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시장(부평시장)에 가면 꼭 먹고 싶었던게 있었습니다.
완당
유부오뎅
비빔당면
팥빙수
단팥죽
일명 깡통시장이라 불리우는 부평시장에서(요즘엔 국제시장이라고 통하는 것 같은데
부평시장과 국제시장이 마주보고 있어 그런 듯 합니다)
오래되고 굉장히 유명한 음식들이예요.
근사한 식당이 아닌 불편하고 지저분해보이는 길거리 음식들이지만
그래도 한번씩은 이런 것도 먹어줘야 제 맛.
타지에서 오느라 항상 메모하고 검색해서 오지만 깡통시장의 규모와 촘촘함에 길을 잃어버리기 십상이라
아까 왔던 길도 어디로 가는 줄 모르는 판에 어딜 찾는 다는 건 정말 랜덤입니다.쿠하하
게다 제 남편은 심하게 길치라서 제가 다 기억하고 질질 끌고 댕겨야 한답니다.
메모한 거 10번 읽고 외워서 드디어 유부오뎅집을 찾았습니다.
엥~~뭐여,
우리가 이제껏 지나다니던 그 골목이쟎여.ㅠㅠ
그랬습니다.
모든 맛집이 우리가 신경쓰지 않고 지나갔던 그 골목들이였습니다.

짜잔~미나리에 곱게 메여 단장을 한 유부 주머니랍니다.

매운 거랑 보통 맛 핫바도 직접 튀겨 팔아요.뭐라 설명할 수 없는 핸드메이드의 맛.(?)


한그릇에 일인분 2500원.일식 밥그릇 정도 되는 크기인데 은근히 배부르답니다.
유부 두개랑 모듬 오뎅을 넣어주는데 그 유명한 부산오뎅입니다.
사실 오뎅의 본토인 부산보다 대구의 양념오뎅에서 '부산오뎅'이 빛을 발하는 것 같아요.
(임신했을 적에 이거 진짜 억시 먹고 싶었는데 안타까웠어요.
제가 사는 곳에 짝퉁 양념 오뎅을 팔지만 대백 북문의 양념오뎅 맛이 아니여~)
으..먹고 싶다.
어쨌든 부산 오뎅은 잡내도 안 나고 깔끔한 맛이 으뜸입니다.

먹기 좋으라고 유부를 살짝 잘라 기절시킨 후 주기에
먹기에는 편하나 배가 다 터져서(?) 보기에는 어수선합니다.
그래도 맛있습니다.
허나, 제 입에는 참 짭니다.
같이 있는 간장이 별 필요가 없습니다.
후추도 다라이로 들이부은 것 같습니다.

유부오뎅집에서 같이 파는 팥빙수인데 구름같은 얼음에 팥만 싹 올려진 빙수는 첨 봤어요.
커피숍의 팥빙수에 익숙해진 탓일테죠.

그게 아니고 얼음깔고, 팥, 얼음 ,팥 순서대로 깔아주신 팥빙수 되겠습니다.
이 많은 걸 어찌 먹지라고 살짝 걱정했는데 섞으니깐 양이 쑥 줄어드네요.
이게 오리지널 빙수라고 남편이 그럽디다.
우쨌든 전 이런거 첨 먹어봤어요.
살짝 살짝 후르츠 칵테일도 살짝 끼워주신 센스!
허나 팥빙수의 꽃이라 할수있는 찹쌀떡이 없어서 아쉬웠어요.
가을같지 않은 더운 가을에 먹는 빙수라 시원하고 맛있었는데 너무 달아서 입맛이 뚝 떨어져 버린게 단점.
그래도 가격은 2천원.

당면을 어찌 비벼먹지? 라고 생각했는데 이거 생각보다 물건입니다.
배만 덜 고팠으면 진짜 싹싹 남기고 다 먹었을텐데 아까 유부 오뎅이랑 빙수 덕에
부른 배를 소화시키며 억지로 먹었답니다.
탱탱하고 부드럽게 잘 익은 당면에 데친부추, 오뎅, 단무지 그리고 숙성시킨 양념간장에 슥슥 비벼먹습니다.
약간 매콤한 편이예요.

감점이라면 역시나 제 입에는 짠 편이였습니다.
경상도 대부분이 그러하듯 부산 사람들이 짜게 먹는 걸 선호하는 것 같아요.
저도 경상도에서 나고 자랐지만 아직까지 적응이 안 됩니다.
유부오뎅을 먹어서인지 배가 그리 고프지 않아 썩 달갑게 먹진 않았지만 지금 자꾸 생각이 나네요.
또 먹고 싶당.가격 3천원.
집에서 한번 시도해봐야겠어요.
우리 시어머니께서 여고시절 단골이셨다는 완당집에 지난번에 기대를 하고 갔었는데
너무 기대를 한 탓인지 살짝 실망했답니다.
완당집은 찾기도 쉬웠지만 위에 언급된 곳은 미로 찾기 하는 기분으로 매번 실패를 하고
근처 남포동에서 오징어무침,순대,떡볶이를 먹고 집으로 돌아온 지라 아쉬움이 많이 남았답니다.
그래도 이번 부산길에서는 이것들을 먹어봐서 기분이 좋네요.
배가 불러 단팥죽이랑 식혜는 못 사먹고 왔지만,
담번을 기약하면서 다음에는 더 일찍 가보자고 남편과 얘기했답니다.
길거리 음식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이렇게 타지에서 맛보는 길거리 음식은 대환영입니다.
집에 돌아온 저녁부터 유부오뎅이랑 비빔당면이 자꾸 생각나는게
은근히 중독성이 있는 것 같아요.
쓰읍..침 떨어지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