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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인테리어 책에 대한 불만들...

| 조회수 : 8,322 | 추천수 : 205
작성일 : 2002-12-02 14:56:07
제가 가장 아끼는 인테리어책은 17,8년전에 산 일본 무크에요. 아직도 심심할 때 들여다보면 어찌나 재미난지. '아 일본 여자들은 법랑그릇을 참 좋아하는 구나..''옛날엔 이런 타파웨어도 나왔었네''이 웨지우드 그릇 이때도 있었네' 볼 때마다 새롭고 재밌어요.
그런데 한국의 인테리어책은 산지 10년이 안 된 것도 재미가 없어서 볼 수가 없어요.인테리어 자체는 유행이 지나서 촌스럽고, 주방이나 거실은 놓여있는 소품들이 별로 없어 썰렁하고.

일본책과 우리나라 책의 차이는 뭘까요? 물론 종이의 질이나 인쇄술의 영향도 있겠죠. 그렇지만 그보다는 사진이 담고 있는 리얼리티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일본책은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고 있어요.
부엌에 기름때묻은 프라이팬이 그대로 걸려있고 욕실에는 변기닦는 솔이 그대로 자리하고 있고...
그런데 우리나라 책은 안 그렇잖아요. 방금 공사를 끝낸 듯 체리색이면 체리색, 웬지색이면 웬지색, 바닥 마루에서부터 신발장 거실장 부엌장 안방 침대 장롱까지... 그저 아이들 방 정도만 색감이 다르죠.
돈을 덕지덕지 발라놓은 공간을 보면 사람냄새 전혀 안나고 모델하우스 그 자체죠.


저희 집 부엌도 잡지사들이 취재왔을 때 그랬어요. 기자가 들어오자 마자 부엌의 밖에 나와 있는, 싱크대위며 가스렌지 위며, 하여간 모든 물건을 드러내고 말끔하게 해놓고 찍더라구요.
제가 물론 제동을 걸었죠. 리얼리티가 떨어진다... 그런데 그래야 깨끗해서 보기가 좋다나요...


여자들이라면, 아니 우리들처럼 살림에 관심이 있는 여자들이라면, 누구네집 얼마들여서 인테리어 했나 하는데 보다는 좁은 주방에 어떤 수납기구가 편리한지, 가전제품 배치는 어떻게 해야 공간활용이 잘 되는 지,어떤 그릇에 담아야 음식이 살아보이는 지 이런데 관심이 있잖아요. 그래서 남의 집 사진 나오면 꼼꼼히 뜯어보게 되고..., 이건 뭐 인간의 본성 중 하나 아닐까요. 남의 삶을 엿보고 싶은.... 그래서 영화도 드라마도 소설도 존재하는 거구요.

저 사진 찍을 때 일부러 안치우고 찍었어요. 있는 그대로 보여드리고 싶어서요.
그래서 더 실감나시죠? 다 이렇게 하고 살아요. 그러니까 더 깔끔하게 하고 살아야지 하는 강박감에서 벗어나세요. TV나 여성잡지, 인테리어 잡지에 나오는 부엌은 다 허상이에요. 그게 실상이라면 우리 주부들 너무 힘들어지죠. 정리정돈 완벽하게 하는 건 조금 포기하세요. 깨끗하기만 하면 되잖아요?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김보경
    '02.12.2 3:26 PM

    맞아요. 어느 모 탤런트의 집 고친 책을 보고 입이 벌어진적이 있어요. 그러면서 뭔가 좀 의심스러웠죠. 불가능해 보이는 너무나 깨끗하고 온천지가 하얀 패브릭으로 덥혀있을때,정말 가능할 까? 라는 질문을 혼자 해보곤 했습니다. 아니면 일 도와주시는 분이 계시겠지.라고 추측해 보았죠.
    제 생각이 맞다니 조금 위로가 되네요. 저는 두 딸아이를 둔 집안의 해입니다 . 아이들 열심히 키우고 살림 똑소리 나게 하려고 노력중이죠. 저는 먹는거 빼고는 모든지 아끼는 알뜰파인데요 여행에 쓰고픈 희망사항 때문이죠. 하루 세끼 챙겨 먹으면서 먹는것이 참으로 중요하다 싶으면서도 정말 힘이 들 때가 많죠 선생님(^^) 책이 많은 도움이 되리라 믿으면서 가르침을 받겠습니다.
    참 다른데로 빠졌군요. 저도 신혼때 많은 꿈을 않고 산 인테리어 책이 있는데요. 그렇게 도움이 되는건 아닌거 같아요. 첫째 구체적인 정보가 빠졌다는 점이죠. 어느곳에 가면 저렴하게 할 수 있다. 그리고 드는 비용이 빠져있죠. 보기만 해도 견적이 엄청나와 엄두도 못낼 때가 많죠.
    요리책도 황당할 때가 많아요. 오타도 많고 요리순서나 양념을 엉터리로 기재할 때도 많죠.
    그래서 선생님이 지적했듯이 사실감이 떨어지고 어느책에서 베꼈거나 요리한 사람이 알려준 것을 성의없게 옮겨 놨을 거랑 추측을 하게 되는거 같아요. 그래서 선생님 같은 분이 많이 나오셔서 정말 사실성 있는 인테리어 책이나 요리책들이 많이 나왔으면 해요. 한번은 정말 비싸게 주고 산 요리책이 있었는데 나의 기대와는 달리 정말 실망인 책도 있었어요. 그 때 느낀건 책값과 내용이 일치하는건 아니구나 였어요. 이 세상이 진실로 가득한 세상이면 얼마나 아름다울까요?

