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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고 설리 추모글

아티스트 | 조회수 : 2,329
작성일 : 2019-11-17 23:47:32
‘자이언트 아티스트’ 설리를 추모하며


2019년 10월14일은 본래 ‘폭군 아버지, 히스테리 엄마; 강남 중산층 우울가정 딸 생존기’ 초판 발간 예정일이었습니다.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출간이 하루 미뤄진 사이, 책을 기다리다가 엄청난 비보를 듣게 됐습니다. 연예인 설리(본명 최진리)의 죽음.

엘리베이터에서 잠깐 스친 것 말고는 아무런 인연이 없는 어느 유명인의 자살이 가까운 이에게 일어난 일인 듯 오래 잔영이 남는 것은, 젊고 아름다운 설리에게서 과거 나의 일부를 보았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눈에 띈다는 이유로 여성의 몸에 가해지는 유무형의 폭력을 어린나이부터 겪어오면서 얼마만한 강박감을 견디고 있었던 것일까, 하는 생각이 번뜩 들었습니다.

큰 키에 희디흰 피부, 화려한 미모까지 지닌 설리에게 시선이 모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을 겁니다. 그러나 ‘폭군 아버지, 히스테리 엄마’에 썼 듯, 여자에게 장신이란 것은 남자와 달리 모욕거리가 되기도 합니다. ‘자이언트 베이비’, ‘설리버’ 따위의 별명은 분명 설리의 몸에 대한 수치심을 자극했을 수도 있을 겁니다.

어느 TV 예능프로그램에 나와 다들 프로필상 키를 키우는 바람에 그런 별명이 생겼다며 녹화현장에서 직접 키를 재 ‘169.8㎝밖에’ 되지 않는 걸 증명하기도 했지요. 특히 하얀 피부는 조명을 받아 번지며 화면에서 유난히 불어보이기 때문에 항시 카메라 앞에 서야하는 연예인으로서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 없었을 겁니다. 보통여성들도 다이어트 강박에 시달리게 마련인데, 타인의 눈에 전신이 항상 노출되는 걸그룹 멤버로서 그 압박감이 얼마나 컸을까는 상상이 미치기 어려운 지점입니다.

뒤늦게 찾아본 설리의 동영상 속 모습에서 새삼 고통과 슬픔을 발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2018년 처음 장만한 자기 집으로 이사하는 날, 설리는 한 달 동안 거의 아무것도 먹지 않고 8㎏을 뺐다고 털어놨습니다. 그 상태로 이사하고 운전하고 방송까지 하는 정신력이 대단해 보였습니다. 치마 속까지 클로즈업하며 지방흡입한 자국이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하는 네티즌들을 대상으로 당당한 모습을 드러냈지만, 힘겨운 몸과 함께 마음도 지쳐가고 있던 것 아닐까요.

어느 방송프로그램에 나와 울먹이며 얘기했듯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가족과 떨어서 소속사 숙소생활을 한 소녀가 오빠와 살겠다며 장만한 2층주택이었습니다. 연습생 시절부터 15년 넘게 고투하며 마련한 ‘그림 같은 집’이었지만, 그곳에서 설리는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야맙니다.

이미 세상을 떠나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이의 심정을 마구 짐작하는 것이 고인에게 누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타인의 고통을 함부로 재단할 수 없다는 걸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지만, 설리에게 자꾸만 감정이입이 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네요.

몇 해 전인가 이사를 마치고 극도의 피로감에 자살충동이 일었고 빨래건조대, 베란다 난간 등 목을 맬 만한 곳이 클로즈업돼 눈으로 확확 들어와 꽂히던 순간적 기억이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병원을 찾아 항우울제를 처방받고 그 위기를 넘겼습니다. 정황을 보아 고인은 그 찰나의 충동을 도저히 견디지 못한 듯합니다. 그 고비만 넘기면, 그리고 여러 가지 불안정한 요소들이 삶을 뒤흔드는 20대만 지나도 좀 더 여유를 가지고 세상에 대처할 수 있었을텐데하는 아쉬움 때문에 가슴이 먹먹합니다.

