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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50평생을 좌우한 8살 때의 경험

가지않은길 조회수 : 8,416
작성일 : 2022-11-30 10:26:03
70년대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 이야기라 요즘 세상과 어울리지 않는 부분들이 많은 점 양해 바랍니다^^




나이가 있다보니 국민학교 시절의 일이예요 ^^
여자아이지만 남자아이들과 더 잘 어울려 놀았고 아이들을 몰고 다니던 스타일이라 등교 후에도 방과 후에도 시간가는줄 모르고 즐겁게 살던 시절이었죠 
당시 집 앞에 있던 학교를 다니다가 부득이하게 다른 동네로 이사를 가게 되었는데 제가 죽어도 이 학교를 다녀야한다고 우기는 바람에 전학 대신 스쿨버스를 타고 계속 다니게 되었어요 
학교도 선생님들도 넘넘 좋아했거든요 


2학년 어느 날, 여느때와 다름없이 정신빼놓고 아이들과 놀다가 버스타려고 운동장 한쪽 버스타는 곳으로 왔는데 차가 한대도 없는거예요 
버스는 커녕 평소 차를 기다리며 줄 서 있어야 할 아이들도, 개미새끼 한마리도 없는 운동장에 저 혼자 덩그라니 서있는데 둥그런 운동장이 티비에서 보던 망망대해처럼 보였어요 
갑자기 무서워졌어요 
핸드폰은 커녕 컬러티비도 없던 시절, 집으로 가는 방법은 학교가 가까울 땐 걸어갔고, 멀리 이사간 뒤로는 스쿨버스를 탔고… 
그 외의 방법은 모르고 살던 아이였는데..
무턱대고 우는 아이는 아니었던지라 열심히 머리를 굴렸건만 아는 것이 없으니 답이 나오질 않았어요 


속으로 어떡하지를 되뇌이고 있는데 담임선생님께서 마지막으로 퇴근을 하시는지 더이상 나오는 사람이 없어진지 한참인 현관문을 열고 나오시네요?
집에 갔어야 할 아이가 그 시간에 텅빈 운동장에 혼자 서 있으니 선생님도 놀라신듯 왜 집에 안 갔냐고 물으셨어요 
저는 버스가 다 가버렸다고, 집에 어떻게 가야할지 모르겠다고 대답했어요 
선생님은 “그래? 그럼 따라와” 하시면서 교문 밖 찻길 쪽으로 가셨고 저는 선생님이 집까지 데려다주시려나 보다 생각하니 갑자기 마음이 놓이며 다시 어린아이답게 도시락가방 휘두르며 따라갔어요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선생님이 집이 어느 동네냐고 물으셔서 ㅇㅇ동 ㅇㅇ공원 옆이라고 말씀드렸어요 


버스가 한대 왔고 선생님은 열린 문으로 기사분께 ㅇㅇ동 ㅇㅇ공원 가냐고 물으셨고 그렇다는 대답을 들으시고는 한쪽으로 비켜서시는거예요 
저는 엥?하고 잠시 머리가 멈춘 사이, 선생님은 “이 버스 집까지 가는거니까 걱정말고 정류장 확인하고 내려~ “라며 인자한 얼굴과 자상한 목소리로 말씀하시고는 저의 손을 잡아 버스에 올라타는걸 도와주시고는 버스 문이 닫겼어요 
아… 이게 아닌데….
얼떨결에 탔고 버스는 움직이는데 저는 버스 손잡이를 잡은채로 굳어버렸어요 
워낙에도 혼자 잘 돌아다니고 친구들도 많고 모험심도 많아서 뭘 할때 거침이 없는 스타일이고 우리 동네 옆동네 구석구석 안 다녀본 데가 없고 엄마도 찾지 않는 아이였지만 한번도 안가본 길로, 경로도 모르고 까딱하면 의도와 상관없이 엉뚱한 곳으로 언제든 갈 수 있는 차를 타고, 혼자 가는 경험은 8살 저에겐 세상이 쪼개지는 엄청난 충격이었어요 


