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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금요일,꽉찬 하루를 보내고

| 조회수 : 729 | 추천수 : 1
작성일 : 2013-03-16 01:05:49

금요일 , 참으로 오랫만에 하루 종일을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날입니다 .그래서 잡은 게획이 네 가지

 

우선은 출판사의 공간을 옮긴 arhet님 축하할 겸, 이사간 곳도 보고 싶어서 찾아간 것, 그 다음에 잠깐 알라딘

 

중고서적에 새로 구할 만한 책이 있나 보고 나서, 화랑미술제에 들러서 다양한 그림을 본 다음, 마지막으로

 

요셉 어메이징 뮤지컬을 보고 오는 것이었습니다.

자주 그렇듯이 이런 계획에 변수가 생겼지요. 우선 출판사를 찾는 일에 조금 시간이 걸리기도 했고, 넷이서 모여서

이야기하고 맛있는 음식 먹고 다시 가서 커피 한 잔 두 잔 마시다보니 생각보다 출발이 늦어진 사연도 있지만

일단 서점에 들어가고 나니 나오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더구나 오랫만에 들린 길이라 꼼꼼하게 체크하고 대조하고

 

그렇게 해서 고른 책이 38권. 물론 저 혼자 읽으려는 것이 아니고,아이들과 더불어 읽으려는 책이기에 이렇게 무진장

 

많은 책 고르기가 가능하겠지요? 중고서적이라서 아주 큰 부담은 아니란 것이 다행이라고 할까요?

 

책값을 다 지불하고 오늘 들고 가서 읽고 싶은 책 두 권을 미리 빼두고, 가방안에 있던 책을 택배로 함께 부탁하고 나니

이미 전시장에 가기엔 늦은시간입니다 .그렇다면 아직 못 둘러 본  서가를 한 번 볼까 하다가 마주친 책이 음악평론가

 

이 강숙님의 산문집이었습니다. 얼마전 그의 자전적 소설 젊은 음악가의 초상을 구해서 마음 뜨겁게 읽은 적이 있어서

 

그 자리에 앉아서 조금만 읽어야지 하다가  뮤지컬에 갈 시간이 임박해서야 자리에서 일어나게 되었지요.

그 중에서 우리 안에는 아직 불이 붙지 않은 심지가 있는데 무엇으로 불이 붙을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인상 깊었지요. 그의 경우는 음악으로 특히 베토벤으로 불이 붙었다고 하는데 물론 월광을 처음 들었을 때 바로

 

확 불이 붙지는 않았다고 고백합니다. 그래서 음악 선생님에게 다시 가서 물었더니 바로 이해되는 것이 아니라고

 

듣고 또 듣다 어느 순간 음악의 흐름이 이해되는 순간이 온다고 말해주는 대목이 있더군요. 그 이후 저자는 베토벤의

 

월광을 진정으로 이해하기 위해서 어렵사리 기회를 만들어서 남의 집을 찾아다니면서 듣고 또 듣던 어느 순간

 

드디어 진짜 월광과 만나게 되고 아직 피아노를 제대로 치지 못하는 상태에서도 마음속으로 그리던 곡을 치고 싶어서

 

노력하는 장면이 선명하게 소개되고 있더군요.

 

다른 한 에피소드는 대학을 졸업한 제자가 찾아와서 아버지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었습니다. 60살이 넘어서 아버지가

 

갑자기 동네 피아노 학원에 다니기 시작하시더니 매일 동요를 비롯해서 자신이 아는 노래를 피아노로 치기 시작하는데

 

잘 치지 못하는 피아노이지만 정말 즐겁게 피아노 앞에 앉아 계시고 자신이 눌러서 소리가 되는 그 광경에 감탄하는

 

장면입니다. 그 때 저자는 이런 기쁨이야말로 음악이 주는 커다란 힘이 아닌가 음악이 전문가와 비전문가를 가르는

 

장치가 아니라 인생의 통합에 기여하는 것이 되어야 하지 않는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그 이야기를 읽으면서 갑자기 옛날 일이 떠오르더군요. 동생들의 피아노 선생님이 대학원 진학때문에 영어 공부가 필요하자 제게 도움을 청하신 일이 있었습니다. 그 때  저는 과외비

 

대신 피아노를 가르쳐 달라고 부탁을 했고 처음으로 레슨을 받았었지요. 그 당시 정년 퇴임한 남자분이 피아노를

 

배우러 다닌다는 것을 알고 놀랐던 기억이 선명합니다. 그것이 제게도 큰 자극이 되었던 것은 물론이고요.

물론 책안에는 존 케이지에 관한 이야기를 비롯한 마음을 움직이는 글이 여러 편 있었지만 피아니스트 부닌의

 

연주를 듣고 몰래 눈물을 흘린 대목이 제겐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래서겠지요? 집에 오자 마자 부닌의 음악을

 

듣는 사연은.

 
오늘의 마지막은 구약 성경속의 요셉 이야기를 토대로 만든 뮤지컬을 보는 것이었습니다 .도대체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꾸려 나가는 것일까 전혀 검색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음악이 엔드루 로이드 웨버라는 것 하나로
 
선택을 했는데요, 음악도 음악이지만 무대 장치,조명,그리고 뮤지컬 배우들의 역량이 놀라웠습니다.  그 중에서도
 
이집트 파라오의 공간을 무대장치로 소화한 것이 아주 인상적이었고 오래 된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각색한 부분과
 
완전히 현대적인 각색에만 의지한 것이 아니라 한 여성 캐릭터를 내세우고 아이들을 등장시켜서 일종의 코러스
 
역할을 맡기고 그녀가 옛날과 지금의 교량 역할을 한 점이 인상적이더군요. 공연이 끝나고 나서도 관객을 위해서
 
다양한 형태의 춤을 선보이면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돌아오는 길, 지하철속에서 읽고 싶어서 고른 두 권의 책 중 한 권을 읽다보니 어느새 일산, 시간가는 줄 모르고

 

독서삼매경에 빠져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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