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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동네 빵집 이야기

... 조회수 : 6,226
작성일 : 2019-01-08 10:25:05
저는 서울이라고는 하나 경기도랑 별 차이없는 끝자락 동네에 삽니다.
행정구역 상으로는 서울이지만 사실 같은 생활권이라고 해도 무방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다보니 우리동네가 좋아지는게 느껴질 정도로 뭐가 확확 달라지긴 해요.

괜찮은 문화공간, 괜찮은 커피집, 괜찮은 빵집 이런게 마음에 드는 곳이 없어서 재작년까지는 소위 '시내'까지 종종 나갔어요.
그런데 작년부터는 그럴 일이 거의 없어질 정도로 이런 저런 것들이 많이 생겼어요.
특히나 마음에 드는 빵집과 커피집이 도보 10분 거리에 생겨서 참 편해졌거든요.
이젠 정말 '시내'나갈 일이 거의 없어졌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역 우리 동네로  말하자면 아직도 시골 읍내스러운 동네도 군데 군데 있어요.
마을 버스만 드나들고 이런 저런 편의 시설에서 거리가 먼 동네...
그에 비하면 저는 그나마도 다운타운에 사는 셈이구요.

설명이 구차한 이유는 그 시골 읍내스러운 동네에 있는 동네 빵집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예요
'명장'타이틀까지 갖고 있는 제빵사가 아주 오랫동안 경영하는 빵집이예요
그 근동에는 나름 유명한 빵집...
유명 프랜차이즈 빵집들이 주변에 다 있지만, 난공불락 성처럼 수십년째 그자리에 지키고 있는 좋은 빵집이죠
아주 오래전에 가보고는 잊고 있었다가, 볼일 보러 갔다가 생각나서 들러봤어요.

저녁 8시가 넘은 시간이라 주인장께서 내일 케익에 쓸 크림인지 열심히 만들고 계시고(오픈 주방이라 다 보여요), 사모님이 매장을 지키고 계시더라구요.
두분 다 환갑을 훌쩍 넘긴 연세에도 늦게까지 열심히 운영하고 계셨어요.
사모님 말씀으로 시그니처로 삼을만한 신제품을 만들자고 해서 탄생한 역작도 있더라구요.

그런데, 뭔가 딱히 손이 가는 것들이 없었어요.
우물쭈물하게 되더라는 거죠.
사모님이 이것저것 시식용으로 잘라 놓은 것들도 여러개 권해주셨어요.

사실 이집은 우리밀도 쓰고 유기농 설탕도 쓰고 재료도 신경써요
동네 빵집 수준에서는 비싸지만, 이런 재료를 쓴다고 하는 유명 '시내' 빵집에 비하면 가격이 저렴한 편이죠
먹어보면 알아요.
입 안에 잡맛이 남지 않는 깔끔하고 똑떨어지는 기본에 충실한 좋은 맛.
사실 흠잡을 것 없는 맛인데, 15%쯤 뭔가 빠진 느낌이라 집게가 빵 위에서 방황을 하게 되더랍니다.

치즈케익 하나, 역작 신제품 하나, 또다른 빵 하나 고민 끝에 이렇게 골라왔습니다.
오늘 아침, 자랑스럽게 권하시던 그 빵을 아침 대신 먹었습니다.
그리고 슬펐습니다.
빵은 여전히 맛있습니다. 이 댁의 빵에는 감히 맛없다고 할 수 없는 맛이 있거든요.
그런데 트렌드를 따라가려고 애썼으나 따라잡지는 못했구나 하는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이게 세월의 한계일까?
어제 주방에서 힘들게 크림을 젓고 계시던 명장님과 자신있게 설명하시던 이젠 백발이 성성한 사모님이 생각나서 울컥했어요.
그리고 제 집게가 왜 빵 위에서 머뭇거렸는지도 알게 됐습니다.

아직 개봉하지 않은 빵을 쳐다보면서 더 슬펐습니다.
다운타운에 새로 생긴 '시내'스타일 그 빵집에서 제가 좋아하는 빵과 거의 비슷한 빵입니다.
아마 맛도 비슷하게 맛있을 거예요
그렇지만, 딱 한 끗 차이, 그 차이가 너무 커서 선뜻 이 빵을 선택하지 못하겠더라구요.