내내 식은땀 흘리며 그 자세로 굳은 채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기사님께서 어린 아이라 신경쓰고 계셨나봐요 
저를 부르시며 “ㅇㅇ공원이라고 했지? 다음에 내리면 돼~”라고 아까 선생님이 보여주셨던 것과 같은 인자한 얼굴과 자상한 목소리로 얘기해 주셨어요 
다시 심장이 쿵쾅거렸어요 
내가 집에 제대로 갈 수 있을까, 어디 모르는 곳에 내려 길을 잃고 엄마 아빠 동생을 다시 못볼까봐 앞이 깜깜했던 살떨리는 시간이 끝나가는구나 생각하니…
차문이 열리고 땅을 밟는 순간, 눈앞에 익숙한 동네 이웃집들, 가게들이 보였고 저는 와~ 살았다! 속으로 외치며 집으로 뛰어갔어요 


그날 이후로 세상이 조금은 만만해졌어요 
물론 8살 아이의 기준으로 말이예요 ㅎㅎ
과학책에서 보던 시커멓고 끝없는 우주같은 세상…. 몰라서 무섭고, 알려고 하기엔 너무 거대하고, 안해본 것을 하면 큰일 나는 줄 알았던 세상 
학교, 친구들, 뛰어다니는 동네, 엄마 아빠 동생 우리집이 전부였던 저에게 학교와 집 너머 가보지 않아서 무서운 세상이 버스 한번으로 흔한 사람사는 동네로 바뀐거죠 
그 이후로 누구나 겪지만 개개인에겐 여전히 낯설고 험난한 인생사를 대면하고 통과할 때마다, 안해보고 안가봐서 두려운 마음이 들고 시도해보기 주저하게 될 때마다 제 눈 앞엔 어김없이 담임선생님과 그 옆에 선 8살짜리 제가 나타나서 말해줘요 
괜찮다고, 해보면 별 거 아닐거라고
그 선생님은 아시려나 모르겠어요 
사는 내내 한번씩 선생님 떠올리고 감사하며 기억하는 제자가 있다는 것을^^



IP : 59.6.xxx.68
3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원글님
    '22.11.30 10:28 AM (110.70.xxx.146)

    뭔 줄 알겠어요. 글을 참 잘쓰시는듯

  • 2.
    '22.11.30 10:38 AM (49.172.xxx.242)

    님 얘기에 마음 한구석이 울컥하네요..감동입니다.
    그 담임 선생님은 알까요. 8살 제자에게 귀한 경험을 선물해 주셨네요.
    오늘 하루도 님 덕분에 씩씩하게 잘 살아보겠습니다 감사해요.

  • 3. 아주 짧은
    '22.11.30 10:39 AM (115.136.xxx.13) - 삭제된댓글

    수필 한 편 읽은 기분이에요.

  • 4.
    '22.11.30 10:40 AM (116.34.xxx.24)

    8살 꼬맹이 키우는 엄마인데 저도 뭉클하네요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넓어지고 용기가 생긴 멋진 경험 나누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초등학교 버스타고 다녔는데요 그때 생각도 나고요

    따뜻한 난로 앞 군밤 까먹으며 듣는 수필 한편같은 글 이었어요 오늘 하루도 따뜻하게 행복하게 보내세요♡

  • 5. 살수록
    '22.11.30 10:46 AM (59.6.xxx.68)

    누군가의 한마디, 누군가의 행동 하나가 타인에게 평생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걸 깊이 느껴요
    담임선생님이 그러셨듯 저도 큰 생각이나 깊은 뜻 없이 누군가에게 선한 충격을 줄 수도 있고 망가뜨리는 타격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이 진짜 무섭죠
    이왕이면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으로 살고 싶어요 ^^

  • 6. 맞아요~~
    '22.11.30 10:47 AM (112.145.xxx.70)

    그 시절엔 그랬어요 ㅎㅎ

    저도 9살때 혼자 버스타고 바둑학원에 다녔는데
    항상 탈 떄 내가 이 차를 타고 거기까지 갈 수 잇을까.
    가다가 잡혀가거나 길을 잃으면 어쩌나..

    걱정하다가
    잊지 않고 내리면 또 뿌듯하고 그랬네요~~~
    주위 어른들이 어디서 내리는 지 자꾸 묻고 알려주시고 햇구요

  • 7. 미네랄
    '22.11.30 10:48 AM (222.97.xxx.129)

    그 기분정말알거 같아요
    초등학교가 부산한복판에 있었는데 수업중 선생님 심부름이었는지 무슨 이유였는지 학교밖을 나가게 됬는데
    다른세상으로 들어간 느낌이었어요
    내또래는 하나도 없고 어른들만 바삐 움직이는 세상이 존재하는,,,
    지금도 한번씩 꿈을 꿔요. 그때 그느낌 그장면 그대로

  • 8. ---
    '22.11.30 10:55 AM (220.116.xxx.233)

    요즘 아이들이랑 너무 비교가 되네요. 너무 아이들을 요즘엔 의존적으로 수동적으로 키우는 건 아닐지...
    저도 국민학교 1학년 때부터 학교는 혼자 등하교 했고, 마을버스 타고 교회도 다니고 했거든요.

