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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남편의 가사분담 1

출산임박 조회수 : 491
작성일 : 2009-01-02 15:02:36
밑에 가사분담 때문에 걱정하시는 분이 계셔서
자칫하면 자랑이 될까봐 혹은 너도 아직 멀었다 비판받을까 걱정되지만...
그냥 이런 집도 있다고, 이렇게 사는 여자도 있다고 여겨주시면 좋겠습니다.


1. 남자를 대하는 기본 자세

남자들 집안일 잘 못하지요. 잘 못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모릅니다.
여자들이 '조금만 생각하면 될 것을...'하는 것이 남자의 머릿속에는 아예 베이스 세팅이 안 되어있다 보면 됩니다.
그런데 이건 그 남자의 잘못으로만 생각하면 안 될 것 같아요.
'배운 게 없어서' 그런 거거든요.
사회적으로 문화적으로 남성들에게 그런 세밀하고 아름다운(?) 일을 가르치질 않았어요.
부인을 위하는 마음이 없어서도 아니고
남에게 고통을 주려고 해서도 아니고
정말 '배운 게 너무 없어' 뭘 어디서부터 해야할지 모르고
자신이 무언가를 해야한다는 생각조차 없다고 보여집니다.
이건 내 남편의 잘못이 아니라 우리 사회, 우리 교육의 잘못이니까
내 남편에게만 화내면 안 된다고 생각했지요.
그래서 살림과 육아에 대한 기본적인 베이스부터 차근차근  남도 아닌 바로 내가
'자라면서 박탈당한 귀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해야되겠다...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2. 아주 천천히, 징검다리가 필요하다.

남편과 함께 '가사분담의 중요성'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요,
대부분은 남자들도 끄덕끄덕 하게 된다고 봐요.
특히 맞벌이인 경우에는 끄덕끄덕 안 할 수가 없지요.
그 끄덕끄덕은 80%는 진심이고, 20%는 아직 뭘 잘 몰라서 그냥 끄덕거리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건 80%의 진심이지요.
이 진심을 잘 이해하고 믿어줘야 할 것 같아요.
그런데 대부분 '나랑 가사분담하기로 해놓고 왜 안 하냐?'하며 싸우는데
앞서 얘기한대로 남자들은 아주 기초적인 집안일에 대한 최소 기준의 교양 학습도 안 되어있기에
'그 다음에 무얼해야하는지' 잘 몰라요.
학생들에게 '공부해야한다'라고 말하면 다들 끄덕끄덕하잖아요.
그거 진심이거든요.
우리 학교 다닐 때 다 공부 잘하고 싶은 진심이 있었지만, 결과는 서로 다르죠.
타고나길 공부에 대한 감각이 있거나 작은 것이라도 공부에 매진했던, 혹은 무언가를 성취했던 경험이 있으면
동기부여가 되었을 때 일취월장할 수 있어요.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해야하는 건 알겠는데 어떻게 시작해야하는지' 모르죠.
남자들의 집안일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가사분담의 필요성, 내 아내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대충 알겠는데
너무 모르니까 눈에 보이질 않는 거에요.
눈에 보이질 않는다는 건 인식 자체가 안된다는 건데 이런 사람한테 왜 안하냐고 하면
'내가 뭘 안 했는데?'하는 반응이 나오겠죠.
'가사분담의 중요성'에 대해 충분한 공유가 되었다면 이제 다 된 게 아니라 이제부터 시작인 거지요.
이제 실전 교육에 들어가야하니까요.
그런데 자라면서 알게모르게 잠재적으로 가사일에 대해 은근히 많은 교육을 받은 대부분의 여성들은
이걸 너무 쉽게 생각해요.
나는 특별히 배우지 않았어도 할 수 있는데
왜 당신은 안 하느냐. 이건 마음이 없다는 뜻이다...라고 생각해버리죠.
대부분의 남성들은 이런 잠재적 교육과정을 거치지 않은 백지 상태라는 걸 이해해주지 않고
가사분담의 중요성에 대한 합의만으로 문제가 해결되길 바라면
남자 입장에서는 아주 답답한 걸 거에요.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정말 너무 배운 게 없어 나라도 가르쳐준다'는 기분으로
징검다리 교육을 해야한다고 생각해요.

거기에 저는 남성과 여성의 성차도 조금 존재한다고 봐요.
'성차별'은 용납할 수 없지만 '성차'는 분명 있다고 생각합니다.
남자들이 상상력이 부족해요.
남의 마음을 헤아리는 능력, 적당히 조절하는 능력, 세심하고 면밀하게 검토하는 능력...
좀 떨어지더라고요.
(혹시 우리 남편만??? ㅎㅎ)
이거 인정해줘야지 어쩌겠어요.

그대신 그 사람이 나보다 더 훌륭한 성취를 보이는 다른 과목들도 많거든요.
그건 또 그 사람이 나를 인정해줘야지요. 모르는 건 가르쳐줘야하고요.

(로그인 풀릴까봐 일단 먼저 올립니다)

IP : 125.186.xxx.39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글쎄요 ^^;;
    '09.1.2 3:05 PM (222.114.xxx.163)

    똑 떨어지는 성격의 소유자이실 것 같아요..
    그런데요.. 저희 남편 같은 경우는 아이 낳기 전엔 잘 도와주다가 오히려 아이 낳고 난 후 태도가 돌변하더군요.
    세상엔 이론과는 참으로 다른 경우가 많단 생각이 들어서 한마디 덫붙여봅니다...

  • 2. 동의합니다.
    '09.1.2 3:42 PM (122.101.xxx.216)

    천천히 잘 설명해주면 알아듣더라고요.
    첨부터 알아서 해주겠거니 생각하면 화만 나고요.
    집안일 척척 잘해주는 남자를 만나거나, 아니면 적어도 말이 통하는 남자 골라서
    결혼해야할 것 같아요. 시켜도 안듣는 사람이면 진짜 곤란한거죠.

  • 3. 로얄 코펜하겐
    '09.1.2 4:39 PM (59.4.xxx.207)

    우리나라 남자들은..
    오랜 자취생활로 요리면 요리, 청소면 청소, 세탁 까지 다 잘 하면서
    결혼과 동시에 가사일에서 손을 놓는다는게 문제지요.
    나도 여자가 해준 밥 먹고싶다는 심리?
    처음부터 엄마가 다 해준 남자라면 당연 기본을 모르는거지만.
    아직까지 한국에서 결혼은 가사도우미를 얻는 것과 같은 의미를 가질때가 많아요.

  • 4. 제남편
    '09.1.2 4:51 PM (124.53.xxx.175)

    도 자취생활이 몇년인데 정말 하는꼴을 못봤습니다.
    자취할때 도대체 뭐 해먹었냐 하면 해먹은거 없답니다. 간신히 찌개끓여서 떼우는거에 급급했다고
    사먹기도 많이 사먹고. --;;
    저야 전업이여서 마구마구 요구할 입장은 아니지만요..
    하다못해 귤도 까달라 합니다. 손에 뭐가 묻는게 너무 싫답니다.
    (본인말로는 자기가 기계쟁이라 기계에서 묻는 기름때가 드러워서 아무리 깨끗히 닦아도 본인 손은 더럽다라고 인식이 된답니다.)

    아주 가끔 아주아주 가끔.. 한 서너달에 한번은 설거지해주고 청소해주긴 하는데 정말 꼼짝 안합니다. 아직 아이가 없어서 그냥 포기하지만. 아기 생기면. 너 두고봐라 하고있습니다..
    (시키는건 또 잘하거든요. 근데 어떻게 일일히 시키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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