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시가 있네요.
모두의 자유, 각자의 견해차, 자유롭게 논의하고 서로 존중하는 사회
모두가 바라는 바이지요.
다만, 모두의 자유, 모두의 뜨거운 열망을 억압하는 그 패악질마저 '존중'하기는 어렵습니다.
관용, 중용도 불관용 앞에서는 자신의 임무를 헌납할 수밖에.
특유의 시심과 감수성으로 시대의 주변부를 기웃거리던 한량 (남편으로서는 20점감이죠)
김수영이 1960년 9월에 남긴 시를 옮겨봅니다. (1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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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용에 대하여
김 수 영
그러나 나는 오늘 아침의 때묻은 혁명을 위해서
어차피 한마디 할 말이 있다
이것을 나는 나의 일기첩에서
찾을 수밖에 없었다
중용은 여기에는 없다
(나는 여기에서 다시한번 열노한다
계사건너 신축가옥에서 마치질하는
소리가 들린다)
쏘비에트에는 있다
(계사 안에서 우는 알 겯는
닭소리를 듣다가 나는 마른침을 삼키고
담배를 피워물지 않으면 아닌된다)
여기에 있는 것은 중용이 아니라
답보다 죽은 평화다 나타다 무위다
(단 [중용이 아니라]의 다음에 [반동이다]라는
말은 지워져있다
끝으로 [모두 적당히 가면을 쓰고 있다]라는
한 줄도 빼어놓기로 한다)
담배를 피워물지 않으면 아니된다고 하였지만
나는 사실은 담배를 피울 겨를이 없이
여기까지 내리썼고
일기의 원문은 일본어로 쓰여져있다
글씨가 가다가다 몹시 떨린 한자가 있는데
그것은 물론 현정부가 그만큼 악독하고 반동적이고
가면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1960. 9.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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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정치적인 글들' 논쟁에 부쳐
깍뚜기 조회수 : 586
작성일 : 2010-05-22 23:57:44
IP : 122.46.xxx.130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opus
'10.5.23 12:03 AM (203.229.xxx.245)오~! 멋진 글 잘 읽었습니다.
제가 사랑하는 김수영, 내일은 그의 산문집이나 다시 읽고 싶네요.
(김수영은 남편으로서는 100점 만점에 2.2점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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