    그런데 요즘엔 초등 1,2학년은 다 학교에 학부모들이 데려다주더라구요.

  • 9. 데려다 준것보다
    '22.11.30 10:59 AM (61.84.xxx.71) - 삭제된댓글

    더 좋은 결과였지만 잘못되었다면 난감할 일이네요.

  • 10. bb
    '22.11.30 11:00 AM (121.156.xxx.193)

    글을 정말 잘 쓰시네요.
    제가 그 8살 꼬마 아이가 된 듯 재밌게 잘 읽었어요!

    저 30대 후반인데 저 어릴 때도 능동적인 어린이였죠.
    유치원도 혼자서 걸어가고!

    근데 요즘 아이들을 수동적으로 키우는 게 아니라
    세상이 험해요.. 그때만큼 마을 공동체가 아이들을 지켜주는
    문화가 아니다보니 저희 초1 아이도 제가 데려다주는데
    지금 세상은 이렇게 하는 게 맞다고 봐요!

    그때 그 시절이 그립지만 세상이 이렇게 변한 걸 어떡하나요.

  • 11.
    '22.11.30 11:01 AM (211.224.xxx.56)

    글 초반 읽고 그 시절 초2면 진짜 세상물정 모르는데 담임이 애를 집에까지 직접 데려다 주거나 택시 태워 보낼 일이지 버스 태워 보낸걸 원망하는 글 일 줄 알았는데 의외의 결말이네요.

    그 교사때문이 아니라 님 자체가 도전하길 좋아하고 두려움이 없는 분 일 겁니다. 긍정적이고.

  • 12.
    '22.11.30 11:02 AM (45.124.xxx.68)

    몸이 안 좋아 누웠는데 단숨에 읽었어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 13.
    '22.11.30 11:03 AM (211.224.xxx.56)

    글에도 원래도 그랬다 써있고 어린애가 계속 다니던 학교 다닌다 자기주장 관철시키고 부모도 어린자식 의견 잘 들어주는 자식에게 최선 다하는 부모였네요. 스쿨버스라니 사립학교 였나본데 부잣집였던거 같구요.

  • 14. 푸흐흐
    '22.11.30 11:07 AM (211.36.xxx.195)

    요즘 세상 차도 사람도 무서워서 2학년인 아이 손 꼭 붙잡고 학교 데려다주는데 혼자 가겠다며 떼쓰더라구요
    지켜보지 말라며 ㅠㅠ 뿌듯하고 귀엽고 대견도 하지만 불안해서 원 ㅠㅠ 세상이 이렇게 만든 것 같아서 슬프네요

  • 15. …..
    '22.11.30 11:09 AM (114.207.xxx.19) - 삭제된댓글

    저는 심부름이었지만(심부름을 가장한 체험학습이었을지도..)
    저도 8살에 처음으로 버스를 타 봤던 기억이 나요. 엄마가 버스타고 외삼촌댁애 다녀오라고 했어요. 물론 엄마가 버스 태워 보내고, 외숙모가 내리는 정류장에서 기다리셔서 15분 쯤 버스에 타고 있다가 내리는 곳 지나치지 않으려고 긴장하는 게 전부였지만요. 그래도 엄마랑 자주 다니던 길이어서 혼자 버스를 타고가면서도 차안에서 보던 풍경이 익숙하더라구요. 그 경험으로 얻게 된 자신감 그거 저도 기억나요.
    그 아이가 아주 독립적으로 성장했지만, 매사 혼자서도 해결할 수 있다, 혼자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 어른이 된 건 좀 슬퍼요.
    부모님이 집안에선 매일같이 화내고 소리지르고 분노조절 못하고 시도때도없이 폭발하고 싸우고 때려 불안하고, 밖에서만 고상한 사람들이어서, 저는 불안한 집보다 낯선 바깥 세상이 평화롭고 신기하고 낯선 것, 낯선 장소에 적응하는 긴장감을 더 즐겼던 것 같아요.

