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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이 책-아무도 기획하지 않은 자유

| 조회수 : 1,959 | 추천수 : 195
작성일 : 2010-05-09 02:26:26



금요일, 오전에는 경복궁에서 사진을 찍고 오후에는 진실의 순간을 보러 갔습니다.

원래는 저녁시간  실내악 축제에 가기 전까지 시간 여유가 있어서 박수근 전을 보러 가고 싶었지만

진실의 순간을 한 번 두 번 세 번 여러 차례 사진을 보고, 다큐멘터리 영상까지 다 보고 나니

기운이 빠져서 걷기에도 힘이 들더군요.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일단 5호선 지하철 역근처에서 책을 판매하고 있는 교보문고로 갔습니다.

가방안에 들어있는 단 두 권의 책 하나는 도서관의 김미라씨에게 선물로 받은 나츠메 소세끼의 마음

문제는 일본어 원문이라 지금처럼 피곤한 시간에는 읽을 기운이 없고, 다른 한 권은 네덜란드 회화에 관한

글인데 이미 읽었던 책이라 지금처럼 피곤한 때에는 지적 자극이 일어나지 않을 책이란 느낌이 들어서

혹시 좋은 책을 발견하면 한 권 구하고 아니면 바람이 좋은 곳에 가서 조금 쉬고 싶었거든요.




새벽부터 저절로 잠이 깨서 난생 처음 교향곡을 들었던 별난 날,그래서일까요 ? 잠이 모자란 탓에

대낮에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은 이상한 날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발견한 한 권의 책으로 그 이후의 시간이 확 달라지는 경험을 한 별스런 날이기도 했네요.

사실 이 책 아무도 기획하지 않은 자유는 이미 오래 전에 빌려서 읽은 책인데요,그 때는 수유 공간 너머에

갈 수 있는 형편이 아니어서 멀찍이 바라보는 기분으로 읽은 책이었고 그리곤 잊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미 그 곳에 발을 들여놓고 내 나름대로 이런 저런 경험을 하고 있는 장소라서 그런가요?

글을 완전히 새로운 기분으로 읽게 되었습니다.

광화문의 공원에 자리잡고 앉아서 시간의 흐름을 의식하지 못 할 정도로 몰두해서 책을 읽던 중  시간을 보니

벌써 음악회에 가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고 아,아쉽다 조금만 더 여유가 있다면 저절로 바라게 되는

그런 희안한 시간을 광화문 한 복판에서 보내게 만든 책이기도 했지요.



재미있는 사실은 책안에서 발견한 스피노자의 기쁜 능동촉발이란 말이 바로 지난 11월부터 그 곳에 다니게

된 이후의 저 자신을 설명하는 말처럼 느껴졌습니다.그렇지 않아도 강신주의 철학 vs 철학을 읽다가 에피쿠로스

의 편지에서 발견한 한 구절을 스피노자의 코나투스와 연결해서 이번 에세이 주제로 삼아야지 하고 마음먹고

있던 중 책속에서 발견한 바로 그 말 한 마디 기쁜 능동촉발. 바로 이것이네 하고 무릎을 치게 되었답니다.



2004년에 출간된 책이라 지금의 수유 공간너머 이전의 이야기들이긴 하지만 이 공간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에 대한 일종의 보고서라고 할 수 있지만 단순한 보고서라면

그렇게 몰입의 즐거움을 주는 일은 없었겠지요?

자주 그 공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니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혹시 나도 궁금한데 도대체

그 곳의 정체는 무엇인가 알고 싶은 사람들에겐 이 책을 읽어보라고, 내 안에 잠자고 있던 무엇인가를

분명 건드릴 것이고, 어떤 경우에는 바로 일어나서 길을 떠나고 싶은 기분을 느끼게 할 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할 수 있답니다.



사실 공간이 있다고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겠지요 ? 공간에서 누구와 만나고 무엇을 하는가 그리고

그 일에 자신을 어느 정도 열고 참여하는가, 얼마나 마음만이 아니라 몸의 습속을 바꿀 수 있는가가 문제인데요

이상하게 제겐 평생 피해서 도망다니던 문제가 그 곳에 다니면서 조금씩 자연스럽게 해결이 되어

지금은 마음 가볍게 (물론 전부 해결되어서 가벼워진 것은 아니지만 ) 살아갈 힘이 생기는 믿기 어려운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신앙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그것을 기적이라고 표현하겠지요?

그런데 저 역시 어떻게 보면 그 일이 그런 의미는 아니지만 기적처럼 ,혹은 선물처럼 느껴지고 있어서

가끔씩 신기해하고 있는 중이기도 합니다.



5월 선물할 일이 많은 계절, 이 책을 구해서 읽고 친한 사람들에게 선물을 하면 받는 사람들에게도

예상치 못한 기쁨을 퍼뜨리는 일이 되지 않을까 ? 혼자서 공상을 하게 되네요. 이미 자야 할 시간이

넘었는데도...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intotheself
    '10.5.9 2:31 AM

    목차지은이의 말
    프롤로그
    얼굴 I 카오스모시스(chaosmosis) I 운명의 장난?

    1장 문턱
    출구를 찾다
    번개와 피뢰침
    은밀한 접속
    조로증이라는 병
    《천의 고원》과 노마디즘
    거리의 열정
    원초적 본능 혹은 동아시아 프로젝트
    중구삭금

    2장 탈주
    나의 본전계산법
    사이보그-되기
    욕망의 블랙홀-연애와 가족
    유물론자의 사랑법
    사랑과 아우토노미아
    완벽한 배팅
    증여와 순환, 노마드의 정치경제학
    헝그리정신이여, 영원하라!

    3장 배치
    추석 대소동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앉아서 유목하기
    양생탁구, 소림제기
    내가 여성을 차별하는 이유
    N개의 성
    유머, 코뮌의 원동력
    자의식, 또 하나의 문턱

    4장 축제
    카페 트랜스
    ㅔㅋ포이필리아
    스승과 친구는 하나다
    세미나 게릴라들
    학술 라이브
    외부 혹은 주름들
    휴머니즘의 외부-생명과 기계

    5자 비전
    미꾸라지에 대한 단상
    달라이 라마와 사파티스타
    삼보일배
    개펄과 신부님
    걸으면서 질문하기
    베이스캠프, 문호리덧밭
    인터-코뮈넷을 아시나요?

  • 2. intotheself
    '10.5.9 2:47 AM

    http://beforesunset.tistory.com/

    그 곳에서 만난 귀한 인연,그녀의 글이 주는 향기가 좋아서 혼자 보기 아깝습니다.

    그래서 소개하는 블로그주소랍니다.

  • 3. 열무김치
    '10.5.9 4:41 AM

    늦은 이 시간까지 열정이 사그러들지 않으시는 intotheself님 ^^
    저도 차분차분히 잘 읽고 잘 보고 갑니다.

  • 4. 들꽃
    '10.5.9 7:12 AM

    하루를 참 짜임새있게 보내셨군요.

    제가 아는 분 중에
    이렇게 책을 아주 좋아하는 분이 계세요.
    요즘 연락도 잘 못드리고 있었는데
    인투님 글을 읽으면서
    그분께 이 책을 선물하면 참 좋겠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저 역시 이 책을 얼른 펼쳐보고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듭니다.

    오늘은 서점 나들이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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