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스위스에서 일주일간 머물다 온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스위스 하면 비싼 물가가 가장 먼저 떠오르잖아요?
그래서 현지 사람들은 대체 어떻게 살고 있을지 궁금했는데, 직접 겪어보니 소박하고 알뜰한 모습들이 인상 깊었어요.
그린델발트에서 만난 알뜰살뜰한 부부
그린델발트에서 5박을 에어비앤비에 묵었는데, 1층은 저희가, 2층에는 호스트 부부가 살고 있었어요. 도착하자마자 남편이 집 밖 농구대를 보고는 "여기 아들 키우는 집인가 봐!" 했었죠.
체크인할 때, 주인아주머니가 "스위스는 전기세가 비싸니 제발 외출할 때 불 좀 꺼주세요" 라고 신신당부하시더라고요. 집 앞 텃밭에는 작은 상추와 꽃을 직접 키우고 계셨고요.
남편이 쿱마트에서 삼겹살을 사 오면서 "야채는 텃밭에서 몰래 좀 떼 와야 하는데" 하고 농담하기도 했네요.
에어비앤비 후기에 '청소 비용이 없는 대신 청소 검사'를 한다는 글을 봐서 체크아웃 전날 남편이랑 둘이서 청소기를 엄청 돌렸어요.
아주머니가 "내일 출근해야 해서 못 보니 집 상태 확인 좀 해달라"고 하시는데, '아, 이분들도 평범한 직장인이구나!' 싶었답니다.
막상 오시더니 뻘쭘하셨는지 저희 다음 여행 일정을 물어보시더라고요. 이탈리아로 넘어간다고 하니 다른 도시는 안 가보셨는지 더 이상 말을 잇지는 않으셨어요.
새벽 2시에 빵 굽던 베이커리 주인과 ‘so quiet’ 후기
시차 적응이 안 돼 새벽에 자주 깼는데, 깬 김에 남편이랑 새벽 2시에 동네 산책을 나섰어요. 한국도 비슷한지 모르겠는데 , 빵이 주식인 스위스는 새벽 2시 부터 베이커리 주방에 불이 켜져 있더라고요.
근면성실함이 느껴졌어요. 게다가 기차와 버스 같은 대중교통도 시간을 정말 칼같이 지켜서(어긋남이 1분도 없음ㅋ) 신뢰의 스위스인가? 다른 나라와 다른 정시 도착이 인상이 깊었답니다.
여행중 남편이 몸살이 나서 혼자 숙소에 있었는데, 텃밭을 가꾸시던 아주머니와 창문을 통해 눈이 마주칠까 봐 문을 꼭 닫고 숨죽여 누워 있었다고 해요. 나중에 에어비앤비 후기를 보니 "so quiet. 너무 조용해서 사람이 머무르는지도 몰랐다" 라고 쓰여있었는데, 아마 남편 덕분인 것 같아요.
베른 맥도날드는 케첩도 돈 내고 사야 한다?
물가 비싼 스위스에서는 주로 에어비앤비에서 음식을 해 먹었어요. 수도인 베른에 갔을 때 맥도날드 빅맥 세트를 사 먹었는데 무려 2만 8천 원! 한국보다 1.5배 정도 크긴 했지만, 감자튀김을 먹다 목이 막혀 케첩을 달라고 했더니 따로 돈을 내야 한대요. 다행히 같은 아시아계 직원분이 딱해보였나? 그냥 주셔서 감사했답니다.
남편이 여행 중 몸살에 걸려 체르마트 약국에 들렀을 땐, 감기약 한 통, 3일치가 무려 2만 5천 원! 예상은 했지만 정말 비쌌어요. '당케( 독일어로 고맙다는 뜻)' 하고 인사하니 약사 청년이 "고맙습니다"라고 한국말로 말해주면서 계속 말을 걸어주더라고요. 제가 잔돈 계산을 헷갈려 하자 동전 하나하나 세어 확인해 주던 친절한 모습이 기억에 남아요.
자연을 아끼고, 자연과 함께하는 스위스
스위스 근로자 평균 임금은 천만 원이 넘는다고 해요. 그래서인지 길거리에서 호객행위나 소매치기를 거의 볼 수 없었어요. 일해서 버는 게 훨씬 나으니까요.
저희가 간 6월이 이상 고온 현상 때문에 너무 더웠어요. 여행 내내 에어컨이 있는 곳은 일반기차 안뿐이었어요. 수영장 딸린 호텔에도, 산악열차에도 에어컨은 없었고요. 처음엔 호텔에 어메니티도 없어서 당황했어요.
또, 요플레는 분리수거가 잘 되도록 종이 포장지로 싸여 있었고, 알프스 트레킹 중간에 만난 놀이터나 벤치도 모두 나무 소재로 만들어졌어요.
자연을 아끼고 친환경적인 스위스의 '추구미'는 제대로 느끼고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