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평원 허허 벌판의 이름모를 Rest Area 를 떠나 다시 달립니다 .
아이들이 지루해하면 가끔 이렇게 내려서 놀이를 시켜줍니다 . 공이 자동으로 발사되는 야구공치기하는곳인데 경쟁심많은 딸아이가 오빠보다 잘해보겠다고 이길때까지 하자는 바람에 여기서 시간이 한참 지체됐습니다 .
야구장을 떠나 다시 달립니다 .
안개비가 내리는듯하더니 이렇게 무지개가 뜨네요 .
리자이나의 어느 호숫가에 도착했습니다 . 여기서 호수를 따라 산책을 하고 저녁을 해먹고 분독킹을 합니다 .
아이들이 지쳤는지 잠들기전 토론토 도착 날짜를 꼽아보네요 . 특히 딸아이는 자기 생일인 8 월 15 일까지는 반드시 도착해야 한다며 아빠에게 재차 다짐을 받습니다 . 생일은 꼭 집에서 보내고 싶다고 합니다 .
다음날 대평원이라 별로 볼게 없어 논스탑으로 마구 달려줍니다 .
한 대여섯 시간 달렸나봅니다 . 남편이 GPS 의 지도를 들여다보다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갓길에 급 주차를 합니다 .
Manitoba 의 Burtle 이라는곳을 두시간전에 지나쳤답니다 . Manitoba 의 Burtle 은 돌아가신 시아버님이 어릴때 자란곳입니다 . 가는길에 거기를 꼭 들른다고 했었는데 까맣게 잊고 그냥 지나쳤나봅니다 . 다시 두시간을 되돌아가서 그곳에 들리겠다네요 . 지금부터 부지런히 달려도 딸아이 생일 전날에 도착하는것이 간당간당한데 두시간을 되돌린다니 딸아이의 반발이 아주 거쎕니다 . 남편이 아이들 말이라면 다 들어주는 사람인데 이번에는 절대 양보를 안합니다 . 사춘기 문턱에온 딸아이는 Burtle 로 되돌아가는길에 끊임없이 독설을 퍼붓고 아들아이와 저도 불타는 초가집에 휘발류 안끼얹을려고 가만이 있지만 속으로 는 두시간이나 되는 길을 다시 돌아가는것이 너무 못마땅합니다 .
두시간여의 냉전과함께 드디어 Burtle 에 도착합니다 .
내려서 기념촬영을 하는데 딸아이는 아직도 입이 열발은 나와있습니다 .
단걸 몹시 좋아하는 딸아이에게 아아스 크림을 안겨주고 화를 풀어주려는 얄팍한 수를 써봅니다 .
아이스크림을 먹은후 여기 저기를 살펴보는데 참 작은곳이네요 . 한국으로치면 읍도 아니고 면단위의 마을같아 보입니다 .
우체국도 이렇게 아담하게 생겼네요 .
돌아다니면서 남편이 연세 지긋하신 마을 사람 서너명에게 시할머님 이름을 대면서 물버봤는데 아무도 모른다는 군요 .
혹시 친척들의 묘비를 찾을수도 있을지 모른다며 이번에는아이들을 대동하고 마을 공동 묘지를 이잡듯이 뒤져봅니다 .
시아버님쪽 친척들의 성씨는 이곳에 하나도 없네요 .
아무런 소득도 없이 그냥 시아버님이 소년시절을 보냈다는곳을 봤다는데 의미를 두고 Burtle 을 떠납니다 .
가는길 어딘가에서 또 분독킹을 하고 계속 달립니다 . 딸아이 생일 당일에라도 집에 도착할려면 이제 정말 시간이 없네요 .
달리다보니 이런 해바라기 밭이 나옵니다 . 이렇게 한데 모여있으니 잠 장관이네요 . 해바라기씨 기름을 짜기위한건가 봅니다 .
사추기 남편이 어울리지 않게 해바라기 꽃밭에 섭니다 .
또 계속 가다보니 Longitudinal Centre of Canada 라는곳이 나옵니다 . 캐나다 동쪽과 서쪽의 딱 중간지점인가봅니다 .
기념 촬영을 하는 사람이 많네요 . 우리도 차례를 기다려 사진을 찍어봅니다 .
사진을 찍고 공놀이를 좀 한후 다시 길을 떠납니다 .
이제 분독킹 스팟을 찾을시간 …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조금가면 crown land 가 있네요 . 크라운 랜드란 국유지를 말합니다 . 크라운랜드는 무료로 캠핑을 해도 되는곳입니다 . 물론 시설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
크라운랜드의 작은 숲길을 따라가니 이런 주차할만한곳이 나와서 여기서 분독킹을 하기로 합니다 . 내려보니 누가 전에 모닥불을 피운 흔적도 있네요 .
남편이 근처 나뭇가지를 주워다가 같은자리에 모닥불을 피웁니다 .
아웃도어 활동을 즐기는 딸아이가 제일 먼저 동참을 하네요 . 아들아이도 마시멜로를 굽기 시작하니 슬며시 나와서 합석을 합니다 . 한국이었으면 쥐포나 오징어 , 가래떡같은것을 구웠을텐데 여기 사람들은 캠핑할때 마쉬멜로를 저렇게 나뭇가지로 꼬챙이를 만들어서 굽더라구요 . 제입에는 찐득찐득 달기만하고 매우 별로인데 아이들은 좋아합니다 .