환갑이 넘은 나이에도 연구하고 새로운 제품에 도전하고 기본을 놓치지 않은 그 열정은 정말 존경할만하고 감탄스럽습니다. 그게 이 댁 빵맛에 고대로 살아있으니까요.
그러나 자존심과 고집이 때로는 젊은 트렌드를 받아들이기에 걸림돌이 되는 건 아닌가 생각도 들더라구요.

저는 진심으로 이 빵집, 이 두분이 오래오래 빵집 잘 운영하셨으면 좋겠어요.
정말 이 빵집이 잘 되길 바래요.
그런데 저는 일부러 여기 빵사러 오지는 않을 것 같아요.
그래서 더 미안해요.

스타벅스가 이 구석동네 아파트 상가까지 침투하고, 이 작은 동네에 무려 2개나 대형매장을 내서, 그래서 작은 귀엽고 괜찮은 카페들이 망해 나가는 시절이라 슬프지만, 시절 탓만 할 수 없는 그런게 있구나 싶었습니다.
이렇게 노력을 해도 트렌드를 따라가기 힘든, 그 무언가가 있나보다
내게도 그런 날이 오겠지, 그런 날이 오면 나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건가

빵 하나를 앞에 두고 별 생각을 다했던 아침이었습니다.
IP : 125.128.xxx.240
3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제빵사
    '19.1.8 10:32 AM (61.109.xxx.121)

    저빵만드는 사람이에요
    무슨말씀이신지 구구절절공감이요
    나이드는게 어쩔때는 참 서글픈일같아요

  • 2. ...
    '19.1.8 10:33 AM (112.184.xxx.71)

    글솜씨가 대단하십니다^^

  • 3. 저도
    '19.1.8 10:39 AM (110.5.xxx.184)

    그 빵집이 살아남았으면 하는 마음은 같습니다.
    다만 그 부부의 빵맛이라서 살아남았으면 합니다.
    트렌드를 반영한 빵집은 그 빵집대로, 기본에 충실한 빵집은 그 빵집대로.

    저는 요즘 눈과 혀를 동시에 자극하는 멋지고도 맛있는 떡도 맛있지만 투박하고 아무 장식없는 그냥 절편이나 대충 생긴 증편을 더 사랑하거든요.
    선택의 여지가 더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 4. 저도 빵 좋아해요
    '19.1.8 10:44 AM (218.233.xxx.253)

    명장 빵과 요즘 핫한 빵집 빵과의 차이가 크지는 않다고 생각해요.진짜 명장이라면요...
    빵맛은 외모(?)와는 상관 없는데, 왜 슬퍼하시는지 잘 모르겠네요..

  • 5. ..
    '19.1.8 10:47 AM (221.148.xxx.49) - 삭제된댓글

    보신거 맞아요. 하지만
    그게 나이듬에도 이외에 장사와 관련된
    정보환경의 한계도 있어요.

    사람들이 죽어라 서울에서 또는 동정업계 몰린 곳에서 업을 하는게 말씀하신 그런부분. 발품정보와 노력이외
    고객 피드백도 정보인데 그게 약해요.

    이건 나이들어 낮은 흡수력 차이보다
    피드백 받아드리고 도출하는 트레이닝이 안되니
    도퇴되는거죠. 잘나가는 유명가게 의외로 나이 많은분들이세요. 장사는 큰장에서 해야한다잖아요

  • 6. ..
    '19.1.8 10:48 AM (221.148.xxx.49) - 삭제된댓글

    보신거 맞아요. 하지만
    그게 나이듬에도 이외에 장사와 관련된
    정보환경의 한계도 있어요.

    사람들이 죽어라 서울에서 또는 동정업계 몰린 곳에서 업을 하는게 말씀하신 그런부분. 발품정보와 노력이외
    고객 피드백도 정보인데 그게 약해요.

    이건 나이들어 낮은 흡수력 차이보다
    피드백 받아드리고 도출하는 순환 트레이닝이 안되니
    도퇴되는거죠. 잘나가는 유명가게 의외로 나이 많은분들 많으세요. 장사는 큰장에서 해야한다잖아요

  • 7. ...
    '19.1.8 10:50 AM (221.148.xxx.49)

    보신거 맞아요. 하지만
    그게 나이듬 외에 장사와 관련된
    정보환경의 한계도 있어요.

