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줌인줌아웃

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하루 종일 집에 있었던 금요일-오숙환님의 그림을 보다

| 조회수 : 1,257 | 추천수 : 39
작성일 : 2007-02-16 19:22:00


  지난 해 3월부터 정말 거의 거르지 않고

금요 나들이를 했었습니다.

즐거운 일이 많은 하루,그래서 일주일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이 되었던 하루였지요.

그러고 보니 금요일은 그냥 하루가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앉아 있습니다.

오늘은 아이들도 졸업하고 집에 있는 날이고

이사 날이 얼마 남지 않기도 해서

하루 집에 있으면서 정리하고 버릴 것은 추려서

밖에 내놓는 작업을 했습니다.

하루 종일 했다고는 말할 수 없고

중간에 쉬면서 일본 드라마 자상한 시간도 보고

영국 드라마  오만과 편견도 보면서 시간을 보냈지요.

학원 다녀와서 학교에 낼 숙제를 조금 하다가

그만 더 참지 못하고 놀러나간 승태

그리고 오전부터 서울로 후배를 만나러 가서 아직

소식이 없는 보람이

그래서 혼자 조용하게 보낼 수 있는 시간여유가 조금 생겨서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그림을 보러 들어왔습니다.

지난 번 집현전에서 구한 책중에 예술가에게 길을 묻다란

얇은 책이 한 권 있는데 그 책에서 다루는 동양화가들을

한 명씩 읽어가는 중이라서

오늘 기억하고 고른 화가는 오숙환님입니다.

처음 듣는 이름이었지만  빛을 주제로 작업한 것

인터뷰에서 말한 내용이 좋아서

이름을 저절로 기억하게 되었거든요.



마지막 국전에서 대상을 탄 것으로 경력에 적혀 있네요.

마침 이 작품의 제목이 휴식이라서 혼자서

피식 웃었습니다.

오늘 하루 종일 집안 구석구석에서 잠자고 있는

오래된 물건들을 정리하고 커피 한 잔 하면서

쉬고 있는 중이라서요.



그림을 보고 있으려니 실제로 보는 느낌은 어떨까

혼자 상상을 해보게 됩니다.




언젠가 읽은 책에서 잊혀지지 않는 정의가 있어요.

종교란 to make our ordinary world anew라는

제겐 종교만이 아니라 예술이 우리에게 주는 것이 바로

그 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새로운 그림,혹은 음악,소설을 읽을 때

아니 꼭 새로운 것이 아니더라도

새롭게 그것과 만날 때

갑자기 생기가 도는 ,그래서 좀 전의 나와는 조금 다른

내가 되는 기분이 들어요.

그것은 단지 예술과의 접촉만이 아니겠지요.

아이들과 만날 때도 사람들과 만날 때도

그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오늘 물건 정리하다가 구석에 박혀서 이제까지 못 보고 있었던

아이들이 어렸을 때 함께 갔던 싱가포르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을 보았습니다.

언제 이런 시간이 있었을까 싶게 어리고 순진하게 생긴

승태의 모습을 한참 들여다보았습니다.

자기 방에 있던 아이를 불러서 사진을 보라고 하니

언제 그런 곳에 갔었느냐는 듯이 새삼스럽게 자신을

바라보고 있더군요.

흘러간 시간속에서 생겼던 많은 일들을 회상하는

하루가 되기도 했습니다.



책장위에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는 그 아이의

아주 오래된 일기장들,먼지를 털면서 뒤적여보니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

일기장에 제가 참 많은 글을 써주었더군요.

선생님의 코멘트도 많았고요.

이제는 왜 그런 다정한 일을 못하고 사는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반성을 하기도 했습니다.










인생의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정신적인 성장에 걸맞는 엄마 노릇을 하고 있는가

그런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든 날이기도 한 금요일

일곱시 조금 지난 시간에 벌써 밖은 어둡고

방안 가득 흐르는 음악에

노곤한 하루의 피로가 조용히 풀리고 있습니다.





>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어찌
    '07.2.16 8:34 PM

    덕분에 눈도 맘도 호사하고 갑니다

  • 2. 곰돌이색시
    '07.2.16 11:33 PM

    학교 다닐때 저의 선생님 이셨습니다.
    여기에서 저 그림을 만나니 너무 방갑네요.
    선생님 방에서 저 그림들을 봤었지요. 전시에서도..
    그땐 저도 붓을 들고 있었는데 지금은 아니네요.
    언젠간 다시 붓을 들고 싶네요.. 스스로 소망으로만 끝나지 않길 바랍니다..

  • 3. 레이
    '07.2.19 3:36 AM

    위님, 저랑 동문인가봐요. 선생님 작품을 여기서 뵐 수 있다니...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추천
23135 똘망똘망한 눈 빛 도도/道導 2025.08.01 247 0
23134 2025년 여름, 톨 (3세, 여) & 챌 (5세, 남.. 4 챌시 2025.08.01 410 1
23133 우리집 파숫꾼 8 도도/道導 2025.07.31 402 0
23132 능소화 꽃별과 소엽풍란 꽃달이에요 2 띠띠 2025.07.30 449 0
23131 에어컨 배관좀 봐주실래요? 1 스폰지밥 2025.07.26 646 0
23130 2주 정도된 냥이 입양하실분 계실까요? 3 유리병 2025.07.21 2,108 0
23129 발네일 사진 올려봐요 2 바닐라향기 2025.07.18 1,564 0
23128 [급질문]욕실타일 크랙 셀프 가능할까요? 3 happymoon 2025.07.16 955 0
23127 고양이를 찾습니다..사례금 500만원 9 그리움 2025.07.15 2,435 0
23126 마천에서 올라 남한산성 한바퀴 4 wrtour 2025.07.14 1,044 0
23125 무늬벤자민 좀 봐주세요ㅜㅜ 7 na1222 2025.07.13 1,106 0
23124 구체관절인형 조각보 저고리와 굴레 2 Juliana7 2025.07.11 944 1
23123 416tv 바람의 세월 시사회초대 유지니맘 2025.07.11 558 0
23122 간장게장 테나르 2025.07.11 567 0
23121 아기사슴 이예요 6 공간의식 2025.07.09 2,103 0
23120 비싼 수박이... 2 통돌이 2025.07.07 1,518 0
23119 설탕이와 소그미(10) 10 뮤즈82 2025.07.03 1,400 0
23118 뜨개커텐 9 ㅎㅎㅋㅋ 2025.06.29 3,989 0
23117 6.28일 토요일 오후 6시 마지막 나눔안내 16 유지니맘 2025.06.28 2,196 2
23116 82일부회원님들과 함께 한 매불쇼 .겸공 41 유지니맘 2025.06.27 4,792 8
23115 모두가 잘났습니다. 2 도도/道導 2025.06.26 1,287 1
23114 버스에 이런게 있던데 충전기인가요? 4 요랑 2025.06.25 1,411 0
23113 6.25 75주년 2 도도/道導 2025.06.25 495 0
23112 춘천 삼악산 2 wrtour 2025.06.23 850 0
23111 삼순이의 잠.잠.잠 퍼레이드. (사진 폭탄) 14 띠띠 2025.06.23 2,043 1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