남편이 이제 여행이 끝나가는게 아쉬운지 밤이 늦도록 맥주를 마시면서 모닥불을 떠나지 못하네요 . 집에 돌아가면 2 년의 백수생활을 청산하고 일을 다시 시작할 계획이라 더욱 마음이 무거운가 봅니다 . 잡오퍼를 대륙횡단 시작 3 일전에 받았습니다 . 그것도 사추기남편이 잡을 찾은것도 아니고 전에 같이 일하던 직장동료에 의해서 반강재로 끌려나간것이지요 . 다행히 일을 대륙횡단 끝나고 시작해도 된다고 회사에서 양해를 해서 떠날수 있었습니다 .
다음날 아침 일찍부터 또 마구 달립니다 .
드뎌 온타리오주에 도착입니다 .
역시 온타리오주는 호수가 아름답습니다 .
썬더베이에 잠시 들러서 Terry Fox 동상있는데서 기념 촬영을 합니다 .
Terry Fox 는 고등학생의 몸으로 암에 걸려 한쪽 다리를 절단하게 됐는데 후에 회복한후 한쪽 다리에 의족을하고도 암연구기금을 조성하기위해 동쪽 끝 세인트존에서 출발해서 달려서 대륙 횡단을 했던 사람입니다 . 그러나 암이 악화되서 결국 143 일만에 이곳 썬더베이에서 멈출 수밖에 없었고 결국 유명을 달리 하게 되었지요 .
썬더 베이를 떠나 계속 달립니다 .
호수가 멎져서 잠시 차를 세우고 간식도 먹고 쉬어 갑니다 .
호수를 따라 계속 달립니다 .
가다보니 덤프 스테이션이 있네요 . 얼른 오수통을 버려주고 물도 채워 줍니다 .
계속 갑니다 .
가다보니 이번에는 소박한 골프장이 있네요 . 아들아이가 골프카트를 꼭 타보고 싶다고 해서 골프를 칠줄도 모르면서 골프를 쳐보기로합니다 .
남편은 몇번 쳐보지도 않은 골프를 그렇게 좋아합니다 . 골프를 쳐보니 골프가 아무나 하는 운동이 아니더군요 . 지루해서 돌아가실뻔했습니다 .
길고도 긴 골프가 끝나고 보니 날이 어두워지네요 .
그래도 계속 달려야 합니다 . 여기서 분독킹을 하면 딸아이 생일날 당일에 집에 못갑니다 .
달이 떠도 운전은 계속됩니다 .
아주 멀미가 날때까지 달리고 달려서 Sudbury 의 어느 월마트 주차장에 오밤중에 도착 , 후다닥 커튼을치고 양치를 하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
다음날 또 아침일찍 운전을 시작합니다 .
오늘이 딸아이 생일입니다 . 오늘 날 밝을때 집에 도착해서 음식도 테이크아웃해야되고 케익도 사야합니다 . 서드버리에서 토론토까지는 거의 다섯시간은 걸립니다 . 서둘러야 합니다 .
온타리오 북쪽이 경치가 좋아서 주립공원에서 캠핑도 며칠 더하면서 천천히 오고 싶어서 , 캠핑카에서 생일 파티를 하면 어떠냐고 했더니 딸아이에게는 씨알도 안먹힙니다 .
미친듯이 달려 드디어 집에 왔습니다 .
캠핑카의 짐도 못내리고 우선 테이크아웃해온 중국음식으로 생일 식사부터 합니다 . 집에있던 생일 꼬깔모자 찾아서 온가족이 하나씩 나누어 씁니다 . 원래 거실을 풍선이랑 여러가지로 장식을 하는게 우리 가족의 생일 전통인데 너무 배가 고파 꼬깔 모자만 썼습니다 .
식사후 생일 케이크에 불을 붙이고 소원을 빈후 불을 끕니다 . 생일 케이크의 불이 꺼지고 달콤한 케이크를 먹으면서 우리의 43 일간의 북미 대륙횡단도 끝이 났습니다 .
캠핑카 대륙횡단 그이후 …
아이들이 이제 캠핑카로 어디간다면 눈에 쌍심지를 켜고 반대합니다 .
사추기 백수 남편은 다시 직장인으로 돌아 갔고 여전히 중 2 병은 진행중입니다 . 다만 양상이 조금 달라졌네요 . 나노 단위로 잔소리하던것과 벌컥벌컥 엉뚱한 시점에서 화내는것은 많이 줄었는데 이제 정치에 화악 꼳혀서 트루도 총리부터 시작해서 에브리데이 정치인들 비판하고 있습니다 . 중국도 남편의 강력한 비판대상으로 하루가 멀다하고 중국 공산당 정부를 씹어주시고 아주 바쁩니다 . 어디서 그런 듣도보도 못한 디테일한 비난거리를 찾아내는지 꽃노래도 한두번이지 너무 피곤합니다 .
전 이제 많은것을 내려놓았고 마음이 조금은 편해졌습니다 . 이제 12 살 14 살인 사춘기 아이들도 사추기 남편도 저의 삶에서 심리적인 분리작업을 조금씩 한 끝에 가족이지만 다른 그들의 생각과 삶을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 나도 누군가의 잔소리가 싫듯이 그들도 나의 잔소리가 필요하지 않고 내가 실수도 많았고 부족하지만 삶을 지금까지 무리없이 영위해온것 처럼 그들도 그러리라 믿고 생과 사를 가르는일이 아니면 전봇대로 이를 쑤시던 진흙탕에서 레슬링을 하던 상관하지 않으려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