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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친탐구생활 - 교육열

롤러코스터 조회수 : 1,860
작성일 : 2009-12-08 08:43:29
아침에 신문보다가 너무 잼있어서 퍼왔어요...

자고로 교육열은 곧 치맛바람이에요. 공자는 아들에게 “『시경』을 읽지 않으면 바르게 말할 수 없다” “예(禮)를 배우지 않으면 자립할 수 없다”는 두 마디 가르침을 남겼을 뿐이지만, 맹자의 엄마는 아들 교육을 위해 두 번이나 이사를 단행하는 열성을 보였어요. 그래선지 치맛바람 엄마가 없었던 백어는 그저 공자의 아들로 남았고, 맹자는 아빠를 일찍 여의었어도 위대한 인물이 될 수 있었던 거예요. “자식이 좋은 대학 가려면 아빠의 무관심과 엄마의 정보력이 필요하다”는 우스개가 여기서 나왔어요.

이 땅의 수많은 맹모(孟母) 후예들은 오늘도 운전대를 잡고 아이를 학원으로 실어 날라요. 강의 끝나길 기다리며 엄마용 문제집을 풀어요. 맹자 엄마 정도론 턱도 없어요. 필요하다면 집 팔고 전세로라도 좋은 학군으로 이사할 준비가 돼 있어요. 그게 힘들면 3년 이하 징역, 1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각오하고 위장전입도 불사해요. 허리가 휜다고 끊어질 리 없고 노후 걱정은 나중 얘기일 뿐이에요. 입시에 유리한 스펙 쌓느라 사교육비로 빈 지갑을 짜내야 해요. 그래서 아까의 우스개에 ‘할아버지의 재력’이 추가되는 거예요. 옛날에도 과거 공부하는 아버지보다 벼슬하는 할아버지가 책값, 서당 월사금 댔을 테니 피장파장 전교회장이에요.

그런데 엄마의 희생과 헌신은 흔히 착각 4종 세트에서 출발해요. 참 딱한 일이에요. 첫째, 내 아이는 모두 똑똑하다는 착각이에요. 젖 떼기도 전에 “엄마” 소리를 했어요. 천재예요. 힘들더라도 뒷바라지 잘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불타올라요. 둘째는 좋은 학군으로 이사하면 다 좋은 대학 갈 거라는 착각이에요. 수재인 우리 아이를 못난 아이들과 놀게 할 순 없어요. 결단은 빠를수록 좋아요. 그래서 좋은 학군 초등학교들이 고학년으로 갈수록 학생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기현상을 보이는 거예요. 셋째는 좋은 대학 가면 다 출세할 거란 착각이에요. 명문대 들어갔으니 의사, 판·검사는 떼어 놓은 당상이에요. 최소한 대기업 수석 입사예요. 하지만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해야 해요. 교재·부교재 골라주고 챙겨주며 빈틈없이 도와야 해요. 마지막으로 출세하면 부모 잘 모실 거란 착각이에요. 자기를 위해 모든 걸 다 바친 부모에게 착한 우리 아이가 효도하지 않을 리 없어요. 해외여행은 촌스럽고 크루즈 세계일주 정도는 시켜줄 거예요.

이런 된장! 현실은 그렇지 않아요. 우리 아이보다 똑똑한 애들이 줄을 섰어요. 좋은 학군에서도 서울(소재)대 못 가는 학생들이 더 많아요. 대학 졸업해도 직장 얻기가 빅뱅·원더걸스 되기보다 더 어려워요. 직장에 들어가더니 코빼기도 비치지 않아요. 팍팍한 형편에 사느라고 애쓰는데 뭐랄 수도 없어요. 손자들이나 맡기지 않으면 다행이에요. 그렇다면 자녀 교육에 올인한 내 삶은 누가 보상하나요? 내 노후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내 인생 돌리도!!

