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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자다말고 일어나서...[꽃게탕]

| 조회수 : 6,684 | 추천수 : 193
작성일 : 2003-04-20 02:30:30
금요일 밤 찜질방에 가서 집에 돌아와보니 토요일 아침 6시30분...
돌아와서 시어머니 아침거리(요샌 아침에 밥안드시고 두유랑 떡 이런거 드시거든요) 챙겨놓고 잠이 들었는데 전화도 자꾸 오고 초인종 소리도 자꾸나고 해서 9시반쯤 그냥 일어나 버렸어요.
어영부영 하루가 지나고 저녁밥을 하는데 어찌나 잠이 쏟아지는 지...
그래도 꾹 참고 저녁을 했죠.
저녁 메뉴는 꽃게탕. 꽃게탕 맛내는 법에 대한 질문도 올라온데다가 꽃게철이 돌아오는데 우리집 냉동고 안에는 아직도 지난 늦가을에 넣어둔 꽃게가 있으니..., 얼른 먹어서 없애야 제철 꽃게 사다가 간장게장도 담그고 꽃게탕도 끓여 먹죠.
그래서 자연해동시켜서 꽃게탕을 끓였어요.
아무래도 맛이 생물만 못할 듯 하여 멸치국물내고, 국물 끓인 후 일단 된장 조금 풀고, 담에 고추장 풀고, 꽃게 넣고 파마늘만 넣으면 끝.

저희 친정어머니는 고추장만으로 끓이시는데 저희 친정식구, 진짜 열광적으로 꽃게탕을 좋아해요.
엄마, 저희들 키우실 때 아이들 일찍 귀가시키려면 "오늘 꽃게탕 끓이니까 빨리 들어와라"하고 유혹하셨어요. 물론 우리 삼남매, 그 유혹에 넘어가구요.
저 결혼 후에는 꽃게탕을 잔뜩 끓여서 아들네 식구들 불러 먹일 때 제가 맘에 걸려서 꼭 남겨두신대요.
그리곤 "잠깐 못들르니? 니 몫 남겨뒀는데..."이러시죠. 근데 한번도 엄마가 남겨놓은 제 몫 먹으러 못갔어요. 그때마다 꼭 무슨 바쁜일이 생겨서.
어른들이 좋아해서 그런지 아이들도 어찌나 꽃게탕을 잘 먹는지...

올해 이대부고에 진학한 우리 조카(제가 아들처럼 생각하는, 그래서 큰 올케에게 걔 나달라고 떼도 쓴), 우리 친정어머니와 제가 걔를 길렀어요. 그땐 제가 친정어머니랑 같이 살았거든요.
우리 형석이,  애기땐데 밥을 막 먹기 시작한 애가 손가락으로 꽃게매운탕만 가리켜요. 밥술위에 꽃게의 살을 발라 놓아주면 어찌 그리 잘 먹는지...
매울까봐 걱정이 된 저희 친정어머니, 꽃게탕을 끓이면서 형석이 몫으로 고추장을 풀지 않고 따로 끓여서 주니 아이가 도리질치고 매운 꽃게탕만 가리켜서 얼마나 웃었는지...
"쬐그만 게 맛있는 건 알아가지고..."
"요 쥐방울 만한 녀석까지 요렇게 꽃게를 밝히니 꽃게 값이 안올라..."
참, 그리운 시절이네요.


하여간 꽃게탕 잘 먹고 설거지 그릇 세척기에 넣고 과일까지 식구들에게 서빙하고 났는데 더이상은 참을 수 없을 만큼 잠이 쏟아져서, 8시쯤 잠이 들은 것 같아요.
한참 자고 일어나보니 12시, TV에서 007을 하네요. 007은 다 본 거면서도 할 때마다 또 보게되요, 꼭 재밌어서 보는 건 아닌데 하여간 또 보게되네요.
007까지 보고 나니 잠이 저만치 달아서...

