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이 아파서 구립 수영장에 다녀요
서민들 많은 지역이고 거의다 할머니들.
평균연령 75~80 정도 보여요
처음엔 걱정했어요
여기저기서 하도 갑질 얘기를 많이 들어서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다니기 시작했어요
첫날.
평균연령보다 20살 정도 어려서 그런가 할머니들이 관심을 가지면서 엄청 잘해줘요.
이쁘다, 미스코리아 나가도 되것다(외모 평범)
이런 말씀도 서슴치않고 해주시고.
어떤 라인에서 하면 좋은지 말씀해주시고
유독 할머니 한분이 저를 바라보는 눈이 하트 뿅뿅이었어요
수영후 샤워를 마치고 나가려는데 아불싸! 수건을 옷장에 두고 안가지고 온거예요
물기뚝뚝으로 옷장까지 갈수가 없어서 난감하게 서있는데
아까 그.. 저를 예쁘게 바라보던 할머니가 자기걸로 닦으래요
그래서 괜찮다고 물기 좀 떨어지면 옷장에서 꺼내면 된다고 사양했어요
그랬더니 자기는 두개 가지고 다닌다면서 제 몸을 막 닦아주는 거예요
너무 미안했지만 어차피 제 몸을 닦아버려서 받아서 썼어요
빨아드리려고 했더니 얼른 낚아채서 본인이 세면대에서 빠는거예요
첫날부터 너무너무 죄송하고 감사했어요
수건은 일반수건이 아니라 건식 스포츠타올이었어요
여기 할머니들 문화가 참 따뜻해요
샤워하다가 옆에 있는 사람 샤워타올을 뺏어서 등을 막 닦아줘요
한.두사람이 그러는게 아니라 거의 모든분들이 그래요
그래서 저도 그렇게 해드려요
여기 샤워시설이 참 좋은데
할머니 몇분은 스티로폼 깔개를 깔고 앉아서 본격적으로 목욕을 해요
때밀이 타올로 때도 밀고 빨래도 해요
저는 이분들 꼭 한.두분은 등 밀어드려요
물론 샤워할 때 옆에 있는 분도 등 닦아드리고요
수영장 입장하기전 번호키 받을때 줄을 서는데 할머니들한테 양보해드리고 뒤에 서요.
이제는 할머니들 사이에서 인싸가 됐어요ㅎㅎ
제가 어디가서 이런 이쁨을 받겠어요
저는 이런 풍경이 참 따뜻하고 편안해요
어렸을때 할머니와 대가족 속에서 자라서 그런지도 모르겠어요
제가.. 젊은이들이나 같은 또래들 서로 신경쓰고 그런 분위기가 힘든가봐요-이건 이번에 깨달은 거예요
아무튼 우리동네 수영장
처음에는 갑질이 두려워서 가기 꺼려했는데
이제는 할머니들 보고싶어서 자꾸 가고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