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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통령님 서거 후, 인간 관계 정리가 자연스레...
영결식 전에도, 이번 일로 인간 관계 정리가 자연스레(?) 되었다고 글 쓰신 분들 많으셨는데요.
사실 저는 회사에 몇몇 뇌청순-_-하신 분들 이외에 그닥 주변 사람들과는 부딪힘이 없었어요.
저는 대학때 풍물패 활동을 했었고 - 그래서 대학친구선후배는 다 그런 성향(?)의 사람들이고
사회 나와서도 민중가요 모임 활동을 했고
남편도 그러다 만난 사랑이라서
영결식 이전에 주변에서 이상한 소리 하는 사람이라곤 골수한나라당 지지자 울엄마-_-밖에 없었거든요.
(잠깐 딴소리 하면...
아 진짜 엄마때문에 여러번 미치는줄 알았네요...
저 금요일에 휴가내고 영결식 가려는데, 제가 검은옷이 집에 하나도 없어서 친정에 들렀다 갔거든요.
(결혼한지 얼마 안되어서 짐을 아직 다 못옮겼거든요)
저희엄마 저보고 길길이 날뛰시는데...어우 진짜 소리 빽 지르고 남이사! 이러고 시청으로 뛰어갔네요)
사회 생활하면서 만난 동호회 사람들은,
노대통령님 탄핵반대 집회때도, 효순이 미선이 때도 다 같이 촛불들고 거리로 나갔던 사람들이에요.
그런데, 영결식 앞두고 동호회 게시판에 제가 아무리 글을 올려도 아무도 아무런 반응이 없어서
다들 애 키우고 사느라 바빠서 글도 못올리는구나...하면서 마음을 달래고 있었어요.
(저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사이 모두 애엄마 아빠가 되었거든요)
그리고 금요일, 시청으로 나가면서 문자를 돌렸지요.
애없는 제가 대표로 다녀오겠다고, 잘 다녀올 수 있게 힘 주세요...라고.
그런데 몇몇 사람들 (모두는 아니었어요)의 답문자가 이런식이더라구요.
- 어디가는데?
- 답 조차 없음.ㅋㅋ
쩝...^^;;
뭐 그래. 애 키우고 살다보면 다들 정신없어서 오늘인지도 모를 수 있지...하며
착잡한 마음 달래고 시청으로 가서, 마지막 가시는길 잘 보고 돌아왔어요.
그리고 주말 보내고, 어제 출근해서
동호회 게시판과 각 개인들의 홈피들을 들어가봤는데
가족들과 놀러다녀온 사진, 뭐 먹으러 다녀온 얘기, 자기네 애기 육아일기...뭐 이런거만 있을 뿐
그 어디에도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글 하나가 없어요...ㅜㅜ
저는 정말 그 사람들 너무 소중하게 생각하고, 인연을 이어오고 있었는데
제가 너무 기대가 컸던건지...
아이 키우느라 정신없어 그러려니...했는데
다른 사람도 아니고, 불과 몇년전에 다 함께 촛불들고 분노하고, 세상을 똑바로 바라보고 살아야한다 다짐했던 사람들이었는데
그냥 그 사람들은 그 사람들의 삶을 살고 있는걸 보면서,
이제 차츰..그들과의 관계도 정리가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냥 마음이 너무 허탈해요...
거진 십년지기들인데...
1. ▦후유키
'09.6.2 1:42 PM (125.184.xxx.192)염장지르는거 같아 죄송한데..
제 친구는 드디어 돌아섰습니다.
휴..2. 사세
'09.6.2 1:48 PM (221.139.xxx.118)저도 학교 다닐때 풍물패 였는데..학교 다닐때 저한테 엄청 열심히 가르치던 선배들 작년 촛불집회 나온 사람 거의 없더라구요...저야 회사가 시청이라 매일 갔었고, 주말에도 약속 취소하고 유모차 부대 도우미다 김밥 싸서 가고 그랬는데..이번에도 간 선배나 후배들은 거의 없는듯 해요..1-2명 정도 되려나..저도 만삭의 몸 이끌고 갔는데...그냥 씁쓸하네요...
3. ...
'09.6.2 2:17 PM (59.6.xxx.99)너무 맘 상하지 마세요. 지나놓고 보니까 저도.. 둘째 낳고 할 수 없이 일 그만두고 전업주부가 되었던 그때.. 정말 세상과 단절하고 살았었어요. 그때는 어떻게 살았는지 기억이 안나요. 제 동생은 그때 제가 좀 이상했다고 하더라구요. 늘 챙겨주던 친정식구들 생일도 그냥 넘어가고 조카한테도 너무 무성의했대요. 물론 전 기억이 없습니다. 그 분들.. 아이들이 크고 여유가 좀 생기면 달라지실거예요.
4. 행복을 찾아서
'09.6.2 2:26 PM (121.161.xxx.67)정말 실망이 크셨겠어요...온라인으로나마 토닥토닥 해드릴게요~
5. 몽생이
'09.6.2 2:59 PM (211.232.xxx.228)제 어머니는 칠십이 넘으신 노인네.
살벌한 박통 시절을 사신 분이죠.
대통령 욕하면 큰일이 나는 줄 알아요
(영 아닌 것도 아니더군요)
출불 때
하루에도 몇 차례씩 전화를 하셨어요.(친정이 제주)
아마 가까이에 살았으면
사춘기 딸도 아닌데 붙잡느라 싸우고
나간다고 엄청 싸웠을겁니다.
그런데 이번은 다르더군요.
아파트 노인정에서 버스를 갈아 타시면서
할머니들 모여서 분향소도 가고 그러셨나 봐요.
선거 때
교회에 다니는 친구들
경제를 살릴 대통령은 이명박 밖에 없다고
이명박을 찍은 친구들도 많이 달라지긴 했지만
그들과는 시국얘기 않습니다.
전에 한 번
경제 얘기를 하다가
'세계 경제가 워낙에 바닥이니...'
어쩔 수가 없다라는 얘기죠.
노인들 보다
이명박과 같은 종교를 가진 친구들보다
더 문제인 것은...
평소에 모든 것에 똑 부러진 친구들.
내 식구만 생각하는 친구가 아니었던 친구가...
해탈의 경지에 이른 얘기를 하면 속이 터져요.
그 친구도 저를 보면 그러겠지만...
뒷장으로 넘어 가신 분의 글
'다름도 인정하자' 하신 분의 글을 읽고
이제...
그런가 보다 하기로 했어요.
내 마음이 색깔은 변하지 않겠지만
색이 다르다고
적을 만들지는 말자.
상대가 봤을 땐 내가 그의 적으로 보일 지도 모르는 일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