    사람들이 죽어라 서울에서 또는 동정업계 몰린 곳에서 업을 하는게 말씀하신 그런부분. 발품정보와 노력이외도
    고객 피드백도 정보인데 그게 약해요.

    이건 나이들어 낮은 흡수력 차이보다
    피드백 받아드리고 도출하는 순환 트레이닝이 안되니
    도퇴되는거죠. 잘나가는 유명가게 의외로 나이 많은분들 많으세요. 장사는 큰장에서 해야한다잖아요

  • 8. 시내스타일이든
    '19.1.8 10:59 AM (112.154.xxx.44)

    시골스타일이든 님의 취향인 그 트렌디한 빵들은 전부 서로 베껴내서 나와요. 앙버터가 그러하고요 이젠 파리바게트에서도 깜빠뉴가 나오죠. 뭐 깜빠뉴는 이름자체가 시골빵이 그렇다치고 단과자빵인 몽블랑도 원조가 있지만 많이들 만들고..미니식빵에 각종 치즈,크림넣는 것도 다 인기가 있다싶으니 너도나도 만들잖아요
    이걸 굳이 베끼네마네 할 순 없기도한데 인기몰이 하는 베이커가 있고 유행을 민감하게 따라가는 베이커도 있고
    내것만 주구장창 추구하는 이도 있고
    연륜있고
    재료좋고
    기본충실한 분의 빵이 1%도 아니고 15%나 시내빵집에 뒤쳐진다니
    선뜻 이해가 안되네요

    저도 빵 꽤나 좋아해서 서울 곳곳 빵집순례 많이했는데 우리동네서 결국 망하고나간 골목빵집 식빵과 식빵 하면 거기!에서도 식빵 사먹어봤는데요 가두배차이 가격만큼 맛도 두배차이는 아니여서 실망한 적은 있네요

  • 9. ..
    '19.1.8 11:06 AM (223.62.xxx.151)

    엥? 지금 이 글은
    개인입맛 차이 아닌 다른문제 보고 느끼는 글인데요.
    난 동네가게가 더 맛있더라는 쌩뚱
    그리고 장사라는게 개개인 입맛으로 하지 않아요.
    이건 장사란걸 해보시면 아는이야기네요

  • 10. ...
    '19.1.8 11:11 AM (125.128.xxx.240)

    맞아요.
    정보환경의 한계, 피드백의 횟수, 피드백을 받아들이는 태도...
    이게 세월의 한계가 아닐까 싶었어요.
    나이가 들면 점점 완고해지고, 유연함이 확실히 떨어지잖아요.
    특히 본인 실력에 대한 자부심이 있는 경우는 더 그러기 쉽고요.

    이 댁 빵에서 느낀 서글픔이 그런 거였어요.
    피드백이 없거나 그걸 제대로 수용하지 못하거나...
    그게 새로운 정보 취득의 한계인지, 새 정보 가공의 감이 떨어진건지, 지역적 한계인지, 아님 그게 총체적으로 나이의 한계인지...

    빵이 맛만으로만 평가할 수 없다는 것도 절실히 느꼈어요.

    제가 가장 슬펐던 빵은 롱 소세지를 또띠아에 말아서 오븐에 구운 빵이예요.
    두군데 빵집이 또띠아든, 소세지든 품질 좋은 걸로 썼을 거예요.
    그건 의심하지 않아요. 다른 빵집에서 소세지 빵에 이렇게 길고 품질 좋은 소세지를 쓰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 기본적으로 맛있을 수 밖에...
    그런데 그 차이나는 한끗이라는게 결정적이더라구요.
    다운타운 빵집은 바질 페스토를 발라서 말았지 싶어요. 생바질인지 페스토인지, 막입이 구분을 못하지만, 암튼...
    그런데 이 댁 빵에는 고전적으로 케찹, 마요네즈를 줄로 뿌리고 스위트콘을 올렸어요. 아....

    기본은 충실하지만, 젊은 감각을 못 따라가시는게 아닐까
    이런게 제가 서글픈 지점이었어요.
    점둘님이 말씀하신 순환 트레이닝 과정이 별로 없어서일까, 근본적으로 이게 세월의 한계인가
    아직 결론은 없지만, 머리가 복잡한 순간이었지요.