죽고 싶기보다는 쉬고 싶고, 어디론가 도피하고픈 마음이 더 컸던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것 같은 순간도 그 시간을 흘려보내고 나면 다른 길이 보이게 될 때가 많은데, 어린나이에 어른의 세계로 밀려 넣어진 소녀는 이미 지칠대로 지쳐있던 것은 아닐는지요.

2005년 어느 미녀배우의 아역으로 데뷔했을 때 참 예쁘다고 감탄하며, 저렇게 똑부러지게 어여쁜 얼굴로 태어났으니 뽑혀서라도 연예인이 될 수밖에 없겠구나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동료 여자가수가 그에 대한 찬사를 담은 곡(아이유 ‘복숭아’)을 쓸 정도였으니 유례가 거의 없는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SNS에 올린 일상 사진들로 악동 이미지로 알려지기 전, 설리에게 우여곡절이 많았던 사실은 잘 몰랐습니다.

만 스물 되던 해, 혹독한 성인식을 치렀더군요. 14세 연상 연인과의 스캔들에 이어 악성댓글과 루머에 고통을 호소하며 연예활동을 잠정중단하기도 했고, 2015년에는 결국 소속그룹 f(x)’를 탈퇴합니다. 한 두 줄로 정리하면 간단해 보이지만, 한류스타로 널리 알려진데다가 소속사와의 계약 등 복잡한 사정을 고려하면 그 과정이 얼마나 전쟁 같았을까요.

어렸을 때부터 공황장애와 대인기피증이 있었다고 뒤늦게 고백하며 “약을 먹지도 않고 혼자 버텼다”고 했는데 그게 얼마나 무모한 짓이었는지…. “가까운 사람들조차 떠났던 경우도 있었고 사람에게 상처받기도 했다. 그때 완전히 무너져버렸다”는 목소리가 가슴을 울립니다.

그 후 설리는 전사가 됐습니다.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시선과 품평에 맞서 아예 SNS를 통해 자신을 적극적으로 노출하는 방법으로 맞섰습니다. 그 덕분에 설리는 연예계에 별 관심이 없는 이들에게까지 어느새 왈가닥 옆집 처자 같은 친근한 존재가 돼버렸죠. 그건 꼭두각시처럼 시키는대로 춤추고 노래하던 소녀가 자기 자신을 찾는 여정이었습니다.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 딱 집어 칭한 적은 없지만, 여성이 자아를 찾는 과정은 페미니즘적 색채를 띨 수밖에 없습니다.

자기주도적인 삶을 살고자 몸부림쳤지만, 욕망의 대상으로만 머물지 않고 자신이 욕구의 주체가 되겠다는 여자연예인을 세상은 용납하지 않았습니다. 끊임없는 논쟁 중에도 설리는 잘못한 것도 아닌데 숨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굽히지 않고 소신을 밝혔습니다. 지금 와서 보니 SNS를 통한 메시지들은 자신의 몸은 자신의 것임을 전파하는 ‘행위예술’이었습니다.

실제 설리는 예술적으로도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자하는 첫걸음을 막 뗀 참이었습니다. 극단적 선택을 하기 몇 달 전 설리는 자신이 직접 작사에 참여한 3곡으로 솔로가수의 길을 선택하며 아티스트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싱글 타이틀곡 ‘고블린’이 그런 심정을 가장 많이 드러낸 곡이 아닌가 싶습니다. 고블린은 서양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작고 추한 마귀입니다. 한 송이 꽃이 피어나듯 활짝 함박웃음을 짓던 화사한 설리의 얼굴에는 어울리지 않는 존재였지만, 내면으로는 자신을 해칠만큼 스스로를 그렇게 추하게 여기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자기 안의 어둠을 잘 달래며 자기표현을 지속하고 예술로 해소·승화시키며 살 수는 없었던 걸까요. 아티스트로서 어느 정도의 자유분방함과 때때로 찾아오는 우울은 필수요소라 할 수 있을 텐데, 잘 다스린 그 에너지의 어울림이라면 정말 ‘자이언트 아티스트’로 커갈 수 있었으리라는 아쉬움도 큽니다.

