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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버지

강씨부인 조회수 : 656
작성일 : 2009-01-02 12:13:47
새해를 친정에서 보냈습니다.

자식들 다 결혼해서 연로한 두분만 남은 우리집...

생각하니 맘이 안조아 신랑이랑 갔더니 언니도 조카랑 와있었습니다.

항상 적적하던 집에 식구들이 모여앉아 그런지 엄마아빠 얼굴도 환해 보이고

그런 엄마아빠얼굴을 보니 자주 더많이 모여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거실에 누워계신 아빠옆에 다가가 어릴때부터 갈고닦은 어깨주물러드리기 를 해드리면서 울아빠 얼굴을 봤더니

검은 머리는 거의없고 흰머리만 남은 머리카락과 이젠 수염까지 흰색으로 자라는 늙으신 아빠 ...

얼굴 곳곳에 검버섯이 자라고 입주위도 할아버지처럼 쪼글쪼글 잡힌 주름이 눈에 보였습니다.

맘이 짠~했습니다.

어릴땐 넘 무서워 말도 잘 걸지 못했고 혼난 기억이 더많아 다른 친구들처럼 아빠랑 친하게 지내지도 못했는데

언젠가부터 약해지는 아빠의 모습이 맘이 아팠습니다.

항상 먹고살기 바빠 살찔 새도없이 볼이 폭 패이고 말랐었던 우리아빠...

집한칸 없이 항상 세들어 살면서 이사만 열댓번은 더 한것 같네요

제가 다녔던 초등학교만 4곳이었으니....

그렇게 힘들게 살던 우리집이 3년전에 집장만을 했었죠...

그때 정말 눈물나게 기뻤어요..새집에 살면서도 한동안 꿈인가 ~했으니깐요

남들 쉬는 날에도 일하시며 정말 힘들게 힘들게 살아오신 우리 아빠...

이제좀 편하게 사시나 했더니 벌써 이만큼 늙으셨네요

무뚝뚝한 딸이라 한번도 아빠한테 말은 하지 못했지만 아빠 항상 사랑해요...

당신은 엄마한테 자식들이 다 엄마편이라 좋겠다고 말씀하시지만 사실 우린 아빠 편이예요...ㅋㅋ

아빠 힘든 생활속에서도 저희에게 세상을 올바로 볼수 있게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이런글 저런질문에 어떤분이 같은 제목으로 적으신 글을 보다가 어제가 생각나 적어봤습니다
그런데 적다보니 편지가 되었네요...
새해부터 힘찬내용이 아닌 글이라 죄송하네요
어제 늙어지신 아빠를 보면서 가슴먹먹했던 기억이 떠올라...
그렇다고 아빠한테 편지쓰긴 좀 그렇고 해서...






IP : 219.251.xxx.130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괜찮아요
    '09.1.2 12:16 PM (120.50.xxx.115)

    죄송하다니요..
    전 오히려 새해부터 아버님에 대한 애틋한 맘이 담긴 글을 읽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연말에 뵙고 온 우리 부모님도 생각나네요.
    이상하게 결혼 한 이후로는 엄마 아빠 생각만 해도 목이 탁 막히고 눈이 뜨거워져요.

  • 2. 깜장이 집사
    '09.1.2 12:19 PM (61.255.xxx.30)

    저도 어제 아침부터 시집가서 아가씨네 식구들이랑 떡국먹고 얘기하고 그러고 있다가 늦게사 친정아버지한테 전화드렸어요.
    (남편은 저한테 화나서 전화안드린것같더군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하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아. 괜히 쌩~한 목소리로 전화끊었어요.
    적적하게 부모님만 새해 맞으시는 걸 보니 가슴이 먹먹하더군요.

    효도해요~ 우리~
    전 효도는 모르겠고 부모님이랑 배틀만 안하고 살면 좋겠네요.. ㅋㅋ

  • 3. 자유
    '09.1.2 12:39 PM (211.203.xxx.45)

    돌아가신 뒤 동네 떠나가게 통곡하는 딸보다는,
    살아계실 때 애잔함에 눈물 짓는 딸이 효녀이지요.

    저도 딸 셋 키우는 엄마이지만, 우리 딸들이 제게 거침 없는 사랑을 표할 때마다...
    저는 우리 친정부모님께 얼마나 내 마음을 표현하고 사는가, 반성하곤 합니다.
    때로는 어린 아이들에게 배워야 할 것 같아요. 솔직한 표현..
    그저 무뚝뚝하게 가서, 베개 밑에 봉투 하나 쑥~찔러두고 오는, 살갑지 못한 딸이라...
    원글님 글 읽고나니 또 후회가 되네요. 한번 안아드리고 올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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