  • 11. 기본에 충실
    '19.1.8 11:16 AM (49.142.xxx.137)

    재료 좋고 맛에는 만족하나 15% 부족이라니, 원글님이 빵집에서 기대하는 건 무엇이었까요?
    저는 기본에 충실한 작은 가게들이 좋아요. 트랜디한 곳은 또 그 나름대로의 즐거움이 있지만, 모든 곳에 트랜드를 느끼고 싶지는 않아요.

  • 12. 그래요.
    '19.1.8 11:21 AM (39.115.xxx.201)

    맞아요.
    어떤 느낌이신지 알것같아요.
    말씀하신 가게가 그림으로 그려지며
    명장이신 주인아저씨와 사모님의 분위기까지도 느껴집니다.
    글 참 잘쓰시네요
    저는 이아침에
    한편의 좋은 수필을 읽는 기분이었습니다.

  • 13. ...
    '19.1.8 11:32 AM (223.62.xxx.151)

    유연성도 단련이 되어야 합니다.
    사고도 건강과 비슷해서 꾸준히 해야 습관되고 장찬
    장사 사업 잘 하시는분들 가까이에서 보면
    외적인 나이떠나 사고방식 문제해결 수준이 달라요.
    기술자로서 능력과는 별개입니다

  • 14. 그건
    '19.1.8 11:34 AM (61.105.xxx.209) - 삭제된댓글

    개인의 취향도 있어요. 전 전통적인 빵 제대로 만드는 집이 좋은데요.
    유행따라 달고, 패스츄리에 설탕 범벅에 여러가지 재료를 추가한 김모 제과점 전 안 좋아했는데 젊은 사람들은 좋아하고 나폴레옹 제과점의 경우 전 매일 출근도장 찍을 정도로 좋아했지만 젊은 사람들은 사다 주면 잘 먹지만 굳이 가서 사먹지 않는 정도의 선호였거든요.
    원글님 입맛에 맞지 않다고 그리 슬퍼하실 건 없어요.

  • 15. 그건
    '19.1.8 11:41 AM (61.105.xxx.209)

    개인의 취향도 있어요. 전 전통적인 빵 제대로 만드는 집이 좋은데요.
    유행따라 달고, 패스츄리에 설탕 범벅에 여러가지 재료를 추가한 김모 제과점 전 안 좋아했는데 젊은 사람들은 좋아하고 나폴레옹 제과점의 경우 전 매일 출근도장 찍을 정도로 좋아했지만 젊은 사람들은 사다 주면 잘 먹지만 굳이 가서 사먹지 않는 정도의 선호였거든요.
    원글님 입맛에 맞지 않다고 그리 슬퍼하실 건 없어요.

    물론 또띠아, 소시지에는 바질 허브에 일반 스파케티 소스라도 넣으시라고 언질 주시면 좋을 것 같긴 하네요.

  • 16. ...
    '19.1.8 11:50 AM (125.128.xxx.240)

    유연성도 단련되어야 한다는 말씀, 와 닿네요.
    저도 그런 생각은 하지만, 실제로는 쉽지 않은 일이라서요.
    세상이 바뀌는데 바뀌는 걸 제때 받아들이지 못하는게 40대인 저에게도 종종 느껴지거든요.

    30대 자신만만했던 시절에는 세상이 어떻게 바뀌어도 적응하고 살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어요.
    지금은 50이 멀지 않은 지금은 내가 살고 있는 현재시점에서도 이해하지 못하는 세상이 있고 시간이 더 지나면 이해하고 싶어도 도무지 받아들여지지 않고, 급기야 포기하는 시점도 있겠구나 싶긴 해요.
    이게 그만큼 사고의 유연함이 떨어지고 있다는 반증이겠죠.
    아마도 직업적으로도 그런 순간이 올거라 생각합니다.

    기본에 충실한 건 매우 큰 장점일 겁니다.
    그러나 제가 걱정하는 건, 기본 식빵, 단팥빵, 소보루빵만 잘 만들어서는 이젠 동네 빵집도 위협을 받는 시절이 되었다는 거죠.
    트렌디한 시내 스타일 빵집이 이젠 버스정류장 1 정거장 거리까지 치고 들어왔으니까요.
    어쩔 수 없이 고객이 빠져나가는 건 막을 수 없게 되었어요
    장사라는게 소수의 충성고객만으로는 유지할 수 없거든요.
    게다가 충성고객은 나이가 들고 구매력은 점점 떨어져요. 선택의 주도권도 점점 없어지고요.
    원칙만 고수하면 새롭게 구매력이 점점 커지는 신생 고객을 잡을 방법이 없는 거죠.
    그래서 나름대로 변화를 꾀하는 모습이 보이기는 하지만, 그 속도가 너무 늦은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랄까?

