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4학년때면 아주 옛날 이야기입니다
정확하게 1980년쯤
할머니가 부산에 큰병원에 입원을 하셔서
그때 남자들은 없고 여자들만 많은데
큰어머니(큰며느리)
우리 엄마(둘째며느리)
큰고모
작은고모
사촌언니(큰어머니 딸)
저(4학년)
이렇게 할머니 병원에 모였는데
사는 곳이 제각각 달랐구요
병원을 나오자마자 작은고모가 큰어머니한테
달려들어서 길에서 대판 싸움이 났어요
작은고모가 막 다다다다하며 쏘아붙이는게
기억이 나고 큰어머니가 잘 대응을 못하며
속터져하다 마침내 큰어머니가 길바닥에 앉아
통곡을 하며 내 신세야 하고 우시는데
큰어머니의 딸인 사촌언니가 작은고모를
얼싸앉으며 택시에 태워서 둘이 그냥 가버리는거예요
제각각 사는 곳이 달랐는데
작은고모와 사촌언니가 그당시 마산에
같은 지역에 살고 있었어요
싸움의 당사자가 떠나버리니 싸움도 끝나고
한참 길에서 울던 큰어머니도 일어나
남은 사람들에게 하소연을 하며
남사스럽던 싸움은 끝이 났는데
(국민학생으로서 길에서 싸움난 가족으로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되는 끔찍한 경험)
집에 오면서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아
엄마 언니는 왜 자기 엄마랑 싸운 사람을
데리고 가버렸어
자기 엄마를 데리고 가야지
엄마 언니는 왜 자기 엄마랑 싸우는 사람한테
화를 안 내 자기 엄마한테 그러면 딸이 싸워야지
엄마 언니는 어떻게 자기 엄마한테 그러는 사람을
얼싸안을 수가 있지 화를 내야지
이게 이해가 안돼 무척 혼란스러웠던
국민학생이었는데 이걸 몇살이 되어서야
이해했는지 모르겠어요
할머니는 72세에 돌아가시고
길에서 용맹하게 싸우던 작은 고모는 지병이
있어 오십대에 돌아가시고
우리 엄마도 오래 못 살고 67세에 돌아가시고
큰어머니는 장수하셔서 구십 넘기고
돌아가셨어요
저 이야기는 어린 시절 제 머릿속에서
<언니는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로 엄청
오랜 시간동안 고민하게 만들었던
사건이었어요
소소한 이야기지만 적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