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중 하나가 서울 롯데백화점 대각선 건너편에 있는 하동관이라는 곰탕집입니다.
회사 퇴직후, 다른 식당에는 가보고 싶단 얘기를 하지 않는데, 유독 이 하동관 생각은 많이 난대요.
"언제 한번 점심때 갑시다" 이렇게 공수표를 남발한 끝에..드디어 오늘에서야 가게 됐습니다.
사무실 컴퓨터가 왕창 나가버리는 통에 일을 할 수 없었거든요.
하동관은 점심시간에 맞춰서가면 한참을 기다려야하기 때문에 서둘러 간다고 갔는데도 불구하고, 거의 12시.
벌써 꽉 차서 자리가 없어요.
조금 기다리니까 자리가 나와서 앉았는데, 먹다보니까 기다리는 사람이 우리 들어올 때의 몇배는 되는 것 같아요.
잠깐동안 손님이 엄청 밀려든거죠.
그래서 이 집에서는 국에 만 밥을 후다닥 입에 퍼넣고 일어서줘야 한다는..저희도 오늘 10분도 안걸린 것 같아요, 밥먹는데...
이렇게 사람이 많은 식당에 가면..습관처럼...
'이 집 하루에 손님은 몇명이나 들까?' '그럼 매출은?' '그럼 순이익은??'
제 멋대로 계산하곤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곤 하죠.
![](http://www.82cook.com/2005/1116-1.jpg)
오늘 하동관에서도 그랬습니다.
곰탕 보통이 7천원, 특이 8천원...결코 싸지 않은 음식인데...
손님 한사람이 밥 먹는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10분, 11시30분부터 1시30분까지는 이런식으로 테이블이 도니...
게다가 식당의 재료값이 ⅓을 넘는 법이 없다고 하던데...
혼자 계산해보고, '와 엄청나네!!'하며 혼자 감탄해보고...
한 40년전에..저희 친정어머니가 밑도끝도 없이 설렁탕집 해보고 싶다고 하신 적 있어요.
김치랑 깍두기 맛있게 담그고 좋은 고기로 국 끓여 팔고싶다고..
당연히 성사가 안됐죠...아버지가 승락하지 않으셨거든요.
저희 친정어머니랑 저랑 가끔 그 얘기해요. 그때..40년전에 설렁탕집 차렸으면 지금쯤 준재벌이 되어있을거라고...
뭐...원래 놓친 고기가 더 큰 법이니까...못해본 일이니까 그렇게 생각되는 거죠...
암튼 오늘 하동관에 손님이 바글바글하는 걸 보니까...그 생각이 또 나더라구요...
사실 제 입에는 저 곰탕 특 8천원이나 주고 차타고 와서 얼른 한그릇 먹고 일어설만큼 맛있는 것 같지는 않아요.
그냥 국물은 담백하고, 고기랑 양이 적당히 들어있는 그저 그런 곰탕이거든요.
그런데 신기한 건...모두 그렇게 돗대기 시장에서 밥먹는 것 당연하게 생각하고, 또 맛있다고 하고...
참 알 수 없는 일이에요.
재벌 총수들은 비서를 보내서 사다가 먹는다는데...글쎄요... 잘 모르겠어요, 그 정도인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