    그래도 다행인건 빵봉지에 보니, 아빠와 딸, 2대가 만드는 과자점이라고 씌여 있네요.
    아버지의 실력을 뒤이어 따님이 큰 역할을 하길 기대합니다.

  • 17. 저는 다른생각
    '19.1.8 11:51 AM (112.164.xxx.53) - 삭제된댓글

    그 빵집이 너무 따라갈려고 애쓰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약간 옛맛을 유지해주면'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어설픈게 아니고요
    우리는 옛날 빵을 좋아하거든요
    달지 않고 그냥 빵맛이요
    요즘은 전부 달짝, 들쩍그래서요

  • 18. 정작
    '19.1.8 12:12 PM (221.148.xxx.49)

    반대의 반대만 있을 뿐이지
    현실에서는 그런 옛날맛 빵집보다 조금 트레디한
    .건강도 트렌디죠. 빵집이 더 잘된다거죠.

    심지어 줄서서 먹는 옛날빵집조차도 옛날보다 더 달고 아님 독일식 식사빵들이 인기거나 제대로 프렌치
    빵소비가 젊은애들이 더 큰데 그걸 무시못해요.

    개인취향과 대중적 인기를 혼돈하면 가게못해요

  • 19. ...
    '19.1.8 12:12 PM (175.198.xxx.247)

    어떤 말씀인지 알겠어요.
    저희 동네도 몇년 전에 그런 빵집 하나가 결국 문을 닫았어요. 분명 맛있고 좋은 재료를 쓴 빵집이라, 일부러라도 버스타고 가서 사오기도 하고 그랬던 빵집이에요. 좀 구석에 있어서 지인들에게 알려주기도 했었어요.
    그런데 묘하게 촌스러워지는 느낌이 몇년전부터 점점 들어서 안타까웠어요. 맛있고 좋은 재료를 쓰고 있다는것과는 또 다른 얘기인데요. 그 집 빵은 그대로이지만, 빵도 트렌드가 있어서겠죠. 좋은 크림이지만 데코가 못 따라가주는 케잌이라든가, 이름은 분명 유행하는 빵인데 어딘지 모르게 부족해보이는 느낌. 하지만 맛은 있다는게 안타깝고.
    거긴 블로그 들에도 좋은 빵집이라고 가끔 올라오던 빵집이에요. 그런데도 그 묘한 뒤쳐지는 느낌이 어느날부터 생기면서 사람이 별로 없어지더라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늘 거기까지 가서 빵을 샀어요. 그런 느낌이 든 뒤부턴 오히려 일부러 더 갔어요. 아무래도 이 집이 오래 버티지 못할거 같다는 위기감(?)같은게 들어서, 일부러라도 더 가게 되더라구요. 문 닫지 말고 버텨주길 바라는 마음같은게 생겼었거든요.
    결국 제가 그런 느낌을 받은지 2년 좀 못 되어서 그 집은 문을 닫았어요.
    가끔 거기서 사먹던 빵이 생각나거든요. 지금 원글님이 느끼신 그 느낌이 뭔지 알겠어요.
    한편으론 그 빵집의 맛을 그리워하는 제가, 이제 나이가 든건가 싶은 생각도 들구요. 예전 어르신들께서 가끔 각자 당신들의 예전 그 집 그 맛에 대해 얘기하실때, 지금의 이 음식이 더 맛있는데 왜 저러시나 싶더니만 ㅎㅎ
    아마 만약 그 집의 빵이 지금 있어서, 요즘 빵집의 같은 종류 빵이랑 같이 두고 젊은 사람들에게 먹어보라 하면 비슷한 반응일지도.

