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저는 부모님과 행복했던 순간이...

영혼 조회수 : 4,306
작성일 : 2020-05-22 13:11:39

부모님과의 행복했던 순간에 대한 얘기가 있길래 써봐요.

저는 지금 마흔세살이고

나고자란 곳은 저 아래 시골. 

시골중에서도 아주 오지같은 산골이었어요.

그곳에서 4살 초까지 살고 

산아래  읍내 나가기도 편하고

버스도 종종 다니는 곳으로 이사했죠

 

4살초까지 살던 곳은 초가집이었어요.

나중에 주변 친구들한테 얘기하거나

또래들과 얘기하면  거짓말 하지 말라고 ..ㅎㅎ

 

너무 가난했던 집이어서

물질적인 행복은 누려보지 못했어요.

할아버지 할머니도 가난하셨고

엄마 아버지도 가난하셨고...

그런 가난한 집에 저희 부모님은 

부모님과 자식들 보살피고 생활해야 했어서

항상 바쁘셨고  힘드셨어요

 

내논,  내밭

그 하나가 없었을때  식구들 굶기지 않으려면

열심히 일해야 했으니까요.

 

초등학교때 오십원짜리 풍선껌 하나 사먹는 것도 고민했고

과자 빵  먹고 싶어도 자주 먹을 수 없었어요

시골이라서 마을엔 가게도 없었고

백원 이백원 모으다가  과자 하나 사먹을 돈 모이면

학교앞 가게에서 사먹는 날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죠.

 

먹는 거,  입는 거  풍족해보지 못했고

부모님이 사랑 표현을 잘 하시는 분들도 아니었고

그런데다 저는 고등학교때부터 일찍 타도시에서

혼자 학교생활 하고 그랬어야 해서

부모님에게 어떤 사랑의 표현이랄까 이런거

받아보지 못했고  좀 일찍 독립적인 성격이 되었지만

그럼에도 저는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너무 행복해요.

 

아빠가 술 거하게 드시고  잔소리 하는 날만 아니면

그외 다른 날들은  그냥 정말 행복했어요.ㅎㅎ

 

시골이라 산야를 돌아 다니면서 친구들과 놀았던 그런 추억들도

혼자 큰 당산나무에 올라가서 나무에 앉아 놀던 것도

아빠 따라서 산에 나무하러 다녔던 것도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  정지(부엌)에서 불때던 엄마가

우리 00이 달걀 후라이 해줄까?  하고 물어보던 그 순간도

닭이 몰래 숨겨놓은 달갈 무더기를 발견하던 순간도

네살때  학교간 오빠들 기다리며  밤나무 아래서

윗옷이 불뚝하게 나오도록 밤을 주워

의기양양 오빠들 기다리던 순간도...

 

무엇하나 행복하지 않은 순간이 없었던 거 같아요.

 

추억할때마다 마음이 평온해지고

그리워지면서 입가에 미소가 절로 생기는

그런 날들이 참 많네요

 

 

 

 

 

 

 

 

 

 

IP : 121.137.xxx.231
2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난봉이
    '20.5.22 1:15 PM (14.35.xxx.110)

    글을 보는 저까지 행복해집니다.

    저 아래 빨간머리 앤 이야기가 있던데
    원글님이 빨간 머리 앤 같아요.

  • 2. ...
    '20.5.22 1:16 PM (211.110.xxx.9)

    아우...눈물나요

  • 3. 그냥
    '20.5.22 1:17 PM (39.7.xxx.166)

    어릴땐 안불행하면 행복했던겁니다

  • 4. .ㅡ.
    '20.5.22 1:19 PM (211.215.xxx.107)

    원글님 글 읽고
    잠시 힐링됐어요. 고맙습니다

  • 5. 난봉이
    '20.5.22 1:21 PM (14.35.xxx.110)

    문득

    행복은
    사소한 순간을 캐치하고 간직하는 힘에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원글님은 스스로의 힘으로 행복하신 거예요
    어딜 가도 행복하실 거예요