  • 16. 그래서
    '22.11.30 11:12 AM (211.46.xxx.113)

    독립적인 여성으로 잘 크셨나요?
    저런 경험이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될것 같긴 하네요

  • 17. 우와
    '22.11.30 11:12 AM (218.153.xxx.228)

    글 너무 잘 쓰시네요.
    전문 작가님이실듯....

  • 18. 동그라미
    '22.11.30 11:15 AM (211.226.xxx.100)

    와우 글을 너무 잘 쓰시네요. 감탄 감탄
    짧은 글이였지만 다음다음 이야기를 궁금해하면서
    글을 읽어 내려갔네요.
    반전의 반전ㅋㅋ

    엄청 글을 잘 쓰네요 몇 줄의 글이 마치 책학권 읽은 착각?
    을 했습니다.
    원글님 엄지척 입니다ㅎㅎ

  • 19. 그때는
    '22.11.30 11:18 AM (59.6.xxx.68) - 삭제된댓글

    어린 아이들이 보호자 없이 돌아다니는 일이 흔했죠
    하루 종일 나가 놀아도 별 걱정 안해도 되던게 밥 때 되면 배고파 알아서 들어오니 ㅎㅎ
    지금은 세상이 달라져서 아이들의 경험의 종류나 방식도 달라졌죠
    어린아이 키우시는 분들 심정 이해가 갑니다

    그리고
    용기, 자신감 이야기 해주신 분들
    맞아요 책이나 드라마로만 배울 수 없는 것들이 있죠
    그러나 그런 것들도 세상이 바뀌어서 예전처럼 일일이 생생하게 겪기에는 적합지 않은 세상이 된듯해서 안타까운 점도 있어요
    세상에 공짜는 없으니 끊임없이 잃고 얻고 하면서 얻은 것에 감사하며 살면 괜찮지 않을까요
    윗님도 자라면서 생긴 독립성, 자신감이 언젠가는 슬픔보다는 귀한 자산으로 느껴질 때가 자주 올거예요^^

  • 20.
    '22.11.30 11:19 AM (175.194.xxx.107)

    글 잘 쓰시네요.
    모두다 그런 비슷한 경험 있을텐데..저는 그런 교훈을 적용 못했네요.

  • 21. 그때는
    '22.11.30 11:20 AM (59.6.xxx.68)

    어린 아이들이 보호자 없이 돌아다니는 일이 흔했죠
    하루 종일 나가 놀아도 별 걱정 안해도 되던게 밥 때 되면 배고파 알아서 들어오니 ㅎㅎ
    지금은 세상이 달라져서 아이들의 경험의 종류나 방식도 달라졌죠
    어린아이 키우시는 분들 심정 이해가 갑니다

    그리고
    용기, 자신감 이야기 해주신 분들
    맞아요 책이나 드라마로만 배울 수 없는 것들이 있죠
    그러나 그런 것들도 세상이 바뀌어서 예전처럼 일일이 생생하게 겪기에는 적합지 않은 세상이 된듯해서 안타까운 점도 있어요
    세상에 공짜는 없으니 끊임없이 잃고 얻고 하면서 얻은 것에 감사하며 살면 괜찮지 않을까요
    114님도 자라면서 생긴 독립성, 자신감이 슬픔보다는 귀한 자산으로 느껴질 때가 자주 올거예요^^

  • 22. ahah
    '22.11.30 11:29 AM (211.206.xxx.54)

    저도 비슷한 연배에 비슷한 경험을 했고 공감합니다
    저는 국민학교 2(3?)학년이었던 때 상표수집방학과제를 하려고 동네 또래 친구들이랑 큰 시장에 갔어요
    열심히 다니다가 같이 간 친구들을 잃어버렸고 찾아도 찾아도 낯선 길만 나오는데~~

    지나가는 아주머니들께 길을 잃어 찾고 있다고 울먹이며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아주머니들이 바쁘시니 지나가는 청년들에게 버스를 태워주라고 하셔서
    버스를타고 청년들이 버스기사님께 얘기해 주고 집 근처에 내렸을 때의 안도감
    버스에서의 불안감이 떠오르네요

    어쩌면 그 시절이기에 가능했던 일이고
    지나고보니 세상이 그래도 따뜻한 곳이 많다는 생각을 하게 했던 기억입니다~~~

  • 23. 쓸개코
    '22.11.30 12:08 PM (121.163.xxx.229)

    막힘없이 읽히는 참 좋은 글^^
    그런 소소한 추억들이 참 소소하지가 않단 말이죠.^^

  • 24. 라떼는
    '22.11.30 12:30 PM (39.117.xxx.136)

    저도 초등학교 입학도 전에 혼자 버스타고 집에 가버려서 온 집안이 난리난적이 있었음.
    20원 버스비 내니까 안내양 언니가 기가 찬지 안받고 내려줌.
    그때는 참 겁도 없었네요... 지금같음 사람들이 신고했을듯.

