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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만난 한국과 브라질 정상의 똑 닮은 삶의 궤적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캐나다를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각) 캐나다 캐내내스키스에서 양자 회담을 했다. 한국과 브라질 간 정상회담은 10년 만이다.
두 정상의 만남에 이토록 관심이 집중된 배경에는 놀랍도록 닮은 삶의 이력이 있다. 두 정상은 성장 배경, 정치에 투신한 계기, 정치적 탄압을 이겨내고 대통령 당선에 이른 과정까지 여러 부분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
‘가난’과 ‘장애’는 이들의 삶을 관통하는 주요한 열쇠말이다. 경기 성남시의 빈민촌에서 자란 이 대통령은 학비가 없어 중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만 12살의 나이에 소년공이 됐다. 지독한 가난으로 초등학교 5학년 때 중퇴해 변변한 졸업장 하나 없는 룰라 대통령은 7살 때부터 땅콩 장사와 구두닦이를 시작했고, 14살에 선반공이 됐다.
엇비슷한 나이에 공장 노동자가 된 이들이 맞닥뜨린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다섯 번째 일터였던 스키 장갑과 야구 글러브를 만드는 공장에서 프레스기에 왼팔 손목이 눌리는 사고를 당해 평생 ‘굽은 왼팔’로 살아야 하는 장애를 얻었다. 룰라 대통령은 상파울루 인근의 한 금속업체에 선반공으로 취직한 지 3년 만에 밤샘 작업을 하다가 왼쪽 새끼손가락을 잃었다.
이 대통령에게 굽은 팔은 “굽은 세상이 만든 것”이었고, 룰라 대통령은 네 개뿐인 손가락을 “평생 슬픔과 한”으로 여겼다. 이 대통령이 이날 정상회담에서 소년공 시절 산업재해 사고를 당한 일화를 소개하자, 룰라 대통령이 “몇 살 때 일이냐”고 되물으며 관심을 보인 데는 이런 이유가 있었다.
역설적으로 지독한 가난은 이들이 정치권에 투신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이 대통령은 빈곤과 차별에 맞서야 했던 유년기가 되레 ‘탈락하지 않는 삶’, ‘모든 국민의 기본적 삶이 보장되는 사회’를 꿈꾸는 정치적 소신의 밑거름이 됐다고 자평한다. 룰라 대통령이 간염에 걸린 아내가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해 뱃속의 아이와 함께 사망하는 비극을 겪은 것을 계기로, 가난한 이들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겠다며 정치권과 노동 운동에 투신한 것과 일맥상통하는 셈이다.
두 정상은 정치적 탄압을 딛고 대통령직에 당선됐다는 점에서도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대통령은 2022년 20대 대선 패배 뒤 ‘정적 제거용’이란 지적을 받는 검찰 수사에 시달리며 여러 차례 궁지에 몰렸었다. 이번 대선 직전에는 대법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전례없이 빠르게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면서 대선 출마가 좌절될 뻔했다. 재선 뒤 물러난 룰라 대통령도 검찰이 주도하는 권력부패 사건에 휘말리며 뇌물 수수 및 돈세탁 혐의를 받고 수감됐지만, 대법원이 지난 2019년 ‘하급심 재판부가 검찰과 공모해 편향된 판결을 내렸다’며 무죄를 선고하면서 기사회생해 브라질 최초 3선 대통령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