  • 6. df
    '20.5.22 1:25 PM (211.184.xxx.199) - 삭제된댓글

    어린시절 그립네요~^^
    전 아빠가 가끔 후라이팬으로 카스테라를 만들어주셨어요
    요즘 키톡에 빵이 유행이잖아요
    키톡보면 어린시절 아빠가 해주신 카스테라가 떠올라요
    정말 맛있었는데...
    굉장히 무뚝뚝하고 무서운 분이셨는데
    카스테라는 아주 달콤했었지요
    회사에서 다치셔서 오른팔을 깁스하셨는데
    왼손으로 농장그림을 그려주셨는데
    너무 잘그리셔서 놀랐던 기억이 있어요 ㅎㅎ
    그 젖소가 아직도 생각나네요

  • 7. 원글
    '20.5.22 1:28 PM (121.137.xxx.231)

    어릴때 불행하지 않으면 행복이라는 말씀이 맞는 거 같아요
    저는 정말 지금도
    어렸을때 기억이 생생하고
    그 추억들이 너무 소중하면서 행복해요
    친구들은 일 많이 해서 싫었다는 똑같은 일도
    저는 힘은 좀 들었지만 싫지는 않은. 그냥 즐거운 날들이 많았어요

    고양이 데리고 소풍가는 놀이도 하고
    나무 풀숲에 숨겨진 파란 새알을 보고 감탄하기도 하고
    집 처마 아래 제비집에서 떨어진 제비알을 주워서
    부화 시키겠다고 이불 속에 넣어두고 꺼내보고 꺼내보던 순간도요

  • 8. 저두 입가에
    '20.5.22 1:32 PM (59.17.xxx.179)

    미소가 번지네요
    저는 마흔 다섯.... 가끔 저 어릴때는 반딧불이 잡았다고하면 거짓말하지 말라고해요 저도..
    어릴때 제 친구도 초가집에서 살았어요.. 원글님 말씀하시는거 전 다 이해돼요 저도 풍선껌하나 깐돌이 아이스크림하나 먹는거 아주 힘들었어요. 엄마 몸빼바지에서 동전꺼내서 사먹었던 기억도 나네요
    밤에 논에서 보름쯤에 쥐불놀이 하던거 깡통에 불피워서 오빠가 돌리는거 멀찌감치 구경하고 저녁에 불때는 엄마옆에 붙어있고 가마솥 안쪽에 운동화빤거 말리고..
    저도 시골이라 산에서 그중에서도 묘에서 미끄럼타고 그러고 놀았네요
    지금생각해보면 참....
    근데 저는 그리 행복했었나 는 잘 모르겠어요

  • 9.
    '20.5.22 1:36 PM (223.39.xxx.41)

    원글님 나이가? 저도 51에 시골에서 살았는데
    님하고 똑같아요. 하교길에 빈도시락에 오디따서
    채우고 밤을 가방 가득 주어오기도하고 해서
    하교길이 두시간씩 걸렸죠. 그렇게 자라서 제가
    감성적인것 같아요.

  • 10. 원글
    '20.5.22 1:41 PM (121.137.xxx.231)

    저두 입가에님 맞아요!!
    저도 그러고 놀았어요.ㅎㅎ
    어렸을때 아버지가 지게 한가들 풀 베어오면
    밤에 그 풀 위로 반딧불이가 참 많이도 날아 다녔는데
    두세마리 잡아서 병에 넣고 놀다가 날려 보내기도 하고요
    쥐불놀이며 겨울에 묘 위에서 썰매타다 어른들한테 혼나고..

    저는 엄마가 장날에 읍내 나가시면 눈이 빠져라 기다렸어요
    그 기다리던 시간이 얼마나 설레이고 간절했던지...
    장에 다녀오신 엄마가 과자 사오시면 며칠내내 했복했는데
    깜빡 잊고 과자 하나 안사오시면 얼마나 서운하고 서럽던지요. ㅎㅎ

    저는 좀 일찍 혼자 떨어져 지내서 그런지
    어렸을때의 그런 추억들이 정말 그립고 행복했다고 느껴져요

    표현하는거 일절 못하시던 아빠가
    신나게 낮잠 자고 있던 제 머리 쓸어주시던 그 손길이 아직도 기억나요
    그게 좋아서 깨놓고도 잠든 척 하고 있었던..

