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이든, 아니면 누구의 추천이든 하여간, 어떤 새로운 식품을 만났는데 만나는 순간 필이 확 꽂히는...
이런 재료들일수록 실망을 시키는 일이 적고, 그래서 자신만의 요리수첩에 할 수 있는 요리 몇가지를 추가시켜주고...제가 오늘 그랬어요.
오늘 오후 kimys랑 같이 서초동에서 열린 친지의 결혼식에 참석했었어요.
결혼식에 가면 국수라도 같이 먹으면서 결혼을 축하해야하는데 저도 그렇고 kimys도 그렇고 피로연장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않고 발걸음을 돌리는 스타일이라. 모르는 사람들과 섞여서 큰 연회장에서 밥먹는게 왜 그리 쑥스러운지....
오늘도 결혼식에 가서 눈도장만 찍고 맘먹고 양재동 코스트코에 갔었어요.
정말 주차장, 엄청나던데요. 카트도 양평동 것과 다르고. 더 큰 것 같아요.
물건은 별 차이를 모르겠어요. 코스트코 마케팅 팀장님 말씀이 테스팅상품 10가지 정도가 양평동보다 더 있다고 하셨는데 전 잘 못 느끼겠더라구요. 명품 핸드백이 더 많았나? 핸드백은 사진 않고 늘 구경만 하고 돌아서는데 확실히 양평동보다는 좀 많은 듯 싶더라구요. 그래봐야 저 하곤 상관없는 거고...매장이 넓은 탓인지 디스플레이를 수평적으로 했다는 점이, 수직적으로 진열하는 양평동과 좀 다르고...
베이커리만큼은 정말 부러운 일이구요. 저흰 제가 너무나 좋아하는 시나몬롤과 페스튜리를 샀는데 값도 싸고 맛도 좋고...
하여간 여기 치즈코너에서 4가지 치즈, 몬트레이 잭, 체다,퀘소 퀘사딜라, 아사데로, 이렇게 4가지 내추럴치즈가 들어있다고 적힌 치즈를 만났어요.

보통 피자치즈처럼 대패로 밀어놓은 듯한 것인데 여러가지 치즈가 섞인 탓인지 치즈색이 복합색이더라구요. 양평동에서도 본 듯 싶은데, 하여간 오늘 양재점에선 얘랑 필이 통하더라구요.
그래서 냉큼 집어들었어요. 베이컨도 집구요.
뭐하려는 지 이미 짐작하셨죠? 네, 맞아요, 이성수표 감자요리요.
오늘은 그저 감자와 양파, 베이컨 치즈만으로 했어요. 양배추도 빼고, 피망도 빼고.
전엔 감자를 동글동글하게 썰었는데 오늘은 굵게 채썰었고 양파 베이컨 모두 비슷한 크기로 썰어서 만들었어요.
물론 맛은 좋았는데, 그런데 얘는 완성하면 접시에 어떻게 담아야할 지를 모르겠어요.
바닥이 타서 지들끼리 붙어있을 정도로 해야하는데 그렇지 않은 탓인지, 하여간 접시에 예쁘게 담을 묘안은 없네요. 만들기 쉽고 맛도 좋은데...
그리곤 가만히 생각해보니 7~8년전에 산 '프라이팬요리'라는 요리책에서 비슷한 요리를 보고는 예전에 한번 해봤던 것 같더라구요.찾아보니 역시나 더군요. 거긴 독일식 감자구이라고 하구요.
그런데 요리법이 약간 달라요. 감자를 삶은 후 반달모양으로 썰어서 다시 볶고, 양파와 베이컨은 같이 볶아요. 감자 양파 베이컨은 모두 섞어서 다시 프라이팬에 담고 약한 불에 지져내는 거예요. 치즈는 넣지않구요.이성수식 감자요리랑 비슷하죠? 기억을 더듬어보니 전 그때 곧이곧대로 감자를 삶아서 볶아서 해서 너무 번거롭고 시간도 많이 걸려서 맛은 훌륭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신 시도하지 않았던 생각이 나더라구요.
담엔요, 이렇게 해볼까봐요, 각각 볶는 과정은 생략하구요, 감자위에 양파, 양파위에 베이컨, 베이컨 위에 치즈, 이런식으로 올려놓지 말고, 일단 베이컨을 좀 볶은 후 감자와 양파를 섞어서 꼭꼭 눌러담아서 익히다가 치즈를 얹는..., 이런 식으로 한번 해봐야겠어요.
하여간 맛은 좋은데 예쁘게 담아낼 재간이 없어서 아직 손님상엔..., 그리구 이름도 감자치즈구이 뭐 이런식으로 붙일까봐요, 맨날 이성수 이성수 하고 이름 불러대기도 그렇고..., 그렇죠?
아참 치즈맛 얘기를 해드려야죠? 제입에는 잘 맞는 치즈였어요.
피자의 치즈는 왠지 좀 껌 같고 질긴 맛이 드는데 얘는 고소하고 입에 씹히는 질감이 부담스럽지 않고... 또르티아에 얘를 얹어서 오븐에 구워내도 맛있을 것 같고, 몸에 그렇게 좋다는 브로콜리위에 얹어서 구워내도 좋을 듯하고...
하여간 얘를 자주 먹는 방법을 연구해봐야겠어요. 한봉지가 900g이 넘어, 아주 많을 뿐 아니라 고칼슘이라니까 자주 먹어도 좋을듯 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