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Banner

이혼이 문제가 아니라 이혼과정과 태도가 문제

ㅁㄶㅇ 조회수 : 1,656
작성일 : 2025-10-26 16:40:57

이혼가정에서 자랐고, 지금 가정 이루고 잘살아요. 23년째. 
이혼 말고도 엄청 문제가 많았죠. 

부모 가출에 폭력에 재혼에 삼혼에 새어머니들에...

이혼 자체는 문제가 아니에요.

서로 헤어져 사는게 더 낫다고 결론나면 서로 예의지키고 헤어지면 되는데

우리나라는 정말 죽기 직전까지 가야 이혼하잖아요.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폭력이 언어적, 감정적, 신체적으로 오가는지

초등학생인 저는 그게 다 실시간으로 느껴졌고

극한의 공포를 느꼈어요.

어른들끼리 알아야 하는 온갖 더러운 것들을 다 알아버렸고요

부모가 그런 오염된 것들로부터 자식을 지키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 모르겠으나

그들도 이혼이 처음이라 너무 서툴렀고

너무 감정적으로 압도되었던 터라 우리 남매는 고스란히 노출되었죠. 
그리고, 너무 명백한 싸움이 있는데도

언어로 정리해주고 자녀를 안심시켜주지 않고 모호한채로 회피하고

아무일도 없는 척 하며, 아니면 상대 욕을 죽어라고 했죠.

그럼 자녀는 그 형편없는 부모로부터 내 반이 왔구나 싶어서

실존적인 무가치함을 느껴요. 

게다가 이혼 과정의 폭력적 상황 노출로 평생 트라우마에 시달렸고요.

이혼하고 나간 후 순식간의 단절이 좋은 줄 아세요?
버려진 느낌 지대로 받습니다. 
부모로부터 버려진 것은 정말 자기 존재의 위협이고요.
세트로 있던 친척들이 일거에 척결되는데

꿈을 꾼 것 같아요. 현실감이 없어지죠.
실생활은 그대로 삽니다. 

저도 아주 잘 살아서, 학교도 잘가고, 공부도 잘했어요. 
심지어 성적이 더 올랐는데요.
제 안은 썩어들어갔어요. 
그것이 성인이 된 후 인간관계로 나타나서

버림받을까 두렵고, 그래서 먼저 거절하고,

트라우마 상황이 재현되면 무의식적으로 얼어버리고, 

과잉반응하고

아이들도 과잉으로 보호하게 되고요. 
그래서 결혼생활 자체가 매우 피곤한 면이 있어요.

에너지를 많이 쏟아요.

겉으로 보기엔 상당히 괜찮습니다. 저도. 

남편도 저의 이런 속속들이 심정은 잘 몰라요.

말하기 너무 복잡하고, 괴롭고 수치스러우니깐요.

 

이제 50을 바라보며 저의 과거, 성장기와 지금까지의 관계를 돌아보니,
부모의 이혼, 헤어짐 그 자체에서 상처 받은 것이 아니라

그 과정의 폭력과, 자신의 감정을 잘 정리하지 못하고 자녀에게 투사하는

미숙한 부모,

명확하게 설명해주지 않아 모호한 불안을 남기는 부모,
부모와 자녀의 분리된 삶을 존중해주지 않는 것,
자기들의 관계는 끝나도 부모로서의 애정과 책임은 끝까지 다해줘야 함을 모르는것, 
그것이 큰 상처입니다. 

그리고 이 상처는 분명히 자녀의 결혼과 이후의 관계에 깊~~~은 영향을 미쳐요. 
저는 그걸 치유하느라 반평생 보냈어요.
저는 제 인생이 그래도 떳떳해요. 주어진 밭에서 열심히 살아냈으니.

내 자녀가 이혼가정의 사람과 결혼하려 한다면

다른것이 걱정 안되고,

그들의 이혼이 인격적이었나, 자녀를 존중했나..그걸 볼거에요. 

그리고 각각의 부모와 개별적으로 편한 관계를 맺고 있나...그거요.

돈은,,,자기가 벌면 됩니다.

물론, 그럼에도 자기 배우자는 자기가 선택하는거라 생각하지만요...