  • 20. moioiooo
    '19.1.8 12:13 PM (211.187.xxx.238)

    그 차이가 뭘까 하다가
    케찹, 마요네즈, 스위트콘 에서 아하 했네요
    안먹어봐도 어떤 맛일지 너무 뻔한 거죠
    새 빵이면 어떤 맛일지 궁금하게 해야 하는데
    저 조합은 너무 올드해요
    동네빵집일수록 저 토핑이 너무 많이 눈에 띄어요
    원글님 기분이 완전 이해됩니다

  • 21. 마흔중반
    '19.1.8 12:42 PM (223.39.xxx.212)

    이미 어떤 느낌인지 파악했지만 저도 211.187님처럼
    바질 페스토를 vs 케찹 마요네즈 스위트콘 .. 쓰신 부분에서 더 크게 아하! 했어요. 원글님 쓰신 의도에 완전 공감하니 저 역시 괜히 안타까워지네요...

    그리고 유연성 이야기도.
    전 나이가 들면 이해와 공감의 폭이 더 넓어지고 유연성도 더 길러질줄 알았는데 오히려 반대에요. 많은 부분에서 더 편협해지고 고집스러워지는것 같아요. 다만 그걸 감추고 다스릴줄 아는 지혜(?)가 길러지더라고요. -_-

  • 22. ㅡㅡ
    '19.1.8 1:08 PM (110.70.xxx.66)

    진짜 글솜씨가 좋으시네요.
    부러워요~

  • 23. 감사
    '19.1.8 1:23 PM (112.184.xxx.17)

    자영업하는데...
    이 글을 읽고 우리집에 다녀간 우리집을 애정하는 손님이 안타까워서 쓴 글 같았어요. ㅜㅜ
    물론 빵집은 아닌데....
    우리 손님들도 우리집을 이렇게 생각하는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원글님이 그 빵집의 빵을 먹고 느낀점에서 제 마음 들킨것 같은
    느낌이 들었거든요.
    나 기본 충실히 하고 잘 하고 있지만 요즘 트렌드 읽는거에 시실 귀찮고 이젠 못따라가는 경향도 있고 좀 그렇거든요.
    뜨끔하네요.......
    그리고 글을 참 잘쓰시네요.
    감사해요. 많이 되돌아 봤어요.

  • 24. ...
    '19.1.8 1:42 PM (175.116.xxx.169)

    먹는거는..나이들면 미각은 둔해지고,
    자기가 오래 먹은게 맛있게 느껴져서 트렌드 따라 잡기기 더 힘든것 같아요. 유행하는 빵을 맛보고 더 낫게 만들고 싶은데 자기 입맛에는 더 맛있게 만든게 다른 세대들에게는 그렇게 느껴지는 한계가 있는것 같더라고요.

    시집에 남편 형제들이 저희와는 나이차이가 많이 나서
    모이면 맛있다는 찐빵,술빵 등등부터 지방특식까지 과거부터 많이 먹던 음식들 자주 먹는데요,
    솔직히 맛없어요. 조미료 없이 재료 본연의 맛을 표현했다고 하기에는 설탕만 덜 들어가서 그렇지 재료 고유의 맛을 가릴 정도의 짠맛과 텁텁함이 강한데(찐빵도 팥이 간만 느껴지고 텁텁해요. 제가 단빵 안좋아하는데도) 식구들끼리는 다들 너무 맛있다,이게 제대로 된 맛이지 하며 열광하는 분위기.
    사먹는건 맛없어서 못먹는데 이건 계속들어간다 이 분위기거든요.

    이야기가 옆으로 샜지만,
    그 명장분도 트렌드 빵맛은 노력한다고 해도 나오기가 쉽지는 않을것 같아요. 본인이 수긍할 수 있는 맛과 유행하는 맛의 간격을 메우기에는 기술이 아니라 미각의 차이라.
    그 빵집이 살아남으려면 아마도 딸에게 많은 권한을 넘겨줘야할텐데 그게 쉽지는 않겠지요.
    50년 넘은 새우깡도 조금씩 맛이 변해왔다고 그게 장수비결이라는 기사 읽은 기억이 나는데,
    어찌됐든 전통있는 빵집들이 시대의 흐름에 사라지지 않고 많이 남았으면 좋겠어요.
    저도 주말에 30분 거리 떨어져 있는 빵집가서 빵 여러개 사왔다 속상하던 중에(이 빵집도 상탄 장인이 운영하던 동네에서는 꽤 유명한 빵집인데..빵들이 많이 바뀌었더라고요.
    유럽 스타일의 달지 않고 담백한 종류의 빵들 많았는데, 그런 빵 사라지고 달고 부재료 맛이 엄청 강한 빵들로 바뀌었더군요),
    수필같이 예쁘고 슬픈 글 읽게되서 긴 댓글 답니다.

