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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제 목 : 어버이날, 조금은 슬픈.

| 조회수 : 16,254 | 추천수 : 9
작성일 : 2019-05-14 02:59:22

사랑하는 82식구님들, 편안한 잠자리 되고 계신가요?

5월은 가정의 달이라 그런지 이런저런 신경쓸 일도 많고,

경제적인 지출도 만만치 않네요.^^

솔이엄마가 그동안 지낸 얘기, 살짝 풀어볼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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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에는 사랑하는 대학동기 친구가 큰 수술을 받았어요.

제가 할 줄 아는 게 뭐있습니까.

친구의 건강이 조금 나아질 때까지 최대한 힘들지 않게

밥해먹으라고, 병원으로 병문안을 가면서 반찬을 몇 가지 만들어 갔어요.

몸이 약해진 친구는 마음까지 약해졌는지 저를 보고 막 울어서

저도 같이 붙들고 잠깐동안 울었었어요.




친구 반찬 만드는 김에 소고기 네근을 사서

저희집도 소고기 장조림을 저장해두고 먹었지요.

또 하는 김에 무생채도 만들고 동그랑땡도 만들고요.




4월말에 따뜻하고 청명한 날이 많았어요.

그래서 동네 동생들이랑 친구들이랑 동네 공원에서 밥먹자고 했어요.

저는 유부초밥을 만들고, 친정엄마가 만들어 주신 김치를 싸가지고 갔어요.




어떤 친구는 과일을 싸오고, 어떤 동생은 커피랑 컵라면을 준비해오고

다른 친구는 소떡소떡이랑 호떡이랑 샌드위치를 사왔더니

동네공원 피크닉 테이블이 가득 찼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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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아시는 분은 아실 수 있는데

 저희 친정아버지께서 18년째 뇌졸중으로 고생 중이세요.

아빠곁에서 병수발을 드시는 엄마는 더 고생이시구요.

엄마는 긴 세월동안 병수발을 하시다보니 손과 무릎 관절에 이상이 생겨서

얼마전부터 아버지께서는 집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요양원에 계시게 되었어요.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엄마가 너무 힘들어하셔서 어쩔 수가 없었답니다.


아버지가 처음 요양원에 가시던 날...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다행히 아버지께서 계시는 요양원은 원장님도 좋으시고

요양사분들도 많으시고, 물리치료사님도 열심히 운동시켜주시고

아버지를 좋아하고 도와주시는 갑장 친구분도 생겨서

다행히도 아버지는 불편하지 않게 생활하시고 계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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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일주일에 한번씩 요양원으로 아버지를 뵈러 가서

짬뽕이랑 탕수육을 사드리고 같이 먹거나




카페에 모시고 가서 좋아하시는 카페라떼를 사드리고




예전부터 쭉 좋아하셨던 로또도 다섯장쯤 사드리고는

그 다음 주에 다시 요양원에 찾아가서 당첨번호를 맞춰드려요.

결과는 뭐 늘 꽝이지만요. ^^




어떤 날에는 갈비찜이랑 취나물 무침, 동그랑땡, 소세지볶음을

싸가지고 가서 요양원 근처에 있는 공원에서 도시락을 풀어놓고 함께 점심을 먹었어요.

제가 길가에 피어있는 민들레를 꺾어다가 두루마리 휴지에 꽂았더니

아버지가 '그 꽃 참 예쁘다' 하셨는데 그 말이 왜 그리 슬프던지...

아빠... 자꾸 그렇게 착하게 말하지 마....




그 옛날, 건강하셨던 아버지는 자식이나 부인을 그다지 챙기지 않았었는데

이제, 아픈 아버지는 뜨끈한 소갈비를 딸래미 먼저 먹으라고 건네주시네요.




친정엄마는, 남편을 요양원으로 보냈다는 죄스러운 마음에

고기 한점을 밥위에 더 얹어 놓습니다.




이날도 역시 로또 복권을 몇 장 샀는데,

그 복권도 역시 꽝이었어요.

그래도 다음주, 그 다음주에도 또 사드리려구요.




어버이날을 앞둔 주말에,

친정부모님을 모시고 동생이 사는 청주에 내려가면서

대통령 별장이라는 청남대에 들렀습니다.

손주, 사위, 딸이 번갈아가며 아버지의 휠체어를 밀고

생각보다 길고 경사진 산책로를 천천히 걸었습니다.




오랜만에 나들이에 부모님도 좋아하시고 조카들도 즐거워하더라구요.




5월 8일 어버이날은 평일이라 제가 출근하는 날이었어요.

그래도 그냥 넘어가기는 아쉬워서 간단하게 도시락을 쌌습니다.

동네 친구들이랑 갔던 동네 공원에서 부모님과 남편이랑 같이 점심을 먹으려구요.

마침 광어회가 좀 남아있어서 광어회초밥도 쌌답니다. ^^




엄마가 좋아하시는 치킨을 사가지고 공원 벤치에 점심을 차렸어요.

