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경우에 십대 자녀 두신 어머님들은 어떤 생각을 하시는지 궁금해서 질문드립니다.
여학생 하나가 저에게 속상한 일 있었다며 얘기를 했는데... 그 중 엄마를 이해할 수 없다는 내용이 있어서요.
긴 얘기였는데 중요한 부분만 추려 보면, 얼마 전에 엄마랑 큰 다툼이 있었다는 거예요.
저는 보통 이런 경우, 다툼이라는 표현을 좋아하진 않는데(어른에게 혼날 일이 대부분이지 동등한 말다툼은 성립하기 어렵다고 생각해서) 이때는 왠지 아무 말 안 하고 일단 들어 보았습니다.
이 아이가 자기 물건 겉에 뭔가 지저분한 걸 묻은 걸 모르고 그대로 집으로 갖고 들어와 바닥에 놔뒀대요. 거실인지 방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엄마가 이걸 치우려다, 더러운 게 묻은 걸 본 거죠. 이걸 가지고 자기 물건 하나 제대로 간수 못 하고 더러운 걸 묻히고 다니며 집안에 그걸 갖고 들어왔다고 아이에게 소리를 질렀나 봐요.
아이는 그게, 자기가 일부러 묻힌 게 아니고 모르고 묻은 채로 들고 들어왔다는 점, 그냥 닦으면 되는 간단한 더러움이라는 점, 때문에 처음엔 아 미안, 이런 얘길 하다가 엄마가 너무 소리를 질러서(이건 아이 얘기기는 하죠)
이게 그렇게 중요한 거냐고 반문했대요.
그랬더니 엄마가 자기에게 주방에 있던 채소 같은 걸 던지며 더 크게 소리를 질렀다고 하네요. 잘 한 것도 없는 게 말대꾸한다고.
이 아이도 자기가 잘못한 게 없다고 생각할 때 그리 순순히 물러서는 타입은 아니라서, 아니 나는 일부러 그런 게 정말 아니고, 더러운 거 갖고 들어와서 미안하긴 한데, 진짜 이렇게까지 해야 할 일이냐고 그랬대요.
(물론 제삼자가 보기엔 이 때 그만 하지... 싶은 면도 있기는 하지만요.)
그랬더니 엄마가 이번에는 큰 반찬통을 던졌는데
문제는 이 반찬통이 날아와 아이에게 혹은 벽에? 부딪치면서 깨졌나 봐요. 다행히 플라스틱이긴 했는데... 내용물을 얘가 다 뒤집어쓰고, 가방이며 침대 침구 등등에 온통 폭탄 맞은 꼴이 되었다고 합니다.
아이는 여고생이고 이 얘기를 하며 울었어요. 자기는 엄마를 정말 좋아하지만 이런 건 이해할 수 없다고요.
온몸에서 냄새 나는데 학원은 가야 하고, 수습은 해야 하고. 난리도 아니었나 봐요.
자기가 거의 다 수습하고 일단 학원에 가긴 했는데
이 아이 생각으론 엄마가 나중에 이성을 좀 되찾은 후엔 나에게 사과하지 않을까, 기대가 있었나 봅니다. 그리고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고요. 왜냐하면 아이 생각으론 엄마가 처음 발단이 된 일의 크기에 비해 지나치게 화를 낸 게 아무리 생각해도 맞거든요.
엄마가 너무했다, 미안하다, 할 줄 알았는데 전혀 그래 보이지 않아서 충격이라고 해요.
저에게 속얘기를 하고도 싶었겠으나... 단지 답답함을 털어놓는 것만이 아니라 뭔가 답을 구하는 것도 같던 이 아이의 얘기를 듣고, 저는 대답을 몇 가지 하긴 했어요.
그리고 제 대답과는 별개로, 다른 분들은 대체로 어떤 생각을 하시는지 궁금해서 글을 올려 봅니다. 저는 이 아이의 입장이 잘 이해가 갔고, 사과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거든요. 방에 서 있다가 방안으로 날아든 반찬통에서 온통 반찬을 뒤집어쓴 그 아이는 얼마나 모욕적이었을까요.
야단칠 때도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있는데... 이런, 모욕감 주기, 같은 게 그런 종류라고 생각해요.
그러나 어쩌면 제가 십대 애를 키워 보지 않아서 그 애들이 부모의 어떤 부분을 건드려 폭발시키는지 모를 수도 있겠죠.
그래서 글 써 봤어요.
혹시 그 어머님이 보실까 봐 글을 지울 수도 있어서 미리 양해를 구합니다.
댓글 주시면, 그냥 홀랑 지우지 않고 여러 번 읽고 생각해 볼 테니
중고등학교 여학생 키우시는 부모님 계시면 뭔가 얘기를 좀 부탁드려요. 이런 경우, 엄마는 정말 딸에게 사과 한 마디 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 걸까요. 엄마가 너무 흥분해서 미안하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