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배트맨은 법치를 선택한 것일까? -정정훈 변호사

글 하나.. 조회수 : 217
작성일 : 2008-08-28 19:18:20
겨레에서 펀 글이예요.


[야!한국사회] 배트맨은 법치를 선택한 것일까? / 정정훈

» 정정훈 변호사


영화 <다크 나이트>를 고질적인 직업정신(?)으로 가볍게 비틀어 보면, 영화는 법과 정의, 질서와 폭력에 대한 혼란스러운 은유로 가득하다. 영화는 법과 질서가 무너진 ‘고담’이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세 주인공인 배트맨, 조커, 하비 덴트의 선택을 대립시킨다.
배트맨의 활약은 고담시의 범죄와 악에 대해서는 무기력하다. 영웅을 흉내내는 가짜들이 난무할 뿐이다. 배트맨은 영화 초반부터 법과 제도의 바깥에서 사적으로 정의를 실현하는 자신의 방식에 대해서 회의한다. 법과 정의 사이의 괴리라는 고전적인 법철학적 질문과 극단적인 선과 악의 존재론적인 동일성이라는 묵직한 주제가 겹쳐진다.

주인공들에게는 공통점이 존재한다. 그들은 힘을 가진 존재이고, 법과 불법, 정의와 폭력 사이에서 분열된 방식으로 그 힘을 행사한다. 배트맨은 합법(낮)과 불법(밤)의 경계를 오가며 변신을 반복하고, 검사 하비 덴트는 법과 정의의 수호자에서 불법과 폭력의 괴물 ‘투 페이스 하비’로 추락한다. 절대악 조커는 법과 질서의 현실로부터 정신병적으로 분열된 채 불법(또는 무법)의 영역에 초월적으로 존재한다. 그들의 분열은 박쥐 가면, 엉성한 조커 화장, 두 개의 얼굴로 상징적으로 드러난다.

세 명의 ‘어둠의 기사’(다크 나이트)는 서로가 서로를 완성한다. 배트맨의 존재는 대립물인 절대악 조커를 불러내고, 조커는 다시 하비 덴트를 ‘투 페이스 하비’로 만들어낸다. ‘투 페이스 하비’의 두 얼굴에는 배트맨과 조커, 정의와 폭력, 법과 권력의 이중성이 겹쳐진다. ‘고담’이라는 불법과 무질서의 공간이 근원적으로 교정되지 않는 한, 서로를 만들어내는 악순환의 고리는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그 분열과 악순환을 해결하는 영화의 결말은 다소 상투적이다. 배트맨의 선택은 스스로를 희생하여 하비 덴트를 다시 영웅화하는 것이다. 법과 제도라는 방식을 통해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 진실을 묻어버리고, 다른 영웅에게 자리를 만들어 준다.

배트맨은 고뇌 끝에 이중성의 가면을 버리고 ‘법치’라는 방법을 선택한 것일까? 그러나 근본적으로 ‘영웅에 의한 법치’는 없다. 법치는 법에 의해 권력을 통제하는 시민들의 정신이다. <다크 나이트>에서 법치를 이야기하자면, 하비 덴트가 ‘투 페이스 하비’가 될 수 없도록 하는 것, 권력의 속성에 내재하는 악의 경향성을 통제하는 것이다. 권력이 악과 싸운다는 명목으로 악으로 전화하지 않도록 권력을 통제하는 것, 그것이 법치다.

그런 관점에서, 괴물로 변한 권력을 은폐한 배트맨의 선택은 오히려 법치의 정신에 반하는 것이다. 시민들은 괴물로 변한 권력을 기억해야 한다. 권력과 괴물의 두 얼굴이 하나의 뿌리일 수 있음을 기억하고, 그 기억을 정치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 불행한 결말을 기억하는 시민들에 의해서 정의와 평화가 회복될 것인지는 열려진 결말이다. 배트맨은 진실을 조작하고 기억의 기회를 차단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다시 영웅으로의 귀환을 노리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속편은 계속되어야 하니까.(^^)

법은 종종 ‘가면 쓴 권력’이라는 조롱을 받아왔다. 배트맨은 가면을 벗어도, 권력은 언제든지 법이라는 보편성의 가면을 쓰고 행사될 수 있다. 권력이 주장하는 법치는 ‘가면 쓴 법치’일 뿐이다. 그런데 요즘 유행하는 권력의 ‘법치’는 보편성의 가면마저도 불필요해하는 것으로 보인다.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노골적인 이중성. ‘투 페이스 하비’가 상징하는 법과 권력의 이중성을 닮았다.

