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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의 식문화 중 이해 안가는 한가지

저는 조회수 : 4,719
작성일 : 2025-10-16 19:20:43

보통 싱싱한 제철 과일을 보면, 저같이 과일 싫어하는 사람도 한 입 깨어물고 싶은 충동이 일지 않나요. 봄에는 딸기, 각종 베리 종류, 여름엔 복숭아, 지금은 사과 등등이요.

제 남편은 영국사람인데 잘 익은 제철과일을 보면 일단 냄비에 넣고 끓여요. 뭉근하게 형태가 없어질 때까지 끓인 다음 설탕을 잔뜩 넣고 냉장고에 두고 먹어요. 이게 뭐하는 짓일까요. 제철과일이 나오면 바로 먹지 않고 파이를 만들어요. 밀가루와 버터를 엄청 많이 넣고요. 

예전에야 냉장고가 없어서 오래 저장해두고 먹으려고 쨈도 만들고 파이도 굽고 했다지만 요새같이 유통이 빠르고 원활한데 왜 제철 과일을 조리할까요.

 

제가 몰랐던 서양 식재료 중 사람들이 좋아하는 루밥이라고 있어요. 생긴 건 샐러리같이 생겼는데 색이 빨갛게 되면 다 익은 거예요. 한 입 베어 먹어보면 시큼하기만 하고 별다른 향도 맛도 없어요. 서양 사람들은 루밥이 익으면 봄이 왔다고 생각해요. 제가 아는 집집 마다 뒷마당에 루밥을 키워요. 할머니 집에 갔더니 잘 익은 루밥을 바로 잘라서 설탕에 찍어 주셨다는 추억도 공유하고요. 그래도 뭐니뭐니해도 루밥은 푹 끓여서 설탕을 한 봉지 때려 넣고 쨈같이 만든다음 생크림이나 아이스크림에 곁들여 먹고 파이로도 만들어 먹어요. 이렇게 매력이 없는, 과일인지 채소인지도 애매한 식재료에 열광하는 음식문화, 저는 그 안에서 나고 자라질 않아서 그런지 동화가 안 되네요. 외국인들이 우리 음식 봐도 그런 거 있겠죠. 감나무를 볼때 느끼는 정감, 단감, 홍시, 곶감. 추석에 먹던 아삭한 배의 추억. 여기선 배는 단물에 졸여 먹든지 술 담궈 먹는 과일이라고 생각하니까요. 겨울에는 귤. 언니랑 누가 많이 먹나 대결했는데 언니가 이기긴 했지만 손 발바닥이 다 주황색이 되어서 식겁했던 기억. 

 

암튼 지난 주말에 동네 과수원에 가서 기가막히게 달고 신선한 사과, 아기 머리만한 큼직하고 단물이 흐르는 사과를 땀 뻘뻘 흘리며 한 박스 따왔는데, 직장 갔다 와보니 남편이 한 삼분의 일은 들통에 넣고 끓이고 있네요. 집안일 안하는 남자가 어찌 이리 부지런을 떨었답니까 ㅠㅠ

IP : 74.75.xxx.126
2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ㅡㅡ
    '25.10.16 7:24 PM (221.140.xxx.254) - 삭제된댓글

    호옥시 영국이라서? ㅎ
    이태리, 스페인처럼 먹는거 좀 안다하는쪽은
    그러지않을꺼같은데요
    아닌가

  • 2. ..
    '25.10.16 7:25 PM (218.144.xxx.232)

    사과에 캐러멜도 입히고, 딸기에 쵸코렛도 바르고
    과일이 대체로 맛이 없어서 그래요.

  • 3. ..
    '25.10.16 7:27 PM (36.255.xxx.156)

    원래 설탕이 엄청 귀했는데
    19세기 들어서 유럽 일반인들도 설탕을 먹을수 있게 되었다든데
    그래서 설탕 잔뜩 넣은 과일쨈 같은게 전통으로 남은게 아닐까요?

