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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절대로 안하는 요리 몇가지

| 조회수 : 11,435 | 추천수 : 137
작성일 : 2003-01-20 22:32:09
전 집안 일 중 절대로 안하는 몇가지가 있어요. 쿠킹노트 '남편을 부엌으로'편을 읽으셨다면 다 아시겠지만 화초에 물 절대로 안줘요. 말라죽는 일이 있어도요, 화초까지 제가 관리하면 전 바빠서 어떻게 살라구요.(물론 요즘은 회사안다니니까 시간은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그 다음으로 가습기 관리 절대로 안해요. 가습기통에 물이 없으면 차라리 빨래를 널어놓고 자는 한이 있어도 가습기통에 물 안 받아요. 화장실에서 세수하고 있는데 kimys가 "물 좀 받아줄래?"하면 얼굴에 비누 묻힌채로 나와서."자 들어가서 당신이 해요, 난 물 받을 줄 몰라, 물통 여는 법도 모르는 걸!"하죠. 그럼 우리집 kimys얼굴에 '황 당' 이런 글자가 떠올라요.세상에 가습기물통 못여는 여자가 어디있겠어요. 그정도는 kimys가 해도 된다는 거죠.

또 세차는 손수 절대로 안해요.
kimys는 "이렇게 더러운 차 모는 여자는 당신밖에 없을꺼야"라며 먼지털이로 좀 털고 타니라고 해도 절대로 안해요. 속으로 '운전해주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 지, 흥'하며 들은 척도 안하죠. 그도 그럴 것이 우리집 kimys는 길(道)치에다 기계치라서 운전 못하거든요, 아예 면허가 없어요.여러모로 천연기념물 적 존재죠. 제가 운전 안해주면 꼼짝을 못해요. 기사가 문열어주는 차, 타고 다닐 때는 불편함을 몰랐겠지만 지금은 제 맘이거든요, 가고 안가고..., 제가 왜 세차를 안하냐면요, 처음에 차를 살 때 저 스스로에게 한 약속이에요.'양동이에 물 떠다 손수 세차해야한다면 차를 끌지말자'고. 그냥 이유없이 제손으로 그 덩치가 큰 차를 닦는다고 생각하니 슬퍼서요. 예전에, 차를 처음 산 80년대 후반만 해도 아이들에게 근로의 기쁨도 알려주고, 손수 돈을 벌어쓴다는 의미도 가르치기 위해 아이들과 함께 차를 닦기도 했어요. 정말  순전히 아이들에게 세차심부름값을 주려고. 그리고 그때는 1200cc 짜리 소형이었으니까  아이들이랑 닦을 만도 했지만 지금은....


음식중에도 그런게 있어요. 정말 좋아하는 음식인데 제 손으로 절대 안하는 거...
곱창전골과 쓰끼야끼, 김치만두가 걔네들이에요. 그러고보니 얘네들, 모두 친정어머니가 겨울이면 한해도 거르지않고 해주시던 음식이네요.

저희 친정어머니는 저희 삼남매 기르실 때 먹는 걸로 잘 '꼬시길' (좀 고상한 표현을 써야겠지만 요 표현이 딱 맞아서)잘 하셨어요."혜경아 오늘 저녁 곱창전골이니까 빨리와""혜경아 꽃게 지졌다" 이렇게 아이들을 유혹한다고, 제 친구는 재밌는 집이라고 하기도 했답니다.

하여간 어머니는 검은 타올같은 양이랑 곱창이랑 대창이랑 사다가 깨끗하게 씻어서 푹 삶은 다음 곱창과 양은 건져서 먹기좋은 크기로 썬 후 마늘 고추가루 후추가루 국간장으로 잔뜩 양념하시죠.옆에서 구경하면서 손가락으로 그걸 집어먹는 재미, 크아~~.
그리고 국물은 밖에 놔두세요. 그리고 잠시후에 보면 두껍게 기름이 앉아있죠. 이걸 건져내버리면 육수 준비도 끝.

큼지막한 전골 냄비 두군데에 곱창과 배추 양파 같은 채소를 담고 육수를 부어 끓이면서 양념장을 푸시죠. 어머니의 곱창전골에는 그 절반이 곱창일 정도로 아주 푸짐했어요. 곱창이랑 양이랑 실컷 건져먹고 국수를 넣어 끓이면, 정말 상감마마의 수라상이 안부러웠어요. 제 동생은 어려서부터 얼큰한 국물을 좋아해서 카아, 카악 소리를 연발하면서 국물을 떠먹지만 전 죽어라 곱창과 양만 골라 먹었어요. 야채는 원래 싫고, 국물은 먹으면 배불러서 싫고...

