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어렸을 때부터 엄청 심한 노안이었어요. 학교에서 나이 속인 복학생이라는 소문이 언제나 따라 다녔고요. 초6 정도쯤 키 다크고 발육이 완성되면서 다들 저를 적어도 20대 후반 정도로 봤었어요. 두 살 위 언니랑 밖에 나가면 제가 늦둥이 동생이랑 같이 놀아주는 착한 언니라고들 했고요. 중학교때부터 미성년자 관람불가 영화 자유자재로 다 봤어요. 심지어 친구들이랑 극장에 같이 가면 표 받는 사람이 이모가 데려왔으니까 이번만 봐준다 하고 친구들도 들여보내주기도 했고요. 중 1때 선수촌 근처에 살아서 86 아시안 게임기간동안 경찰들이 철조망 쳐놓고 주민 출입 통제했는데 매일같이 민증 안 보여준다고 시비 걸었어요. 아저씨 저 정말 중1이예요, 학생증도 있어요, 그럼 경찰 아저씨들이 대놓고 엄청 웃었어요. 그래서 전 미팅도 한번 못 했죠. 이모님은 왜 따라나오셨나요? 그런 소리 들을 까봐요.
그랬는데 삼십대 중반쯤? 되면서 가끔, 혹시 몇 학번쯤 되세요? 나이가 도저히 가늠이 안 되는 외모라... 뭐 그런 소리를 듣기 시작하더니 40 넘으면서 술 사러 가면 민증 보여달라는 소리를 듣기 시작하더니. 낼 모래면 50인 지금 첨 만나는 사람이 제 나이 들으면 말도 안 돼, 너무 동안이신데요, 종종 그러네요. 저는 아직도 적응이 잘 안 돼서, 아니 전 노안인데요... 혼자 중얼거리지만. 살다보니 이런 경우도 있네요. 참 오래 살고 볼 일 입니다, 인생 재밌어요, 푸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