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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에서 겪은 속상한 일...

오지랍여사 조회수 : 4,744
작성일 : 2009-09-26 16:26:59
지난 주 토요일에 있었던 일 한가지 써 볼께요.



그 날 아이의 학원 테스트가 있던 날이었어요.



출발 시간이 늦어서 테스트 시간에 아슬아슬하게 학원에 도착해서 1층 입구로 막 들어가는데... 한 아저씨가 계셨습니다.



한 눈에 봐도 옷차림이 남루하고 몸이 불편해 보였습니다.



한 손은 비교적 자유로워보였지만 한 손은 구부러진 채로 굳어버린 것 같았고 다리도 한 쪽은 불편하셔서 절뚝거리셨습니다.



이 아저씨께서 막 입구에 들어선 제게 한 손을 내밀며 뭔가 말씀을 하셨습니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들어보려고 하는데 말씀을 하시는 것도 불편하셔서 발음이 정확하지 못하셨습니다.



몇 번이나 말씀하셔도 제가 잘 알아 듣지 못하자 성한 손으로 나머지 손 바닥에 '햄버거' 라고 쓰셨습니다.



제가 "햄버거 드시고 싶으세요?" 라고 여쭤 봤더니 웃으시면서 크게 고개를 끄덕이셨습니다.



마침 학원이 있는 건물 1층에 맥도날드 햄버거 가게가 있었기 때문에 제가 얼른 바로 옆에 있다고 가르쳐드렸죠.



그랬더니 꼭 쥐고 계시던 한 손을 펴서 보여주시는데 정확하게 450원이 있었습니다.



아마 이 돈으로 사먹을 수 있냐고 물어보시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햄버거를 먹지 않지만 그 돈으로 먹을 수 없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기 때문에 너무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제가 " 아저씨, 이 돈으로는 못 드세요." 라고 말씀드리자  너무 실망하는 눈빛을 보이셨습니다.



테스트시간이 이미 2분 쯤 넘어가고 있었기 때문에  빨리 가고 싶었지만 옆에 있던 아이의 표정을 보니 도저히 그냥 갈 수가 없었습니다.



'아저씨, 제가 햄버거 값 드릴께요."하면서 지갑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하필 지갑 안에 테스트비용 20000원을 빼고 천원짜리가 3개 들어 있었습니다.



제 기억에 광고에서 '햄버거가 900원' 어쩌고.... 하는 카피를  본 것 같아 충분하겠지... 하면서 천원짜리 3개를 드렸습니다.    



아저씨께서 고맙다고 여러번 고개 숙이고 가시길래 저도 아이를 데리고 올라갔습니다.



옆에서 계속 지켜보고 있던 아이가 엘리베이터 안에서 저에게 그러는 겁니다.



"엄마, 3000원으로 햄버거 못 사먹어. " 그래서 제가 "햄버거 한 개는 먹을 수 있지 않니?" 라고 물었더니 "세트 먹으려면 모자라. 아님 음료수라도 마셔야지. 나 테스트 보러 들어가면 한 번 내려가봐. 꼭! 아저씨 돈 모자라면 더 줘."



아이의 표정이 너무 안타까워서 제가 햄버거 집에 들러 보겠다고 약속하고 아이를 시험장에 들여보냈습니다.  



바로 내려가 햄버거 가게 앞에서 안을 들여 보았더니 햄버거가게 안이 몹시 붐비고 있었습니다.



학생들도 많고 ... 어른들도 많았는데 그 사람들이 전부 한 곳을 바라보고 있었고 그들이 바라보고 있는 곳에서 아까 그 아저씨가 난처한 표정으로 서 있었습니다.  



아저씨 옆으로 직원으로 보이는 양복입은 사람이 서 있었는데 바깥에서 보는 안의 풍경은 양복입은 사람이 아저씨를 내보내려고 하는 것 같았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쫒아냄...)



제가 막 들어가려던 차에 아저씨가 문을 열고 나오셨고 제가 "햄버거 사셨어요?" 라고 묻자 고개를 흔드시는데 눈물이 글썽거리셨습니다.