엄마의 착각에는 한 접시가 더 추가돼야 해요. 삼천지교(三遷之敎)를 잘못 배웠다는 거예요. 맹자 엄마는 마지막으로 학교 앞으로 이사했어요. 그렇다고 맹자가 참고서 암기 삼매경에 빠진 게 아니에요. 제사 그릇 늘어놓고 예를 차리는 놀이를 했어요. 그제야 맹자 엄마는 만면에 웃음을 지었어요. 충효사상을 몸으로 터득하고 있었으니까요. 나중에 부모 잘 모신 건 당연한 거예요.

먼저 사람을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에요. 제 힘으론 아무것도 못하는 헛똑똑이를 만들면 안 된단 말이에요. 그러려면 냉정한 눈이 필요해요. 아니다 싶으면 자녀의 진로를 과감하게 틀어야 해요. 그게 성공 확률이 더 높을 거예요. 최소한 학원과 대학의 봉 노릇은 안 할 수 있어요. 속 모르는 미국 대통령이 칭찬한다고 옳다 믿으면 안 돼요. 명목 근로소득이 통계 이후 처음으로, 교육비 지출이 환란 이후 처음으로 줄 정도로 가계가 어려운 때예요. 오늘 나눠준 수능 성적표 보고 잘 생각해 보세요.
IP : 114.201.xxx.109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저도
    '09.12.8 8:45 AM (220.116.xxx.23)

    재밌어서 남편보라고 출근할때 줬어요.
    많이 공감되는 내용이에요.

  • 2. ^^
    '09.12.8 9:10 AM (113.10.xxx.210)

    푸하~ 정말 재밌다~
    어디에 나온 글인가요?

  • 3. .
    '09.12.8 9:10 AM (59.24.xxx.55)

    엄마들이 저 모양이니 애들이 대학 가서도 등록금 해마다 인상되도 데모도 한 번 못 하죠.
    대학 봉노릇하는거 맞아요.

  • 4. -..-
    '09.12.8 9:22 AM (58.120.xxx.132)

    구구절절 다 옳은 말이라 눈물이 다 날라하네요^^;;

  • 5. 저기..
    '09.12.8 9:30 AM (110.9.xxx.223)

    속 모르는 미국 대통령이 칭찬한다고 옳다 믿으면 안 돼요 ---> 요 부분 무슨 말인가요? 미국 대통령이 뭐라 했나요? (무식해서 죄송요)

  • 6. 음...
    '09.12.8 9:31 AM (116.123.xxx.162)

    오늘 중앙일보 이훈범의시시각각 이라는 칼럼에 개재된 글인데 평소 이분 논조는 참 마음에 안 드는데 저도 아침에 이글 읽으며 간만에 공감했네요...
    엄마의 착각 4종세트...정곡을 퐉~~~ 찌르네요..ㅋㅋ

  • 7. ...
    '09.12.8 9:35 AM (221.140.xxx.171)

    저기님... 오바마가 한국의 교육열에 대해 칭찬하는 발언을 몇 번 했는데요...

    그 실상을 알고 보니 명박이 이 새끼가 또 거짓말 했더군요, 미국 대통령에게도...

    오바마가 한국의 교육에 대해 물었더니
    명박이가 오바마에게 뭐라고 했냐 하면...
    학부모의 요구사항이 너무 많아서 원어민 교사를 수천명 수입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헉~

    취임하기 전부터 영어 몰입교육이다 국제중이다 뭐다 해서 영어에 대한 불안감 잔뜩 조장한 게 누구인데
    학부모 탓을 하나요?

    하여간 헝가리 대통령 앞에서 권총 협박 어쩌고 한 것도 거짓말로 드러났는데...
    저 놈은 외국 대통령 앞에서도 거짓말 하는 게 아무것도 아닌 놈이었네요.
    하긴... 평소에 거짓말이 몸에 밴 놈이니...

  • 8. phua
    '09.12.8 10:13 AM (114.201.xxx.138)

    그런데 신문이..........

  • 9. **
    '09.12.9 10:37 AM (202.136.xxx.155)

    그러게요. 신문이 쫌 거시기 하네요ㅠㅠ
    아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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