 

 

 

IP : 222.100.xxx.51
1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ㅡㅡㅡ
    '25.10.26 4:47 PM (125.187.xxx.40)

    예전에는 이혼으로 감수해야하는것들이 많아서 다들 죽기직전에야 했고 그러니 감정소모도 많고 아이들도 상처받고 대개 그랬던거같아요. 그러니 연령높은 사람들 사이에선 이혼이 갑론을박 대상이 될 수밖에 없고 여기도 연령이 꽤 높다보니 과거의 신념들이 더 많이 반영되는거 같아요. 요즘 이혼은 예전처럼 죽기직전에 하는 비율이 많이 줄었고 애들도 예전처럼 상처받지 않는거 같아요. 자녀들 입장은 더 드라마틱하게 변한거 같고요. 물론 집by집이지만. 이혼여부가 중요한게 아니라 그 부모와 아이들이 어떻게 과정을 겪고 현재를 사는지가 중요하죠. 반대로 말하면 이혼하지 않은 가정도 그게 제일 중요하죠. 어떻게 살고 있는지.

  • 2. ..
    '25.10.26 4:48 PM (211.246.xxx.57)

    그논리면 님자식도 이혼가정에서 자란 사람 자식이랑 혼사 해야죠
    고르지말고요

  • 3. ...
    '25.10.26 4:50 PM (124.50.xxx.169)

    윗님말에 동감
    현재 아이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느냐가 중요
    부모와의 관계는 원만한가? 성실한가? 일탈하는가? 열심히 본인의 인생을 일궈가고 있는가? 이런것들로 부모이혼이 아이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끼쳤고 어떻게 극복해 가고 있느냐 그게 중요하죠

  • 4. ...
    '25.10.26 4:53 PM (124.50.xxx.169) - 삭제된댓글

    어짜피 연애해서 이혼 자녀 데려와 나 얘랑 결혼할래 하면 어찌 말리실 꺼예요? 기분이 썩 좋지는 않지만 내 자식이 좋다니 그냥 시킬꺼잖아요
    이미 지들끼리 미래를 약속하고 부모에겐 통보만 하는 시절인데...

  • 5. 안말림요
    '25.10.26 4:55 PM (222.100.xxx.51)

    말리긴 뭘 말려요.
    내 아이 배우자감이니 관심있게 본다는 이야기일 뿐.
    저도 그렇게 결혼했고, 나의 이러한 점 때문에 배우자가 힘들겠구나 하고 살아요.

  • 6. ....
    '25.10.26 5:17 PM (223.38.xxx.82)

    토닥토닥.
    많이 힘드셨겠어요.
    원글님 말씀에 동의해요.
    부부가 이혼을 하더라도
    부모로서 자녀들은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부모역할은 내팽개 치고
    부부 관계만 끊으려고 자녀들한테 상처를 주는건
    큰 죄를 짓는거라 생각해요.

  • 7. 상처
    '25.10.26 5:21 PM (180.68.xxx.52) - 삭제된댓글

    원글님과 비슷한 경험을 했었고 원글님 생각에 동의해요.
    요즘애들은 부모 이혼에 상처를 덜 받는다구요?
    그냥 내색을 안할 뿐이에요. 그걸로 고민하는 아이들도 생각보다 많아요.

  • 8. ㅡㅡㅡ
    '25.10.26 5:28 PM (125.187.xxx.40)

    세상에 상처없이 사는 사람이 어디있어요. 친구관계 사회생활에도 따라오는게 상처인데. 부모이혼이 상처되는 부분이 없을수 없지만 이젠 그게 그렇게 크리티컬하지 않다는 의미예요. 이혼안한 부모가 서로 물고뜯는거보단 덜하죠.

  • 9. ㅇㅁㅁ
    '25.10.26 6:05 PM (222.100.xxx.51)

    교우관계, 사회생활 상처와 비교는 안돼요.
    뭐가 크리티컬하지 않아요. 핵심적이죠.
    이혼안한 부모가 물고뜯고보다 낫다? 이렇게 비교할건 아니고요.
    저도 부모가 이혼한다 했을때 안도하긴 했어요. 더 이상 싸우는거 안봐도 되는구나.
    그런데, 글 요지가 그게 아닙니다

  • 10. ㅡㅡㅡ
    '25.10.26 6:06 PM (125.187.xxx.40)

    님은 그랬을거같아요 님만해도 오래전이니까.

  • 11. ㅡㅡㅡ
    '25.10.26 6:09 PM (125.187.xxx.40)

    님 말에 동의한다는 의미예요. 이혼때문이 아니라 그 과정이 크리티컬한 상처를 남긴다는.