  • 4. ..
    '25.10.16 7:32 PM (118.42.xxx.109)

    외국은 과일이 안다니까 설탕 부어 잼이나 파이 만들어서 먹고, 한국은 옛날에 못먹고 가난해서 민들레고 씀바귀, 고사리 등등 독성이 있던말든 다 데쳐서 양념 무쳐 먹었잖아요.

  • 5.
    '25.10.16 7:36 PM (74.75.xxx.126) - 삭제된댓글

    옛날엔 그랬다고 쳐도 지금은 얼마나 달고 맛있는 과일이 많은데요. 제가 지금 사는 동네는 사과가 많이 나는 고장인데 이 고장에서 유명한 품종 사과는 태어나서 먹어본 중 가장 찡하게 맛있어요. 한국에서 먹던 홍옥, 부사, 비교도 안 될 정도로요. 그런데 그건 무슨 유전자에 각인된 본능인지 여기 사람들은 그 맛있는 사과도 끓여먹는 사람이 많네요. 손님들 왔을 때 맛있는 사과를 깎아서 냈더니 다들 요리사 못지 않은 칼솜씨라고요. 사과를 이렇게 먹는 거 처음 봤다고 무슨 서커스 공연한 것 같이 감탄을 하더라고요. 저 초등학교 5학년때 사과깎기 시험봐서 익힌 칼 솜씬데요...

  • 6.
    '25.10.16 7:37 PM (74.75.xxx.126)

    옛날엔 그랬다고 쳐도 지금은 얼마나 달고 맛있는 과일이 많은데요. 제가 지금 사는 동네는 사과가 많이 나는 고장인데 이 고장에서 유명한 품종 사과는 태어나서 먹어본 중 가장 찡하게 맛있어요. 한국에서 먹던 홍옥, 부사, 비교도 안 될 정도로요. 그런데 그건 무슨 유전자에 각인된 본능인지 여기 사람들은 그 맛있는 사과도 끓여먹는 사람이 많네요. 손님들 왔을 때 맛있는 사과를 깎아서 냈더니 다들 요리사 못지 않은 칼솜씨라고요. 사과를 이렇게 먹는 거 처음 봤다고 무슨 서커스 공연한 것 같이 감탄을 하더라고요. 저 초등학교 5학년때 사과깎기 시험봐서 울며 겨자먹기로 익힌 칼 솜씬데요...

  • 7. ㅡㅡ
    '25.10.16 7:39 PM (221.140.xxx.254)

    외국 과일이 왜 안달다고하죠
    딸기는 좀ㄱ렇지만
    일조량 많은데서 햇빛받고 자라서 달고 싸고 맛있던데요
    유럽이고 북미고 호주 다맛있었어요
    개량 너무해서
    무조건 크고 달기만한 요즘 우리나라 과일보다
    과일이 과일스럽게 싸고 향기롭고 좋던데요
    하다못해 홍콩에서 사먹은 프랑스 사과도
    조막만해도 싸고 아삭하고 맛있었어요
    유럽 어디 국경근처 휴게소에서 산
    핒빛자두도 어찌나 단단하니 맛있던지
    거의 30년전 기억이 아직도 나는구만

  • 8. . .
    '25.10.16 7:56 PM (223.38.xxx.110) - 삭제된댓글

    우리는 과일을 디저트나 간식으로 단독으로 먹는데
    쟤들은 요리를 해서 먹죠. 식사음식중 하나로.

  • 9. 아마
    '25.10.16 7:57 PM (74.75.xxx.126)

    북미 유럽 마찬가지인 것 같은데
    대형 수퍼마켓에서 사는 과일은 일년 내내 살 수 있지만 그 과일 본연의 맛과 향이 덜 한 것 같고요. 동네 청과상이나 파머스 마켓에서 사는 과일은 제철 과일 특유의 맛과 향이 강하지만 늘 살수 있는 건 아니고요. 전에는 몰랐는데 우리나라 음식이 과일이든 채소든 식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음식이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나물도 생채든 숙채든 미니멀한 조리와 양념으로 그 본연의 맛을 즐기게 하잖아요. 서양 요리는 소스로 승부보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시금치 같은 거 데치든 생으로 먹든 무슨 소스인지 그것부터 따지고요.

