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 관한 글들 많이 올라와서 저도
우리 동네 산 얘기 한마디 할까 합니다.
주택 한가운데 산이 있어서 사람들이 운동 겸
휴식 겸 찾아요. 산을 한바퀴 돌고 오면 한시간
정도 운동도 하고 사철 달라지는 숲의 변화를
보면서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일의 기쁨을
알고는 하죠.
어느 날인가는 산자락 한쪽이 댕강 잘려서
도로가 만들어졌어요.
얼마 안가 반대편 산자락이 뭉퉁 잘려나가면서
아파트가 지어졌죠
마음이 아팠지만
인간의 편의를 위해 어느 정도 자연의 훼손이
불가피 하다고 생각하기로 했어요
그 정도로 산을 괴롭혔으면 되었겠지
했는데 중장기 소리가 요란하더 싶더니
데크길 만든다고 나무를 자르고 흙을 퍼내요.
데크길이 만들어지니 사람들이
더 많이 몰려왔는데
문제는 데크길만 걷는 게 아니라 숲속으로
들어가 여기저기 길을 내기 시작하더군요
거미줄처럼 늘어난 길 때문에
봄마다 푸른잔디를
펼쳐놓은 듯 나무 아래를 푸르게 뒤덮던
애기나리 군락이 싹다 없어져 버렸어요.
그것도 모자랐는지
맨발걷기가 유행 하던 때부터
마지막으로 숲의 원형이 남은 산능선을
사람들이 몰려와 맨발로 다지고
허구한날 빗자루로 쓸어서
그 주변엔 풀 한포기 나지 않는 민둥산처럼
변했어요.
그쪽은 쳐다보기도 싫을 정도로
산이 망가졌는데 지난 가을
본격적으로 맨발걷기 코스를 만든다고
광고하더니 올 여름
민둥산처럼 변한 주변의 나무를 베고
흙을 퍼내 맨발걷기길을 만들었네요.
비가 올때마다 베어버린 나무가 흡수하지
못한 빗물이 흘러들어 토사유출로
흙이 흘려내려 그 주변이 엉망....
문명의 치료제는 자연이라고 누군가 그랬는데
어쩌면 마지막 남은 자연 숲, 그 문명의 치료제를
우리 자신의 손으로 망가뜨리는 어리석음을 저지르는
중이 아닌가 싶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