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는 시간이 많았는데
올해는 돈이 많습니다.
사실 많다고 하기도 부끄러운 수준이긴 하지만
제 기준으로는 그래요.
프리랜서라서 일의 양에 돈이 정확하게 비례해요.
작년보다 수입이 세 배 늘어났는데
시간이 너무 없으니 삶이 충실하고 행복하단 생각이 안 드네요.
늘 쫓기고 피곤하고 좋아하는 책 한권 읽을 시간이 없고.
주말에도 거의 일을 붙잡고 있어야 하고
어쩌다 쉬는 날에도 일 걱정하느라 제대로 쉬지 못하고
개인적인 일을 처리하는 것도 힘들어요.
오늘은 집에 좀 일찍 와서 차를 좀 닦고 청소하고 저녁먹고 설거지 하고
실내 자전거 30분 타고 씻고 나오니 이 시간이네요.
일상의 사소한 일에도 일할 시간을 빼앗기는 기분이 들어서 늘 종종대는 기분입니다.
지금부터 자기 전까지 일을 좀 해놔야 해서 침대 위에서 노트북을 켰는데
뭔가 가슴이 답답합니다.
작년에 일이 없고 돈이 없을 때는 크게 걱정이 없었고 불행하단 느낌이 적었는데
일이 많고 돈이 넉넉한데 왜 이렇게 가슴이 꽉 막히는지.
타고나길 한량체질인가 싶어요.
사람은 누구나 한정된 시간을 살다가기 때문에
시간이 곧 돈, 돈이 곧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돈을 버는 것도 결국 시간을 사기 위해서이죠.
지금 내 시간을 줄여가며 돈을 버는 건 결국 미래의 시간을 사기 위해서겠죠.
이렇게 생각하고 일이나 해야겠슴다.
그런데 지금 돈이 없고 시간이 많은 분들도
충분히 행복해 하세요.
시간을 넉넉하게 쓸 수 있을때 마음껏 자신을 위해 쓰세요.
이래나 저래나 시간이 곧 인생 아니겠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