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과연 형사소송법 규정(상고이유서 제출은 소송기록이 대법원에 접수되었다는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20일 내에 하면 된다는 규정)을 지킬 것인지에 대해서 많은 분들이 불안해 하는 지경이 되었습니다. 심지어는 이 규정을 지키겠다고 대법원장이 대국민 성명이라도 발표해야 한다고 보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한,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이 수준으로까지 심하게 추락한 적은 없습니다. 대법관들이 법 규정을 제대로 지킬 것인지, 아니면 또 무슨 괴상한 궤변으로 뒤통수를 칠지, 안심이 되지 않아 국민들이 밤잠을 설치는 이 웃지못할 사태는 과연 누가 초래했을까요?
국민들이 "괜한 의심", "근거 없는 의심"을 하고 있다고 비난할 수 있을까요?
지방법원 판사 지귀연이 형사소송법 규정을 어기고 구속기간을 시간으로 (그것도 엉터리로) 계산하여 내란수괴 피고인을 석방하는 결정을 했습니다. 검사들은 이런 명백하게 위법한 결정에 대해서 항고를 포기하는 괴상한 행태를 보였습니다. 항고를 포기한 이유는, 항고하면 그런 위법한 결정은 취소될 것이 너무나 명백했기 때문입니다.
항고 안했으니, 아무리 위법한 결정일지라도 절차적으로 '확정'되었고, 확정되었으니 "어쩔 수 없다"고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대법원장은 명백하게 위법한 결정을 한 지귀연을 징계하고, 재판에서 배제하는 조치를 취했어야 합니다. 그랬다면 법원에 대한 신뢰가 유지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내란사건은 새롭게 배당되었어야 하고, 새롭게 사건을 배당받은 재판부는 직권으로 내란수괴 피고인을 구속하는 결정을 내림으로써 구속 상태로 재판받고 있는 다른 피고인들과의 형평이 그나마 유지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조희대는 지금까지도 지귀연에 대해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으며, 지귀연의 괴상한 셈법은 어느 누구도 옳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전직 대법관은 물론, 현직 법관까지도 체포할 계획을 세우고 비상계엄이 감행되었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조희대는 대법원장으로서 아무런 입장 표명도 없었습니다. 사법권 독립을 수호하려는 의지가 있기나 한지, 아니면, 스스로가 내란 세력의 일부인지 의심스러울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5월1일 오후3시에 생중계로 선고된 파기환송 판결은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신속한 파기환송 판결로서 우사인 볼트가 부러워 할 속도감을 보여 주었지만, 그 절차적 부적절함 때문에 두고두고 사람들의 조롱거리가 될 것입니다.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이렇게 바닥이 난 사태에 대한 책임은 사법부가 져야 합니다. 분명한 사과 표명과 함께 조희대는 사퇴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국민들에게 '괜한 의심하지 말라'는 식의 태도를 보인다면 사법부 전체는 오히려 더욱 큰 국민적 분노와 저항과 공격에 시달리게 되며, 이것은 우리 공동체 전체에 크나 큰 손실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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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창... 고대 로스쿨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