회사를 다닐 때는 이따금 곱창전골을 사먹기도 했는데 내로라하는 한식집 곱창전골도, 심지어 호텔식당의 곱창전골도 우리 엄마 곱창전골의 발끝에도 못 따라와요.
정말 우리 엄마의 곱창전골이 너무 맛있는 탓에 전 절대로 제손으로 이거 안 해먹어요.
제대로 맛을 낼 자신도 없고, 맛을 제대로 못내서 곱창전골의 맛난 이미지를 훼손하는 만행따위는 저지르지않고 싶은 거죠.
그래서 스스로에게 '김혜경 곱창전골만큼은 니손으로 만들지 말아라,잉'하고 주의를 줘두었죠.

그런데, 그런데, 너무너무 먹고 싶은 거 있죠!!
며칠 전 TV를 보니까 연예인 엄마 한사람과 이분의 자식이라고 주장하는 연예인 다섯명이 등장하면 패널 셋이 누구네 엄만지 맞추는 프로가 있더라구요.이날 나온 엄마는 자신이 잘 하는 음식이라며 내장탕을 들고나오셨어요. 어찌나 우리엄마표 곱창전골이 먹고 싶던지....

그런데 이제는 먹고 싶다는 말도 못하겠어요. 나이를 먹을 만큼 먹은 딸이, 스스로 음식을 해놓고 어머니를 모셔도 어디얀데, "엄마 나 뭐 먹고 싶으니까 해줘!!"할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요.
정말 먹고 싶은데....

요새 심각하게 고민중이에요, 내 스스로 만든 원칙을 깨고 곱창전골을 만들어 볼 것 인가? 아니면 손질도 안된 곱창이랑 양 사다가 엄마에게 안겨드리고 "낼 먹으러 올께"할 것 인가?그것이 문제죠.
1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원교남
    '03.1.20 11:59 PM

    글을 읽다보니 선지국이 먹고 시포요...ㅠ.ㅠ
    전엔 가아~~끔 했는데 남편이 별로 안좋아해서 저도 한 해 두 해 거르다보니 안하게됐는데..
    곱창이랑 양이랑 듬뿍 넣은 선지국이 먹고 싶네요.
    저도 동감입니다.
    엄마한테 해 달라기는 죄송하고 제가 직접하게 되지는 않구...

  • 2. 상은주
    '03.1.21 12:51 AM

    네.. 곱창 전골이라.. 혜경님 전 못먹어요.. 아에.. 순대국도 못먹는걸요.. 마법에 걸리기 전에 아님 걸렸을때 순대집 앞만 지나가도 헛구역질이 나는 정도니 저도 참 불쌍하져? 이렇게 맛있는것도 못먹는 넌 정말 촌사람이다,, 우리 실랑이 맨날 그래요.. 암튼 저두 김치만두는 만들주는 아는데 김치짜는것과 다지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 안해요.. 시댁에 있을때 김치냉장고의 김치 두통을 짜고 다지고.. 아파서 병나서 6일을 팔을 못 썼어요.. 정말 내 다시는 이런일 안하리라,, 맘 먹었는데 저의집 김치들은 다 어쩌나 몰라.. 그래서 갈등중 입니다.

  • 3. 김효정
    '03.1.21 9:23 AM

    허걱... 김치 두통을 짜고 다지셨다니 정말 힘드셨겠어요.

    저두 가습기는 남편 시켜요.
    청소랑 빨래 널고 걷어오는 것두요.
    제가 할수도 있지만 제가 하면 남편은 놀고 있는데 저 혼자 할 일이 계속 있더라구요.

    이 글을 읽으니 저두 엄마가 해준 음식들 먹고 싶네요.
    호박된장찌개, 냉이된장국, 김무침, 동치미 등등...

  • 4. 김주영
    '03.1.21 9:24 AM

    엑.. 곱창전골은 은주님처럼 저도 절대 못 먹는 메뉴에요.
    "이집은 틀려, 니가 잘 못하는 집에만 가봐서 그런거야.." 혹은 "곱창은 몰라도 양은 괜찮아" 이 말에 몇번 속았는지 모릅니다.
    혜경님이 그케 칭찬을 하시니까, 쫌 궁금하기도 하지만, 다시 함 생각하면.... 오호! 엄두가 안납니다. 제가 안먹는 건 신랑도 먹을 수가 없겠죠?? ^^

  • 5. 초록부엉이
    '03.1.21 9:26 AM

    그동안 쿠킹노트 읽을 때마다 생각하는게 있었어요.
    직접 만드신 그 음식 좀 먹어봤으면 하는것하고
    어디 가까운데 살았더라면 하는 것이거든요.
    (혹시 남은거 한 숟가락이라도 ....)

    생각이 바뀌었어요.
    어머님댁이 어딘지 그쪽으로 이사갈랍니다.
    직접 안만드신다는 그 음식들,제가 좋아하는것들이고
    또 원조가 낫지 않을까해서요.
    히히히....