  • 11. 어쩌면
    '20.5.22 1:57 PM (223.38.xxx.91)

    행복감을 느끼는 정서도 타고난게 아닐까 싶어요.

    긍정적이고 어떤 상황이든 좋은것 밝은것 재미있는것을
    찾아내고 행복감을 느끼는 그런 것이요.

    원글님은 어쩌면 부유하게 태어나 남태평양 요트에서
    돌고래를 보더라도 행복감은 비슷하게 느끼지 않을까..

    그 성정이 부럽네요.

  • 12. ......
    '20.5.22 2:10 PM (114.206.xxx.174)

    원글님 글 읽는동안 저도 행복하네요.

  • 13. 삘기
    '20.5.22 2:16 PM (211.245.xxx.178)

    라고 아세요?
    전 하교길에 논둑에서 삘기를 그렇게 뽑아서 씹었네요. ㅎㅎ
    저도 초4때까지 초가집에서 살았어요.
    가난했고 가난했지만 어린 시절이 불행하지는 않았어요.
    부모님들 매번 싸우고 큰 소리 오갔지만 그냥 남들도 다들 이러고 사는줄알았어요. ㅎ
    전 오히려 빠른 요즘과 그때보다는 넉넉한 지금이 더 힘드네요. ㅎ

  • 14. 원글
    '20.5.22 2:20 PM (121.137.xxx.231)

    삘기 ...당연히 알지요~^^
    친구들이랑 학교 다녀오는길 길가에 오동통 삐죽삐죽 나온
    삘기를 서로 많이 뽑으려고 삘기 경쟁을 하기도 했는걸요.
    그때는 삘기 오래 씹으면 껌이 된다고 누가 그래서
    그말을 순진하게도 믿고 열심히 씹어댔는데
    그 들척지근한 맛을...ㅎㅎ

    지금 제 책상에 제작년 삘기꽃이 아직도 꽂혀 있어요.
    동료가 뽑아다 준 삘기꽃이
    만지면 보들보들 너무 감촉도 좋아요
    삘기꽃을 백모화라 하는데 이름도 참 이쁘죠? ^^

  • 15. ...
    '20.5.22 2:27 PM (112.184.xxx.71)

    지금은 도시에 사시나요?

  • 16. 철 들기 전
    '20.5.22 2:29 PM (175.194.xxx.191) - 삭제된댓글

    어린시절의 추억은 대부분
    그리운 추억으로 남아있는것 같애요.

    지금과 비교해보면
    정말 없고 힘들고 불편한것 천지였는데도

    나이들어 돌이켜보면 안좋았던 시절이 있었나 싶게
    좋은추억만 남아있는게 참 인생의 오묘한 조화같기도 하고..그러네요.

  • 17. 삘기
    '20.5.22 2:39 PM (211.245.xxx.178)

    꽃 이름이 백모화예요?
    처음 알았어요. ㅎㅎ
    전 제 어린시절하면 자동으로 삘기가 떠올라요. ㅎ
    삘기만 뽑아씹은것도 아닌데 말이지요.
    달래, 냉이는 반찬으로나 먹었지요.ㅎㅎ

  • 18. 따뜻해지네요
    '20.5.22 2:40 PM (211.236.xxx.51)

    부족했지만 맘이 따뜻하던 행복한 시절인가봐요.

    저는 소도시에서 자랐고 도시와 비슷한 상황이었고 잘 나가놀질 않아서 어릴때 추억이 거의 없어요.
    학교 끝나고 집에 바로오고 피아노학원갔다가 집. 뭘했는지도 모르겠고.
    그렇다고 책을 많이 읽거나 공부를 한것도 아니고.
    부모님이 딱히 관심을 가져준편도 아니고. 딱히 모나지 않게 자란것만도 감사하다 생각해요

  • 19. 원글
    '20.5.22 2:47 PM (121.137.xxx.231)

    고딩때 인근도시로 나와 자취하면서 학교생활 했어요
    그리고 20살때는 더 도시로 나와서 생활했고요 지금까지요.
    시골에서는 중학교때까지만 생활했으니...

    백모화 이름도 이쁘지만
    하얗게 핀 솜털을 만지면 진짜 보들보들
    촉감이 너무 좋아요.