아이구, 이거 자야되는데 잠이 점점 더 달아나네요...
잠도 안오는데 kimys 생일 메뉴나 짜야겠네요. 임혜리님이 기다릴텐데...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옥시크린
    '03.4.20 3:21 PM

    꽃게탕 맛있죠? 저도 무지무지 좋아하거든요.. 저희 친정엄마도 즐겨 끓여주셨죠
    그 야들야들하고, 탱탱한 그 맛! 음~~ 먹고싶어라

    선생님, 이건 좀 다른 얘긴데.. 007 넘넘 지겹지 않나요? 휴~저희 신랑 주말에도 회사나가는데
    이렇게 적적할 때 재미난 영화라도 볼라치면 매주 시리즈로 방영되는 그 지겨운 007!!!!
    그래도, 방송pd이하 관계자분들도 좀 쉬셔야지요.. 좋은 주말 되세요..^^

  • 2. 김영선
    '03.4.20 5:29 PM

    저도 꽃게탕 무지하게 좋아해요.. 어릴때 한번 먹고 체해서 병원까지 실려갔으면서도 꽃게탕 아직까지 좋아합니다..
    선생님이 올리신 방법보니까 무지 간단해 보이네요.. 무척 오려울거라 생각했었거든요.. 하기야 여기 올라와 있는 방법도 저한테도 그렇게 쉽지만은 않겠지만요.. 기회되면 한번 끊여봐야겠네요..

  • 3. honeymom
    '03.4.20 5:39 PM

    저희 애들도 꽃게 너무 잘 먹어요..맛나게 끓일 자신 없어서, 넉넉히 사서 시어머니께 긇여 달래죠. 발라먹이고 남은 껍질및 얇은 다리 등등이 제 몫이에요..
    근데 해물은 정말 선도가 맛의90%이상 좌우 하는 것 같아요.언젠가 큰 맘 먹고 노량진에서 비싼 생물 암 꽃게 사다가,마침 집에 야채라곤 대파랑 무우밖에 없기에 함께 넣고 된장 조금 풀고 끓였는데 너무너무 맛 잇었어요...국물도 어찌 시원하던지 한방울도 안 남기고 다 먹었어요.

  • 4. 김혜경
    '03.4.20 9:35 PM

    아마도 007이 안전빵이라서 그럴거에요, 재탕 삼탕 사탕해도 여전히 시청율 어지간히 나오고, 그러니까 광고주 붙고, 필름값은 싸고...

  • 5. 체리
    '03.4.22 9:24 AM

    꽃게탕을 그렇게 간단하게 끓여도 맛있다니 놀라워요.
    꽃게 손질은 어떻게 하시나요?
    집게발 끝을 자르고 모래 주머니를 떼라고 하는 것 같았는데,
    어떤 것이 모래 주머니인지 모르니...
    안에 회색 내장 같은 것은 떼내는 건가요?
    이 나이에 이런 것도 모르니 창피합니다...

  • 6. 김혜경
    '03.4.22 10:45 AM

    꽃게는요, 발끝 좀 자르고요, 몸통에 붙어있는 너덜너덜한 주름치마 같은거 떼어내고요. 눈인지, 하는 튀어나오는 것도 자르고요,
    딱지의 중앙에 보면 알도 아닌 것이 장도 아닌 것이 무슨 작은 주머니같은 거 있는데 그걸 떼어내는 거예요.

    창피할 거 없어요. 지금배우면 되죠. 저도 아직도 무궁무진하게 배우고 있습니다. 내가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배워나가면 그걸로 충분한 거 아닌가요??체리님 우리 같이 배워나가요!^0^

  • 7. 화이트초콜렛모카
    '06.10.31 6:54 AM

    1번부터 계속 읽었어요
    타임머신 놀이하던 분들이 뜸하시네요
    날짜 보면서 난, 그때 뭐하며 지냈나. 우리 애들은 몇살때쯤인가. 하는 것도 재밌구요
    혜경샘, 딱 한번 뵈었지만 사이트에 자주 들르다보니 잘 아는 언니같아요
    남편은 출근했고, 아이들은 아직 안 일어났고, 아침거리는 대강 준비되었고,
    2003년? 이때 빚이라도 내서 아파트나 하나 사둘걸,,,ㅋㅋ
    건강도 나빴고, 둘째도 갓난장이였고, 시어머님도 병석에 계셨고, 남편은 해외근무 중이어서
    매일매일 눈물로 지새우던 때였어요..
    그때 생각하면 지금은... 천국이죠..
    혜경샘도 쟈스민님도 경빈마마님도 모두 잘 지내시길...

  • 8. 잠비
    '06.11.18 5:09 PM

    아이고.... 최근에 다녀가신 분이 있네요.
    반갑습니다. 그동안 작은 조직을 하나 관리 하느라고 바빴습니다.???
    이제 일을 놓으려니 마음이 좀 그래서 요즘 가끔 들어옵니다.

    꽃게탕 먹으면 두드러기가 나는 식구가 있어서 한동안 끓이지 못했는데
    내년에 꽃게철이 되면..... 혼자서 라도 먹어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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