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비의 얼굴은 반짝인다-송유미
산더미같이 쌓여진 그릇을 씻기 위해 개수대 앞에 선다
밥공기들을 하나 하나 '퐁퐁'을 묻혀 닦아내다가
문득 씻지도 않고 쓰는 마음이 손바닥에 만져졌다
먹기 위해 쓰이는 그릇이나 살기 위해 먹는 마음이나
한 번 쓰고 나면 씻어두어야
다음을 위해 쓸 수 있는 것이라 싶었다
그러나 물만 마시고도 씻어두는 유리컵만도 못한 내 마음은
더럽혀지고 때묻어 무엇 하나 담을 수가 없다
금이 가고 얼룩진 영혼의 슬픈 그릇이여
깨어지고 이가 빠져 쓸 데가 없는 듯한 그릇을 골라내면서
마음도 이와 같이 가려낼 것은 가려내서
담아내야 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
누룽지가 붙어서 좀처럼 씻어지지 않는 솥을 씻는다
미움이 마음에 눌어 붙으면
이처럼 닦아내기 어려울까
닦으면 닦을수록 윤이 나는 주전자를 보면서
씻으면 씻을수록 반짝이는 찻잔을 보면서
영혼도 이와 같이 닦으면 닦을수록
윤이 나게 할 수는 없는 일일까 생각해 보는 것이다
그릇은 한번만 써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뼈 속까지 씻으려 들면서
세상을 수십 년을 살면서도
마음 한 번 비우지 못해
청정히 흐르는 물을 보아도
때묻은 情을 씻을 수가 없구나
남의 티는 그리도 잘 보면서도
제 가슴 하나 헹구지도 못하면서
오늘도 아침 저녁을 종종걸음치며
죄 없는 냄비의 얼굴만
닦고 닦는 것이다.
=============================================================================================
이 밤에 갑자기 이 시가 생각나네요..
특별한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쪼매 우울한가 봅니다..
다들 좋은밤 되세요~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시 한수 읊고 갑니다~
시 조회수 : 196
작성일 : 2006-05-24 22:29:19
IP : 203.170.xxx.82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까만콩
'06.5.25 3:09 AM (58.142.xxx.192)잘 읽었어요..ㅎㅎ
2. 마음이
'06.5.25 7:14 AM (125.31.xxx.20)마음이
짠~~ 해 집니다......3. 종종..
'06.5.25 9:38 AM (211.38.xxx.47)올려주시와요.
시 넘 감동적이여요 흑!!
나를 돌아보게 만듬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N
| 번호 | 제목 | 작성자 | 날짜 | 조회 |
|---|---|---|---|---|
| 64694 | 제가 잘못한건가요? (뭐가 문제인지 정말 답답합니다.) 11 | 냉정한 판단.. | 2006/05/25 | 2,262 |
| 64693 | 저의 증상 좀 봐주세요 4 | 피곤 | 2006/05/25 | 741 |
| 64692 | 뭐 해드세요 | 아짐 | 2006/05/25 | 264 |
| 64691 | 구리석쇠에 찌뜬때...어떻게...? | ... | 2006/05/25 | 265 |
| 64690 | 조소혜 작가가 간암으로 별세하셨네요.ㅠㅠ 8 | 안타깝네요 | 2006/05/25 | 1,826 |
| 64689 | ikea가 한국에 들어 왔나요... 1 | 질문 | 2006/05/25 | 833 |
| 64688 | 라텍스침대 3 | 날개 | 2006/05/25 | 613 |
| 64687 | 조금만 참아..고생 다~ 했어!! 3 | 애둘맘 | 2006/05/25 | 1,217 |
| 64686 | 무슨재미로 사시나요 4 | ... | 2006/05/25 | 1,341 |
| 64685 | 류마티스에 걸리고 보니... 8 | 답답해서 | 2006/05/25 | 913 |
| 64684 | 4일 연락 안했다고 얼굴보고싶지 않다는 시엄니... 19 | 며느리..... | 2006/05/25 | 1,587 |
| 64683 | 예전에 겨드랑이 제모 약국에 뭐가 있다고... 1 | 여름 | 2006/05/25 | 255 |
| 64682 | 김헤경샘님께서 이용하신다는 배추농원이 어딘가요? 4 | 아들둘 | 2006/05/25 | 630 |
| 64681 | 여행을 갈려고요. 2 | 아들둘 | 2006/05/25 | 287 |
| 64680 | 먼나라이웃나라 책을 살려고 하는데 어느 홈쇼핑? 1 | 책 | 2006/05/25 | 161 |
| 64679 | 7살인데요 청개구리 이야기요. 6 | 대략 난감 | 2006/05/25 | 440 |
| 64678 | 공동명의와 등기비용 2 | 집.. | 2006/05/25 | 426 |
| 64677 | 딸의 하나뿐인 명품옷을 망가뜨렸어요. 4 | 결비맘 | 2006/05/24 | 2,040 |
| 64676 | 신도림동 근처에 콩물 또는 콩국수 맛나게 파는곳 알려주세요~~ 2 | 임산부 | 2006/05/24 | 200 |
| 64675 | 급!!! 분당에 요리 선생님 구합(아래 글 올렷던 아줌마에요) 3 | 요리선생님 | 2006/05/24 | 612 |
| 64674 | 요새 재밌게 본 CF 4 | ^^ | 2006/05/24 | 1,001 |
| 64673 | 아줌니들 술상은 어찌 차릴까요? 13 | 조언부탁 | 2006/05/24 | 2,081 |
| 64672 | 메모까지해왔지요.. 3 | 기억이 날때.. | 2006/05/24 | 792 |
| 64671 | 부녀회 담합하면 정말 아파트가격이 오른 가격에 팔리나요? 10 | 부녀회 | 2006/05/24 | 1,633 |
| 64670 | 오늘 완전히 머리 망쳤어요...ㅠㅠ 6 | 왕속상 | 2006/05/24 | 1,440 |
| 64669 | 영미맘님이 올리신 롯데닷컴 어떻게 구입하는 건가요? 1 | ajdcjd.. | 2006/05/24 | 529 |
| 64668 | 중랑구에 추천할만한 영어유치원... | 수진엄마 | 2006/05/24 | 169 |
| 64667 | 먼지봉투 없는 청소기가 좋은가요? 11 | 모르겠어요 | 2006/05/24 | 1,260 |
| 64666 | 시 한수 읊고 갑니다~ 3 | 시 | 2006/05/24 | 196 |
| 64665 | 첫방문시 선물 사오는 글을 읽고 12 | 이런 경우 | 2006/05/24 | 1,225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