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아이들 어리고 제가 며늘아기였던 시절, 시아버지 병원 검진 때문에 시골 사시는 시아버지, 시어머니 두 분이 저희집에 오셔서 며칠 지내셨어요.
그러던 중 시어머니 팔에 통증이 있다해서 근처 잘하는 지압원 예약하고 모시고 가는 길이었는데 남편에게 큰 일 났다며 전화가 왔어요.
시아버지 형제 내외들(시고모, 고모부, 시삼촌, 작은엄마들)이 연초라 해맞이 놀러 갔다가 큰 형님인 저희 시아버지께 안부 전화를 했는데 저희집에 와 있다는 소리를 듣고 저희집으로 오겠다고 했다는 거예요. 그 분들 다 합하면 열 명이 넘고요. 올 시간이 딱 밥 때였는데..
전화 받고 어머니에게 이러저러 해서 저희집에 오신대요 라고 전하고 시어머니 지압 받게 하고 기다리는 동안 저는 집 근처 괜찮은 식당을 검색해 봤어요.
지압 받고 나온 시어머니, 여기 너무 좋다며 시원하다 더 받고 싶다 하시더군요. 집에 가면서 어머니~ 저희집 근처에 낙지집이 있으니 오시면 거기서 식사하면 될 것 같아요라고 했더니 왜 밖에서 먹냐며 집에서 차리라고 ㅎㅎ
집에 도착해서 남편에게 이야기 했더니 남편 펄쩍 뛰면서 시어머니에게 집에 그만큼 그릇도 없고 갑자기 어떻게 차리냐면서 못차린다 나가서 먹자하는데 시어머니가 계속 고집을 부리는 겁니다. 그 많은 사람 나가 먹으면 돈 많이 나온다고.
그래서 제가 참다못해 어머니, 저도 버니까 제가 낼게요라고 하고 결국 나가 먹었답니다. 계산은 남편이 했고 나가서 먹고 집에 와서 과일 대접하고 어쩌고 했네요. 갑자기 열 명 넘게 왔던 시아버지 형제 부부들은두루마리 화장지 조만한거 하나 사오긴 하더라고요.
그 일 이후로 시가에 잘하려는 마음은 싹 사라져 버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