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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었다 생각하고 다녀왔답니다..

난 며늘.. 조회수 : 1,526
작성일 : 2009-07-06 10:44:23
토요일날 글 올린 며느리랍니다..
죽었다 생각하고 다녀왔습니다.. 아침 7시에 나가서 집에오니 밤 11시...
짜증나고 힘든 하루였습니다.

제 글 때문에졸지에 남편은 나쁜놈이 되어버렸네요.. ㅎㅎ
여러가지 사정이 있긴 했지만,, 쬐끔 고소하긴 했습니다요..
이사갈 곳에 공사중이라 장비를 불러놓고 일을 시킨 상태라 장거리를 떠날수가 없었답니다.
아이들은 남편이 들락날락하면서 보살피라고 이야기해두었구요..

원래 병문안도 남편일이 하던일이 조용해지면 가려고 계획했습니다.
그런데 시아버님왈 "다 낫고 가려고 하나..."라고 하면서 얼른 갔다오라고 하시니 어쩔수 없이 서둘러 다녀올수밖에요..
시아버님은 안가시고 시어머님만 모시고 다녀왔는데..... 이번의 짧은 여행(?)으로 시어머님이 더 싫어졌네요..
서둘러 저희집에 오셔서 저는 샤워하고 벌거벗고 왔다갔다 애들 먹거리 준비해두고 있는데 턱 들어와서 거실에 앉아계시더니,  막상 출발할때 되어서는 이거 잊어버렸다 저거 안 챙겼다 하시면서 정신없이 만들더군요..
버스가 별로 없어서 시간을 놓치면 하루일정이 엉망이 되는데 정말 짜증나더군요..

저희 시어머니 나이가 아직 환갑도 안 지났답니다.. 82에 자주 오시는 큰언니들뻘 정도 밖에 안되시죠..
왠만하면 알아서 다니시겠지만, 시골에만 살다보니 아무것도 모르시고 못하신답니다.
그렇지만, 해도해도 너무 하시더군요..
16시간 여정을 떠나는데 아무것도 안가지고 몸만 달랑 오셨더군요..
12시간 차 타는 동안 아이는 달랑 3분정도 안아주시고, 내내 주무시더군요..
버스표 네번 택시비를 두번이나 내는 동안 스스로 돈 내겠다는 소리 한번도 안하시구요..

병문안 가서는 뒤에 버스시간때문에 얼른 문병하고 나와야하는데 (버스 놓치면 하루 자고가야할 형편이거든요..)낭창하게 병실에 틀어진 tv만 보시더군요..
버스출발하기 30분 전에는 병원에서 출발해야하고, 저는 1시간전쯤에 출발해서 터미널에가서 간단하게 점심을 먹을 생각이었는데,(터미널에 체인점 식당들이 좀 있더라구요..).. 생뚱맞게 병원에서 보호자가 밥을 시켜놨다고 먹고가라네요.. 병원에서 출발하기 10분전에 밥이 도착했는데, 솔직히 식당가서 그런식으로 반찬이 나오면 그냥 그대로 나올정도 더군요.. 말라빠진 진미에 쉰 김치에 끝이 누런 콩나물국... 아침부터 계속 굶어서 너무 배가고파서 먹기는 했지만, 먹으면서 갑자기 눈물이 나오더군요..
남의 병상 침대에 쪼그리고 서서 이게 뭐하는 짓인가 하는생각이 들더군요..
시간이 바쁘니 씹지도 않고, 그냥 입에 퍼넣었습니다. 5분만에 밥을 다먹고는 서둘러 출발했습니다..

버스와 버스 사이에 잠깐 시간이 있어서 저녁 먹자고 했더니 본인은 밥도 먹고 준비해간 떡도 먹어서 배 안고프다고 혼자먹으라고 하시네요.. 혼자 아이업고 어디가서 뭘 먹겠습니까.. 저도 같이 굶었죠.. 버스를 타고 집에 도착하니 남편과 아이들이 식당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저녁 먹으러 가자고 하더군요..
저희 시어머니 이틀은 굶은 사람처럼 마구 드시더군요.. 밥도 두그릇 드시고..
좀 얄미웠습니다. 저랑 밥 먹으면 돈내라고 할까봐 일부러 안먹는다고 하셨는지...

집에와서 남편한테 대충 이런저런 이야기 해주면서 어머님이 좀 심하게 낭창하다고 했더니, 역시나 좀 신경질을 내내요.. 어쩔꺼야.. 내가 싫다는데.. 결혼한지 10년이 지나니 간이 점점 커지네요..

이제까지 저희 시부모님 저희 사는곳 근처에 있는 맛집이란 맛집은 다 가보셨습니다.
저희가 일일이 모시고 다니면서 맛있는거 잘 사드리는데, 이젠 그 짓거리도 그만 하렵니다.
본인은 그렇게 자식한테 계산속으로 사시면서, 다른 자식들도 다 그렇게 사는데 저희만 가까이산다는 이유로 충성할 이유가 전혀 없을것 같습니다.  

어디든 집안에 행사가 생기거나 일꺼리가 생기면 저를 꼭 보내셔서 일시켜놓고는 칭찬은 어머님이 받으시네요..
며느리 일잘한다고.. 나중에 저한테 와서 '사람들이 다 너 칭찬한다고' 하면 저는 속도 없이 헤헤 거렸네요..