  • 25. 쓸개코
    '22.11.30 12:37 PM (121.163.xxx.229)

    제가 초딩.. 그니까 저도 국민학생때ㅎ 엄마가 심부름을 시키셨어요.
    ㅇㅇ동에 작은아빠네 다녀오라고. 근데 놀러 온 친구도 갑자기 따라가겠다고 해서
    친구 데리고 버스를 탔어요. 부모님 없이 버스타보긴 처음.
    지금도 길치인 제가 어릴때도 길치였겠죠.ㅎ
    버스를 잘못 탔고 갈아탄 버스도 잘못 탐;
    친구가 갑자기 우는거에요.ㅎㅎ ㅜ 오줌싸개인 저는 화장실이 갑자기 가고 싶고
    친구 우니까 덩달아 눈물나고..
    마침 버스에 있던 어떤 인자한 아주머니가 버스비 주시며 친절하게 갈아타는 법 알려주셔서
    무사히 집에 도착했던 경험이 있어요. 그 아주머니 아니면 전화도 없고 생 고생을 했을 뻔^^

  • 26. ...
    '22.11.30 12:47 PM (1.241.xxx.220)

    자기효능감을 느끼셨군요 ㅎㅎ

  • 27. ㅋㅋ
    '22.11.30 12:58 PM (223.39.xxx.69)

    저도 어릴 때 그런 걸 느꼈어요
    집에 막둥이라 오빠 언니랑 열살 정도 차이가 나니
    둥가둥가 자라서 할 줄아는 게 없었고 시키지도 않았어요

    그리고 어리니까 라면 반개도 겨우 먹고
    어른들 보면 하나 다 먹는데 난 왜 저걸 다 못먹지 하다가
    10살 쯤에 정말 용기를 내서 라면을 끓여
    하나를 다 먹었을 때 제가 다 큰거 같고 장했어요 ㅋ
    그러고는 좀 건방져지고 뭐든 다 할 수 있을 같고요
    스스로 잘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 뿜으며 이제껏
    잘 살아 왔네요

  • 28. 경험담들
    '22.11.30 1:35 PM (59.6.xxx.68)

    좋아요^^
    어른들 보기에는 별 것 아닌 것도 아이들에게는 엄청난 일일 수 있다는거.. 신기하게 어른이 되면서 다 잊어버려요
    아이들은 그저 생각없고 걱정도 없고 마냥 해맑은 것 같아도 매일 나름 이리저리 부딪히고 깨지고 고민하며 힘겹게 살아간다는 걸 말이예요 ㅎㅎ

  • 29. 둥둥
    '22.11.30 1:39 PM (112.169.xxx.139)

    즐겁게 잘 읽었어요.
    저는 어릴때 골목길 돌아다는걸 좋아했어요.
    제겐 작은 여행이었죠.
    담 낮은 집들에서 두런두런 들리는 소리도 좋아했구요.
    나중엔 다 가본곳이라 일부러 길을 잃은양 하며 집을 찾곤 했죠. 그때는 무서운 어른도 없었고.
    지금은 세상이 너무 험하죠.

  • 30.
    '22.11.30 1:46 PM (218.48.xxx.98)

    그거 엄청 대단한 일이예요..어린나이에..
    전 초등6학년까지 버스타고 동네를 벗어난적이 없었는데...그 어린아이가 얼마나 무서웠을까요?
    결론은 좋은 경험으로 끝나서 대견하네요!!