  • 10. 하루만
    '25.10.16 8:01 PM (115.143.xxx.157)

    근데 한국 과일 달달한게 인공적으로 설탕물 주입해서 당도 올린거라...

  • 11. ..
    '25.10.16 8:39 PM (59.9.xxx.65)

    영국 가정식이 대체로 좀 그렇더라고요. 단순하고 기교없고 맛도 별로 없고...
    영국에서 맛있는걸 먹으려면 영국에 있는 외국 음식점에 가면 된다는 말도 있잖아요.
    청교도 영향인지 하여튼 좀 그렇더라고요. 가정식이 빵에 무슨 콩통조림 발라 먹는 게 땡이라고 해서 놀란 적도

  • 12. 특이하네요
    '25.10.16 8:39 PM (99.241.xxx.71)

    캐나다에서 영국계 남편과 사는데
    남편도 시집식구도 다들 생과일 잘 먹거든요
    캐나다에서는 파티할때 수박 멜론 딸기같은 같은 생과일 잘라논 트레이가
    식품점에서 일상적일정도로 잘 팔려서 생과일을 잘안먹는다고는 생각해본적이 없네요
    루발브는 맛이없으니 그걸로 파이만들어먹고 하지만 다른과일은 잘 먹거든요

  • 13. 딸기도
    '25.10.16 8:45 PM (99.241.xxx.71)

    캐나다산 로컬딸기는 달고 맛있지만 가격이 2배 3배가 넘게 비싸니 잘 안사먹는데
    과일이 비싼식품점 아니면 당도가 떨어지는건 사실이죠
    전 그래서 과일은 파머즈 마켓이나 한국식품점에서 주로 사는데 여기서사면 웬만하면 다 달더라구요

  • 14. 맞아!핑크레이디
    '25.10.16 8:48 PM (119.71.xxx.144)

    다른나라 살다 왔는데
    홍옥비슷한맛+아삭한식감의 핑크레이디라는 품종의 사과를 먹어보곤 맛있어서 너무나 행복했네요
    우리나라 홍로 부사 감홍 각기 다 맛있지만
    저는 껍질째먹는 새콤달콤한 핑크레이디가 제일 맛있어요 외국여행가시는분들 (동남아국가까지도) 분홍색 스티커 붙어있는 핑크레이디 드셔보세요

  • 15. 그래도
    '25.10.16 8:51 PM (220.117.xxx.100)

    사과 2/3은 남기셨네요 ^^
    그게 어디예요
    그리고 왜 그 맛난 과일을 그렇게 설탕에 졸이는지 이해를 하기 보다 저 사람은 저렇게 살아왔고 그렇게 하는게 자연스러운거구나라는 식의 문화적 시각으로 이해해 보심이 어떨런지요
    남편분을 인정하는 방식의 이해요

    그리고 저도 외국에서 오래 살았는데 한국 것과 다르게 맛있는 과일들 많이 먹었어요
    한국 과일에 관해 좀 아쉬운건 한국 과일들은 너무 당도만 높이는데 집중을 해서 오히려 과일 고유의 향과 맛 이런 거보다 단맛만 잘 나면 장땡인가싶은 그런 식의 방식으로 키운 과일들 같아서 쫌 그래요
    단맛이 강해도 너무 강해요
    자연스런 단맛이 아니고 단맛이 과일 고유의 맛과 향을 다 덮어버린듯한 단맛이라 조금 먹다보면 질려요
    음식의 단맛도 너무 강해서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는데 뭐든 너무 튀는거보다 자연스러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 16. 올..
    '25.10.16 9:08 PM (92.40.xxx.93)

    저 영국에서 거의 20년 살았는데 그 빨간 샐러리가 루밥이고 그게 익으면 봄이고 그걸로 설탕때려넣고 먹는다는건 처음 알았어요..
    전 여기서 하얀 당근같은거 파스닢도 아이가 크리스마스에 꿀이랑 오븐에 궈 먹는다고 해줘서 처음먹어봤구요..