다른사람들은 참석안하는 먼 곳에 있는 결혼식까지 아들 며느리 대동하고 가셔서는 으쓱거리고 저희한테는 인간의 도리가 어쩌니 이야기 하면서 이곳저곳 얼굴 내밀게 하시더니,, 어찌 며느리한테는 인간의 도리를 안하시려는지...

나중에 그러시더군요.. 병문안 간 곳에서 차비라도 주면 그걸로 저 주려고 했다네요..
결국 본인 돈은 안쓰시고, 유세는 내고 싶으셨던 가보지요..

예전같으면 안드신다고 해도 맛있고 비싼집으로 모시고 가서 이것저것 사드렸는데, 이제부터는 그런 바보짓꺼리 안할랍니다. 안드신다고 하면 그냥 안 해드리지요...
저도 챙겨야할 아이가 셋이나 되는데, 아이 책은 돈이 아까와서 중고로 사면서도 사까마까 고민하는데,
어제 영양가 없는 고행길  다녀오느라 30만원이 펑 날아갔네요..

저 주변에서는 시집에 어떻게 저렇게 잘하냐고 칭찬 자자한 며느리입니다.그렇지만 이제는 안할랍니다..
한달에 한번씩 부모님 모시고 맛집 순회한 며느리 입니다. 그 짓도 이젠 안할랍니다.

그냥 내새끼만 잘 돌보면서 보고싶어하는 책 실컷 사주고 싶네요..
세일안하고 이월상품 아닌 백화점에 디스플레이 된 옷 사줘보고 싶네요..
마트에 가서 아이들이 잡는 장난감 온갖 감언이설로 못 사게 안하고, 원하는거 그냥 사줘보고 싶네요..

이상 시집에 쓸데없이 충성하다가 10년 지난 지금에야 부질없는 짓이란거 절실히 깨달은 덜떨어진 며느리였습니다.. (이곳에라도 하소연할수 있으니 정말 눈물나게 감사할뿐입니다.. 혼자 끙끙 앓기만 했으면 아마 우울증 예전에 걸렸을 거에요.. 이렇게 궁시렁 거리며 한바탕 풀고 나면.. 힘이 솟습니다..큰일입니다.. 이렇게 욕하는걸로 스트레스를 풀다니..히히)

  

IP : 211.228.xxx.156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에고에고
    '09.7.6 10:51 AM (203.232.xxx.3)

    수고하셨어요
    님같은 며느리를 보시다니, 시어른들이 정말 복이 많으십니다.
    그나저나 이번 일을 계기로 님의 태도를 바꾸시기로 하셨다니..제가 다 기쁩니다.
    적당히 하시고..님도 좀 쉬셔야지요. 지금까지 해 오신 것만으로도 대단하십니다.

  • 2. 에구
    '09.7.6 10:51 AM (125.140.xxx.169)

    고생하셨네요. 근데 전 시어머니가 완전 노모라서 같이 동행하는줄 알았어요.
    저보다 몇살 더 드신분이시네요. 이제부터 시어머니 독립심 키워주세요.
    혼자 다녀오셔도 되는곳인데 뭐하러 어린 손자 고생시키면서 그런답니까.
    며느님이 현명하게 시어머니 홀로 서실수 있게 도와주세요.

  • 3. 토닥토닥
    '09.7.6 11:03 AM (115.93.xxx.204)

    날도 더웠는데 고생 많으셨습니다..

  • 4. ^^
    '09.7.6 11:12 AM (222.234.xxx.244)

    착하네요 바보스럽게....
    그런데 이제부터 자기 표현 분명히 하세요
    병원에서밥도 그렇네요 식사시간전에 양해를 구하고 나가서 먹고 차 타겠다고 말하고 나오실걸...
    하기야 낭창 거리는 시엄니 당할 재간이 없으셨겠지만...
    낭창낭창 거리는 사람들 두고두고 속터지게 할겁니다
    적당히 하세요 돈이야 좀 쓰면 어때요 시엄니 인데..
    그렇게 치른 댓가에 고마움을 표하면 다행이지만...
    그간 잘하셔서 복 받을실겁니다.
    맘푸시고 환하게 사세요.

  • 5. 토닥토탁
    '09.7.6 11:19 AM (123.212.xxx.141)

    복 받으시기 전에 홧병 먼저 옵니다.
    제발 앞으로 착한 며느리 그만 하셔요.
    시어머니 젊으신데 며느리가 먼저 병나 눕게 생겼어요.
    돈 쓰고, 몸 힘들고, 애들도 고생하고 듣기만 해도 속상해요.
    칭찬 들어 뭐에 쓰시려고요?
    그냥 기본 도리만 하시고 사세요.
    날도 더웠는데 제가 다 맘이 안 좋아요..

  • 6. ...
    '09.7.6 12:38 PM (125.177.xxx.49)

    환갑도 안된분이 혼자 못간다고 애기랑 며느리 앞세워 가신거에요?
    70은 넘은줄 알았는데요
    님도 앞으론 좀 거절도 하세요 이러니 위에 다들 바보같아 하죠

    내몸 내 자식은 내가 챙기세요 더운데 애나 님이나 병나요

    어제 다녀와 병났다 하고 하루종일 남편 시키고 앞으론 절대 끌려다니지 마세요

    사람이란게 할수록 더 바란답니다

    나이들수록 입은 닫고 지갑은 열어라 하더니 시어머니도 참 답답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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