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일베같은 인간이 지어낸 이야기를 믿고 퍼뜨려...수준 참...
레몽 아롱 『지식인의 아편』
"정직하고 머리 좋은 사람은 절대로 좌파가 될 수 없다. 정직한 좌파는 머리가 나쁘고, 머리가 좋은 좌파는 정직하지 않다. 모순투성이인 사회주의 본질을 모른다면 머리가 나쁜 것이고, 알고도 추종한다면 거짓말쟁이다."
이라는 말을 했다는 오해가 한국에서 널리 퍼져 있고 심지어 한국의 언론에서조차 『지식인의 아편』에서 해당 말을 했다고 인용하는데,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레몽 아롱이 한 말이 아니다.
『지식인의 아편』을 다 살펴보더라도 "정직하고 머리 좋은 사람은 절대로 좌파가 될 수 없다"라는 말을 찾아 볼 수 없다. 또한, 인터넷에 떠돌아 다니고 있는 위 이미지에 나오는 인용문 "Le choix en politique n'est pas entre le bien et le mal, mais entre le préférable et le détestable"의 번역도 "정치에서의 선택이란 선과 악 중에 고르는 것이 아니라 좀 더 바람직한 것과 좀 덜 바람직한 것 중에 고르는 것이다."[20]는 말로, 좌파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이 말의 뜻은 자유주의자라면 자기 생각과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을 적으로 간주하기를 거부한다는 의미로, 물론 이들도 상대방을 이기려고 하고 필요하다면 힘을 동원해서라도 그렇게 하기를 원하지만, 동시에 그들을 설득해서 마음을 돌리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또 설사 그들이 마음을 바꾸지 않더라도 어떤 경우에도 상대방은 우리와 함께 살아가야 할 대상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유주의자는 도덕적으로 선과 악을 구분해서 누구를 적으로 돌리고 누구를 친구로 삼는 것이 아니라, 대안들 중에서 더 나은 타협안을 현실적으로 선택할 것이라는 말이다. 아롱이 사르트르를 그토록 비판하면서도 그와 평생 친구로 지냈던 것도 이런 생각에 근거해서이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가진 아롱이 "정직하고 머리 좋은 사람은 절대로 좌파가 될 수 없다"라는 진영논리식 발언은 아롱의 철학과도 맞지 않을 뿐더러 근거도 없다.[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