  • 25. 음....
    '19.1.8 2:50 PM (121.88.xxx.63)

    말씀하신 바가 어떤건지 잘 알겠어요. 근데 그건 나이듦에 어쩔 수 없이 인정해야할 부분같아요. 그분들 연세가 있는데 백프로 트랜드를 쫒아가기엔 여러 문제점이 있을거에요. 가장 큰 건 본인이 그걸 인지 못한다는거....
    솔직히 원글님 글 잘쓰시고 댓글에서도 여러분들이 인정해주셨지만 요즘애들이 보기엔 너무 고리타분하고 미사여구 많아서 지루한 글이에요. 훨씬 더 압축해서 표현할 수 있거든요. 글만봐도 나이가 느껴지는...
    물론 저도 늙었으니 제가 모르는 뒤처짐이 많을거에요. 씁쓸하지만 어쩌겠어요. 괜히 젊음이 아니고 괜히 나이듦이 아닌데, 내가 최선을 다해도 따라잡기에 부족한 부분은 그냥 인정을 해야지요.

  • 26. 그래서
    '19.1.8 3:07 PM (121.134.xxx.225)

    사업하다 어느정도 되면 일선 물러나
    현장지위하며 후배 양성하는 이유.

    그런 분들이 실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후배나 후계자 통해 다음세대 그렇게 명맥을 유지하는거예요. 돈은 흐르물 따라 배를 띄우고 천천히 가는거죠.
    남들 보기에는 제자리 있어 보여도 그게 오래가는 비결
    아니면 멈춘 호숫가 배라 결국 생명 다하면 끝
    트렌디가 유행 신상만을 의미하지 않아요

    단순하게 옛날께 더 좋아는 개취라
    사업 장사에서는 오히려 걸러듣는 소리예요. 그 정도 소리에 휘둘려 그게 옳은줄 알면 망합니다.
    그때는 아무도 책임져주지 않아요

  • 27. 동의
    '19.1.8 3:38 PM (211.36.xxx.32)

    크고 넓고 사람 없는 카페,
    손님인 나는 좋죠.
    하지만 카페는 곧 망하겠죠.

    옛스러움을 고집하거나 또는
    그것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취향 타는 몇몇 사람에게만 좋을 뿐이에요.

    그래서 조직이나 회사는
    여러 연령대가 섞이는 게 좋아요.
    서로의 장단점을 보완해 주니까요.
    하지만 영세한 작은 영업장은....

    나이 드는 건 슬픈 일이죠.
    받아들이고 싶어도 받아들이지 못하고,
    달라지고 싶어도 달라지지 못하는 지점이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분명 있거든요.
    자연의 섭리라도 슬픈 건 어쩔 수 없네요.

  • 28. 음님
    '19.1.8 3:51 PM (211.36.xxx.196)

    이 글을 고리타분하고 미사여구 많아
    지루하게 느낀다면
    본인이 단문, 블로그식에 너무 길들여진 게 아닌지
    한번 생각해 보실 필요가 있어요.

    문장이 무조건 짧아야 하고,
    단문이어야 한다는 건
    문장에 대한 이해 부족이거나..
    강박이기도 해요.

    굳이 더 설명 드릴 필요나
    가치가 있을까 싶어서 이만...

  • 29. 윗님
    '19.1.8 4:43 PM (121.88.xxx.63)

    답답하네요. 댓글 다시 읽어보세요. 요즘 젊은애들이 그리 느낄거라했지, 내가 이 글에 대해 뭐라 품평했나요? 분명 잘 쓴 글이라 했습니다. 굳이 더 설명 두릴 필요가 가치가 있을끄 싶어서 저도 이만...

  • 30. ......
    '19.1.8 5:00 PM (121.181.xxx.103)

    아니 이 글에 지적할게 뭐가 있다고 지적질인지... 참....
    기분 좋게 읽다가 뭐지 이댓글은? 했네요.

  • 31.
    '19.1.8 10:24 PM (175.193.xxx.110)

    달 가리키는 손가락도 예쁘댔더니
    다른 데서 보면 안 예쁘다는 둥
    나이 든 사람 손가락이라는 둥
    그런 이야기가 품평이 아니면 뭐가 품평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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