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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만두가게

| 조회수 : 8,111 | 추천수 : 126
작성일 : 2007-05-12 10:34:41
‘수상한’ 만두가게가 서울 정독도서관 앞 골목에 생겼다는 소문이 돌았다. 오래된 책·걸상을 놓고 수묵화와 붓글씨를 건 내부는 골동품점 같은데, 주인은 없고 중국인 아주머니 두 명이 구석에 앉아서 만두를 빚는다.



만두를 빚기는 하는데 팔고 싶진 않은지, 손님이 들어가면 인사는 커녕 반갑지도 않은 듯 뚱한 표정이다. 게다가 한국어는 한 마디도 못한다. 만두를 얻어먹으려면 벽에 써 붙인 종이에서 원하는 만두를 손가락으로 가리켜야 한다. 그런데 이 만두 맛이 보통이 아니란 거다.



소문의 만두가게를 찾아갔다. ‘천진포자(天津包子)’ 주인 정진호씨를 어렵게 만났다.



정씨는 한국과 중국 고미술품 전문 화랑 ‘유심재(游心齋)’ 사장이다. “반닫이를 많이 다룬다 하여 인사동 일대에서 ‘반닫이 정’으로 통한다”고 그의 지인(知人)이 귀띔했다.



중국 톈진(天津)과 베이징(北京)에서 8년여 동안 당(唐)·송(宋) 문학과 미술사를 공부했다. 10여년 전 돌아와 서울 소격동에 화랑을 냈다.



미술만큼이나 음식을 사랑하는 ‘반닫이 정’, 제대로 된 중국음식이 아쉬웠다. 특히 포자 만두가 사무치게 그리웠다. “골동품을 구매한다는 둥, 포자가 먹고싶을 때마다 갖은 핑계를 대며 중국에 갔죠.”



톈진에서 공부하던 당시 사귄 ‘따거(大兄)’가 “서울에 만두가게를 직접 차려보지 그러냐”고 제안했다. 톈진에서 큰 식당을 운영하는 따거는 포자 전문가 두 명을 소개했다. 가게 구석에서 뚱한 표정으로 만두를 빚고 있는 왕환윈(王環雲·56·위 사진)씨와 그의 제자 싱후이친(邢惠琴·49)가 바로 그들이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식당 경험이 전혀 없는 정씨가 작년 9월 덜컥 가게를 얻었다. 상호는 평소 친분이 있던 서예계의 거목 권창윤가 써줬고, 벽에 걸린 ‘만두를 든 동자’ 그림(오른쪽 사진)은 수묵화 대가 송영방이 그려줬다.



문제는 왕씨와 형씨였다. 한국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요구하는 서류를 제출하고 보완하느라 3개월이 걸렸다. 월세를 꼬박꼬박 내가며 가게를 3개월이나 놀렸다. 주변에서는 “라면이라도 끓여 팔면 몇십 만원은 번다”고 충고했다.



만두가게를 열기로 했는데 무슨 소리? 화랑에서 중국 청나라 때 만든 책상과 명나라 의자, 한국 동자상을 가져다 두고 가게를 그대로 비워뒀다.



작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 날 마침내 가게 문을 열었다. 어떻게 알았는지 손님이 몰렸다.



빈 가게가 정독도서관과 선재미술관, 삼청동을 오가던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벽에는 만두를 판다고 쓰여진 종이가 붙어있기는 한데 사람은 없고 골돌품만 가득한, 특이한 가게가 생겼다’는 소문이 입에서 입으로, 개인 홈페이지에서 개인 홈페이지로 퍼졌다. 화(禍)가 복(福)이 된 것이다.


‘주인이 없다’는 소문은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물었다. 정씨는 “화랑도 운영해야 하기에 만두가게에 항상 붙어있기 어렵고, 그래서 그런 소문이 난 게 아닐까 싶다”고 추측했다. 그보단 정씨가 풍류(음주가무)를 심하게 즐기다보니, 가게를 살뜰하게 돌보지 못한 게 아닐까 싶다.