  • 12. ㅌㅂㅇ
    '25.10.26 7:01 PM (182.215.xxx.32)

    우리의 자녀들의 결혼을 고려해서 대화가 오고 가고 있으니
    당연히 우리 세대의 이혼에 대해서 이야기해야 하지 않나요
    정말 죽을 지경이 되었기 때문에 이혼한 그런 부모의 자녀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고요

    그리고 참 원론은 그런데 쉽지가 않아요
    그 사람의 깊은 곳의 모습은 자기 스스로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리고 결혼 전에는 그런 걸 숨기려고 최선을 다 하기도 하죠

  • 13. ㅌㅂㅇ
    '25.10.26 7:02 PM (182.215.xxx.32)

    그리고 이혼이라는 것은 보통 둘 중에 한 명이 미숙하거나 아니면 둘 다 미숙하기 때문에 그런 결과에 이르게 되는 것이라 그 과정에서 불미스러운 일들이 많고 아이들에게 고통이 가지 않도록 잘 막아 주기가 어려울 것 같아요

    그 과정에서도 아이들을 보호하려면 양 부모가 다 성숙한 사람이어야 되는데 그런 경우에는 이혼까지 갈 일이 별로 없겠죠

  • 14. ....
    '25.10.26 10:23 PM (184.148.xxx.172)

    서양에서는 한쪽에서 이혼 선언하고 나가면 별거가 되고
    이혼의 절차를 밟게 됩니다
    성향에 따라 다르지만 많은 사람이 이유도 모르고
    상대방을 존중해서 이혼 절차에 따르고 이혼을 합니다
    이런 경우에도 아이들은 큰 혼란과 상처를 받고
    사춘기를 힘들게 겪더라구요
    이 경우는 주변의 시선 보다는 가족의 해체에 대한 상처를
    아이가 이해하기 힘든 경우 같아요
    고로 제 의견은 이혼은 과정 뿐 아니라
    그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767764 “SH가 한강버스에 무담보 876억 대여” 오세훈 배임 혐의로 .. 5 ... 22:14:27 783
1767763 네이버 미용실 예약시 업체가 제 정보를 볼 수 있나요? 3 .. 22:09:29 821
1767762 출근길 패딩 챙기세요… 가을 건너뛰고 겨울 4 ㅜ.ㅠ 22:01:08 2,017
1767761 최민희 축의금 명단 사진 찍혔네요 33 ... 21:58:12 3,068
1767760 엄마의 사랑은 뭘로 느낄수 있나요? 8 엄마 21:56:33 1,492
1767759 알리 첫 구매했는데요.. 3 궁금.. 21:47:02 713
1767758 드라마) 은수 좋은 날 2 황당 21:43:53 1,196
1767757 가을에서 겨울사이 11월 21:39:25 536
1767756 저는 나만 있는 공간에서 있을때 진정 쉬는거 같아요 3 길위에서의생.. 21:38:37 1,066
1767755 주말에 조류구조팀과 119에 전화를 했었는데요 2 에휴 21:38:07 629
1767754 내일 중딩 패딩입혀야되겠죠? 4 ㅇㅇ 21:36:10 1,711
1767753 송이보다 참송이 2 ㅇㅇ 21:32:34 504
1767752 태풍상사 7 테레비 21:28:49 1,366
1767751 넷플릭스 볼륨 문제... 3 ㄷㄷㄷㄷ 21:25:53 907
1767750 빌라 33년차 누수 공사 조언바랍니다..(댓글절실) 4 ... 21:21:55 881
1767749 세금도 안내는 사람들이 보유세로 흥분하는거 보면 19 진상들 21:15:02 1,079
1767748 속쓰림.소화불량 상비약 추천 7 위장약 21:14:33 722
1767747 필라테스 복장 3 bb 21:11:14 695
1767746 주식에 관한 질문이에요. 고수분들 조언부탁드려요 1 gh 21:09:50 1,047
1767745 독감 가격이 궁금해요 15 21:04:57 1,425
1767744 확실히 태닝을하면 .. 21:03:42 425
1767743 귀리쉐이크 좋아하는분들 보세요~ 2 위니룸 21:01:53 954
1767742 발리여행 후기 2 여행자 20:52:18 1,593
1767741 신기한 경험 ;;; 4 20:51:01 2,442
1767740 김진태 강원도지사, 도정 긍정평가 48.6%…영호남 제외 1위 10 진태양난 20:49:33 1,5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