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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일요일 아침 루치아를 들으면서

| 조회수 : 1,607 | 추천수 : 182
작성일 : 2008-04-06 12:27:46


  금요일 밤 국립극장에서 공연하고 있는 람메르무어의

루치아를 보러 갔었습니다.

언젠가 강남에서 약식으로 올린 루치아를 본 적이 있는데

그 때 남은 아쉬움때문에 이번에 보게 된 것이지요.

더구나 everymonth에 올라온 광란의 아리아를 미리

여러 번 예습?으로 듣기도 해서 기대를 잔뜩 하고 갔었는데

오케스트라의 만족스러운 연주에 비하면 정작 오페라가수들의

노래가 기대에 못미치는 성량이어서 아쉽더군요.

그래도 2부에서 소프라노 혼자서 약 20분간 부르는 아리아가

만족스러워서 조금은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는데요

그 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프로라면 밸런스를 잘 맞추는 것까지 포함되는 것이 아닐까

하고요.

많이 아파서 병원신세까지 지고 있던 캘리님이 그 와중에도

챙겨서 들고온 마리아 칼라스가 노래하는 음반

덕분에 일요일 아침을 루치아로 열고 있습니다.



음악과 더불어 보는 그림으로 선택한 것은 드가인데요

드가가 선택한 무희들은 무희자체가 관심의 대상이었다기

보다 그들이 보여주는 순간적인 동작에 이끌려서라고

하더군요.



그림을 검색하다가 만난 반가운 그림입닏다.

파스텔로 그린 풍경이네요.

오르세에서 그의 그림을 실제로 처음 보았을 때

파스텔이란 재료에 매력을 느끼던 순간이 기억납니다.

오르세는 그림에 문외한이었던 제게 새로운 문을 열어준

공간이라서 지금도 즐거운 마음으로 기억하는 장소입니다.



문을 열어준 사람들,혹은 공간들이 가끔 생기지요.

어떤때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문을 열게 되는

경우도 있는데요 일본어와의 만남도 그랬습니다.

보람이가 그렇게 오랜 세월동안 일본 노래,드라마,영화에

관심을 갖고 보고 듣고 즐기는 와중에도 저는 관심이

가지 않았었는데

어느 날 우연히 만난 한 사람과의 만남이

여행으로 이어지고 그녀가 여행내내 그 모임을 이끌어가면서

보여준 모습과 언어가 자유로워서 기차에서 만난 모녀와

웃으면서 이야기하는 모습에 끌려 일본어를 시작한지

일년이 넘었습니다.



시대극을 좋아하는 탓에 어느 날 붉은 문장이란 제목의

드라마에 끌려 클릭을 해보았습니다.

그런데 자막이 없어서 어찌할꼬 고민하다가 그냥 한 번

들어보자 싶었지요.

사실은 시대극이 아니라 20분정도씩 하는 일일 드라마였던

모양인데 이야기를 따라가는데 무리가 없을 정도로

(물론 세세한 내용은 알 수 없지만) 귀가 열렸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앗 소리가 절로 나는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중인데

그 때 그 감동을 그냥 넘기고 말았다면 어제 오늘같은

이런 기분은 평생 몰랐겠구나 싶어서 신기해하고 있습니다.



갑자기 오래전의 기억이 떠오릅니다.

무슨 사연으로 그런 이야기가 오고 갔는지 그것까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버지가 제게 말씀하셨던 것은 기억이

나네요.

올라가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말라고요

그때 제가 말을 했었습니다.

올라가보지 않고 어떻게 올라갈지 못 올라갈지 알 수 있는가하고요.

앞 뒤 다 맥락을 잃어버린채 선명하게 남아있는 그 말

아마 그것이 지금까지 저를 살아오게 한 힘이었을까?

어린 나는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었을까?

신기한 기분이 드는군요.



현실적으로는 늘 한 자리에서 일을 하는 제가 말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것이 갖는 기동성때문일까요?

말이 대상으로 나오는 그림에는 눈이 저절로 가는군요.

머리속으로는 용감하지만 실제로는 겁이 많은 제겐

위험해보이는 스포츠나 일을 하는 사람들은 일종의

다른 나라사람같은 기분이 들곤 했습니다.

그러다가 지난 목요일에 읽은 책에서 neutralizing fear라는

말을 읽은 후에는 그 말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네요.

공포를 중화시키라,어떻게? 그것은 각자의 몫이겠지만

방법을 조금은 알 것 같아요.



처음부터 시작하는 일에서 이미 너무 많이 간 사람을

혹은 너무 높은 상태를 생각하면 까마득한 마음에

미리 겁이 나버리곤 했지요.

그런데 바로 앞의 것,바로 지금 이 시간만 즐기자는

마음을 먹으면 공포가 덜하다는 것을 요즘 피아노치는

시간에 느끼고 있습니다.

여기까지 오는데 많은 길을 돌아왔지만

그렇게 생각을 바꾸고 나니 공포가 많이 중화되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주절거리고 있자니 아,지금 피아노를

치고 싶어지네요.

마침 루치아 음반도 다 끝나고 드가의 그림도 잘 보았으니

즐거운 마음으로 일어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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