    나중에 백모화가 보이거든 손으로 만져보세요
    보들보들 촉감이 참 사랑스럽거든요~^^

  • 20. 유년시절
    '20.5.22 3:27 PM (106.101.xxx.240)

    유년시절 농촌에서 자랐더랬죠... 농촌지역이었어도
    울 아버지는 농시짓는 분은 아니어서.... 수확하고 뭐 이런 감성은 없지만..... 집안에 싸우거나 혼내거나 참견하거나 큰소리내는 사람이 없어서.... 유녀시절은 늘 자연과 함께 평화롭고 행복했던 기억뿐이예요

  • 21. 원글의 행복한글
    '20.5.22 3:30 PM (14.32.xxx.26) - 삭제된댓글

    갑자기 오열하게 만드시는군요.
    갑자기 코가 찡한게~~ 닭똥같은 눈물이 떨어져요

  • 22. 지나가다
    '20.5.22 4:44 PM (175.197.xxx.202)

    일단 감사합니다.
    천천히 읽어볼게요.

  • 23. 어머
    '20.5.22 11:24 PM (218.38.xxx.252)


    진짜 욕심쟁이
    혼자만 추억부자
    어린시절에 대한 보석처럼 이쁜 기억들이 남았잖아요
    돈으로도 절대 못 살 아름다운 추억들

    제가 부러워 죽을 지경^^

    자랑하고 다녀도 될 어린시절입니다

    그 시절의 힘으로 평생 잘 살고 계시잖아요

    이쁜 이야기들 잊혀지게 두지 마시고 잘 정리해보세요
    만 45살 지나면 기억력이 급격히 쇠퇴해서 그 소중한 추억들도 희미해지는 날이 오더라구요.

    정리되면 82에도 좀 올려주시구 ㅋ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587122 이게 치흔설이라는거군요 넘아프 00:33:34 8
1587121 박나래 살 엄청 뺐네요. 나혼산 00:32:21 81
1587120 부산근방 지진 너무 무섭네요 1 ㅜㅜ 00:23:56 443
1587119 윗집? 노래소리 미쳤나 00:16:18 149
1587118 예측? 예견?을 잘 하는 사람 9 ㅡㅡ 00:12:39 373
1587117 두바이공항에 계시거나 비행기 타실분계시나요? 폭우 00:09:51 327
1587116 내가 알고 있는 정보를 주위사람이 알려줄 때 4 .. 2024/04/19 760
1587115 정규재왈 국짐은 2024/04/19 506
1587114 합의하에 약속 잡아놓고 스토킹? 1 ㅂㅁㄴㅇㄹ 2024/04/19 399
1587113 오 아름다와요 1 ㅎㅎ 2024/04/19 646
1587112 이제훈표 수사반장 재밌나요? 21 2024/04/19 2,247
1587111 담 걸린거 타이마사지 받아볼까요? 6 2024/04/19 436
1587110 윤석열 지지율 20%면 내려와야하지 않나요? 14 2024/04/19 1,414
1587109 좋은 사람 많이 만나는 거보다 3 ㅇㄶ 2024/04/19 961
1587108 창원인데 아파트가 흔들흔들 너무 무서워요 6 @@ 2024/04/19 2,523
1587107 사내 비밀연애를 했는데요... 10 amy 2024/04/19 1,730
1587106 부산 지진 18 지진 2024/04/19 3,758
1587105 남편이 연애시절 끝내주게 사랑해줬어요 17 2024/04/19 2,487
1587104 백화점구입 다이슨 환불될까요? 6 ........ 2024/04/19 908
1587103 현실적인 우울증 극복법 9 우울증 2024/04/19 1,543
1587102 당근마켓에 물건 올려서 계약금 받았는데 돌려달라는데요 20 ... 2024/04/19 1,143
1587101 펌) 고양이 사료 파동의 원인 4 ㅇㅇ 2024/04/19 1,107
1587100 나쏠사계 영식 12 나쏠 2024/04/19 1,564
1587099 도서관 봉사직 경험해보신분요 6 질문 2024/04/19 950
1587098 치아미백 효과있을까요 7 50세 2024/04/19 9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