  • 31. ---
    '22.11.30 2:27 PM (220.116.xxx.233)

    그러고 보니 저는 7살 때 저희 가족이랑 삼촌네 가족이랑 같이 파도풀장을 갔는데 애들은 각자 튜브 타고 파도 타고 놀고 어른들은 어른들끼리 도란도란 얘기하면서 놀고 있었어요. 혼자 물놀이하다 파도에 휩쓸려서 멀리 떠내려가서 가족 있는 돗자리 장소를 못 찾아서 제 발로 안전요원 찾아가서 미아 신고하고 이름 주소 또박또박 얘기하면서 가족 찾아달라고 한 기억이 나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미아 방송 듣고 헐레벌떡 엄마랑 작은엄마가 달려오셨는데 당황은 커녕 한바탕 웃으시던 하하하 그때가 생각해보니 그런 시절이었어요.
    지금 같으면 아이랑 물놀이 하는데 눈 떼고 있는 다는 건 상상도 못했을 듯 ㅎㅎ

  • 32. 쓸개코
    '22.11.30 2:29 PM (121.163.xxx.229)

    윗님 야무진 꼬마였네요 ㅎㅎ

  • 33.
    '22.11.30 3:02 PM (112.167.xxx.235)

    좋은 글이네요.
    맞아요 해보면 별거 아닌데 시작하기가 정말 어렵죠.
    저는 90년도에 대학교 졸업하고 혼자서 유학을 갔어요.
    해외여행도 처음이고 10시간 넘게 비행기도 갈아 타면서 혼자서 덜덜 떨면서 갔고 말도 잘 통하지 않는 곳에서 학교를 다니려니 너무 두려웠었는데 그 때의 경험으로 인생이 정말 풍요로워지고 스펙트럼이 넓어졌다는 생각 자주 해요.
    어릴 때 경험 공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34. 옛날
    '22.11.30 3:23 PM (110.70.xxx.178)

    저도 비슷한 연배에 비슷한 경험을 했고 공감합니다22

  • 35. hsh
    '22.11.30 3:59 PM (211.251.xxx.140)

    원글님 글을 너무 잘 적으시네요.
    좋은 글 남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

  • 36. ..
    '22.11.30 9:47 PM (117.111.xxx.241)

    넘 따뜻하고 용기가 나는 글이에요. 고마워요.

  • 37. 마른여자
    '22.12.1 2:19 AM (211.36.xxx.58)





    눈물찔끔나지

  • 38. 아아
    '22.12.11 2:42 AM (111.118.xxx.161)

    심장쫄깃하며 넘 잼나게 읽었어요!
    원글님 섬세한 감정선의 글 넘 좋아요

  • 39. 두고두고
    '22.12.11 9:08 AM (211.234.xxx.147)

    감사히 읽겠습니다!
    그 8살 아이 경험을 저도 갖게 해주셔서 정말 너무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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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1136 샴푸 어떤거 쓰세요 오나나나 22:34:02 32
1591135 자라에서 산 린넨셔츠 세탁 어찌해야할까요? 3 바닐라향 22:24:13 245
1591134 울 할매 이야기 .... 반전편 2 손녀딸 22:21:33 439
1591133 유툽에 채널a고x정 재연 뜨길래봤는데 ..... 22:18:51 160
1591132 의사 남편 쓰신 분 글 지우셨네요. 45 .. 22:10:15 1,897
1591131 86세 할아버지가 소주먹은 친구 다죽고 막걸리먹는 친구들만 살아.. 9 80대 할아.. 22:09:37 1,733
1591130 월세가 계속 오르네요 전세기피때문인가요 2 나비 22:09:23 457
1591129 원글삭제했네요 퇴직의사 관련 바랑 22:08:18 326
1591128 새로고침요 프로요 현소 22:05:43 108
1591127 할 줄 아는 게 하나씩 늘수록 삶이 충만해지네요 7 충만 22:04:50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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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1125 오늘 본.연극 추천드립니다 1 혹시 22:03:55 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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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1123 오늘 "그알" 현경대 의원 아들 사건(부인 살.. 1 그것이알고싶.. 21:59:25 1,424
1591122 살 찌는 속도가 무서워요 20 와 진짜 21:54:53 1,794
1591121 전기현의 씨네뮤직 2 .. 21:53:34 359
1591120 24 학번 의대 수업 하나요???? ........ 21:53:22 206
1591119 살림남, 서진씨 여동생 귀여워 죽겠어요 6 귀여워 21:52:23 920
1591118 나의 해방일지에서 일종의 고백이 엔딩곡으로 쓰인 회차 6 21:49:16 778
1591117 사람에게 쎄함을 느꼈다면 3 .. 21:45:17 971
1591116 좀있음 50인데 시부모 남편 아이 모임에서 한잔 마시면 안되나요.. 33 21:41:46 2,340
1591115 리사 진짜 커플인가봐요 6 와우 21:39:10 2,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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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1113 요새도 합가를 바려?? 2 헙가 21:31:38 8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