작년에 저의 작은 아이가 선물한 카네이션도 챙겨 나갔구요.^^

점심을 먹고 난 뒤에, 친정부모님은 따뜻한 햇볕 아래서 한시간쯤

더 머물다가 집으로 들어가셨고 어버이날도 무사히 잘 지냈답니다.




어버이날 다음날,

엄마는 아버지를 목욕시키고 손톱을 깎고 말끔하게 이발을 시켜드렸어요.

그리고 저랑 남편, 엄마는 아버지를 다시 요양원으로 모셔다 드리고 왔답니다.


한달에 한번, 아버지를 요양원에서 집으로 모셔오고 

아버지는 이박삼일 정도 집에 머무르다 요양원으로 다시 가시는데

오늘따라  주인잃은 환자용 침대와 의자가

왜 이렇게 슬퍼보이는지 모르겠습니다.




아... 안되겠어요. 요즘 제가 좀 이상해요.

요즘은 아버지 생각때문에 자꾸 슬퍼지고 기운이 빠져요...

이번 주말에는 아버지랑 좀더 맛있는 걸 사먹어야겠어요!!!!


우리 아버지와 어머니의 딸이기도 하지만,

우리 솔이, 단이의 어버이기도 한 저는,

솔이가 포토샵으로 그린 카네이션을 받았습니다.

82님들도 사랑 많이 받으시고

사랑 많이 나누시면 좋겠어요.

좋은 밤 되세요.




2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hangbok
    '19.5.14 3:38 AM

    솔이 엄마님 친정 어머님때문에 로그인 했어요.

    어머님께 꼭 전해 주세요. 절대로 죄책감 느끼지 마시라고요. 하실 만큼 하셨고...사실 너무 많이 하셧어요. 감히 더하자면, 훨씬 더 일찍 요양원으로 모셨어야 했다고 생각 합니다. 지난 18년, 어머님 인생이 너무 불쌍하네요. 좋은 요양원에서 더 전문적으로 더 편히 모실거라고 믿으시고, 어머님 건강 챙기시고 지금이라도 편하시길 바래요.

    그리고, 솔이 엄마님 같은 분들이 요양원을 찾아 주셔야 요양원이 더 좋아 질 수 있다고 봐요. 요양원이나 어린이집이 더 쳬계적이고 더 전문적이 되어서, 모두 걱정 없이 이용할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 2. 프리스카
    '19.5.14 7:05 AM

    친정어머님 그동안 고생 많으셨네요.

    솔이엄마님의 따뜻한 마음과 효심이 참 깊으십니다.

  • 3. 수니모
    '19.5.14 8:37 AM

    저의 엄마도 같은 병고의 아버지로
    비슷한 세월을 겪으셨기에
    지켜보는 딸로서의 심정을
    너무나도 잘 압니다.
    지금처럼 요양시설이 흔치도 않았고
    배우자의 수발이 당연하던 시절이었죠.
    인고의 세월을 겪어오신 어머님께서
    이제는 마음의짐을 조금 내려놓으시고
    당신 건강도 챙기시기를..
    따님도 기운내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참...
    정말 부지런하십니다!!

  • 4. 테디베어
    '19.5.14 10:15 AM

    아버님도 적응 잘 하실거구요.어머님도 아주 조금은 쉬는 게 마땅하다 생각합니다. 정말 잘하셨어요~

    부지런한 솔이엄마님 언제나 응원합니다.
    화이팅하시고 힘내세요^^

  • 5. 초록하늘
    '19.5.14 1:02 PM

    "아빠 그렇게 착하게 말하지마"에서
    지난 세월이 가늠됩니다.
    혼자서 자식들과 생계를 위해 세상과 싸우신 어머니
    너무 애쓰셨어요.
    어머님께 솔이엄마 같은 따님이 있으니
    말년이 외롭지 않으시네요.

    사랑 많은 솔이어머님
    지금도 너무 잘 하고 계세요.
    자신에게 좀 더 너그러워져도 됩니다.
    착한 딸
    사랑스런 아내
    존경스러운 엄마세요.

  • 6. 꽃게
    '19.5.14 2:26 PM

    그러게 간호하시는 부모님들이 몸이 많이 상하시드라구요.
    가까이서 보실수 있으니 마음 가볍게 가지세요.

  • 7. 철든마마
    '19.5.14 3:54 PM

    솔이맘님..

    아버님 괜찮으실 거예요. 몸은 비록 떨어져 있지만 남은 가족이 더더욱 돈독해지는 계기가 되시는 시기로 생각하시고 더 집중하실수 있는 에너지를 주신 기회라 생각하셨음 좋겠어요.

    항상 응원하고 있습니다.더워지는 계절에 부디 건강하세요♥

  • 8. 도현엄마
    '19.5.15 12:49 AM

    어려울때 서로 고통분담 하는것이 최선의 방법인 듯 합니다. 아버지의 빈자리를 바라보는 맘이 슬프겠지만 조금더 지켜보세요.