고인은 라이벌로 칭해질 여자연예인들과도 자매애를 나누는 모습을 거침없이 보여주며 페미니스트들에게도 많은 영감을 준 아이돌이었습니다. 정형화된 걸그룹의 미소녀 이미지에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밝히는 데도 능동적이었습니다. 자신의 SNS를 통해 노브라를 지적하는 이에게 “시선강간하는 사람이 더 싫다”고 했고, 사망 전까지 출연한 방송에서 브래지어는 건강에 나쁘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지자 “영광스러운 날이다. 모든 여성에게 선택권을”이라는 SNS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그 외 적극적 언행은 많이 보도됐으므로 되풀이하지 않겠습니다. 너무나 예뻤던 외모로 어린 나이에 연예인이 돼버린 설리로서는 남의 시선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철저히 깨닫고 있었을 겁니다. 때로는 숨기고 싶어도 자신의 큰몸은 어디서나 튈 수밖에 없었고, 오히려 스스럼없이 드러내는 것으로 극복하려 했던 분투가 느껴집니다.

지금 유튜브에는 2년 전 세상을 스스로 등진 같은 소속사 동료 ‘샤이니’의 종현과 함께 나란히 웃으며 춤추는 설리의 영상이 뜹니다. 종현은 생전 ‘통증’을 얘기했습니다. 그 통증이 뭔지 알 것 같다고 하면 주제넘은 소리일까요. 아티스트로서의 성공요인인 예민한 감수성은 때로는 모든 것을 너무 민감하게 받아들이게 하고 그것이 아픔이 될 수 있다는 것. 사람의 몸과 정신은 따로 떼놓고 생각할 수 없는 만큼 육신과 마음이 모두 고통에 시달렸을 겁니다.

팬들에게는 뜨거운 환호를 받는 화려한 무대 위의 모습만 보여주지만 그 아래서는 뼈를 깎는 연습과 빡빡한 스케줄에 부상과 피로로 지쳐가고 있었을 겁니다. 설리 역시 급격하게 키가 자라면서 무릎통증에 시달려 달리기도 잘 못한다고 했습니다. 격한 안무를 소화해야하는 아이돌로서 매 무대가 고행 같지 않았을까, 마음이 저며 옵니다. 성공을 향해서라면 무엇이든 희생할 수 있다며, 정작 중요한 것을 잊고 있는 우리사회의 가치관이 반영된 힘겨운 삶이었지 않나 추정해봅니다.

고인에게 폐가 될까 망설이다가 뒤늦게 글을 공개합니다.

김기자 (‘폭군 아버지, 히스테리 엄마’ 지은이)
IP : 122.45.xxx.252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살아있을때나
    '19.11.18 12:00 AM (202.14.xxx.177)

    응원하지.. 무쓸모임.

  • 2. 어휴
    '19.11.18 12:10 AM (178.191.xxx.174)

    고인이용해 고작 책팔려는 ㅁㅊ.

  • 3. ...
    '19.11.18 12:29 AM (223.38.xxx.167)

    책 제목도 그렇고 참,
    문과 글쟁이 세계에서 사는 제게 풍기는 이 글의 냄새는
    참 별로네요.
    참~ 말이 길다
    하는 생각이 듭니다. 모름지기 살아 있을 때
    편이 되어 함께 돌 맞기를 무릅써 주고
    떠나간 뒤에는 고요히 추모할 일입니다.
    말이 깁니다. 시끄럽습니다. 이러쿵저러쿵 ‘추정’에 의해 이해하고 사후 찬양하지 마시지요.

  • 4. ..
    '19.11.18 12:51 AM (211.186.xxx.27)

    진짜 별로네요. 저 책을 설리가 쓴 것도 아닌데 이렇게 엮나요. 자기 책과 자기 이야기로만 어필하세요.

  • 5. 네가뭔데
    '19.11.18 1:05 AM (221.149.xxx.183)

    이따위 쓰레기 글을 쓰는지? 별 그지같은 놈들도 참 많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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