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할아버지상 치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예요.

와사비 조회수 : 1,329
작성일 : 2024-05-03 09:02:04

할아버지가 노환으로 돌아가셨어요. 얼마 못버티실것 같다는 연락받고 할아버지 손과 발 쓰다듬으며 사랑한다 말씀드리고 다시 집에 돌아온지 사흘만에 떠나셨어요. 가쁜 숨으로 대화는 어려웠지만 응,응. 힘겨운 대답과 눈 깜빡임으로 최선을 다해 소통해 주신 모습이 저에게 마지막 기억이 되었네요.

 

엄하셨던 우리 할아버지. 강인한 바탕에 속이 여리시고 또 표현은 투박하게, 손녀 등 툭툭 치며 웃어주시던 할아버지의 미소와 거친 손이 눈에 선한데. 그 모습 떠올리면 목이 메이고 너무 그립네요.

 

얼마전 할아버지께 다같이 다녀가기도 했고, 남편 업무가 하필 바쁜시즌이라 할아버지 장례식 참석하는데 나도 모르게 남편눈치를 좀 봤어요. 애들 볼테니 혼자 다녀오라고 얘기하는 남편한테 마음 상해서 반나절 입 다물고 있었고요. (당연히 가야되는거 아니냐고 따질까 고민만 반나절) 남편이 생각을 바꾸곤, 아니다 같이 가자. 해서 아이들 시부모님께 맡기고 장례식에 참석했어요.

 

도착했더니 손주들 중에서 제가 제일 꼴찌로 왔네요. 사촌오빠들과 새언니 그리고 어린 조카들 모두 데리고요. 너희 바쁜데 너무 애쓰지 마라 하는 부모님 말씀에 그런가보다 했던 핑계를 생각해보지만 정말 아차싶었어요. 우리 엄마아빠가 면이 안서셨겠구나. 시부모님께 애들 맡기고 시부모님이 챙겨주신 봉투 들고 왔건만 사촌들은 사돈어르신까지 모두 와주셨네요. 어려워라.

 

시간이 늦기 전에 새언니와 어린 조카들 그리고 저희 남편은 먼저 집으로 보냈어요. 손님들 모두 떠난 새벽에 손주들끼리 모여앉아 몇년만에 수다떨고, 봉투 정리하며 시간을 보냈네요. 편하게 울고 웃고, 여기저기 대충 쪽잠 자고 일어나 발인 하고 이제 혼자 집으로 갑니다. 

 

애만 낳았지 어른인듯 어른 아닌 제가. 집안의 큰일을 치르면서 마음도 머리도 어지러웠어요. 친구들한테 구구절절 얘기하기도 그렇고해서 여기에 그냥 주절주절 해보아요. 조사는 꼭 다녀와야겠구나 마음 먹어보고요. 봉투엔 이름도 반듯하게 적어야겠더라고요. 남편은 남편대로 애썼으니 집에가서 고맙다 말해주려고요. 시부모님께도 감사인사 잘 드리고요. 

 

어른을 잘 하고 계신 모든분들 존경합니다.ㅎㅎㅎ 인생 매너와 지혜 그리고 센스를 열심히 키우길 희망하며 글을 급히 마쳐봅니다.

 

모두 좋은 하루 보내세요!

할아버지 사랑해요!

 

 

IP : 118.235.xxx.210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12
    '24.5.3 9:22 AM (14.32.xxx.100)

    이런 글 정말 감사합니다.
    요즘 어른이기 힘들죠. 보고 배운게 없어서요
    저도 봉투에 꼭 반듯하게 이름 넣겠습니다.
    돈도 한 방향으로 넣은거 보니 고맙더라는 얘기도 들었어요
    마음은 내가 신경 쓴 만큼 느끼게 되있나봐요
    남편분도 이번에 보고 느낀 점 많으실거에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594856 교사인 친구는 자녀 입시로 넘 스트레스 받는다고.. .... 22:48:03 73
1594855 혀를 깨물었는데 피가 안 멈춰요 1 marie 22:46:01 83
1594854 민희진 옹호하는 여자들은 태생이 못된년이란 생각이 들어요 7 타고나길그런.. 22:38:40 411
1594853 최진혁 어머니 11 어휴 22:38:39 800
1594852 셋째 원하는 남편... 왕노산 7 123 22:38:08 523
1594851 김호중 콘서트 이틀 다하고 바로 음주인정ㅋㅋ 4 .. 22:36:47 1,119
1594850 혼자 호텔이에요 3 Vv 22:34:37 456
1594849 정말 대치동 학원가 분위기 저런가요? 5 리얼리 22:30:20 999
1594848 우리 강아지 혼자 너무 재밌게 놀아요 4 .. 22:29:45 422
1594847 민희진은 지금 쯤은 아일릿 르세라핌 한테는 1 안타깝다 22:29:03 463
1594846 우울증 남얘긴줄 알았는데,, 경험자시거나 좀 아시는 분 도움 좀.. 3 순콩 22:25:29 610
1594845 김호중 음주운전 인정했네요 18 ㅇㅇ 22:21:19 2,604
1594844 굳이 고른다면 삭센다와 다이어트 한약 중에? 3 굳이 22:19:17 424
1594843 히어로는 아니지만.천우희 매력있어요 3 하나 22:17:34 647
1594842 삶이 너무 고달픈데 6 ㅇㅇ 22:16:22 968
1594841 좋은 인견 이불 어디서 사나요? 1 시원찹찹 22:11:05 273
1594840 정부는 간보기를 왜케하나요 알뜰요금제 없어지나요? 6 ........ 22:10:20 817
1594839 선재업고튀어는 해피엔딩일수 밖에 없네요. 4 ... 22:09:06 764
1594838 저 낼 헬스장 갈 생각에 설레요 6 증상 22:07:56 734
1594837 침대위 매트 고정방법 알려드려요 3 ㅇㅇㅇ 22:05:37 835
1594836 시모 진짜 싫어요. 3 22:05:36 1,066
1594835 수박이 혈당 엄청 올린다고 3 ... 22:05:00 1,411
1594834 혹시 어머니가 교사셨던 분들 계신가요? 22 ... 22:03:37 1,590
1594833 남자 둘이 경치좋은 카페가기도 하나요? 8 궁금 21:57:54 1,212
1594832 골목길 주행 중 사고 1 21:57:32 3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