  • 9. qkqh
    '19.5.15 11:05 AM

    고생이 많으십니다. 그리고 솔이어머니의 따뜻한 마음이 여기까지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음식도 참 맛깔스럽게 잘하시고 부지런하게 가족도 잘 챙기시는 모습을 보며 왠지 제 가슴도 뭉클해지고 제 가족 생각도 났네요. 힘내시고, 언제나 따뜻하고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

  • 10. 아줌씨
    '19.5.15 12:51 PM

    기둥이 늘 제 자리에 있어 그늘막을 칠 수있고, 그늘막이라도 있으니 삼삼오오 모이는 겁니다.

    그 역할을 자처하고 수행하는 솔이 엄마가 대단합니다.

    음식 차림새만 봐도 솔이 엄마의 성품이 짐작되고 주변에 모이는 사람의 성품 조차 가늠이 됩니다.

    향싼 종이 향내나고 고등어 싼 종이 고등어내 난다고, 솔이엄마의 향이 많은 이에게 스멀스멀 옮겨 갔으면 좋겠습니다.

    솔이엄마로 인해 행복한 이들이 있다는 게 축복이네요, 주변분들 모두 건강하기를 바랍니다.^^

  • 11. 블렉헤드
    '19.5.15 2:39 PM

    제 친정엄마도 요양병원에 계세요.횟수로 9년입니다. 지금은 아무도 못알아 보시죠..병원가면
    한번만이라도 제 이름좀 불러 줬으면 좋겠습니다. 솔이 할머님이 남편 수저에 고기 올려주시는 사진보고 울컥합니다.아버지가 무사히 병원생활에 적응하실거라 믿습니다. 그동안 어머니도 너무 고생많으셨어요.
    이제는 한숨 돌리시고, 건강 챙기시길 바랍니다. 솔이어머님도 너무 속상해 하지 마시길 바래요..
    모두모두 다 잘될겁니다.

  • 12. 기쁨양
    '19.5.15 6:36 PM

    솔이엄마님 사진에서 사랑과 정성이 느껴져요ㅜ

    감동 받고 갑니다.

    중간에 치킨은 어디서 시키신건지 여쭤봐도 될까요?

    전복죽도 어떻게하면 저렇게 맛잇는 내장색을 띌 수 있는지

    감동감동입니다

  • 13. 릴리
    '19.5.15 10:19 PM

    솔이맘님 힘내세요 저는 부모님 두분 일찍 돌아가셔서 곁에 계신것 만으로도 축복이고 부러운 마음입니다 너무 정성스럽게 잘 해오고 계신것 같습니다 건강 잘챙기세요

  • 14. 쑥과마눌
    '19.5.16 1:51 AM

    아빠가 자꾸 착하게 말 할 때...ㅠㅠㅠ

    전 하던 대로 하시라고..쩝~

    솔이맘님 화이팅~

  • 15. 해피코코
    '19.5.16 5:07 AM

    부모님을 위한 예쁜 마음에 눈물이 나네요...

    사랑하는 솔이엄마님 기운내시고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지금 아프신 친구분. 아버님 어머님 위해 멀리서 기도드립니다.

  • 16. 은초롱
    '19.5.16 7:47 AM

    칭찬해 드려요
    정말 최선을 다해 온 마음으로 부모님을
    모시고 계세요
    슬퍼하지 마세요
    기운 내시고요

  • 17. 찬미
    '19.5.17 9:50 AM

    솔이엄마님네 가족 구성원은 어느 누구도 빠짐없이 모두 천사이신듯~^^
    음식도 늘 풍성하고 나눔도 늘 풍성하고
    바지런 바지런하신 모습이 눈에 그려집니다
    화이팅 ! 입니다^^

  • 18. hoshidsh
    '19.5.18 11:10 AM

    목이 메입니다.
    마음이 많이 허전하시죠.....주인 없는 방 사진을 한참 봤습니다.
    그래도 아버님 어머님 많이 행복해 보여요.
    새로운 행복을 찾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하면서 씩씩하게 이겨내시기를 기원합니다.

  • 19. luckyme
    '19.5.19 8:31 PM

    오랜만에 로긴한 82에 대문에 걸린 음식사진에 감탄하다저도모르게 들어와 읽어내려갔네요
    이글읽고 너무나 내자신을 반성하고 성찰하는 계기가 되었어요
    부끄러운 내 자신과 현실을
    정갈한 음식솜씨만큼이나 맘이 천사같으신 원글님
    부모님이 너무행복해하셨을듯 합니다
    좋은본보기가 되는 효심도 …
    너무많이 배우고..갑니다
    행복한 날들이 계속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 20. 개굴굴
    '19.5.20 10:31 PM

    푸근한 글과 음식 사진들 항상 감사히 보고 있어요. 오늘 더 특별하네요.

  • 21. 쓸개코
    '19.6.13 12:28 AM

    저는 솔이엄마님 게시물만 보면 눈물이 날라 그럽니다.
    꼭 있지도 않은 큰언니같은 느낌을 주세요.
    그리고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각납니다.
    댓글 처음 달아보는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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