어쨌건 만두는 맛있다. 포자란 효모나 누룩 등으로 발효시킨 밀반죽으로 빚는 만두를 말한다. 한국의 찐빵 비슷하다. 중국 전역에서 맛볼 수 있지만, 톈진이 원류로 꼽힌다. 천진포자에서는 돼지고기를 넣는 ‘고기만두(6개 3000원)’, 부추·달걀·당면이 들어간 ‘부추야채만두(6개 3000원)’, 새우·해삼·목이버섯·돼지고기를 채운 ‘삼선해물만두(6개 4000원)’를 빚는다. 간장과 식초를 섞은 소스에 찍어먹는다. 고추기름에 볶은 마른고추를 소스에 섞어도 좋다.



‘야채지짐만두(8개 4000원)’도 금새 동이 난다. 부추, 돼지고기, 생강 등을 발효시키지 않은 만두피에 얹고 반달모양으로 접되 완전히 밀봉하지 않는다. 한국의 수수부꾸미와 비슷한 모양이다. 이렇게 빚은 만두 8개를 뜨겁게 달군 번철에 나란히 놓고 주변에 물을 부운 뒤 뚜껑을 덮어둔다. 잠시 뒤 뚜껑을 열고 기름을 두른다. 위는 쪄져서 부드럽고, 아래는 튀겨져 바삭하다.


식탁에 보면 껍질도 벗기지 않은 마늘이 쇠통에 수북하게 담겨있다. 군만두를 생마늘과 즐겨 먹는 중국사람들의 풍습을 그대로 옮겨다놨다. 기름기로 느끼하던 입이 마늘 한 입이면 개운하다. 단 먹고나서 중요한 손님과 대화 나누기는 민망하다.

서울 소격동에 있습니다. 정독도서관 건너편 골목 어귀에 있지요. 바로 옆에 선재아트센터가 있습니다. 안국역에서 내려서 1번 출구를 나와 여자고등학교가 있는 골목을 쭉 따라올라가면 나옵니다. 택시를 타시면 십자각에서 삼청동 방향으로 올라가다가 국군병원(기무사) 끼고 우회전해서 선재아트센터 앞에서 내리시면 됩니다


**chosun.com에서 가져온 기사와 사진입니다**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하루
    '07.5.12 5:20 PM

    꼭 가보고야 말겠습니다.

  • 2. 아름다리
    '07.5.12 6:11 PM

    저도요...^^

  • 3. july
    '07.5.12 10:26 PM

    오홋~ 저도 꼭 가볼래요~~~

  • 4. liz
    '07.5.13 1:27 AM

    점심때 얼른 갔다 와야지...

  • 5. 둥이둥이
    '07.5.14 11:01 AM

    이 집 맛있나요..
    저두 워낙 호기심이 많아서..두 번 가봤는데..그저 그랬는데..
    아마 기름기가 싫은가봅니당...

  • 6. 돼지용
    '07.5.14 6:23 PM

    전혀 반대의 의견을 가진 분도 많은 식당이더군요.
    건다운님 블로그에서 본 것입니다만...

  • 7. Terry
    '07.5.14 11:35 PM

    저도 건다운님 블로그에서 이집 봤었습니다.. -.-;;;
    사실 gun 님이 워낙 입맛에 있어 까칠하긴 하시죠. ^^ 일단 길거리 음식은 전혀 드시지 않는다는 점에서.... (저는 길거리 음식 매니아거든요. 애들은 안 먹이고 저만 몰래 먹어요. ^^)

  • 8. 아름이
    '07.5.16 5:25 PM

    저도 건다운님 블로그보고 많이 찾아가는편인데 좀 객관적이다 싶어 종종이용하지만 그래도 실망한적도
    많아요. 어차피 개인 블로그니까요. 근데 이집은 개인적으로 맛은있어요. 근데 주인이 까칠?한거 같기도
    유난히 개인 블로그에서 좀 민다고나할까 그런대 가면 완전실망... 맛보다도 단골과 비단골?차이인거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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