    너무 먹고 싶네요.곱창전골...

  • 6. 김혜경
    '03.1.21 9:56 AM

    저희 어머니 은평구 갈현동입니다.
    그러지않아도 엄마보고 "저랑 같이 식당차릴래요?"(물론 농담이죠, 저 식당 차릴 생각 눈꼽만큼도 없답니다)하면 "싫다 다 늙어서 기운없어 못한다" 하세요. 엄마 식당차리면 손님 많을텐데...아까비...

  • 7. 김소영
    '03.1.21 10:15 AM

    저두 어렸을때 울 엄마가 해주신 곱창전골이 젤 맛있다고 생각하며 살걸랑요.. ^^
    근데 여기저기 다니면서 먹어봐도 곱창전골 맛있는 집은 정말 드문것 같아요...
    저도 맛보고 싶네요~ *^^*

  • 8. 때찌때찌
    '03.1.21 11:08 AM

    지금 저희집에 선지국 끓여서 이틀동안 상에 내놓고 있는데..^^
    전....입에도 못대고.. 그래도 예의상 콩나물이랑 씨래기,무는 건져서 먹고 있어요.
    선지국 끓이면서도 "이궁.. 뭔 일이여...내가 이런것도 하고.." 전 못먹거든요.
    못먹는 음식 간맞추는것도 힘들데요.
    신랑이랑 마트가서 양념장,육수있는것 까지 골라서 사들고 왔는데 막상 그걸 그대로 끓여주려니 선뜻 손이 안가더라구요. 시장가서 내장까지 사서 소고기국처럼 끓였는데 계속 끓일수록 맛있데요. (마지막 간은 저희 아저씨가 봤지만..)

    선생님두 하기 싫은게 있으시구나! ㅎㅎ전 화장실 청소가 젤루 싫은데 그래도 제가 하고 있어요..

  • 9. 임미영
    '03.1.21 12:26 PM

    어머나!
    이 찐한 동지의식... 흑흑..
    어쩌면.. 저도 화초에 물주기, 가습기 관리.. 참 안하거든요.
    저세상 보낸 화초도 무척 많죠.

  • 10. 봄봄
    '03.1.21 5:33 PM

    정말 푸짐한 곱창전골 생각하니 입안에 침이 가득고이네요.
    초등학교 다니는 우리 아이들도 무지 좋아해요.
    국물에 라면사리 넣어 먹는 맛도 좋구요. 그 맛난고 복잡한걸 집에서 하신다니 정말 대댠하시네요

  • 11. 이인순
    '03.1.21 7:06 PM

    형님들 말씀에 동감동감...
    결혼하면서 들고온 사청 화분을 베란다에 두고는 잊어먹어서 말라죽였죠..
    신랑한텐 원래 겨울되면 죽는다고 뻥쳤다가 들통났댔죠..머..

  • 12. 꽃게
    '03.1.21 9:14 PM

    울엄마 선지국 먹구 싶네요.
    곱창도 양도 듬뿍 넣고 끓이시는데...
    적게 하면 맛없다고 맨날 노란 들통으로 한통씩해서 우릴 질리게 만들긴 하시지만요.
    저는 지금도 먹고 싶은 것 있으면 서슴치 않고 해달라고 해요. 그걸 좋아하시거든요.
    그래도요 오늘은 엄마가 못하시는 녹두 빈대떡 해드리고 왔답니다.

  • 13. 1004
    '03.1.21 10:03 PM

    저도 곱창 못 먹어요. 아니 맛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 뭐든지 살코기 아니면 못 먹거든요.닭발이나
    닭 모래집 이런것도 한번 못 먹어 봤죠. 그래서 우리집 식구들은 그런거 못 얻어먹어요. 울 신랑은
    좋아하는데...

  • 14. 박지현
    '03.1.21 11:28 PM

    혜경님, 곱창전골 먹구싶게 해놓으시고...........
    직접 하시지는 않아도 해먹는 방법은 자세히 알려 주심은 어떠신지요
    기다려도 되겠지요^.^

  • 15. 김혜경
    '03.1.21 11:40 PM

    김원옥 여사에게 여쭤본 후 올려드릴게요.
    기다려주세요.

  • 16. 백설공주
    '03.11.27 7:32 PM

    맛있겠다

  • 17. 잠비
    '05.10.19 2:00 PM

    열심히 봉사를 했는데 요즘은 하지 않는 요리 몇 가지 있습니다.
    번거롭고 귀찮아서 만들기 싫어서요.
    추어탕 - 동구밖에서 사서 먹습니다.
    곱창 전골 - 드디어 대체 방법을 찾았습니다. 현* 백화점 식당이 먹을 만 합니다.
    선지국 - 이것도 사서 먹습니다. 잘 하는 식당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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