  • 2. 김혜경
    '02.12.2 3:34 PM

    '일.. 밥..'을 내게 된 동기도 그랬어요, 아무 국 아무 찌개나 쇠고기 넣고, 도저히 하루에 해먹을 수 없을 만큼 복잡한 요리법..., 그래서 책을 내게 된 건데...
    제가 만약 다음 책을 내게 된다면 집꾸미기 같은 건데, 그거 얘기해보니까 출판사에서는 사업성이 없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 3. 미기
    '02.12.4 4:38 PM

    혜경님은 일본잡지도 많이 보시고.. '일..밥'처럼 쉽게 알수 없는 상식들을 많이 아실것 같아요..
    정말이지 전 결혼전부터 요리,주방,조리도구,그릇.. 그런것들이 너무 좋았어요.
    생각과 현실한곤 좀 다른구석이 있긴하지만 여전히 저만의 공간이고..보물들이죠.
    좋아서 많이 보고 많이 배우고 했었는데.. 실전에선 그것도 한계가 있더라구요.
    혜경님 말씀처럼 어디가 어떤제품이 정말 싸고 좋더라.. 어떤제품이 맛있더라.. 이런것 제 스스로가 시행착오 겪으면서 터득하기에는 너무 버거운게 사실였거든요.
    인테리어도 그래요.. 혜경님 말씀대로 리얼리티가 떨어져요..
    사람들은 그저 잡지책에 나온대로 흉내를 내려고만하고 대부분의 집들이 자신도 모르게 다들 비슷하게 꾸며놓는 것들도 그렇고.. 홈 인테리어인지 제품선전인지 의도를모를 정도이고..
    또 간만에 쓸모있는 정보다 싶은 DIY컬럼은 솔직히 너무 허접한게 다반사고.. 재료 구하는게 더 힘이 드는것도 많고..
    저희집 작은방이 삼각형 모양으로 창이 있는데,, 햇볕이 잘 들질않아서 예쁜 화단을 만들고픈 제 꿈은 산산조각이 났죠.. 대부분이 베란다에 화단을 만들수있는 여건들이 되는것 같기도 하구요..
    그래서 햇볕에 민감하지않고 추위에 강한 작은 화분들을 하나하나 모아서 그 공간에 놓았어요.
    근데 이리저리 위치를 달리해봐도 멋스럽지가 않더라구요.. 그래서 당장 인사동으로 달려가서 미니 장독대를 종류별로 몇개사고 추워보일지 모르는 아주촘촘한 녹색빛 대나무로 엮은 테이블매트를 사왔어요.. 화분밑에 내츄럴한 테이블매트를 깔고 화분 사이사이 자연스러운듯 계산된 위치에장독대를 놓았죠.. 결과는 정말 멋지다는것예요. 돈도 얼마 안들었구요..
    너무 한정적이고 유행에 따르는 우리나라식 인테리어 잡지가 저는 이래저래 불만이 많은데요,,
    그런의미에서 저는 혜경님의 두번째책이 벌써부터 너무 기다려 지는데요~!!
    윽.. 차리리 이런 글을 안봤음 모를까..
    전 지금 아직 탄생할지 않을지도 모르는 그책이 너무 보고프네요..ㅠ.ㅠ

  • 4. 박하맘
    '04.11.13 12:56 AM

    그리하여....
    따라하기쉽고 한눈에 쏘옥 들어오는 요리책이 두권이나 탄생되었다는 말씀....ㅋㅋ

  • 5. 잠비
    '05.4.1 8:23 PM

    결혼해서 십년 쯤은 집안의 작은 가구의 위치를 바꾸는 일이 취미였습니다.
    열심히 커튼을 만들어 달고, 화분을 사 모우고, 새로운 그림을 걸고....
    인테리어 책을 열심히 보며 수납 공간에 대해서 연구도 하고, 아무튼 살림살이가 무척 재미났었지요.
    이제는 공기 정화를 위해서 화분을 모우는 것 외에 아무것에도 흥미가 없습니다.
    서서히 정리하고 간단하게 살고 싶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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