정정훈 변호사

http://www.hani.co.kr/arti/SERIES/57/307022.html

--------------------

이번 일요일, 저도 남푠과 다크나이트를 보러 갈 계획이예요.
다크나이트.. 요새 대한민국이 요지경이니 자동으로 촛불과 연결되더군요. ^^
IP : 125.178.xxx.80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글 하나..
    '08.8.28 7:18 PM (125.178.xxx.80)

    링크합니다
    http://www.hani.co.kr/arti/SERIES/57/307022.html

  • 2.
    '08.8.28 7:27 PM (221.151.xxx.201)

    저는 아직 못봤는데..

    그런데 변호사라서 그런지 글을 참 잘쓰시네요. 정변호사님.. ㅎㅎㅎ

  • 3. 풍경소리
    '08.8.28 9:31 PM (58.121.xxx.168)

    맞어요, 이헌령비헌령입니다.

  • 4. 면님
    '08.8.29 2:42 PM (121.88.xxx.88)

    며칠전에 신랑이랑 봤는데 우리나라에도 저런 영웅 한명 있으면 참 좋겠다 했지요,
    길거리 폭력보다 더 포악한 권력자에 대한 단죄를 대신해줄 영웅~~~^^

    글구.... 풍경소리님 혹시 이현령비현령을 말씀하시는건지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27941 문대성이 대통령덕에? 17 정말 2008/08/28 1,060
227940 배우고 싶은 팝송 있으세요? 4 노래 2008/08/28 427
227939 그런데 아줌마들 한가지만 물어봅시다. 9 아이고~ㅋ 2008/08/28 1,121
227938 급)새그릇에 붙어있는 스티커 깔끔하게 제거하는 방법 좀 부탁요~ 15 떨어져라 2008/08/28 660
227937 쒸레기통(단!분리수거) 아이고 무플대응 8 듣보잡 2008/08/28 191
227936 아직도 정신 못차린 일부 82쿡 아줌마들 8 아이고~ㅋ 2008/08/28 1,002
227935 평촌산본인덕원과천에서 임플란트치과소개해주세요 2 아픈이 2008/08/28 360
227934 사진크기줄이는사이트 2 사진크기줄이.. 2008/08/28 250
227933 큰엄마님 9시에 쒸레기수거한답니다..아셨죠.. 4 듣보잡 2008/08/28 398
227932 이케아침대 써보신분 4 침대 2008/08/28 479
227931 필리핀에서 사고 당한 목사님 중 한 분이 전에 인간극장에 나온 분이 맞나요? 12 이럴어쩌 2008/08/28 4,183
227930 펑펑 울고 나니... 6 에잇!! 2008/08/28 1,026
227929 주식.. 궁금한데요 13 하이킥 2008/08/28 1,205
227928 샤넬 클래식 체인백 금장 시간이 지나면 색 많이 바래나요? (금장 산걸 후회해요..) 4 샤넬 2008/08/28 1,143
227927 친구가 결혼하는데 어떤게 옳은 선택일까요..? 20 결혼 2008/08/28 1,717
227926 어떤 우유 드세요? GMO 쓰지 않은 우유는?? 15 린맘 2008/08/28 1,464
227925 페나텐 크림이라고 들어보셨어요? 5 아직도 선물.. 2008/08/28 546
227924 찬바닥에 배깔고 자더니 토했거든요.. 6 아이엄마 2008/08/28 335
227923 아래 헤어짐님이 쓰신글중에... 4 궁금궁금 2008/08/28 589
227922 웅진 공기청정기써보신분 3 ^^ 2008/08/28 246
227921 메롱아 니 와이프 될 사람 불쌍타 40 큰엄마 2008/08/28 1,009
227920 시민과 시민을 대립시키는 개들... 3 개날당..... 2008/08/28 170
227919 언론소비자주권 국민캠페인 창립총회 공고 13 언소주 2008/08/28 200
227918 아들녀석땜에.. 2 초등맘.. 2008/08/28 445
227917 대한민국은 기독교공화국이다. 4 ㅋㅋ 2008/08/28 247
227916 추석때 서울에서 천안의 교통은?? 6 .. 2008/08/28 250
227915 파워콤행사해서 어제돈많이받고 기분좋네요 5 이민혜 2008/08/28 621
227914 돈.. 이렇게 써도 되는건지.. 23 라라.. 2008/08/28 5,748
227913 털썩....서울지방검찰청에서 출석통보를 받았습니다. 21 빈곤마마 2008/08/28 1,441
227912 에클레어 맛있는 곳? 7 선물 2008/08/28 3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