    정원에 사과랑 배가 많이 떨어지면 그걸로 쨈은 만들어라구요..

  • 17. 캐나다
    '25.10.16 9:11 PM (142.177.xxx.114)

    캐나다에 사는데 여긴 생과일 많이 먹어요. 애플파이는 파이에 적합한 사과가 따로 있어서 그걸로 많이 만들죠. 그래서 베이킹 애플, 이팅 애플 이렇게 많이 부르죠. 블루베리 파이같은 건 냉동블루베리 많이 쓰구요. 그냥 프레쉬 과일들은 그 자체로 많이 먹어요. 루밥이 혹시 루발브(rhubarb)말씀하시는건가요? 그거라면 보통 딸기랑 졸여서 스퀘어나 파이 많이 만들어 먹어요. 이건 너무 셔서 그냥 먹기 힘드니까요.

  • 18. 상상이 돼서
    '25.10.16 9:15 PM (59.7.xxx.113)

    원글님은 좀 갑갑해서 올리셨겠지만 저는 장면이 상상되어 재미있네요. 몰랐던 세상이나 신기하기도 하고요. 아삭아삭 새콤달콤 맛있는 과일을 왜 끓여댈까요?

    끓이는건 맛없는 토마토나 하는거 아니었나요? 모르던 세상 얘기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 19. 대체로
    '25.10.16 9:41 PM (70.51.xxx.96)

    과일들이 안달기도 하고 문화적으로 그렇게 먹어왔던 관습때문이겠죠. 사과는 그냥도 많이 먹어요. 베이킹에 쓰는 사과는 따로 있고요 정말 셔서 그냥 못먹는수준. 저는 여기 과일들 너무 시고 맛없어서 이래서 얘네들이 설탕넣고 베이킹해서 먹는구나 이해했어요.

  • 20. ...
    '25.10.16 9:43 PM (39.125.xxx.94)

    사과를 생으로 깍아먹는 걸 처음 봤다니 오마이갓이네요

    칼솜씨까지 칭찬받으시고ㅎㅎ

    전 이스라엘에 살았었는데
    거기 과일들이 다 엄청 달고 맛있는데
    사과도 단감도 바나나도 작아요

    혼자 속으로 하나님이 처음 준 그대로
    손을 안 대는 건가 생각했는데
    거기 아이들은 사과 하나씩 손에 들고 먹어요

  • 21. 한국배
    '25.10.16 10:29 PM (81.217.xxx.53)

    저도 유럽사는데요. 지난 크리스마스파티에 한국수퍼에서 거짓말 좀 보태서 아기머리만한 국산배를 사다가 대접했더니 손님들이 천상의 맛이라고 감탄을 했답니다.

  • 22. 식문화
    '25.10.16 10:32 PM (58.123.xxx.22)

    저장식품에 대한 다양한 생각이 문득 드네요.^^

  • 23. ..
    '25.10.17 2:53 AM (82.9.xxx.254)

    저희 남편도 영국인인데 루밥파이 좋아해요. 이유는 어릴때 학교 급식에 푸딩(디저트) 로 많이 나왔대요. 싸고 간단한게 이유겠죠. 그리고 저희는 집에 사과나무 있지만 별로 달지 않아서 이건 파이용이라고 하던데 원글님 남편이 그렇게 끓여놓고 파이만들거나 여거트에 넣어 먹거나 다른 푸딩먹을때 곁들여 먹겠죠. 저희집은 요리하는거 싫어해서 남편은 그냥 먹어요. 저는 그 사과안먹고 핑크레이디 사다먹어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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