맥도날드 안에 있던 사람들이 전부 다 저와 아저씨를 바라보고 있었고 저는 화가 나서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저 사람들이 햄버거 안줘요? 돈 있는데 왜 안줘요?" 라고 들으라는 듯이 말했습니다.



제가 들어가서 카드로라도 사서 드리려고 했지만 기다리는 사람이 너무 많고 차를 길에다가 세워 놨던 터라  마음이 급해서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지갑을 뒤져 보니 500원 짜리 동전이 4개 더 있길래 마저 드리면서 " 햄버거 꼭 드세요." 라고 말씀드리고 왔습니다.



제 생각에 아저씨는 아마 햄버거 달라는 말씀도 하기 전에 구걸하러 온 사람으로 오해를 받아 쫒겨난 것 같습니다.



누구도 아저씨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지 않았을 것 같아서 너무너무 화가 났습니다.



테스트가 끝난 뒤 나온 아이가 제일 먼저 아저씨에 대해 묻길래 제가 본대로 이야기 해 주었더니 너무 마음 아파하면서 왜 만원짜리 한 장 주지 않았냐고 저를 원망하더군요. ㅠㅠ



며칠 동안 그 아저씨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는 아이를 보면서 슬그머니 웃음이 납니다.



어렸을 때 부터 길에서 구걸하는 사람들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몸이 불편한 아이나 약한 아이들을 괴롭히는 것을 두고 보지 못하는 아이입니다.



요즘 사춘기가 왔는지 엄마한테 짜증도 부리고 괜히 말도 험하게 하곤 해서 많이 속상했는데 아직 순수한 본성은 남아 있는 것 같아서  이쁜 생각이 드네요.



몇 달 전에 TV 프로그램에 나온 불치병 어린이를 보다가 화면 상단에 있는 후원 전화를 10번 도 넘게 눌러대던 아이의 궁둥이를 발로 찼던게 많이 후회 되네요. ^^



IP : 124.5.xxx.72
2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달덩이
    '09.9.26 4:32 PM (211.176.xxx.108)

    애 잘 키웠네요.
    우리 쌍둥이들도 그렇게 커줬음 좋겠음.ㅋㅋ

  • 2. .
    '09.9.26 4:36 PM (116.41.xxx.77)

    마음이 너무 착한 아이네요.
    부모님 성품을 닮은 거겠지요..^^

  • 3. 따님..
    '09.9.26 4:40 PM (122.128.xxx.131)

    마음이 너무 곱네요...
    어른이 되서도 심성이 고운 아이로 자랄꺼예요..

  • 4. 넘넘 이쁜
    '09.9.26 5:01 PM (211.109.xxx.138)

    따님이네요
    어머님 닮은 거지요. 모녀분 모두 참 사랑스러우세요.^^

  • 5. 아우
    '09.9.26 5:16 PM (59.14.xxx.44)

    너무 이쁜 글이네요...
    모녀가 참 맘씨가 이뻐요.. ^^

    엄마랑, 따님 계속 그렇게 이쁘게 사실거죠?

  • 6. 원글...
    '09.9.26 5:37 PM (124.5.xxx.72)

    저.... 중학생 아들이예요. ^^

  • 7. 아드님
    '09.9.26 5:42 PM (125.176.xxx.213)

    심성이 참 곱네요..부모님 성품도 참 인자하실 듯 싶구요..
    요즘 버스 기다리다 보면 사춘기 아이들 욕설에 질려서 집에 들어오곤 했는데,
    이렇게 가슴 따뜻한 아이들 많아졌음 좋겠어요..

  • 8. .
    '09.9.26 6:09 PM (59.11.xxx.144)

    마음씨가 고우시네요.
    아드님이나 원글님 두분다요...

  • 9. ...
    '09.9.26 6:34 PM (219.250.xxx.62)

    이쁘다 *^^* 좋은 어른 되셔야 해요!! 꼭!!! 누님이 응원합니다!!!

  • 10. ..
    '09.9.26 7:32 PM (220.70.xxx.98)

    가슴이 참 따뜻해 지는 글입니다.
    그아저씨 햄버거는 드셨는지 몰라도
    원글님 마음에 고마워 하실겁니다.

  • 11. 아기사자
    '09.9.26 7:55 PM (122.35.xxx.144)

    마음이 참 따듯한 분이셔요...

