. ^^*

  • 7. 잠비
    '07.3.5 7:48 AM

    정말이지 신문은 저 마음대로 자릅니다.
    편집의 기술???
    감동의 도가니로 몰아가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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