  • 12. .
    '09.9.26 9:44 PM (211.212.xxx.2)

    아드님 참 잘 키우셨네요.
    아무래도 남자들은 여자에 비해 공감하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호르몬의 영향이라고 하죠)
    남자아이들이 그렇게 다정다감 하기가 어려울텐데요.
    너무 예쁘네요. 딱한사람 그냥 지나치지 못하시는 원글님도 너무 보기 좋으시구요.
    엄마가 마음이 고우니 아드님도 마음씨 곱게 자랐나봅니다.

  • 13. 49104
    '09.9.26 10:37 PM (211.47.xxx.122)

    홀라당 퍼가고 싶은 글이네요.
    에효...

    아이는 엄마를 닮아가는 것 같은데..
    바른 엄마의 바른 아이네요.
    배우고 갑니다.

  • 14. 원글님
    '09.9.27 12:23 AM (112.149.xxx.70)

    같은분과 원글님을 닮은 아이까지
    정말 요즘 보기드문 분이시라,부럽기까지 합니다.
    마음이 정말 날개없는 천사시네요^^*

  • 15. 에고, 아까버라!
    '09.9.27 11:36 AM (99.230.xxx.197)

    우리딸이 고등학생이라서리...
    아, 아깝다. 추릅~~(침 닦는 소리)
    우리 딸이 몇살만 어리면 사위 삼는건데...

  • 16. 쌍둥맘
    '09.9.27 12:01 PM (211.206.xxx.199)

    원글님과 아이의 맘에 너무 감동받아 눈물이 나올거 같아요..
    제가 너무 감사드려요.....정말 님 같은 분들만 세상에 있음 얼마나 행복할까요...

  • 17. ,,,
    '09.9.27 12:17 PM (124.49.xxx.81)

    따뜻하고 , 안타깝고....
    말이 불편한 분이라 종이에 햄버거라고 써주셨더라면 ...
    하는 안타까운 맘도 드는군요

  • 18. 초딩이
    '09.9.27 12:32 PM (220.76.xxx.161)

    정말 따듯하네요

    내 맘도 따듯해지고 나중에 복 많이 받으셔요

    근데 어쩌죠 나두 햄버거 먹고 시퍼....... 요..... 엉엉엉 ,.,.;'';ㅠㅠ.,;'., 이것은 눈물에요

  • 19. 제 딸 중딩
    '09.9.27 12:55 PM (221.158.xxx.234)

    제 딸 중딩인데 ... 어케 사돈이라도......ㅎㅎ

    저도 한 오지랖해서요 ^^

  • 20. 가로수
    '09.9.27 1:58 PM (221.148.xxx.139)

    부모는 자녀의 거울이지요
    예쁘세요

  • 21. 몽이엄마
    '09.9.27 2:09 PM (203.130.xxx.165)

    크~~~쳐다만 봐도 배부르게 만드는 아드님이시네요...
    정말 잘 키우셨써요....부럽습니다...

  • 22. 궈니엄마
    '09.9.27 2:45 PM (114.29.xxx.237)

    눈물이 나려고 하는 이유는 뭘까요? 잘키운 아들 두신 원글님 부럽습니다.
    우리 아이들도 그렇게 자라나길 기도하네요~~
    아직 세상은 따뜻한가 봅니다.

  • 23. ㅠㅠ
    '09.9.27 3:10 PM (218.50.xxx.159)

    정말 아이가 바르게 잘 자란것 같아요^^ 이글 보고 눈물났어요 ㅠㅠ몇살인진 몰라도 어찌,,,
    그런생각을 할까요?
    요즘 아이들보면 버릇없고 정말 이상한 아이들 많은데...그래서 딱 정떨어지던데~~
    원글님 아이는 정말 큰 인물이 될것 같아요,만에하나 나올까 말까한 아이네요.
    정말로 원글님은 행복하시겠어요^^

  • 24. ..
    '09.9.27 3:22 PM (125.184.xxx.42)

    로그인했어요..댓글달려구요.
    님이 반듯하시니, 님의 자제분도 반듯하신거 같아요..
    저같으면 그렇게 할수있을까,,그런 부끄러운 생각이 들어요.
    본받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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